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
[진실의 방] 9·11 테러를 막은 사람

미국의 어느 상원의원이 비행기를 탔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항공기 기장이 있는 조종실 안으로 다른 승무원들이 너무 쉽게 드나든다는 점이었다. 안전상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그는 즉시 법안을 발의했다. 기장이 조종실 안에서 문을 열어줘야 바깥에 있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게 일종의 잠금장치를 항공기마다 장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항공사들은 난색을 표했다. 이런 장치를 모든 비행기에 설치하려면 일단 비용이 많이 들고 항공기 무게가 늘어나 연료도 더 많이 든다는 설명이었다. 법안을 낸 의원이 잠금장치 회사와 관련이 있다는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누명까지 써가며 그는 어렵게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모든 미국 항공기와 미국 땅을 밟는 외국 항공기들이 잠금장치를 장착하게 됐고, 그 덕에 알카에다가 항공기를 납치해 벌인 ‘9·11 테러’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기 때문에 의원을 칭찬하는 사람도 없었다. 미국 경제학자 나심 탈레브가 쓴 ‘블랙 스완’이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위험 상황에 대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어떤 대접과 평가를 받는지, 가상의 이야기를 통해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업으로 하는 사람도 있지만, 돈 한 푼 안 받고 자기 시간을 내서 하는 사람들도 있다. 적십자 자원봉사자들이 하는 ‘예찰’ 활동이 대표적이다. 태풍이 오거나 비가 많이 내릴 거라는 기상 예보가 뜨면 전국의 적십자 재난상황실로 그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예찰을 나가기 위해 모여든다. 자주 침수되는 지역, 문제가 생길 만한 지역을 미리

[기후금융이 온다] 한국은행의 수상한 채용공고

①’그린스완’ 대비하는 중앙은행들 이달 초 한국은행 홈페이지에 조금 특별한 채용 공고가 올라왔다. ‘기후’와 ‘경제’의 관계를 분석할 박사급 전담 연구원을 뽑는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번에 선발되는 인력은 금융안정국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기후변화가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게 된다. 기후변화가 실물경제와 금융시스템에 어떤 충격을 가져올지 예측하고 대비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주요 업무다. 이번 채용 공고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우리나라 금융기관에서 기후변화 관련 연구원을 뽑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영국·프랑스·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기후변화를 ‘환경 문제’가 아닌 ‘경제 문제’로 인식하고 대비해왔지만, 한국은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후변화를 가장 중요한 금융 이슈로 내세우고 있지만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대응은 줄곧 소극적이었다. 기후가 금융을 망친다? 중앙은행들이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후변화가 금융 위기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런 식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홍수·폭설 등의 자연재해가 ▲농업·관광·에너지·보건 등 실물경제에 피해를 주고 ▲이런 피해가 보험·대출·투자 등 금융 부문으로 파급되면서 ▲금융 위기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저탄소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도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탄소배출 규제 정책이 시행되면 ▲탄소배출 관련 산업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여기에 돈을 투자한 은행들의 손실이 확대돼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이라고 불리는 BIS(국제결제은행)는 올 초 ‘그린스완(Green Swan)’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다음번에 금융 위기가 발생한다면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린스완은 미국

[키워드 브리핑] 그린스완(The green swan)

인류가 기후변화(Climate change)에 빠르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국가별 중앙은행의 협력기구인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20일 ‘기후변화 시대의 중앙은행과 금융안정’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는 자연생태계와 시민사회를 위협할 뿐 아니라 화폐와 금융의 안정성까지 흔들어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BIS는 기후변화로 인한 금융위기를 ‘그린스완(The green swan·녹색 백조)’이라는 용어로 규정하고 “국제 사회·경제시스템이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린스완은 미국 월스트리트의 투자전문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지난 2007년 제시한 이후 ‘불확실한 위험’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리 잡은 ‘블랙스완(The black swan)’을 변형한 것이다. 탈레브는 국제 금융위기를 몰고 온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설명하면서 블랙스완을 예로 들었다.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예측하기 어렵고 ▲일단 발생하면 시장에 극심한 영향을 미치며 ▲오직 사건이 발생한 뒤에만 설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BIS는 그린스완은 블랙스완과 비슷하지만 ▲예측하기 어렵지만 미래에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는 확실성이 있고 ▲앞서 발생한 금융위기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BIS는 기후변화가 농산물과 에너지 자원의 급격한 가격 변동을 불러올 수 있고, 폭염으로 인한 근무시간 단축 등 인적 자원의 활용도가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로 인한 생산성 악화가 인플레이션·스테그플레이션 등을 유발해 국제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해수면 상승 ▲폭풍 ▲홍수 ▲폭염 등 기후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자연현상이 잦아지면서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기관, 기업, 가정 등의 경제적 비용과 재정적 손실이 증가할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