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원
[진실의방] ‘공변’이 사는 세상

변호사들을 부를 때 ‘김변’ ‘최변’ ‘박변’ 등으로 성씨를 붙여 줄여 부르는 모습을 흔히 봤을 겁니다. 최근 법조계에서는 ‘공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고 하는데요. 공씨 성을 가진 변호사가 아니라 ‘공익 활동 전담 변호사’를 뜻하는 공변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공변들의 활동은 변호사들의 일반적인 프로보노(공익을 위한 무료 봉사) 활동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한국 변호사들의 의무 공익 활동 시간은 연간 20시간. 물론 현장에서는 그조차 제대로 지키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반면 공변들은 아동, 장애인, 난민, 이주 노동자, 성 소수자 등 법률 서비스에서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 일에 ‘풀 타임’을 씁니다. 월급은 적고 하는 일은 어마어마하게 많죠. 만나는 사람이 대부분 어려운 사람들이라 오히려 보태주고 오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공변들의 활동은 2004년 국내 최초의 비영리 공익 변호사 단체인 ‘공감(共感)’이 탄생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공감의 변호사들은 모금을 통해 형성된 기금에서 최소한의 월급을 받으며 어려운 사람들을 변론했습니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2005년 공감에 합류해 지금까지 활동 중인 황필규 변호사(34기)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공감에 합격한 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해 달라고 했더니 ‘물론 축하해주겠다. 하지만 나는 위로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아내의 말은 농담이었지만 그만큼 공익 변호사들의 환경이 열악했습니다.” ‘괴짜 기수’로 유명한 사법연수원 41기부터는 공변이 확 늘었습니다. 41기는 연수생 시절이던 2011년 공변들을 지원하기 위한 ‘공익법률기금’을 처음으로 만들었는데요. 이름하여 ‘감성펀드’입니다. 41기 졸업생 1000명이 한 사람당 매월 1만원씩 내면 1000만원이 되고, 그 돈이면 공변 3명의 인건비가 나온다는 계산이었죠. 감성펀드를 만든

[진실의 방] 명령하는 왕관

성대한 축제의 날, 사자 레오가 온 나라 동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왕관’을 씁니다. 레오의 갈색 갈기 위에서 황금빛 왕관이 보기 좋게 번쩍입니다. 그런데 왕이 된 뒤 레오가 변하기 시작합니다. 왕좌에 앉아 기분 내키는 대로 법을 바꾸며 모든 걸 통제하려 들죠. 동물들은 ‘레오 폐하’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어야 했습니다. 레오의 폭정은 갈수록 심해집니다. 높은 곳에서 군림하는 자신이 대단하게 느껴지죠. 동물들의 불만은 날로 커져가지만 감히 누구도 거역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악독하다면서 왜 왕으로 인정해?” 호기심 많고 겁이 없는 아기새 가 동물들에게 물어봅니다. “그야 왕관을 썼으니까.” 이 말을 들은 아기새는 폴짝 날아올라 레오의 머리에 있던 왕관을 낚아챕니다. 빼앗은 왕관을 돼지의 머리에 씌워주죠. 그러자 이번에는 돼지가 레오처럼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립니다. 악어, 당나귀, 코끼리, 여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왕관을 쓰는 순간 모두 제멋대로가 됩니다. 아기새는 뭔가 결심한 듯 왕관을 낚아채 먼 수평선을 향해 날아갑니다. 그러고는 넓고 깊은 바닷속에 던져버리죠. ‘명령하는 왕관’이라는 동화책의 줄거리입니다. 어린이책이지만 어른들이 보면 더 뜨끔할 만한 이야기죠. 조그만 권력이라도 손에 쥐면 권리와 의무처럼 ‘갑질’을 해대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들이 떠오릅니다. 여러 가지 갑질 중에서도 최근에는 ‘직장 내 갑질’ 문제가 화두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한 일명 ‘양진호 방지법’도 오는 7월 시행되죠.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개인 심부름을 시키는 행위, 술이나 회식을 강요하는 행위, 정당한 이유없이 업무를 바꾸거나 일을 주지 않는 행위 등이 모두 처벌 대상입니다.

[진실의 방] 이제는 증명해야 할 때

싫어하는 것들에 대해 이상한 호기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내가 왜 그것을, 혹은 그 사람을 그렇게 싫어했을까. 비슷한 맥락에서 얼마 전, 학창 시절 끔찍이도 싫어했던 ‘수학’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펼쳐 든 게 ‘위대한 수학’이라는 책이었죠. 모르고 살기엔 진짜 억울한 50가지 수학 아이디어가 담겼다고 소개된 책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증명’에 관한 장(章)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증명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엄청난 노력과 실수 끝에 얻게 된다. 증명을 내놓기 위한 몸부림이야말로 수학자들 삶의 중심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성공적인 증명은 확립된 이론을 추측이나 좋은 고안으로부터 가려내려는 수학자의 ‘진품 인증’ 도장이나 마찬가지다. 증명에서 추구하는 특성은 엄격함과 투명함이며, 그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우아함이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통찰력이 들어간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게 증명 과정과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이 무심코 내뱉는 무수한 명제를 증명하고자 살아가는 건 아닐까. ‘진품 명품’까진 아니더라도, 인생의 끝에서 적어도 자신이 모조품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몸부림치는 것일까. 증명에 대한 이런저런 쓸데없는 상념을 떠올리던 가운데 ‘도시 재생 뉴딜 사업’에 50조원을 투입한다는 정부 발표를 보았습니다. 잘못하면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간 정부의 사업이 짝퉁 소리를 듣게 되진 않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2014년부터 본격화한 도시 재생 사업에 이미 수천억원이 쓰였지만 국민 반응은 싸늘합니다. 젠트리피케이션 등 여러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면서 도시 재생이란 단어부터가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됐습니다. 오죽하면 ‘한꺼번에 내쫓으면 재개발, 한 명씩 쫓아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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