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양준혁 야구재단] “글러브 없어 야구 못할 뻔한 유년시절 생각나… 꾸준히 도울 것”

지난 5월 야구재단 설립 야구 봉사 약속 지켜
야구는 희생과 협동 그리고 배려의 스포츠
어려운 환경 아이들 이승엽·박찬호보다 더 큰 인물들로 키우고파
기업과 사회의 참여 필요

양준혁 이사장은“야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며“희생과 협동, 배려가 담겨 있어, 아이들 인성을 위한 좋은 교육 수단이 된다”고 했다.
양준혁 이사장은“야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며“희생과 협동, 배려가 담겨 있어, 아이들 인성을 위한 좋은 교육 수단이 된다”고 했다.

스포츠선수 중에는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많다. 브라질의 전설적인 축구선수 호나우두는 부잣집 아들이 콜라와 감자칩을 사준다고 해서 축구를 시작했고,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미 메이저리그의 유명 야구선수가 된 새미 소사는 야구배트와 미트가 없어서 스틱과 빨래판으로 야구를 해야 했다.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축구에 대한 꿈을 포기했지만 결국 대한민국 마라톤 역사를 다시 쓴 이봉주 선수도 그렇다. 당시 이 아이들이 세계적인 스타급 스포츠선수가 되리라고 누가 상상했을까.

지난 7일, 전(前) 프로야구 양준혁 선수가 전남 강진의 ‘산내들 지역아동센터’의 피해복구를 위해 자원봉사를 나섰다. 태풍 ‘볼라벤’으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을 돕기 위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마련한 봉사다. 휘어진 철제와 깨진 유리조각, 뜯겨나간 전기선이 엉켜있는 위태로운 현장에서도 그는 특유의 듬직함을 잃지 않았다. 양 선수는 지난해 5월 ‘양준혁 야구재단’을 정식으로 출범시키며, 본격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뛰어들었다.

“제가 굉장히 가난하게 자랐어요. 글러브 때문에 야구도 못할 뻔했어요. 선수 시절엔 어려운 환경 속에 있으면서 도움을 거의 못 받았기 때문에, 나중에 은퇴하면 형편이 어려운 애들을 도와야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선수 시절부터 구상을 했던 일이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법적인 절차를 준비하는 문제와 재정적인 부분에 특히 애를 먹었다. 준비하는 데만 8개월 정도 걸렸다. 양 이사장은 “어려움을 하나씩 풀어나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차근차근 준비했다”고 회상했다.

재단은 무슨 활동을 할까. 양 이사장은 “야구를 통해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고 힘줘 말한다. 야구라는 스포츠에 희생과 협동, 그리고 배려가 담겨 있다는 믿음이 이를 가능케 했다.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야구를 통해 아이들의 인성을 회복하는 것과 야구 꿈나무를 키우는 것. ‘멘토리야구단’ 운영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다문화와 저소득층 아이들로 구성된 야구팀으로, 활동과 관련된 모든 경비를 재단에서 지원한다.

“시골에 가면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굉장히 많아요. 나중에 이 아이들이 사회에 문제가 된다는 말도 많은데, 사실 안 그래요.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부모님들이 다 언어를 갖고 있어요. 잘 계발해주면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애들로 키울 수 있어요. 저는 제2의 이승엽, 박찬호도 키우지만, 그보다 더 큰 인물들로 키우고 싶어요.” 야구단 결성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대한 양 이사장의 답변이다.

양 이사장은 단원 모집을 위해 서울시와 성남시 교육청에 협조를 구했다. 그 결과 서울팀 28명과 성남팀 22명의 멘토리야구단이 꾸려졌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에 모여 훈련과 친목을 나눈다. 성남체육부대와 성남시는 운동장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배려하며 뜻에 동참했다. 아이들은 변화로 양 이사장의 비전을 응원했다.

“우리 아이들이 처음에는 굉장히 어두웠어요. 표정에서 모든 게 드러났죠. 지금은 180도 변했어요.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이란 것을 모를 정도로 밝아졌어요. 형들이 동생들을 챙기는 배려심도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이고요.” 단원들의 변화는 양 이사장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현재 학교 폭력 가해 학생으로 구성된 야구단도 준비 중이다.

양 이사장은 “가정환경의 문제일 뿐, 가해자라고 해도 직접 만나보면 나쁜 애들이 아니다”라고 한다. 그는 이어 “사람을 키우는 것은 결국 관심과 정성”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경북교육청과 함께 이 문제를 논의 중이다. 전문적으로 운동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것도 재단 활동의 중요한 영역이다. 형편이 어려운 중·고등학교 야구선수 13명에게 야구화나 글러브 등 용품을 지원하고 있다.

양 이사장은 “작은 것들이 그들에게는 엄청난 도움이 되는 것을 알기 때문에 형편이 닿는 대로 지원을 늘려갈 생각”이라고 했다. 자신의 삶이었던 야구를 통해 청소년의 삶을 도우려는 양 이사장. 그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베풀기 시작하면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 장학사업과 야구장 건립, 그리고 야구학교 건립 등이 청사진이다.

양 이사장은 “최근에 스포츠 스타들이 좋은 일에 동참하고 있는데, 이는 당연한 것”이라며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사회에 돌려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과 사회의 참여도 당부했다. 양 이사장은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도,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며 “뜻있는 분의 참여, 특히 기업에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강진=최태욱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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