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추어리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에 있을 당시 늑골이 드러날 정도로 삐쩍 마른 몸 때문에 '갈비사자'라는 별명이 붙은 수사자 바람이.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학대 논란’에도 동물원은 접근 불가… 美은 정부가 나선다

사육 동물, 소유권 포기 없이 구조 못해동물보호단체 “구조 후 보호시설도 부족” 늑골이 드러날 정도로 삐쩍 마른 몸 때문에 ‘갈비사자’라는 별명이 붙은 수사자 바람이(19)의 근황이 최근 공개됐다. 청주동물원은 지난달 19일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바람이 사진과 영상을 올렸다. 사진 속 바람이는 부경동물원에서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진 지 2주 만에 살이 오른 모습이었다. 늑골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청주동물원은 “더운 날씨로 식욕이 줄어들기 마련인데 바람이는 4kg의 소고기와 닭고기를 한자리에서 다 먹는다”고 했다. 2004년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난 바람이는 2016년부터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에서 지냈다. 가로 14m, 세로 6m가량의 낡고 비좁은 철창 안. 천장과 벽면이 온통 회색 시멘트로 덮여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25평 남짓한 공간이 바람이의 서식지였다. 함께 지내던 암사자가 죽은 후에는 홀로 지내왔다. 이후 부경동물원 관람객들이 바람이가 시멘트 바닥에 누워 있거나 무기력한 모습을 목격했고, 지난 6월부터 김해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동물복지에 신경 써달라”는 민원을 잇달아 제기하면서 동물학대와 부실운영 논란이 일었다. 동물보호단체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온라인을 통해 바람이의 사진과 함께 혹이 달린 거북이, 털이 덥수룩한 양 등 부경동물원의 방치된 동물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자 청주동물원이 바람이를 돌보겠다고 나섰고, 지난달 5일 바람이는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졌다. 동물원서 구조되는 사례는 극소수… 대부분 폐사 부경동물원에는 여전히 흑표·호랑이·양 등 동물 50여 마리가 남아있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은 바람이처럼 열악한 환경에 놓인 동물이 타 보호시설로 이관되는 경우는 극소수라고 입을 모았다. 2020년 12월 환경부가 발표한 ‘제1차 동물원 관리 종합계획’에 따르면 국내 공영 동물원은

미국 야생동물생추어리(TWAS·The Wild Animal Sanctuary)가 운영하는 콜로라도 지역 생추어리. /TWAS 제공
[사육곰 ‘잠금해제’] 생추어리, 구조 동물의 처음이자 마지막 쉼터

미국 콜로라도주(州) 덴버의 북동 지역으로 가면 대평원이 펼쳐진다. 이곳에는 전 세계에서 구조된 야생동물들이 남은 생을 보낼 수 있는 이른바 ‘생추어리(Sanctuary)’가 마련돼 있다. 곰, 사자, 표범, 퓨마, 늑대 등 650마리 이상이 뛰노는 곳이다. 규모는 319ha(319만㎡)로 여의도 면적(290ha)보다 넓다. 지난 14일 강원 동해시에서 구조한 사육곰 22마리의 새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美 TWAS, 40년간 이어온 야생동물의 마지막 쉼터 동물보호단체 야생동물생추어리(TWAS·The Wild Animal Sanctuary)는 이곳을 비롯해 콜로라도 스프링필드(3918ha), 텍사스 보이드(16ha) 등 총 3곳에서 동물들을 보호하고 있다. 전체 생추어리의 총 부지 면적은 4253ha에 이른다. TWAS는 1980년대부터 40년 넘게 야생동물을 구조했다. 불법 사육 농가에서 압수한 야생동물이 많다. 또 서커스단이나 동물원이 없어지면서 갈 곳 없이 방치된 동물도 데려온다. 평생을 억압된 채 생활한 탓에 자연 생태계로 되돌아가긴 어려운 개체들이다. TWAS 생추어리는 야생동물 종별로 지역이 구분돼 있다. 자연환경도 해당 동물의 특성에 맞게 조성했다. 이번 동해시 사육곰이 이주한 콜로라도 생추어리는 물과 나무가 많은 곳이다. 사육곰들은 최소 일주일에서 최대 2개월 정도의 적응 기간을 갖고 본격적으로 생추어리 생활을 시작한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현재 전남 구례군과 충남 서천군에 추진 중인 사육곰 생추어리가 완공되면 농장으로부터 구조된 사육곰을 국외로 멀리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정부가 부지 제공하고 NGO가 비용 마련 중국·베트남·라오스에도 사육곰 생추어리가 있다. 이미 2000년대에 완공됐다. 국제 동물보호단체 애니멀스아시아(Animals Asia Foundation)는 1998년 중국 청두에 최초로 곰 보호시설을 설치했다. 현재 11개의 곰사와 15개의 방사장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40년간 방치됐던 사육곰들은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곰팡이성 피부 질환을 앓기도 한다. 정형행동(반복적 이상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사육곰 ‘잠금해제’] 막 내린 곰사육 40년史… 남은 338마리는 어디로

22마리가 떠나고 338마리가 남았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강원 동해시 농장에서 구조한 사육곰 22마리를 미국 콜로라도 야생동물 생추어리에 이주시켰다. 구조를 기다리는 사육곰은 338마리다. 국내에는 사육곰을 수용할 수 있는 보호시설이 없다.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곰을 해외로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환경부는 국내 곰사육 종식을 선언하고 2025년까지 전남 구례군과 충남 서천군에 사육곰 생추어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환경부 자연보전국 생물다양성과에 따르면, 구례군과 서천군 보호시설 수용 개체 수는 각각 49마리, 70마리로 총 119마리에 그친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사육곰 338마리의 35% 수준이다. 나머지 200여 마리 곰은 농장에서 기한 없는 세월을 보내야 한다. “우리 지역에 사육곰이 산다” 수도권에만 112마리 정부는 각 지방환경청을 통해 사육곰 농장과 개체 수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환경부가 정한 ‘곰 사육시설 권고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평가하기도 한다. 23일 기준, 전국 23개 농장에 사육곰 338마리가 살고 있다. 농장당 평균 14마리가 있는 셈이다. 한강유역환경청이 관할하는 수도권 지역에는 9개 농장에 사육곰 112마리가 머물고 있다. 전체 사육곰 개체 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금강유역환경청이 관할하는 충청·대전·세종 지역에는 142마리가 살고 있다. 환경부는 이 지역 농장 4곳 모두 사육장 최소 면적(4㎡)이나 사육시설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강원과 충북 일부 지역을 관할하는 원주지방환경청에서 파악한 사육곰 개체 수는 현재 41마리다. 이달 초만해도 63마리였지만, 동해시 농장의 22마리가 미국 생추어리로 이주하면서 줄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의 관할구역인 광주·전남·제주·경남에는 29마리, 대구지방환경청이 관리하는 대구·경북에는 11마리가 남았다. 전북에는 농장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가 강원 동해시 농장의 철창에 갇힌 사육곰을 보고 있다. 이곳의 사육곰 22마리는 십여년을 철창에 갇혀 살았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사육곰 ‘잠금해제’] 철창 속 반달곰, 미국서 여생 보낸다

국내에서 시한부 삶을 살던 사육곰 22마리가 15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새 삶을 시작했다. 강원 동해시의 농장에서 생(生)의 절반을 철창에 갇혀 산 사육곰들이다. 이들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9600km를 날아가 미국 콜로라도의 야생동물 생추어리에 새 보금자리를 얻었다. 이동 시간만 꼬박 50시간 걸렸다. 생추어리(sanctuary)는 공장식 사육농장에서 구조한 동물이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이다. 이번 사육곰 이주 프로젝트는 국내에서 구조한 사육곰을 해외 안식처로 보낸 최초 사례다. 국내외 민관(民官) 기관 9곳이 공조한 결과다. 국내에서는 동물자유연대(이하 동자연)와 함께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 농림축산검역본부가 힘을 보탰다. 미국에서는 야생동물생추어리(TWAS·The Wild Animal Sanctuary)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국내 첫 사육곰 美 이주 프로젝트 이번 구조활동에 투입된 금액은 10억원에 달한다. 주로 사육곰을 농장주로부터 매입하고, 대형맹수용 이동장인 크레이트(crate)와 무진동 이동 차량, 항공편, 식량 마련 등에 쓰였다. 재정은 동자연과 TWAS의 기부금, 일반 시민의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TWAS는 미국 야생동물보호단체로 콜로라도주 덴버 인근에 약 4253ha 규모의 생추어리를 보유하고 있다. 동자연은 지난 2018년 서울어린이대공원 내 폐쇄된 콘크리트 방에 갇혀 있던 사자 3마리를 구조해 미국 생추어리로 이주시킨 것을 계기로 이번 구조도 TWAS와 함께 진행했다.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 건 2020년 8월이다. 당시 동자연은 TWAS와 강원 동해시 농장의 사육곰을 미국으로 이주하는 구체적인 계획 수립에 돌입했다. 모두 22마리였다. 정진아 동자연 사회변화팀장은 “국내에는 사육곰 보호소가 없고 해외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 비용과 인력이 필요했다”면서도 “열악한 환경에서 죽어가는 사육곰들을 그저

새벽이, 먹기위해 길러지는 가축이 아닌 하나의 생명

국내 첫 ‘생추어리’ 일일봉사 체험기 생추어리(sanctuary)는 보호구역, 피난처라는 뜻이다. 미국의 동물권 활동가 진 바우어가 도축장, 공장식 농장에서 구해낸 동물들을 위한 공간을 생추어리라고 명명한 이후 동물들을 위한 안식처라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생추어리의 생명들은 축산동물로서 인간에 의해 삶이 강제로 중단되는 위기에서 벗어나 죽기 전까지 자신의 삶을 계속해 나간다. 우리나라에도 생추어리가 있다. 한 살이 갓 지난 돼지 ‘새벽이’가 거주하는 국내 최초 ‘새벽이생추어리’다. 새벽이는 지난해 7월 경기 화성의 한 돼지농가에서 태어났다. 동물권단체 DxE(Direct Action Everywhere) 코리아가 오물과 쓰레기로 뒤덮힌 농장에서 새벽이를 구출했다. 생후 6개월이면 도축을 당할 운명이었지만, 이제는 돼지의 수명(10~15년)을 채우게 됐다. 지난 8월 19일 오후 3시, 새벽이생추어리 일일봉사를 위해 경기도 모처로 향했다. 새벽이생추어리 일일봉사 겸 취재 허가 이후 받은 안내 문자에는 “생추어리의 공간을 외부에 발설하지 말아달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SNS 상에서 댓글과 DM으로 생추어리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협박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안내 문자를 따라 도착한 곳은 인적이 드문 한적한 시골이었다. 2명의 자원봉사자가 먼저 도착해있었다. “더우시죠? 물 좀 드세요.” 생추어리 활동가의 추천으로 봉사에 참여하게 됐다는 쌩칠(활동명·20)이 기자에게 물을 권했다. 나름 베테랑격인 쌩칠의 안내에 따라 짐을 내려두고 운동화를 장화로 갈아신었다. 새벽이생추어리 SNS를 통해 정기봉사 신청을 한 자원봉사자들은 택배 확인, 냉장고 정리, 새벽이 산책, 생추어리 청소, 식사 준비 등을 맡게 된다. 일일 봉사자였던 기자가 처음 맡게 된 일은 김치냉장고에서 꺼낸 싱싱한 오이를 새벽이에게 건네며 인사하는 일이었다.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