2024년 12월 5일(목)

‘커뮤니티 맵핑〈Community Mapping〉’ 선구자 임완수 박사

지역사회 문제점 ‘콕콕’ 짚어… 살기 좋은 곳으로
“뉴욕 방문 때 화장실 찾다 곤욕 ‘화장실 소개 사이트’ 개설 계기”

뉴욕에서 화장실을 찾기란 쉽지 않다. 없는 게 없을 듯한 이 대도시는 여행자들 사이에 ‘화장실 가기 힘든 도시’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오죽하면 ‘뉴욕에서 화장실 찾기’를 주제로 한 책이 나왔을 정도일까. 미국 뉴저지주에 사는 임완수(45) 박사 역시 뉴욕에서 화장실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일년 중 가장 바쁜 크리스마스 시즌, 뉴욕 중심가에 있는 록펠러센터를 찾았던 그는 화장실에 갔다가 한 시간이나 줄을 서야 한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말았다.

“결국 기차역 몇 개를 지나치고야 화장실을 찾았다니까요.” 임 박사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쉬자고 간 여행지에서 그는 화장실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 ‘알고 보면 뉴욕에도 곳곳에 숨어 있는 공중화장실이 많을 텐데 사람들이 아는 곳에 대한 정보만 모아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이었다.

임완수 박사가 자신이 한 대표적인 커뮤니티 맵핑 프로젝트인 ‘뉴욕의 화장실’ 웹페이지를 보여주고 있다.
임완수 박사가 자신이 한 대표적인 커뮤니티 맵핑 프로젝트인 ‘뉴욕의 화장실’ 웹페이지를 보여주고 있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뉴욕의 화장실(nyrestroom.com)’이라는 웹페이지를 만들었다. 구글맵과 마이크로소프트 빙 맵스가 제공하는 편리한 지도 시스템을 활용해 누구나 뉴욕 지도 위에 공중화장실이 있는 곳을 표시할 수 있도록 만든 웹페이지였다.

지도가 완성되는 데는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뉴욕 시민들이 웹페이지에 찾아와 자신이 알고 있는 공중화장실을 표시해 주었기 때문이다. 임 박사는 “뉴욕 화장실에 대한 책을 쓴 작가는 혼자서 조사를 하느라 3년이 걸렸다지만, 웹페이지를 방문한 사람들이 함께 뉴욕 화장실 지도를 완성하는 데는 1개월이면 충분했다”며 뿌듯해했다. 2006년 초에 만든 이 웹페이지가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뉴요커(THE NEW YORKER) 등에 소개되면서 임 박사는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전 세계 여행자들로부터 감사 메일도 많이 받았다. 요즘 임 박사가 주력하는 건 나날이 업데이트되는 뉴욕 공중화장실 지도를 스마트폰 앱으로 개발하는 일이다.

임 박사가 하는 일은 지리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지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커뮤니티 맵핑(Community Mapping)’이다. 커뮤니티 맵핑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지역 사회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게 된다. 지도는 웹(웹페이지)과 앱(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공유되어 지역 사회의 문제점을 한눈에 보여주고, 지역사회의 문제를 개선할 좋은 근거 자료가 되기도 한다. 임 박사는 ‘버티시스’라는 회사의 창립자 겸 대표이자 머해리 의과대학 조교수 및 러트거스대학 겸임교수로서, 이처럼 웹과 앱을 활용한 시민참여형 지리정보시스템(PPGIS)을 연구하고 있다.

그동안 그가 한 일이 ‘화장실 찾는 일’만은 아니었다. 미국의 수자원보호 단체들이 쓸 수 있도록 각 지역의 강(江) 지도 위에 토지이용 현황, 수질, 복구작업 등의 정보를 표기한 웹페이지(www.imrivers.com)를 만든다든가, 납 중독으로부터 안전한 뉴저지주의 집들을 소개하는 지도를 올린다든가(www.njleadsafe.info), 초등학생과 학부모 약 350명을 동원해 학교 주변의 인도나 자전거도로의 안전성을 조사한 다음 지도 위에 표시해서 지자체의 개선을 이끌어내는 것(www.bikenwalk.com/woodbridge)이 모두 그가 한 프로젝트들이다. 환경과 공중보건에 관심이 많은 그는 주로 미국의 주 정부, 대학, 민간단체 등과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한국에서도 이런 식의 커뮤니티 맵핑이 가능할까. 임 박사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됐으니 앞으로는 한국에도 커뮤니티 맵핑을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많이 개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박사가 만든 지리정보시스템의 특징은 누구나 쉽게 자신이 아는 정보를 올려 남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공공 플랫폼’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지도를 완성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의 힘을 빌릴 때도 있다. 임 박사의 페이스북에는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3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친구로 등록되어 있다. 그가 페이스북을 통해 ‘어느 지역에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는 글을 올리면 해당 지역에 사는 자원봉사자가 현장에 가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홈페이지에 올린다. 임 박사는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 커뮤니티 맵핑의 특성”이라고 말했다. 그가 세운 회사인 버티시스의 비전 역시 ‘사람과 사람을, 커뮤니티와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것(Connecting People and Connecting Communitie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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