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중구 하우스젠니에서 열린 '청세담' 14기 워크숍 참석자들이 청바지 업사이클링 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업사이클링하며 순환경제 중요성 배워”… 청세담14기 워크숍 개최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에 있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쇼룸. 유행이 지난 청바지 수십벌이 31개의 지갑으로 재탄생했다. 이날 ‘청년, 세상을 담다(이하 청세담)’ 14기 워크숍에 참석한 수강생 31명은 이젠니 젠니클로젯 대표를 비롯한 업사이클링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입던 청바지로 지갑을 만들었다. 청세담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현대해상, 소셜혁신연구소가 함께하는 소셜에디터(공익 콘텐츠 전문가) 양성 과정이다. 2014년부터 비영리, 사회적경제, 기업 사회공헌 등 국내외 공익 분야에 관심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콘텐츠 제작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지금까지 약 400명이 수료했고 언론사, 비영리단체, 대기업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했다. 이날 이젠니 대표는 업사이클링 체험에 앞서 업사이클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상의와 하의를 비롯한 외출복 한 벌을 생산하는 데 76kg의 탄소가 배출된다”며 “특히 청바지 한 장을 만들 때 탄소 33.4kg와 폐수 7000L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7년부터 기업과 공공기관 등으로부터 청바지를 기부받아 업사이클링 가방 등을 제작하는 ‘세이브워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수강생 김동주(26)씨는 “이전에는 업사이클링 제품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합리적으로 느껴진다”며 “탄소 배출을 상쇄하고자 노동력이 투입된만큼 그 값을 충분히 지불할만하다”고 말했다. 수강생 이주희(28)씨도 “이번 강연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생산하는 소셜 벤처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의류 산업이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 10%를 차지한다. 영국의 비영리단체 엘렌맥아더재단은 의류 업계의 대량 생산 관행이 계속되면 2050년까지 그 비율이

포티케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족. /서보민 청년기자(청세담 14기)
“이동하기 어렵다고요? 김포공항에서는 ‘시니어 매니저’를 찾으세요”

사회적기업 리베라빗, 공항 내 이동 지원日평균 468명 이용… 시니어 일자리 창출 “짐도 많은데 공항까지 타고 가세요.”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 내린 한 가족에게 유신일(67)씨가 말을 걸었다. 유씨 옆에는 6명이 탈 수 있는 흰색 카트가 서있었다. 유씨는 지하철역에서 공항까지 승객을 태우고 전동카트를 운전하는 일을 5년째 하고 있다. 짐 가방을 트렁크에 넣고 ‘신기한 자동차’에 올라타는 어린이 얼굴에 설렘이 묻어났다. “안전 체인 꼭 잠가 주세요.” 유씨는 출발 전 안전수칙을 일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손자뻘 어린이 이용객을 대하는 그에게서 노련함이 보였다. 사회적기업 리베라빗은 한국공항공사, 함께일하는재단과 2018년 1월부터 ‘포티케어(Porty Care)’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영유아·고령자 등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유씨와 같은 시니어 매니저가 지하철역부터 공항까지 전동 카트로 데려다 주는 서비스다. 평균 나이 65세. 시니어 매니저의 하루를 지난달 5일 동행 취재했다. 오전 10시. 비 오는 아침부터 김포공항은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지팡이를 짚은 노인, 임산부, 휠체어를 탄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손에는 우산과 짐이 한가득이었다. 공항 곳곳에서는 유씨 같은 시니어 매니저가 운전하는 흰색 카트를 찾아볼 수 있었다. 지하철 김포공항역은 환승 동선이 길고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김포공항역은 5호선과 9호선, 공항철도, 김포골드라인, 그리고 곧 개통할 서해선까지 총 5개 지하철 노선이 모인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조사 결과 김포공항역은 수도권 107개 철도 환승역 가운데 2번째로 환승 환경이 나빠 ‘최악의 환승역’으로 꼽히기도 했다. 방문객들은 거대하고도 복잡한 교통섬 속에서 길을 잃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자동차를

1교시 ‘아침 열기’ 시간 모습. 학생들은 신체활동과 함께 서로 인사하고 칭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백민정 청년기자
“세상에 문제있는 아이는 없다”… 느린 학습자들의 학교 이야기

‘사람사랑나눔학교’ 수업 현장을 가다 “자기 앞에 놓인 종이들을 같은 모양과 색으로 구분해보세요. 초록색 네모 종이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사람사랑나눔학교(이하 ‘나눔학교’) 초등반 교실. 조금은 특별한 ‘경제’ 수업이 시작됐다. 교사의 설명만 들어보면 ‘미술’ 수업 같지만, 학생들의 책상에 놓인 건 색종이가 아닌 다양한 색과 형태의 ‘지폐’들이다. 담임인 류호정 교사는 “외운 내용을 금방 잊어버리는 ‘느린 학습자’들을 위해 교과목 중심의 지식 전달 교육 대신 ‘감각’을 통해 만지고 느끼며 개념을 익히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느린 학습자란 지능지수(IQ) 71~84 사이의 ‘경계선 지능인’을 주로 가리킨다. 서울시경계선지능인평생교육센터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의 약 13.5%가 경계선 지능에 속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제도적 지원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지난 2020년 서울시가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 지원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지난 4월 국회에서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이 발의되는 등 비교적 최근에서야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나눔학교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느린 학습자’를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경계선 지능뿐 아니라 자폐스펙트럼, ADHD, 발달장애 등 다양한 유형의 느린 학습자 55명이 나눔학교에서 함께 공부하고 있다. 강소영 나눔학교 교장은 “느린 학습자들에게 일반 학교는 배움이 없는, 그저 물리적 공간에 불과하다”면서 “사회성과 문제해결력이 부족해 왕따와 괴롭힘에 시달리기 쉽다”고 말했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있는 느린 학습자들을 위한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외우지 않고 느껴요”… 감각 중심 교육 이날 경제 수업에서 학생들은 1000원, 5000원짜리 화폐의 가치와 계산법을

청세담14기 청년기자들이 플라스틱 장난감 칼을 분해하고 있다. /정예림 청년기자(청세담14기)
“재활용률 낮은 폐장난감, 분해하면 건축자재가 됩니다”

플라스틱·고무·쇠 섞인 복합물질수작업으로 분해해 재생원료 추출 유아용 킥보드, 소꿉놀이 세트, 캐릭터 인형·피규어…. 경기 고양에 있는 사단법인 ‘트루(Toy Recycle Union)’의 사무실에는 대형마트 장난감 코너만큼이나 각양각색의 놀잇감이 겹겹이 쌓여있다. 얼핏 보기엔 새것 같지만, 주인 손을 떠난 폐장난감이다. 트루는 헌 장난감을 기부받아 재활용하는 비영리단체다. 이들은 기업이나 시민들에게 받은 폐장난감을 하나씩 분해해 플라스틱만 따로 모아 재질과 색깔별로 분류하고, 이를 플레이크 형태로 분쇄한 뒤 압축해 ‘플라스틱 판재’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판재는 인테리어 소품, 건축자재, 예술작품 등에 쓰인다. 지난달 8일 방문한 트루 사무실은 폐장난감 분해 작업 중인 봉사자들로 분주했다. 폐장난감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분해 작업이다. 촘촘하게 조립된 장난감 하나를 분해하는 데만 최소 30분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특히 플라스틱·철·쇠·고무 등 복합물질로 이뤄져 있어 분해도 까다롭다. 한정된 시간 내 최대한 많은 장난감을 분해하기 위해 트루는 직원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는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청년기자들도 일일 봉사자로 장난감 분해 작업에 참여했다. 작업 테이블 위에는 플라스틱 장난감 칼과 글루·드라이버·드릴·펜 등의 공구들이 놓여 있었다. 목장갑을 착용한 뒤 안전 수칙과 직조, 매듭법을 익혔다. 작업 과정은 간단한 듯했지만 쉽지 않았다. 먼저 드라이버로 장난감 중심축에 박힌 나사들을 풀어야 한다. 15개가 넘는 나사 구멍에 드릴을 넣으면 되는데, 나사가 깊숙이 박혀 있어 볼트에 드릴의 턱을 맞추기 어려웠다. 간신히 드릴을 나사 구멍에 넣었다면, 천천히 드릴 트리거를 잡아당겨야 한다. 노후화된 장난감은 나사가 플라스틱 본체에 붙어 쉽사리

지난달 8일 지분투자형 표준사업장 ‘브라보비버대구’를 찾은 김동주, 성가현, 이혜림, 조영은 청년기자가 발달장애인 사원 이민령씨의 안내에 따라 쿠키를 포장하고 있다. /대구=조영은 청년기자
설립 1년 ‘브라보비버대구’, 지역의 발달장애인 고용을 바꾸다

“스티커에 있는 선을 따라 똑바로 붙여야 해요”  쿠키를 포장하는 취재진의 모습을 ‘매의 눈’으로 살피던 발달장애인 사원 이민령(24)씨가 주의를 줬다. 벌써 세 번째 지적이다. 비장애인에게도 쉽지 않은 쿠키 포장 작업을 발달장애인 사원들은 단 한 번의 실수 없이 착착 해냈다.   지난달 8일,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4명이 ‘브라보비버대구’를 방문했다. 지난해 5월 설립된 브라보비버대구는 발달장애인을 고용해 수제 쿠키와 드립백 커피를 생산하는 회사다. 55명의 발달장애인 직원과 8명의 매니저가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다. 강동욱 브라보비버대구 대표는 “장애인 고용 문제는 지방에서 무척 심각하다”면서 “대구에서 이렇게 대규모로 장애인을 채용한 게 이례적이라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지분투자형 표준사업장, 기업과 사회 모두 ‘윈윈’ 브라보비버대구는 전국 최초의 ‘지분투자형 표준사업장’이다. 발달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기업 ‘베어베터’가 고안한 모델로, 장애인을 직접 고용하기 어려운 기업들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아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설립, 운영하는 방식이다. 기업들은 투자한 지분만큼 장애인 고용을 인정받을 수 있다. 강동욱 대표는 “지분투자형 표준사업장은 ‘기업’과 ‘사회’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했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못한 기업은 정부에 ‘고용부담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지분투자형 사업장에 참여할 경우 의무고용률도 채울 수 있고, 제품도 납품받을 수 있어 기업으로서는 이득이다. 또 사회적으로는 장애인 고용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으니 기업과 사회 모두 윈윈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브라보비버대구는 투자 기업들에 쿠키와 커피 드립백을 납품하고 있다. 납품 받은 제품을 직원 복지용으로 나눠주는 기업도 있고, 기부하는 경우도 있다. 대구의 성공에 힘입어 인천과 경기 의정부에도 지분투자형 표준사업장 2호와

지난달 13일 경기 남양주 지역자율방재단원들이 배수구 아래 쌓인 흙먼지·낙엽 등을 괭이와 삽으로 퍼내고 있다. /장성희 청년기자
방재전문가 된 주민들… 지역자율방재단, 여름철 안전사고 막는다

주민이 주도하는 민간 자율방재단재난 예방부터 초기 대응·복구까지 올여름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폭우와 이상기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작년 여름 갑작스러운 폭우로 서울·포항 등 전국 곳곳에서 수해 피해가 발생한 탓에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지역 주민들이 이끄는 지역자율방재단(이하 방재단)은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방재단은 지역주민 스스로 각종 자연재해 예방·대응·복구 활동에 참여하는 민간 조직이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 228개 시군구에서 약 7만명의 단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행정안전부·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위험지대를 발굴하고, 문제 해결에 나선다. 각 방재단은 운영에 필요한 소정의 활동비를 소속 지자체로부터 받는다. 방재단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재난 예방이다. 특히 강수량이 많은 여름에는 지역 내 취약시설에 대한 사전 점검·정비가 이뤄진다. 본격적인 수해 예방 활동에 돌입한 남양주 지역자율방재단 활동에 지난달 13일 더나은미래 청년기자들이 동행했다. 권영수(64) 남양주 방재단장은 “최근 몇 년 해마다 물이 범람했다”며 “지역 내 배수펌프를 하나씩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뭇가지나 흙먼지가 배수 구멍을 막으면 빗물이 빠지지 않을뿐더러 하천의 역류를 막는 밸브를 잠글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0시, 방재단의 영문 약자인 ‘CAIND(Citizen corps Active In Disaster)’가 새겨진 초록 조끼차림의 단원들이 남양주 퇴계원읍 신화촌에 모였다. 왕숙천 둑을 따라 설치된 배수펌프 19기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단원 6명은 능숙하게 배수구 위에 덮인 고무 매트와 얇은 철판을 걷어냈다. 판 밑의 배수구 덮개를 열고서 빗물이 구멍으로 잘 빠지도록

서울 은평구에 마련된 자립준비청년들의 공간 '밥집알로'. /이원진 청년기자(청세담14기)
“자립준비청년들 달래는 따뜻한 집밥 한 끼”

전국 각지서 매일 ‘밥집알로’ 찾아식사하며 안부 묻는 네트워크 공간 “김치 좀 가져가.” “냄새 나고 들고 가기 힘들어요.” “냄새 안 나는 김치로 사뒀어. 가져가!” 서울 은평구 ‘밥집알로’에서 흔히 벌어지는 실랑이. 반찬 하나라도 손에 쉬어주려는 수녀와 이를 마다하는 자립준비청년의 귀여운 다툼이다. 밥집알로는 보육시설을 나와 홀로서기 중인 자립준비청년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다. 기쁨나눔재단이 지난해 1월 문을 열었다. 주택 3, 4층을 임차해 3층은 조리와 식사 공간, 4층은 휴게 공간으로 구성했다. 공간을 운영하는 신부와 수녀, 봉사자들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4시30분부터 4시간 동안 집밥을 준비해 청년들을 기다린다. 밥집알로는 직접 찾은 지난달 6일, 현관문을 열자 밥 짓는 구수한 향과 포근한 집안의 온기가 느껴졌다. 오후 4시 30분. 자원봉사자들은 오랜 세월 합을 맞춰온 듯 일사천리로 저녁밥을 준비했다. 오후 6시가 다가오자, 청년들이 모여들었다. 전북 전주, 경기 수원 등 각지에서 온 청년들이었다. 밥과 국을 뜨고 새 반찬을 접시에 담느라 정신 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청년들은 밥을 먹으며 서로 안부를 묻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밥을 다 먹고도 거실에서 한참을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이곳을 찾은 청년들은 20명이 넘는다. 밥집알로를 찾는 자립준비청년은 대부분 아동양육시설 ‘꿈나무마을’ 출신이다. 밥집알로와 도보 20분 거리에 떨어져 있다. 보육시설을 퇴소한 청년들은 어려움이 생겨도 나이 제한 때문에 다시 시설로 돌아갈 수 없다. 퇴소한 청년들이 가장 쓸쓸할 때는 집에서 밥을 먹을 때다. 혼자라는 현실이 문득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자립준비청년

서울샛별학교 교사 고다영(23)씨가 지난달 15일 입학식 날 한 만학도의 학생등록카드 작성을 돕고 있다. /최민아 청년기자
30년 전통 서울샛별학교… 만학도·이주여성 ‘학업의 꿈’ 펼친다

1년 3학기제, 중·고등 검정고시 지원청년 자원봉사자 35명이 교사 역할 서울 성동구 금호초등학교 안에 있는 열린금호문화교육관에서는 1년 내내 특별한 수업이 열린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가득찬 일반 학교와 달리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 이주 여성 등 학생들 면면이 다양하다. 지난달 15일 찾은 교실에서는 20대 선생님이 수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수업 내용에 고개를 끄덕이며 필기에 집중했다. 나이도 국적도 제각각인 학생들이 배움이라는 목표 하나로 한 자리에 모였다. 서울샛별학교는 교육소외계층에게 검정고시 학습을 지원하는 야학이다. 1993년에 개교해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설립 당시에는 서울 동대문 장한평에 터를 잡았다가 이후 성수동, 금호동으로 이사를 다녔고, 2018년 성동구도시관리공단과 협약을 맺으면서 현재 위치에 자리 잡았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20대 자원봉사자 35명이 맡고 있다. 1년 3학기제로 운영되며, 학생들은 필요 학력에 따라 중등반이나 고등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매년 20여 명이 서울샛별학교를 졸업한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상담, 교육, 시험접수 등 검정고시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지원받는다. 서울샛별학교 학생 홍순복(68)씨는 지난해 중등반을 졸업하면서 중학교 학력을 취득했다. 홍씨는 “처음엔 모든 게 어려웠지만 수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다 보니 수학도 그렇고 예전보다 많이 늘었다”며 “이번 2학기부터는 고등반에 입학해 고등학교 학력 취득에도 도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샛별학교에는 제때 취득하지 못한 학력 때문에 손해를 보거나 소외감을 느꼈던 어르신들이 검정고시에 도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생부 교사 최유진(20)씨는 “문의 전화를 주신 학생들 중 대부분이 입학을 망설인다”며 “입학 상담이 고민 상담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지난달 8일 서울 중랑구에 있는 사회적기업 '더사랑' 직원들이 컬러 점토를 소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강다현 청년기자
발달장애인과 시니어가 함께 일하는 ‘더사랑’ 사업장 방문기

장애인 특성에 맞춰 업무 배분시니어는 발달장애인 근무 지원 발달장애인 윤종혁(34)씨는 음식점 등에서 단순 노동직을 전전했다. 주로 설거지를 맡았는데 오래 서 있기가 어려워 일을 지속할 수 없었다. 휴식 시간을 가질 때면 일이 느리다며 상사에게 혼나기 바빴다. 함께 일하는 동료의 놀림과 괴롭힘도 잦았다. 지난해 옮긴 새 직장 ‘더사랑’은 달랐다. 올해로 입사 2년을 맞은 윤씨는 “여기에선 일이 느리거나, 조금 쉰다 해도 혼내는 사람이 없어서 맘 편히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더사랑은 발달장애인과 노인 등 고용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앞장서는 사회적기업이다. 2011년 서울 중랑구에서 시작한 더사랑은 자체 쇼핑몰 ‘보킷’과 포장 업체 ‘굿패커’를 만들어 발달장애인과 은퇴 시니어의 경제 활동을 돕는다. 현재 발달장애인 22명과 시니어 7명이 함께하고 있다. 지난달 8일 발달장애인과 노인이 함께 일하는 더사랑 사업장에 방문했다. 더사랑 직원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일하는 오전반과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 오후반으로 나뉘어 하루 4시간씩 근무한다. 이곳에서는 발달장애인을 ‘청년직원’으로, 고령자를 ‘시니어 선생님’으로 부른다. 이날 오후반에서는 청년직원 10명이 나란히 앉아 점토 포장 작업을 하고 있었다. 더사랑 청년직원 김동혁(33)씨는 자신을 “10년 차 베테랑”으로 소개하며 작업 방법을 설명했다. 그는 동료 직원에게 농담도 건네며 능숙하게 작업을 이어나갔다. 조영화 더사랑 대표는 “장애인 일터는 우울할 것 같다는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사랑에서는 유쾌함만을 이어 나가고 있다”며 “조금의 신경만 써도 발달장애인에게 친화적인 업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근무만족도는 이곳을 ‘작은 천국’이라 부를 만큼

시각장애인을 위한 낭독 봉사단체 '책 읽는 사람들'의 장영재(왼쪽) 대표와 보조강사를 맡고 있는 문하연 회원. /김지효 청년기자
“시각장애인의 ‘목소리 친구’ 돼보세요”… 낭독활동가 교육 현장을 가다

양질의 오디오북 제작 위해 목소리 훈련“누구나 따뜻하고 푸근한 소리 낼 수 있어” “하늘 높이 떠서도 뽐내지 않고 / 소리 없이 빛을 뿜어내는 / 한 점 별처럼 / 나도 누구에게나 빛을 건네주는 / 별 마음 밝은 마음으로 / 매일을 살고 싶습니다….” 이해인 수녀의 시 ‘꽃마음 별마음’을 마이크에 대고 낭독한 수강생 권분조(74)씨가 눈가를 손으로 훔쳤다. 한 자 한 자 글귀를 읽어내리다 나온 권 씨의 눈물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지난달 12일 서울 양재동의 서초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열린 낭독활동가 교육 현장에서다. 낭독활동가 교육은 글을 소리 내 읽는 법과 나만의 목소리 재능을 만들어 가는 수업으로, 대부분 낭독봉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참여한다. 낭독봉사란 시각장애인을 위해 글이나 책을 면대면으로 읽어주거나 오디오북을 제작해 지원하는 활동을 뜻한다. 시각장애인복지관이나 점자도서관 등에서 이따금 낭독봉사자를 모집한다. 권씨는 딸의 추천으로 낭독활동가 교육을 신청했다. 치매 환자인 남편이 주간 보호시설인 ‘데이케어센터(Day care center)’에 머무는 시간에 짬을 내 교육장을 찾는다. 평소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고, 남편 병간호에 치여 기회가 없었던 그에게 우연히 마주하게 된 수업이었다. 권씨는 경상도 억양을 가진 70대 노인도 수강할 수 있다는 말에 얼른 수강 신청을 했다. “낭독봉사라는 새로운 일을 하면서 마음에 활력소가 생겨요. 평소에도 집에서 혼자 소리 내 책을 읽곤 했는데, 여기서는 선생님들이 지도도 해주시고 글의 내용도 ‘탁’ 마음에 와닿고 좋습니다. 주변 친구들도 여기 오라고 이야기 해줘야겠다 싶어요.” 수강생 연령대는 30대에서 70대까지 폭넓다. 나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