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서울 영등포구 유윈시티 나라스페이스 본사에서 만난 박재필 대표는 "지난달 옵저버 1A 위성의 발사 성공을 기반으로 앞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초소형 위성을 궤도로 쏘아 올려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용재 C영상미디어 기자
韓 스타트업이 쏘아올린 작은 위성, 기후데이터 공백 채운다 [기후를 혁신하다]

[인터뷰]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 지난달 12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Falcon9) 로켓이 우주로 향했다. 지구 궤도를 돌며 군사, 기후, 교통 등 여러 정보를 수집하는 위성 113개가 로켓에 실렸다. 위성들은 국가 안보용 군사 위성부터 민간 제작 상업 위성까지 국적도 종류도 다양했다. 발사 1시간 20분 뒤, 지상과 교신하는 데 가장 먼저 성공한 위성이 나왔다. 바로 ‘옵저버 1A’다. 옵저버 1A는 국내 우주 스타트업 나라스페이스가 제작한 초소형 인공위성이다. 가로·세로 각 20cm, 높이 40cm로 500mL 생수병 20개 묶음 정도의 크기지만 광학카메라, 자세 제어 장치, 태양 전지판, 고성능 안테나 등 인공위성이 갖춰야 할 기본 성능을 모두 갖췄다. 무게는 25kg 정도다. 옵저버 1A는 9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 돌며 한반도 500km 상공에서 하루 두 번 관측한 정보를 지상 관제팀으로 보낸다. 나라스페이스는 2015년 설립된 초소형 인공위성 솔루션 기업이다. 2012년 대학 위성 경연 대회에서 만난 동료 11명이 의기투합해 현재는 50명 규모로 성장했다. 위성 개발자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개발자, 영상 분석 전문가, 빅데이터 전문가 등 위성 정보를 가공하기 위한 다양한 인력이 함께한다. 지금까지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해 누적 투자금은 135억원에 이른다.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유윈시티 나라스페이스 본사에서 만난 박재필(35) 나라스페이스 대표는 “옵저버 1A의 발사 성공은 시작일뿐”이라며 “앞으로 위성 100기 이상을 운용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옵저버 1A’는 우주에서 어떤 임무를 수행하나? “지구 500km 상공을 돌며 고성능 광학카메라로 지구를

지난 8월8일(현지 시각)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에 있는 교회가 대형 산불에 휩싸였다. /조선DB
기후변화로 인한 美 경제 피해 규모 매년 197조원

태풍·산불·가뭄 등 기후변화로 미국이 겪는 각종 경제 피해 규모가 매년 1500억달러(약 197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4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13개 연방정부 산하 기구로 구성된 미국지구변화연구프로그램(USGCRP)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국기후평가보고서(NCA)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USGCRP는 기후변화가 자연과 경제, 국가 제도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 평가하는 보고서를 4년마다 작성해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 피해 복구에 드는 비용은 매해 늘어나는 반면 기후변화가 미국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으로 세수가 감소하면서 연방정부가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중서부의 농업과 동부 해안의 어업, 스키 리조트와 같은 관광업 등 미국 전역의 경제활동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 USGCRP의 설명이다. 보고서는 해안지역에 거주하는 미국 인구 40% 중 상당수가 해수면 상승 위험에 노출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21세기 말까지 미국의 수백만 가구가 해안지역 거주지를 떠나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USGCRP는 “현재 미국 전역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감지할 수 있다”며 “앞으로 그 충격은 더욱 세지고,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USGCRP는 탄소 절감을 위한 미국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자는 파리협약의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선 미국이 지난 2005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평균 6%씩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했지만, 실제로는 매년 1%도 줄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농업의 미래, 미래의 농업] 생물계절 변화와 식량의 미래

11월에 맞는 여름 날씨에 다들 화들짝 놀랐다. 살아온 인생이 길든 짧든 낯선 경험일 수밖에 없었다. 극한기상이 주는 당황스러움은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 자주 겪게 될 기후 변덕의 일부에 불과하다. 4월 초에 갑자기 찾아온 무더위를 지날 때만 해도 약간의 희망을 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공포영화처럼 어디서 기후 괴물이 뛰쳐나와도 이상하지 않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마음을 놓지는 말자. 이제 겨우 도입부가 시작되었을 뿐이다. 너무 이른 더위와 너무 늦은 더위는 선진국 시민들에게 냉방기 덮개를 다시 벗겨야 하는 번거로움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대부분 생물에게 이런 변화가 날벼락에 가깝다. 예민한 생물시계를 가진 과수와 부지런한 꿀벌은 계절 변동 범위를 벗어난 무더위와 연이은 냉해의 습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생물계절의 이상은 농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과일의 생산량을 많게는 40%까지 떨어뜨렸고 쌀 생산량마저 줄어들 전망이다. 육상 식물종의 약 40%는 희귀종으로 분류되는데, 기후변화는 이 분류군의 식물종을 멸종 위기로 내몰고 있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적합한 기후대로 서식지를 옮겨야만 하는데, 식물종은 10년마다 고도는 11.0m, 북으로는 16.9km를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작물은 더 빠르게 이동한다. 생존 한계보다 품질하락과 생산성 감소로 인한 경제성 한계에 먼저 도달하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커피 산지가 점점 더 고지대로 옮겨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제주에서 재배되던 아열대 작물이 남해안을 지나 남부지방으로 북상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극한 기상이 농산물 수확량을 크게 줄이기는 하겠지만 버틸 수는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 투자로 인해 증가한 농업 생산성은 기후변화로 상쇄되어 투입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정체될

SK, 덴마크 에너지 기업 댄포스와 손잡고 기후위기 대응

SK가 덴마크 대표 에너지 기업 댄포스(Danfoss)와 기후위기 대응 5개 영역에서 협력하기 위한 MOU를 체결했다. SK는 29일 “댄포스와 ESG 경영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미래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협약식은 덴마크 노드보그에 위치한 댄포스 본사에서 지난 27일(현지 시각) 열렸다. 행사에는 장동현 SK 부회장, 킴 파우징(Kim Fausing) 댄포스 CEO 등 양사 관계자 10여명이 참석했다. 사업 논의는 지난 5월부터 진행됐다. 양사는 이번 MOU를 통해 ▲기후변화(Climate change) ▲도시화(Urbanization) ▲디지털화(Digitization) ▲전기화(Electrification) ▲식량 및 수자원 공급(Food & Water Supply) 등 5대 글로벌 트렌드 영역에서 공동 사업 개발과 글로벌 마케팅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특히 친환경 사업을 비롯해 전기차, 에너지 인프라, 전기차 충전기 등의 전력 변환을 제어하는 핵심 부품인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와 태양광과 태양열 투과열을 조절하는 ‘스마트 글라스’, 전기차용 급속 충전기 등 양사 간 시너지가 뚜렷한 영역을 중심으로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릴 예정이다. 앞서 SK는 24일 댄포스의 전력반도체 자회사인 세미크론 댄포스사와 SiC 전력반도체 분야 협력을 골자로 한 MOU도 체결했다. 해당 MOU를 통해 양사 간 기술을 교류해 친환경 사업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장동현 SK 부회장은 “글로벌 기술 선도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SiC 전력반도체 분야와 다양한 친환경 사업에서 성장 기회를 창출하고 SK가 추구하는 ESG 성과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킴 파우징 댄포스 CEO는 “이번 MOU는 양사의 지속가능 기술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친환경 전환 속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석유·가스 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 사이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는 회사를 그만두는 '기후퇴사' 현상이 번지고 있다. 사진은 석유 기업 셸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대화하는 모습. /셸
“기후 망치는 회사에서 일 못해”… 美·英서 번지는 ‘기후퇴사’

엑손모빌, 사상 최대 순익에도2년새 직원 1만명 대거 이탈온라인에 퇴사 후기 남기기도 최근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드인(LinkedIn)에는 퇴사자들의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독일에 사는 스테판 크루치나는 퇴사자들 중 하나다. 글로벌 석유 기업 셸(shell)에 재직 중이던 크루치나는 지난 6월 셸이 석유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약속을 파기하고 2035년까지 석유·가스 생산에 400억달러(약 54조13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을 때 사직서를 냈다. 이직 준비를 하던 것도 아니었다. 그는 링크드인에 “막대한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셸은 기후위기 대응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사회·환경적 책임보다도 단기 이익을 중시하는 것 같다”며 “이런 회사에서 더는 자랑스럽게 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글을 올렸다. 셸에서 11년간 근무한 캐롤라인 데넷도 링크드인에 사직 후기를 동영상을 올렸다. 데넷은 “회사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무시하고 있다”며 “화석연료 생산을 줄이지 않는 모습에 더는 참을 수 없다”고 했다. 그가 올린 영상은 1800회 이상 공유됐고, 약 1만7000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영상에는 응원 댓글도 1600여 개 달렸다.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는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하는 이른바 ‘기후퇴사(Climate Quitting)’ 현상이 글로벌 석유·가스 산업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BBC는 23일(현지 시각) 여론조사기관 슈퍼크리티클(SuperCritical)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설문에 참여한 영국 직장인 2000명 중 62%는 “기후위기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회사로 이직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의 71%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기업의 전망이 훨씬 더 밝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BBC는 “현재 직장을 다니는 이들, 특히 MZ세대는 공동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고 지속가능성이 높은 산업에 자신의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수입 맥주. /연합뉴스
기후변화로 맥주 맛 떨어지고 쌀 영양소 줄어든다

기후변화가 음식의 맛을 떨어뜨리고 영양소까지 줄게 한다는 연구가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프라하 체코생명과학대학의 마틴 모즈니 교수와 영국 로담스테드연구소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기후변화로 인해 맥주의 맛과 품질이 변하기 시작했다는 연구 결과를 실었다. 맥주의 쌉싸래한 맛과 거품을 내는 핵심 성분 ‘홉(hop)’의 작황이 나빠지면서다. 홉은 유럽과 아시아의 온대지방에서 자라는 덩굴 식물로, 솔방울 모양의 꽃이 맥주를 만드는 데 쓰인다. 맥주는 로스팅된 홉과 보리 등의 맥아를 효모로 발효시켜 만들어지기 때문에, 홉의 품질 하락은 맥주의 맛에 악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유럽 지역의 홉 재배량은 2050년까지 최소 4.1%에서 최대 18.4% 감소한다. 맥주의 독특한 맛과 향을 주는 홉의 알파산 함량도 20~30.8%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은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은 가격이나 품질 측면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홉 생산량은 감소 추세다. 주로 독일·체코·슬로베니아에서 재배되는 홉의 생산량은 1995년 이후 ha당 평균 0.13~0.27t 줄었다. 특히 슬로베니아 첼레(Celje) 지역의 감소율은 19.4%로 가장 컸다. 세계 홉 생산국 2위인 독일에서도 감소폭은 컸다. 독일의 슈펠트가 19.1%, 할러타우가 13.7%, 테트낭이 9.5% 감소했다. 체코생명과학대학 과학자 미로슬라프 트른카는 “기온이 더 오르고 강수량이 줄면 홉 재배에 필요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것도 힘들어질 것”이라며 “홉 재배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로 맛이 변하는 건 맥주뿐만이 아니다. 마이클 호프만 하버드대학교 공중보건대학원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2050년에는 쌀의 비타민B 함량이 30% 감소할 것”이라며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기후위기 대응 아동권리보장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부터)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건이·최진원·정아윤 학생, 고완석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 박강은 학생. /굿네이버스
“기후위기로부터 아동의 권리를 지켜주세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후위기 시대 아동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18일(현지 시각) 유엔아동권리협약 일반논평 제26호 ‘기후변화에 중점을 둔 환경과 아동권리’를 공표하면서 마련됐다. 기후변화를 아동에 대한 구조적 폭력으로 규정하고,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에 취약한 아동의 신체·마음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기자회견은 굿네이버스와 한국아동단체협의회가 양이원영·이용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공동개최했다. 굿네이버스 아동권리모니터링 단원 등 4명의 아동도 함께했다. 최진원(전주만성초 6학년)·박강은(부산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1학년) 학생과 대한민국아동총회 제19기 의장인 정아윤(화성동화중학교 1학년) 학생, 제26호 일반논평 초안 논의에 참여한 김건이(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제주 13학년) 학생 등이 단원으로 참가해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아동·청소년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아동권리보장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이를 위한 국가와 사회의 책무를 발표했다. 정아윤 학생은 “한국 정부는 기후변화와 아동인권의 관계성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은 기후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는 더 많은 아동이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소셜미디어(SNS)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래를 물려받을 아동·청소년의 목소리에 더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건이 학생은 “기후위기는 우리 시대의 가장 급박한 문제로써 많은 국민이 기후 정책과 이행 결과에 대한 정보를 이해하고, 관련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의 중요한 임무”라며 “정부는 이런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정보의 접근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고 관련 교육을 증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빈 의원은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아동과 같은 사회적약자에게

‘2023 기후과학 합동 보고서(United In Science)’ 표지. /WMO
“기후변화가 SDGs 달성 방해… 극심한 기아·물부족 직면할 것”

기후변화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유네스코, 유엔개발계획기구(UNDP), 세계기후연구프로그램(WCRP) 등 18개 기관과 함께 ‘2023 기후과학 합동 보고서(United In Science)’를 14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기후과학 합동 보고서는 기후변화와 이상기후가 SDGs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한 보고서로, 매년 발표된다. SDGs는 인류가 2030년까지 이루기로 약속한 공통의 목표로, ▲기아 해소 ▲성평등 달성 ▲식수와 위생 관리 ▲생물다양성 유지 등 17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SDGs의 15%만 제대로 이행되고 있다. 이에 2030년에는 약 6억7000만명이 기아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깨끗한 식수와 양질의 위생을 보장받지 못하는 지역에 사는 여성 수는 기존 3억8000만명(26개국)에서 2030년 4억7100만명(29개국)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 현상이 도시화와 결부되면서 질병과 조기사망이 급증할 것으로도 예상됐다. 보고서를 집필한 연구진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166개국의 탄소 감축 목표는 파리협정을 달성하는 데 못 미친다”며 “추가적인 액션 없이 현재의 목표만 추구한다면 이번 세기 내 지구 온도 상승폭은 2.8도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지구의 평균 표면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15도 높았다. 특히 지난 6개월간의 지구 표면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최대 1.3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열대 동태평양의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온도가 더 오른 것이다. 이러한 탓에 기후재난 발생 빈도는 잦아지고 있다. 보고서는 “1970년부터 2021년까지 기후변화에 기인한 재난이 1만1778건으로 보고됐으며, 이 재난들로 인해 208만7229명이 숨지고 4조3000억달러(약 5699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특히

몬태나주 정부가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화석연료 개발을 승인해 지역주민들의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에 대한 권리’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아동·청소년 환경운동가들. /AFP 연합뉴스
미국 청소년들은 어떻게 기후소송에서 승소했을까?

미국 몬태나주(州)에 사는 5~22세 아동·청소년 16명이 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기후헌법소송에서 14일(현지 시각) 승소했다. 지난 수년간 미 전역에서 비슷한 소송이 제기됐지만, 실제 재판까지 이어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소송이 제기된 건 지난 2020년. 당시 몬태나주에는 산불과 홍수 등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한 피해가 빈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몬태나주 의회는 주 정부의 화석연료 관련 사업 승인 심사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조사 항목을 제외하는 정책을 통과시켰다. 미국에서 석탄 채굴 등의 사업을 운영하려면 주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사하고 허가를 내리는 절차가 필요하다. 몬태나주가 미국의 대표적인 석탄·천연가스 생산지다. 몬태나주에만 가스정(井) 5000개, 유정(油井) 4000개, 정유공장 4개, 탄광 6개가 있다. 미 전역 석탄 매장량의 30%를 차지하는 규모다.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으로 에너지의 3분의 1가량을 얻는다. 이에 지역 청소년들은 해당 정책이 주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몬태나주의 주 헌법은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며 ‘주 정부와 개인은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해 환경을 유지하고 개선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한다. 원고들은 “주 정부가 화석연료 개발을 승인해 건강한 환경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연소 원고인 네이트(5)는 대기질 악화로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다. 또 다른 원고 게오르기(21)는 매해 11개월씩 훈련하던 스키선수였지만, 기후변화로 훈련 장소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진로를 포기했다. 겨울에 눈이 적게 내리고 여름에 산불이 발생한 탓이다. 지금은 스키선수의 길 대신 대학에서 환경과학을 공부하고 있다. 학교 옥상에 태양전지판을 설치하려던 클레어(20)는 몬태나주에서 태양광 발전 설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조선DB
[키워드 브리핑] 기후위기에 치솟는 밥상물가… ‘기후플레이션’이 온다

‘기후’와 ‘고물가’ 합성한 신조어작황 부진에 따른 식료품 물가 상승 점심으로 나물비빔밥을 요리해먹는다고 가정해보자. 시금치·상추·당근·고사리·콩나물 등 기본적인 재료가 필요하다. 농산물 유통 정보를 제공하는 농넷에 따르면, 11일 기준 전국 공영 도매시장에서 시금치 1kg은 평균 1만220원, 상추 8960원, 당근 1580원, 고사리 2760원, 콩나물 730원에 거래됐다. 도합 2만4250원이다. 불과 3개월 전인 지난 5월 11일 시금치와 상추 1kg은 2000~3000원대에 거래됐다. 세달만에 가격이 3배 이상 오른 것이다. 채소·과일값이 널뛴 건 날씨 때문이다. 적도 부근 수온이 올라가는 엘니뇨가 4년 만에 발생하면서 폭염과 폭우, 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산물 수확량이 감소했고, 식량 가격이 급등했다. 특히 엽채류의 주요 산지인 충청권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상추 등을 재배하는 농지가 침수·낙과 등의 피해를 입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물가상승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영국 BBC의 시사 프로그램 뉴스나이트는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이라는 신조어를 소개했다. 기후플레이션은 ‘기후(Climate)’와 ‘고물가(Inflation)’의 합성어로, 기후변화가 작황 부진 등을 초래하면서 식료품 물가가 뛰는 현상을 의미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주부 임씨(53)는 “기본적인 밑반찬 재료값이 너무 오르다 보니 밥상을 어떻게 차려야 할지 끼니마다 고민이 된다”며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채소나 과일의 품질이 더 좋은 것도 아닌 게 문제”라고 말했다. 기후플레이션의 영향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멕시코주를 덮친 가뭄은 할라피뇨 고추 흉작을 초래하며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스리라차 소스’의 가격을 폭등시켰다. 스리라차 소스는 원래 한병(481g)에 5달러(약 6500원)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아마존 등 온라인 상거래에서 10배가 넘는 50달러(6만5000원)에 판매되고

지난 1월 휴스턴주 일대가 토네이도로 초토화된 모습. /AP 연합뉴스
자연재해로 세계 보험손실액 올해 상반기만 66조원

자연재해로 인한 전 세계 보험사의 손실액이 올 상반기 기준 500억 달러(약 65조915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손실액의 70%는 토네이도와 같은 대류성 폭풍(SCC) 피해로 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9일(현지 시각) 글로벌 재보험사 ‘스위스리’(Swiss Re)는 “기후변화 등에 따라 올해 상반기 자연재해 보험손실액은 지난 10년간 평균치인 320억 달러(약 42조1856억원)보다 54% 높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재보험사는 일반 보험사의 리스크 분산을 위한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다. 대류성 폭풍으로 인한 손실액은 350억 달러(약 46조1160억원)로 전체 손실액의 70%가량을 차지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평균치인 180억 달러(약 23조7222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폭우와 우박을 동반한 토네이도 등 대류성 폭풍이 경제적 피해로 이어진 사례는 729건에 달한다. 페리 셈슨 미국 미시간대학교 대기과학 교수는 지난 3월 미국 언론 복스(VOX)와의 인터뷰에서 “토네이도가 일회적 현상이기 때문에 기후변화의 결과로 규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폭우와 폭염 등이 토네이도 생성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줬다”고 설명한 바 있다. 자연재해 보험손실액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재해 재보험 가격과 보험 가격이 연쇄적으로 상승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9일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영국 특수보험업체 히스콕스(Hiscox)는 북미지역 자연재해 재보험 가격을 43% 높였다. 재보험은 보험사 등이 보험계약상의 책임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보험사에 인수시키는 보험이다. 미국 보험사 스테이트팜은 지난주 재보험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자연재해 보험 가격을 20%가량 인상했다. 제롬 헤겔리 스위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후 변화에 따라 자연재해 규모와 강도 모두가 확대되고 있다”며 “기후적응과 관련한

티베트고원의 야생 타카키아 이끼. /베이징 수도사범대학(Capital Normal University Beijing)
4억년 견딘 ‘히말라야 이끼’ 지구온난화로 멸종 위기

빠르게 진화하는 특성 덕에 4억년을 살아남은 ‘타카키아(Takakia) 이끼’도 작금의 지구온난화에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랄프 레스키 교수와 베이징 수도사범대학 허이쿤 교수팀이 9일(현지 시각) 과학저널 ‘셀(Cell)’에 게재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타카키아 이끼는 현재의 온난화와 서식지 감소로 인해 앞으로 100년 후에는 멸종위기에 처할 것으로 나타났다. 작고 느리게 자라는 타카키아 이끼는 히말라야 4000m 고지대와 일본, 미국 등 일부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히말라야 티베트고원의 타카키아 서식지를 10년간 18차례 방문해 표본을 수집하고 서식지를 조사했다. 또 타카키아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기후변화가 타카키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연구팀은 “타카키아는 매년 8개월간 눈에 덮여 있고, 4개월간 고강도 자외선을 받는다”며 “극단적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폭설과 자외선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개체군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카키아는 현재 빠르게 진화하는 유전자가 가장 많은 게놈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티베트고원의 타카키아 개체 수는 매년 1.6%씩 감소했다. 연구팀은 타카키아에 적합한 서식지가 금세기 말에는 1000~1500㎢ 규모로 줄어들 것이라 전망했다. 타카키아 멸종을 막기 위해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타카키아를 증식한 다음 티베트고원에 이식하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지난 5년간 이식된 식물 일부가 생존해 번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원 중 한명인 레스키 교수는 “인간이 진화 정점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공룡도 결국엔 멸종된 것처럼 인간도 사라질 수 있다”며 “공룡의 등장과 멸종, 인간의 등장을 지켜본 타카키아로부터 회복력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