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발언대] 컴퓨터 없이 온라인 수업받는 아이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면서 저소득 가정의 온라인 학습 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가정방문을 진행했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었던 두 아이가 있다. 영구 임대 아파트에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고등학생 민수(가명)와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의 일용직 수입이 전부인 고등학생 효진(가명)이. 민수는 싱어송라이터가 꿈이라고 했다. 싱어송라이터가 되어 자신이 만든 노래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효진이는 아름다운 집을 짓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수줍은 목소리로 꿈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보니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두 가정에는 컴퓨터가 없었다. 컴퓨터를 설치할 공간조차 없었다. 당장 먹고사는 일이 우선인 이 가정이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는 건 불가능해보였다. 코로나19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디지털 빈부격차‘라는 또 한 번의 좌절을 안겼다.     “제발 도와주세요. 아이가 죽을지도 몰라요.” 아프리카 기니 출신 하디아씨의 요청은 간절했다. 그는 2013년 남편과 한국으로 망명했다. 넷째를 임신한 하디아씨는 고혈압과 선천적인 뱃속 질환 때문에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을 해야 했다. 하지만 난민 지위를 얻지 못한 그에게 공공영역의 지원은 불가능했다. 비자가 없어 일용직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상황에서 출산이 임박해왔다. 산모와 아이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코로나19가 취약계층의 일상을 무너뜨리고 있다. 당장 한 끼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이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우리(가정복지회)는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의 10%를 기부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찐기부야 챌린지’를 기획했다. 찐기부야 챌린지는 트로트 가수 영탁의 노래 ‘찐이야’에서 착안한 제목이었다. 취약계층의 일상 회복을 목표로 삼고 홍보를 시작했다. 스타와 팬이 함께하는

“의료 인프라 부족한 나라에 필요한 앱… 국제 사회서도 주목받았죠”

[인터뷰] 코로나19 예측 앱 개발한 군의관 허준녕 대위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응 현장에선 의료 자원의 효율적 분배가 아주 중요합니다. 누가 더 시급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인지 알려주면 의료진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나라일수록 이런 시스템이 꼭 필요해요. 국제사회에서도 그걸 알아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예후 예측 서비스를 만든 국내 의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닥클(DOCL·Doctors in the Cloud)’ 팀이 그 주인공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이 서비스를 공공 목적의 국제보건기술 목록에 등재했고, 구글은 지난달 후속 개발 기금 6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닥클을 이끈 사람은 국군의무사령부 허준녕(34·신경과 전문의) 대위다. 지난달 22일 전화 인터뷰로 만난 허 대위는 “IT와 의료를 접목해 효과적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다”면서 “필요한 곳 어디서든 쓰이도록 비영리 모델을 고수할 것”이라고 했다. ‘IT 덕후’ 의사가 만든 코로나 예후 예측 서비스 “닥클은 환자용과 의료진용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인터넷에 닥클이라고 검색해서 들어가면 환자용 서비스를 만날 수 있어요. 의심 환자인 경우, 동선과 증상 등을 따져 선별진료소를 방문해야 하는지를 자가 진단할 수 있어요. 의료진용은 앱(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해 현재 사용되고 있어요. 앞으로 증상이 얼마나 심각해질지가 점수로 나타나요. 처치 방법에 대한 조언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의료진용의 경우 환자 관리와 진단에 필요한 시간과 노동력을 줄여준다는 면에서 획기적이라는 평가다. 병원이 가진 확진자 정보가 서비스에 자동 연동되게 만들었고, 인공지능(AI)이 필요한 정보만 선별해 의료진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환자의 상태를 점수로 보여주기

노인 빈곤 문제 해결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시작입니다

비영리단체 ‘코리아 레거시 커미티’를 만나다 지난 8월 8일. 코리아 레거시 커미티(이하 ‘KLC’) 봉사자들이 경기 성남 ‘안나의 집’에 모였다. 최근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노인 무료 급식소들이 다시 문을 닫으면서 무료 급식으로 하루를 버티던 노인들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도시락을 만들어 배급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배식 시간은 오후 3시. 봉사자들은 오전 10시부터 630인분의 도시락을 포장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봉투에 물을 담아 옆 사람에게 넘기면 다음 사람은 복숭아를 담고, 다음 사람은 빵을 담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오후 3시가 되기 훨씬 전부터 배식 줄이 길게 늘어섰다. KLC 봉사자들은 “기다리고 있는 어르신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바빠진다”며 도시락 포장에 속도를 높였다. 코로나19, 더 심각해진 노인 빈곤 문제 KLC는 2015년 설립된 비영리 청년 단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 빈곤율 1위인 한국 사회에서 노년의 삶을 조명하고 젊은 세대와 문제의식을 공유해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자 탄생했다. KLC 운영진 윤성일(33)씨는 “무료 도시락을 받으러 나온 한 어르신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배고픔이 훨씬 무섭다’고 하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면서 “KLC가 노인 빈곤 해결에 나서는 이유”라고 밝혔다. KLC는 지난 4월부터 코로나 19 확산 우려로 운영을 잠정 중단한 노인 관련 공공시설 및 다중 이용시설을 대신해 주말마다 무료 도시락 배식을 진행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은 성남에 있는 ‘안나의 집’에서 하고, 일요일에는 서울 종로에 위치한 사회복지원각 노인 무료급식소에서 도시락을 제공한다. KLC는 “코로나19 발생으로 독거노인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보호소 머무는 유기동물 전년比 6배 증가… 코로나로 발길 ‘뚝’

“혼자서 200마리가 넘는 아이들을 씻기고 먹이느라 힘듭니다. 그래도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에는 봉사활동 오는 분들이 계셨는데. 지금은 혼자 다해요. 이것들도 다 생명인데, 어쩌겠습니까. 한번 버려진 아이들을 어디로 보내겠어요. 제가 끝까지 키워야죠.” 대구시 수성구의 유기견 보호소 ‘영자네’에서는 최영자(72)씨 홀로 200여 마리의 유기견을 보살핀다. 도움의 손길은 끊긴 지 오래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2월 이후 6개월 넘게 봉사자들은 보호소를 찾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피해는 유기동물들도 피하지 못했다. 전국 유기동물 보호소에는 갈 곳을 잃고 헤매는 동물들이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8월말 기준으로 전국 보호소에 머무는 유기동물은 1만4030마리다. 전년 동기 2428마리에 비해 6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입양된 유기동물 수는 2만5096마리로, 전년 대비 1847마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8월 전국에서 접수된 유기동물 수는 9만253마리에 이른다. 해마다 버려지는 반려동물은 매년 10만 마리를 훌쩍 넘지만, 보호소의 여건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사정이 더 어려워졌다. 특히 유기견보호소 영자네처럼 안락사가 없는 곳일 경우 비용과 일손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안락사는 안 시켜요. 다 귀한 생명인데, 어쩌다 버려져 갈 곳도 없는 애들을 누가 돌봐주겠어요. 시에서 운영하는 보호소에 가보면 개들이 그 좁은 데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있어요. 다들 보름 내로 입양 안 되면 안락사 되는 애들이에요. 눈물 나서 그 모습 못 봐요. 불쌍해서. 그렇게는 못해요.” 최씨의 보호소는 사설 보호소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로 설 곳을 잃은 이주민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8월 중순 다시 급증하면서 정부는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상향하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한 피해는 그 누구도 비켜갈 수 없지만, 재난 상황에서 사회경제적 약자는 그 피해를 정통으로 맞는다. 코로나19가 이주민 사회를 파고들고 있다. 최근 실시된 이주민 대상 설문에 따르면, 이주민 10명 중 6명은 코로나19 이후 소득 감소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전염병 유행은 건강을 넘어 생계의 문제로 다가왔다. 이주민에게 더욱 가혹한 코로나 지난 6월 이주민 인권단체 ‘이주민과함께’는 부산 지역에 거주하는 이주민 333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피해에 대한 설문조사(복수 응답)를 진행했다. 응답자의 66.7%는 경제적 피해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고, ‘장보기·대중교통 이용 등 일상생활의 불편’(38.1%), ‘의료기관 이용의 어려움과 두려움’(28.8%), ‘차별적인 제도와 정책’(25.8%), ‘개학 연기, 어린이집 휴원으로 인한 자녀 돌봄’(25.5%) 순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코로나19 관련 정보 부족’(16.5%)과 ‘일상에서 차별과 혐오’(16.2%)를 꼽은 응답자도 있었다. 이진혜 이주민센터 친구 변호사는 “경제적으로 소득이 적은 이주민들은 코로나로 생계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한국인이라면 사회복지 제도의 수급자로 선정될 만한 사람이 그 어떤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 구제받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고 했다. 경제적 피해의 원인으로는 ‘일이 줄거나 없어졌다’는 응답이 63.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안정적인 일자리보다는 일용직에 종사하는 이주민이 많은 탓이다. 그나마 직장을 갖고 있던 이주민의 20.7%는 ‘직장이 휴업하거나 직장에서 해고당했다’고 답했다. 고용 환경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치명타로 작용한 셈이다. 이주민과함께는 설문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통해

학교 밖에서, 청소년 누구나…문화예술의 진입 장벽 허물다

진화하는 문화예술교육 코로나19 장기화로 문화예술교육이 전환점을 맞았다. 현재 비대면 교육이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서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국내 문화예술교육은 2005년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이 마련된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15년 전 89억원에 불과했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산은 올해 기준 1296억원으로 확대됐고, 전국 학교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예술 강사는 5158명, 복지 기관 예술 강사는 491명이 됐다. 전문가들은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전체 문화예술교육의 90% 이상이 학교에서 이뤄지고 전국적으로 동일한 프로그램을 적용하면서 질적 성장은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사회공헌 차원으로 문화예술교육에 집중하는 기업들은 최근 실험에 나서고 있다. 기존에 학교와 사회로 분리됐던 문화예술교육의 경계를 허물고, 아동·청소년부터 청년까지 성장 단계별 체계적인 지원을 하기 위한 시도다. 문화 예술 분야 전문 멘토 대거 투입 “여러분은 어떤 음식을 만들고 싶나요? 요리의 조건은 모두 같습니다. 식재료·불·사람. 그렇지만 그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결과는 다릅니다. 먼저 제철에 맞춰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첫째로 고려하고, 그다음 불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을 유념하면서, 어떤 마음으로 어떤 스킬을 사용해 음식을 요리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청소년들 앞에서 요리 시연을 하던 김병필 CJ나인브릿지 총괄 셰프가 노하우를 하나씩 꺼냈다. 지난해 11월 문화예술교육 차원에서 마련된 청소년 문화 동아리 특강 자리에서다. CJ나눔재단은 지난해 시범 사업으로 ‘문화 꿈지기’를 진행하면서 ▲방송 ▲영화 ▲음악 ▲뮤지컬 ▲요리 ▲패션·뷰티 등 여섯 분야 문화 동아리를 조직했다. 선발된 동아리는 5개월간 각 분야에서 다양한 체험을 통해 스스로 문화 창작물을 만들어

코로나19 여파로 ‘지역아동센터 문화예술교육’ 타격

야외활동 자제 분위기에 문화시설·체험 중단 비대면 프로그램, 인프라 부족으로 효과 미미 코로나19 여파로 청소년 문화예술교육이 마비됐다. CJ나눔재단이 지난달 전국 지역아동센터 40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 생활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체능교육’ 중단율은 67.4%(이하 중복 응답)였고 ‘문화시설 관람’과 ‘야외캠프 활동’ 중단율은 각각 60.7%로 나타났다. 지역아동센터 중점 프로그램은 크게 ▲교과·인성교육 ▲문화예술교육 ▲정서 지원 ▲지역사회 연계행사 등 네 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된 프로그램은 ‘문화예술교육’에 집중됐다. 반면 ‘인성교육’의 중단율은 7%에 불과했고 ‘교과학습’도 15.9%로 낮게 나타났다. CJ나눔재단은 “문화예술교육이 유독 큰 타격을 받은 건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에 더해 문화시설 휴관, 체험 프로그램 취소, 대체 콘텐츠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문화예술교육을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최미영 서울 광진구 어린이나라지역아동센터장은 “지난 10년간 이어오던 국악수업을 전면 취소했다”면서 “매주 한 번씩 국악 전공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꿈을 키워오던 열두 명의 아이는 6개월째 활동을 쉬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인천 신현신나는지역아동센터 김정은 센터장은 “체험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이나 외부 강사가 필요한 수업은 아예 시작도 못 하고 있다”면서 “구청에서 지원받은 문화예술교육 예산으로 비대면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일부 기업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비대면 문화예술교육 자료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장비가 부족해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0.6%가 ‘인프라 부족’을 비대면 교육의 어려움으로 꼽았다. 인천 지역의 한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6개월, 전 세계 아동 800만명 노동·구걸에 내몰렸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6개월 만에 전 세계 아동 1억1000만명이 배고픔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월드비전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근 월드비전은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취약지역 주민들의 직간접적 삶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긴급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중남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아시아 24개국의 1만4000여 가정과 아프리카 소상공인 24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800만명의 아동이 노동하거나 구걸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입 감소를 겪은 캄보디아 가정 중 28%가 아동을 노동 현장에 보낸다고 응답했고, 방글라데시의 경우 조사대상의 34%가 아이들이 구걸에 내몰렸다고 답했다. 유엔은 학교 급식에 의존하던 아동 3억 6800만명이 다른 식량 공급원을 찾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월드비전은 “코로나19와 같은 위기가 닥치면 최빈국에서는 취약한 아동과 그 가족이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다”면서 “취약국가에서는 내전, 정치적 불안, 기후변화 등 기존의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소득급감이 겹쳐 주민들이 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1일 코로나19의 아프리카 지역 확산세가 빨라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국제구호단체에서는 취약계층 대상의 즉각적인 생계지원 없이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달성은 물론, 아동들의 다음 세대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동주 월드비전 국제구호 취약지역사업팀장은 “전 세계에 닥친 코로나19라는 끔찍한 재난으로 고통받는 아동들을 위해 최근 수십 년간 있었던 어떤 구호사업 현장에서보다 큰 규모의 지원 대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학대·강제노동 아동 급증

코로나19 확산으로 아동학대가 증가하고 노동을 강요받는 아동의 수도 급증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세이브더칠드런과 플랜인터내셔널이 22일 공동 발표한 보고서 ‘우리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Because We Matter: Addressing COVID-19 And Violence Against Girls in Asia-Pacific)’에 따르면, 인도의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 11일 만에 9만2000건을 돌파했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전 대비 50%나 증가한 수치다. 태국에서는 봉쇄 기간 가정폭력 사례가 2배 증가했고, 방글라데시·싱가포르·미얀마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보고됐다. 이 보고서는 코로나19 자체보다 가계 경제의 어려움으로 발생하는 아동학대, 조혼, 성폭력 등이 여아의 삶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4월 유엔인구기금(UNFPA)은 코로나19로 이동제한 조치가 지속할 경우 3개월마다 세계적으로 성폭력이 1500만건씩 증가한다고 예측한 바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방글라데시 내 최대 홍등가 폐쇄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많이 늘어났고, 자녀에 대한 교육지원을 끊거나 노동을 강요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에 대한 가정폭력과 여아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인식개선 자료를 배포하고 라디오 등을 통해 교육 메시지를 송출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산 누르 세이브더칠드런 아시아 지역사무소장은 “전 세계적인 휴교 조치로 일상적인 교육과 교사의 보호 없이 학교 밖에 머무는 아동은 폭력과 착취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면서 “최근 수십 년간 아시아 지역에서 진전을 이뤄온 조혼 문제도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K방역 뒤엔 전문성 갖춘 긴급구호 있었다

코로나19 속 빛난 구호 활동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6개월째다. 그간 전 국민이 감염병 극복을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였고, 국내 방역 시스템은 이른바 ‘K방역’으로 불리며 세계적 찬사를 받았다. 최근 정부는 “전 세계 110국에서 한국의 K방역·역학조사 노하우 공유를 요청받았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재난 대응이 순조롭게 돌아갈 수 있었던 건 민간 영역에서 활발하게 이뤄진 구호 활동 덕이 크다. 이들은 정부가 채우지 못한 빈틈을 메우기 위해 먼저 움직였고, 각자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냈다. 긴급구호 키워드는 ‘속도전’ 대한적십자사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흘 뒤인 1월 23일 긴급대응본부를 가동하고 비상 대책 수립에 나섰다. 국내 민간단체 중 가장 빨랐다. 선제적 조치는 긴급구호로 이어졌다. 본격적인 지역감염이 시작된 2월, 적십자사는 감염병 예방세트 12만개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보냈다. 화재·수해 이재민을 위한 기존의 재난구호품과 달리 마스크와 위생용품으로 구성된 별도의 물품이 이미 준비된 상태였다. 이광준 대한적십자사 재난안전교육팀장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병 예방세트를 미리 마련해뒀고, 덕분에 큰 혼란을 막을 수 있었다”고 했다. 국제보건의료 NGO 글로벌케어는 대구·경북 확진자가 급증하던 지난 3월 초 코로나19의 최전방으로 알려진 대구동산병원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에크모와 인공호흡기 등 의료장비를 긴급 지원해 기존 3개 있던 중환자실 병상을 20개로 늘렸다. 당시 대구동산병원에 입원한 확진자는 400명에 달했다. 공영주 글로벌케어 나눔사업팀 과장은 “보건복지부에서 각 병원 지원 예산을 잡아놓은 상태였지만 실제 집행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면서 “재난 상황,

“코로나 사태, ‘인도주의’ 일깨운 계기로 삼아야”

[인터뷰]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 재난은 새로운 세상을 연다. 박경서(81)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배우고 또 배웠다”고 말했다. “이번에 확진 환자를 200명 가까이 받은 영주적십자병원 간호사들이 영상을 보내왔어요. 레벨D 방호복 탓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땀에 머리가 눌어붙었어요. 그런데도 ‘힘내자’면서 웃더군요. 우리 코로나 전사(戰士)에게 인도주의 정신을 배울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만난 박 회장은 “코로나 사태는 ‘나 혼자 잘 사는 시대는 끝났다’라는 걸 상징하는 사건”이라며 “역설적으로 이웃을 껴안고 보듬는 정신이 우리 사회에 살아 움직이는 걸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국내 1세대 인권전문가로 꼽힌다. 대한민국 초대 인권대사를 지냈고,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통일부 정책위원회 위원장, 경찰개혁위원회 초대위원장, 유엔 인권정책센터 이사장, 유엔 세계인권도시추진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인도주의(人道主義) ―코로나 사태가 막 터졌을 땐 어땠습니까? “재난이 터지면 누가 제일 빠르게 반응할까요? 정부? 시민사회? 아닙니다. 기업입니다. 중국 우한에서 신종 감염병이 번지니까 그곳에서 사업하는 국내 기업들이 제일 먼저 연락 왔어요. 이재민 긴급 지원해달라면서요. 적십자는 인도주의 정신으로 국제공조활동이 가능한 조직입니다. 곧장 중국적십자사 우한 지사에 전세기로 방역 물품을 보냈습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엔 확진자가 거의 없을 때였거든요.” ―그러다 국내에서도 비상이 걸렸지요?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오고 사흘 뒤인 1월 23일 긴급구호팀을 꾸렸습니다. 저도 아시아 6국과 위기·재난 대응 노하우를 공유하는 해외 일정 중에 급히 귀국했고요. WHO에서 코로나19 비상사태 선포한 1월 31일을 기점으로 응급구호품을 긴급 지원하는 대응 활동을

“휴교령으로 학교 못 갔는데… 라디오 교육방송 덕에 즐겁게 배워요”

탄자니아 아이들 교육 공백 지원 지난 3월, 탄자니아 잔지바르 자치정부 지역에 사는 파트마 아메드 유수프씨는 큰 고민에 빠졌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 마리암이 다니는 학교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생계를 위해 종일 일하는 파트마씨는 집에서 딸을 돌봐주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시름에 빠졌던 파트마씨 가족에게 한 달 만에 희망이 찾아왔다. 탄자니아 자치정부가 휴교령으로 생긴 교육 공백을 메우기 위해 라디오를 활용한 교육방송을 시작한다고 밝힌 것이다. 마리암은 “학교를 안 나가니 심심했는데 교육방송을 틀어놓으니 공부도 배우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마리암은 요즘 라디오를 통한 산수와 글쓰기 수업에 푹 빠져 있다. 탄자니아 교육 공백 메운 韓 ‘언택트 교육’ 탄자니아 잔지바르 자치정부는 정부-교육부-기업이 합심해 언택트 교육을 진행 중이다. 잔지바르 자치정부는 지역 내 라디오 보급률이 62.4%에 달하고 특히 청소년들이 있는 집에는 라디오가 대부분 구비돼 있다는 점에 착안해 휴교령이 내려진 직후부터 방송국과 함께 교육방송 제작에 나섰다. 교육부와 공영·케이블 방송국이 합심해 제작에 들어간 지 한 달 만인 지난 4월 24일 교육방송을 시작했다. 오마르 사이드 알리 잔지바르 자치정부 교육부 정보통신국장은 “다른 나라처럼 온라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기기가 부족해 엄두가 안 났는데 라디오·TV를 활용해 큰 효과를 봤다”고 했다. 라디오를 수단으로 선택한 후엔 학령기에 따라 가장 중요한 과목부터 시급하게 제작에 들어갔다. 초등학교용으로는 국어(스와힐리어)·수학·영어·과학을, 중등학교용으로는 화학·물리·생물·수학 과목을 제작했다. 빠른 대응 뒤엔 한국이 있었다. 잔지바르 자치정부는 ‘콰라라미디어교육센터’를 교육방송 제작·송출의 거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