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만큼 중요한 자원 봉사자의 역량…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적십자 ‘2014 희망풍차 콘퍼런스’ 자원봉사 전문가 교육 등 체계적 논의 “앞이 잘 보이지 않는 84세 할머니가 중학생 손주 두 명을 홀로 키우는 조손가정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집이 오래돼 제대로 된 가구가 하나도 없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사람이 먹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상해 있는 음식이 대부분이었죠. 이 사례를 보고해 적십자에서 ‘위기가정 지원’ 프로그램으로 매달 40만원씩 1년간 생활비를 지원해줬습니다. 집 안 인테리어도 바꿔드렸죠. 주민자치센터에도 연락해 손주들이 무료로 학원에 다닐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는 날, 두 아이가 ‘그동안 우리를 챙겨주는 사람이 누구 하나 없었는데…’라며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가슴이 짠했습니다.” 지난달 28일 김숙자 적십자봉사회 서울지사협의회부회장이 소개한 사례다. 이날 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는 ‘2014 희망풍차 콘퍼런스’를 열어, 휴먼 서비스(Human Service)의 질적 향상을 위한 역량 강화 방안을 토론했다. 올해 초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에서 드러났듯, 최근 우리 사회는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인적인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하고 수혜자를 발굴·지원하는 휴먼 서비스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추세다. 적십자는 2012년부터 적십자만이 할 수 있는 통합 휴먼 서비스를 실시해왔다. 이른바 ‘희망풍차’ 프로그램이다. 전국 구석구석에 실핏줄처럼 퍼져 있는 5만672명의 자원봉사자가 4대 취약 계층(아동·청소년, 다문화 가족, 노인, 북한 이주민)을 찾아 결연하고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생계와 의료, 주거와 교육을 통합 지원하는 모델이다. 이미 2만5660세대가 혜택을 받았다. 이날 열린 콘퍼런스는 지난 2년간의 ‘희망풍차’ 활동 성과를 정리하고, 보다 빈틈없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기

밥 먹고 계산할 때 기부하고… 나눔, 생각보다 쉬워요

적십자사의 기부 문화 확산 활동 수익 일부 나누는 희망풍차 나눔명패 자판기 현금 기부 등 쉽게 참여 가능 하루 평균 13만명이 드나들며, 수도권 전철역 중 유동인구 1위인 강남역. 11번 출구를 나와 두 블록 걷자, 핫 플레이스인 강남역 CGV 극장에 다다랐다. 4층 매표소 앞, 상영 중인 영화와 각종 할인 이벤트를 알리는 배너 사이로 빨간색 스크린이 눈에 띄었다. 2m 높이의 터치스크린은 바로 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 ‘스마트 모금함’. 자판기 방식으로 현금(지폐·동전)을 넣어 기부를 하는 방식이다(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연말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다). 모금함 오른쪽 아래편엔 지금까지 모금된 1만원·5000원짜리 색색별 지폐와 백원짜리 동전들이 쌓여 있었다. CGV 극장을 나와 신호등을 건너, 강남역 방향으로 200m가량 걸어서 도착한 한 안과. 입구에 들어서자 병원장의 약력이 적힌 명패 아래, 적십자사 ‘희망풍차 나눔명패 서울 13호점’이란 글씨가 눈에 띄었다. 2006년부터 매월 20만원씩 기부를 하고 있는 김성환(49) 원장. 그는 “적십자에서 시작한 기부가 바탕이 돼서 두 아이도 다른 비영리단체에 기부를 하고 있다”면서 “기부가 습관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원장은 소득의 일부를 나누는 ‘희망풍차 나눔명패’로만 지금까지 약 1300만원을 기부했다. 연말연시 반짝 기부가 아닌, 생활 속 기부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적십자사의 ‘스마트 모금함’은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해 영화관, 대학교, 공공기관 등 전국 170여 곳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됐다. 많은 사람이 기부에 참여하는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시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1년간 기부액은 5300여만원에 달한다. 지난 11일부터는

1만7000명 치료받은 희망진료센터… 의료 소외계층 어루만지다

“Miracle(기적입니다).” 품에 안긴 세쌍둥이를 감격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나이지리아 여성 데파트(가명·35)씨는 지난 한 달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6년간 하루도 쉬운 날이 없었다”는 그녀가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을 찾은 건 지난 2008년. 중고차·옷 등을 아프리카로 수출하는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내 실패했고, 잦은 음주와 여자 문제로 속썩이던 전 남편과도 4년 만에 이혼했다. 단기비자가 만료돼 불법체류자가 된 그녀는 나이지리아에 있는 4살배기 딸의 양육비를 송금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그러다 공장에서 일하던 현재의 남편을 만나 재혼하게 된 것. 결혼 후 세쌍둥이를 임신했단 소식에 데파트씨는 “막상 두려움이 앞섰다”고 했다. 부부가 모두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고, 35세 이상 고위험 산모라 산전검사부터 출산까지 병원비 부담이 컸기 때문. 남편 월급 170만원으로는 월세, 생활비, 양육비를 감당하기도 부족했다. 전전긍긍하던 데파트씨의 마지막 희망은 희망진료센터였다. 희망진료센터는 2012년 6월, 대한적십자사와 서울대학교병원,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함께 서울적십자병원 내에 마련한 의료센터다. 데파트씨처럼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 다문화 가정, 북한 이탈 주민, 난민 등 의료 소외계층이 그 대상이다. 지금까지 1만7000여명이 희망진료센터를 통해 수술 및 치료를 받았고, 총 11억원이 지원됐다. 정부·민간 차원의 의료 사각지대를 메우는 새로운 시도였다. 최윤지 대한적십자사 희망진료센터 의료사회복지사는 “복지부도 긴급 의료 지원사업을 통해 불법체류자 신분의 외국인 근로자를 돕고 있지만, 주로 입원비만 지원하고 막상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비급여항목인 수술비나 기타 외래비는 고스란히 본인 부담”이라면서 “게다가 지원을 받으려면 근로확인서·사업자등록증 등 요구되는 서류가 많아 불법고용한

[희망 허브] 긴급 위기 가정 1534가구 구한 ‘희망풍차 금고’… 복지 사각지대를 메운다

대한적십자사 작년 한 해 27억 투입 소외계층 3176명 경제위기 벗어나 올해는 33억 규모 진행 중 수혜자 정서지원 돕기 위한 희망컨설턴트 교육도 운영 “두 달 전 전화 한 통이 걸려왔어요. 희귀질환을 앓으며 홀로 사는 남성이었는데, 방 보증금을 낼 돈도 없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이틀 뒤 봉사원들과 함께 그분 집을 방문했습니다. 최대한 빨리 도움을 드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죠.” 상가와 아파트가 빼곡한 서울 강남구 일원동 거리를 거닐며 이현숙 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 서초·강남 희망나눔봉사센터장이 입을 열었다. 몇 분쯤 꾸준히 길을 걷자, 단독주택들 사이에서 6평 크기의 낡은 반지하 원룸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정석(45·가명)씨가 홀로 생활하는 곳이다. 피트니스 강사로 일하던 그는 작년 10월 다리에 힘이 없고 몸이 뻣뻣해지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운동신경을 담당하는 소뇌가 퇴화하는 희귀질환 ‘소뇌위축증’이었다. 갑자기 닥친 불치병은 강씨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한 발짝 걸을 수도 없었고, 수시로 말을 더듬거나 이야기하던 내용을 순간적으로 기억 못 하는 증상도 찾아왔다. 일자리를 잃자 우울증도 찾아왔다. “매일 밤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어지는 신체적 고통과 가족에 대한 죄책감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어요. 아내와 아이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반년 뒤인 지난 4월 이혼하고 자립하기로 결심했죠.” 홀로서기가 쉽지는 않았다. 월세 방 보증금 400만원도 마련하기 어려웠다. 기초생활수급을 받기 위해 구청에 장애등급과 긴급복지자금지원을 신청했지만, “적어도 몇 달은 기다려야 지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말만 전해들었다. 방황하던 강씨의 손을

공동모금회·적십자사·구세군… 연말 모금 성적은?

대표 모금기관 3곳 실적 분석 우리나라는 매년 연말 집중모금 열풍이 분다. ‘사랑의 온도탑’으로 대표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집마다 30㎝의 지로용지에 나눔의 기적을 담아내는 대한적십자사, 빨간색 자선냄비로 연말 기부 아이콘이 된 구세군 등 3곳이 대표적이다. 지난 연말 대표 모금기관 3곳의 성적은 어떨까. 공동모금회는 ‘희망2014나눔캠페인'(12월1일~1월31일)을 통해 4253억원을 모금했다. 지난해 모금액(3020억원)보다 무려 1233억원이 늘었다. 기업기부가 2312억원(54.4%)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고, 개인기부도 1941억원(45.6%)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모금액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바로 개인기부금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기부금은 77억원 증가에 그쳤다. 공동모금회는 “월급기부에 참여한 직장인과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 착한가게 회원(매출의 일부를 정기 기부하는 자영업 기부자) 모금활동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현재 직장인 기부자는 55만2000여명이고, 착한가게회원도 7128곳에 달한다.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도 461명(2월 5일 기준)으로, 집중모금 기간에만 무려 50%에 달하는 213명이 가입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삼성 임직원들이 받은 연말 보너스의 10%를 모금회에 기부한 덕분이다. 한편 대한적십자사의 적십자회비 집중모금 기간(12월10일~1월31일) 모금액은 30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5% 증가했다. 이중 개인기부금은 70%로, 공동모금회에 비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편이다. 특히 이번 기간에는 정기후원자 모집에 주력해 전년 대비 정기후원자가 23.5%가량 늘었다. 작년 12월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명동 한가운데서 ‘희망풍차 SR(유명인사들이 72시간 동안 DJ를 맡아 유리로 된 박스 안에서 나눔생방송을 진행하는 이벤트) 나눔 축제’를 열어, 이 기간에만 14억의 성금이 모였다. 구세군은 연말 집중모금 기간(12월2~31일) 동안 63억2543만5289원을 모금했다. 전년보다 12억가량 늘었다. 63억여원 중 기업모금은 22억원, 나머지

12만명의 봉사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찾아간다

대한적십자사 봉사원 2만666가정 직접 찾아가 수혜자 맞춤 지원하는 희망 솔루션 프로그램 의료 소외계층 1만157명 희망 진료센터 지원 받아 “모든 것이 생소했어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도 어려웠고요. 발음도, 억양도 많이 달랐거든요. 모르는 단어도 너무 많았어요. 식당에 적힌 ‘셀프(Self)’란 뜻도 몰랐으니까요. 그때마다 전화로 ‘SOS’를 요청하면, 항상 달려와서 해결해주셨어요. 한국에 올 땐 혼자였지만, 도착한 이후에 저는 혼자가 아니었어요.”(대학생 조하나〈가명〉씨) “정말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걸더라고요(웃음). 뭐든 적극적으로 배우려하는 모습이 참 예뻤어요. 처음부터 마음이 잘 통한 데다가, 워낙 자주 만나다 보니 다들 ‘모녀지간’으로 알아요.”(주부 정종숙씨) 2009년 여름, 두 사람은 대한적십자사 봉사자와 수혜자로 처음 만났다. 북한에서 자란 하나(23)씨는 19세 나이로 홀로 한국 땅을 밟았다. 중국 공안을 피해 산골 낭떠러지를 지났고, 태국 메콩 강을 건너다 경찰에 체포도 됐다. 두 달간의 우여곡절 끝에 다다른 한국. 탈북자 정착 지원센터인 ‘하나원’에서 적응 교육을 마치고 처음 거리로 나온 날, 그녀를 마중 나온 사람이 바로 정종숙(60)씨였다. 정씨는 2005년부터 적십자 봉사원으로 활동해왔다. 정씨는 버스·지하철 이용 방법부터 동사무소에 가서 주민등록등본,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등 각종 서류 발급하는 법, 은행 현금자동인출기(ATM) 사용법도 알려주고, 청약저축 등 재테크 노하우도 조언했다. 무료로 컴퓨터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수소문해 자격증도 딸 수 있도록 했다. 지인을 통해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해줬다. 정씨는 만날 때마다 하나씨의 건강 상태도 체크했다. “얼굴에 있는 붉은 여드름 자국이 항상 마음에 걸렸어요. 알로에나 피부약을 발라도 없어지질 않고, 항상

[나눔의 리더를 찾아서] ⑬ 대한적십자사 유중근 총재

“생명줄처럼 이어진 네트워크… 적십자만의 힘이죠” 헌혈 국한된 이미지 벗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적십자의 가치 넓힐 것 자원봉사자와 취약 계층 일대일 결연 ‘희망풍차’ 위기 가정 기금 마련 소외계층 진료비 지원 자원봉사자 35만 명 적십자의 혈액같은 존재 ‘희망나눔봉사센터’ 열어 획일적 나눔이 아니라 수혜자 입장 배려한 기부 개인의 나눔 참여 늘어야 107년 역사의 대한적십자사 최초 여성수장. 유중근(68) 총재는 인터뷰 전날, 기자의 프로필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대개 기자들은 취재원 사전조사를 꼼꼼히 하지만, 취재원이 기자의 신상에 관심을 갖는 경우는 드물다. “만나는 분이 누구인지 아는 게 예의일 것 같아서”라고 했다. 인터뷰 당일인 지난 5일, 단아한 갈색원피스 차림의 유 총재는 펜으로 꼼꼼하게 메모한 질문지를 들고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15년간 봉사위원으로 몸담아 왔을 때와 달리, 107년 역사의 국내 대표 구호기관의 첫 여성수장이라는 부담감도 만만찮았을 것 같다. 어떤 비전과 목표로 총재직을 수락했고, 가장 역점을 둘 사업은 무엇인가. “매우 큰 조직이다. 직원만 3300명이다. 본사와 지사 14곳, 봉사관 50곳, 혈액원과 검사센터 관련 21개 기관, 헌혈의 집 131곳, 적십자병원이 6곳이다. 총재 임명을 받았을 때 부담이 컸지만, 이유와 소명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취임 후 살펴보니, 대한적십자사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헌혈’이나 ‘이산가족’으로 국한돼 있었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대한적십자사’를 모토로 세웠다. ‘희망풍차’ ‘희망진료센터’ ‘300만 헌혈캠페인’ 등 3가지를 중심사업으로 정했다.” ―지난 7월 ‘희망풍차’라는 브랜드 BI까지 새롭게 론칭했는데, ‘희망풍차’가 무엇인가. “12만 성인 자원봉사자들이 4대 취약계층과 일대일 결연을 맺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