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변이 사는 法]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도움 주고파… 출생 미등록 아동 찾아 전국 시설 돌았죠”

[공변이 사는 法] 김희진 변호사 “국내 아동 관련 법률은 성인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법이 아이들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죠. 현행법에 가려져 불이익을 당하는 아이들을 위해 잘못된 법제도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김희진(32·사진) 변호사는 국제아동인권센터(InCRC)에서 상근으로 일한다. 국제아동인권센터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기초로 아동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옹호 활동을 펼치는 비영리단체다. 김 변호사는 아동 권익을 보호하는 방안을 법무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제시하는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16일 만난 김 변호사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의 목소리에 한 번이라도 더 귀 기울이고, 도울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출생 기록 없는 아동, 양육시설에만 100여 명 보통의 변호사들이 소송 활동에 주력한다면 김 변호사는 직접 실태조사를 벌이고 문제를 발굴하는 등 ‘활동가’에 가까운 일을 한다. 지난 2015년 국제아동인권센터에 들어온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아동복지심의위원회에 대한 구성과 운영을 강제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을 이끌었고, 아동양육시설인 그룹홈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에도 역할을 했다. 지난해부터는 ‘출생 미등록 아동’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현행 ‘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부모는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 이내에 출생 신고를 하게 돼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관리하거나 단속할 방법이 없어 출생 미등록 아동이 계속 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변호사는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UBR)’와 함께 아이가 태어나면 병원에서 자동으로 출생 사실을 등록하게 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도’ 도입을 지난해 법무부에 제안했다. “법무부 담당자가 되묻더군요. ‘그래서 출생신고 안 된 아이가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시민운동 새로운 축 ‘시민 모임’, 별도 지원 체계 갖춰야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최근 법인화·조직화를 고민하는 시민 모임의 자문 요청이 잦다. 혼자 아이를 키우기도 힘든데 양육비를 받기 위해 소송과 집행을 거듭해야 하는 한부모 여성들이 모임을 만들어 양육비 제도 개선을 외치고 있고, 이념적 대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통일 담론에 지친 청년들이 혁신의 관점에서 통일 논의를 재구성한다. 돌봄·건강·소비 등 마을 문제 해결을 위한 지역 단위 시민 모임이 확장되고 있고, 온라인 플랫폼 기반 시민 모임도 늘고 있다. 민주주의 플랫폼 빠띠(Parti)에서는 1인 가구의 권리를 위한 ‘1인당’, 유전자 조작 관련 안전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GMO, 나는 알아야겠당’ 등 프로젝트 중심의 다양한 모임과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비조직·비정형적 다수 시민운동의 힘은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된 미투 운동, 2016년 광화문을 물들인 촛불 집회 등을 통해 증명됐다. SNS 공지, 구글 설문지, 유튜브 홍보 등 새로운 툴을 활용해 운영이 보다 용이해지고 있고, 활동 반경도 넓어지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발전과 함께 시민 모임의 확산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시민 모임은 활동을 이어가면서 법인화·조직화에 대한 고민에 부딪힌다. 좀 더 적극적인 운동을 펼치기 위해선 재정이 필요한데, 기부를 받는 경우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공익성이 높고 창의적인 활동을 개발하더라도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 없이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업비를 받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민 모임의 조직화를 장려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재단법인 설립을 위해서는 최소 3억원의 기본 재산이 필요하다. 사단법인도 통상 수천만원의 기본 재산이

[진실의방] 스마트폰이란 게 나왔다며?

스마트폰을 처음 접한 건 기자 6년 차 때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은 ‘선택’의 대상이었죠. “스마트폰이란 게 나왔다던데 쓸 거야? 말 거야?” 하는 식이었습니다. 자판이 없는 것도 어색하고 조작법 익히는 것도 귀찮아서 ‘안 쓴다’ 쪽에 손을 들었는데, 어느 기자 선배가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앞으로는 스마트폰을 쓸 수 있는 사람과 쓸 수 없는 사람으로 나뉘는 세상이 올 거다. 이걸 받아들이지 못하면 뒤처지고 도태될 것이니, 사용법이 다소 복잡하고 어렵더라도 써야 한다.” 서너 살짜리 어린애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누구나 스마트폰을 다루는 요즘 상황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죠. 조선일보 공익 섹션 ‘더나은미래’가 이달로 9주년이 됐습니다. 스마트폰을 살지 말지 고민했던 예전 기억이 문득 떠오른 건, 더나은미래의 역대 지면들을 살펴보며 비슷한 종류의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공익에 대한 대중의 인식, 공익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태도, 공익을 다루는 언론의 방식 등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초창기 발행된 더나은미래는 주로 기업 사회공헌이나 NPO(비영리단체)들의 활동을 다루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어려운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도왔느냐’에 관한 이야기죠.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이 커지고 모금 시장이 급성장하던 시기와 맞물리면서 나눔, 기부, 국제구호개발 등 다양한 영역의 이야기가 잔칫상처럼 푸짐하게 지면에 차려집니다. 이후 본격적인 ‘소셜(Social) 시대’에 접어들면서 정부나 기업, 소수의 리더가 주도하던 공익의 판이 시민 중심으로 재편됩니다. 더나은미래의 내용과 관점도 확 달라지죠. ‘얼마나 많이 도왔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가’에 대한 기사를 쓰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혁신가들, 환경·난민·동물·젠더

[공변이 사는 法] 북한 인권 활동가에서 변호사로…”편견 없는 세상 꿈꿉니다”

[공변이 사는 法] 전수미 변호사 “자유를 찾아온 북한 이탈 주민들은 남한 사회의 차별적인 시선에 무너집니다. 외국에 여행 갔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그 나라의 문화나 법률을 잘 알지 못해서 이런저런 사고가 나기도 하잖아요? 탈북민은 언어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온 사람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전수미(37) 변호사는 북한 인권활동가 출신이다. 북한 인권활동에 뛰어든지 햇수로 17년째. 이 가운데 7년은 변호사로 활동했다. 과거에는 직접 탈북민 구출사업을 진행했고, 지금은 북한 이탈주민 정착지원 시설인 하나원이나 통일부·법무부·외교부에 접수된 탈북민 사건을 공익소송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화해평화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평범한 탈북민들이 편견과 냉대 속에 범죄로 빠지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을 돕는 건 결국 ‘사람’을 돕는 일” 탈북민들은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분쟁에 휘말린다. 대표적인 게 층간소음 분쟁이다. “북한 출신의 사람들은 목소리가 큰 편이에요. 마치 성난 사람처럼 이야기해요. 아주 평온한 상태인데도 말이죠. 특히 북한에는 층간소음이라는 개념이 없어서인지 법적 분쟁까지 이어져요. 어떻게 보면 간단한 문제인데 법적인 도움을 구할 데가 없어 곤란해 하는 분들이 많죠.” 이 정도는 양호한 편이다. 문제는 폭행 같은 형사사건이다. 그는 “탈북민에게 ‘김정은 XXX’라고 말해보라며 자극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면서 “명백한 인권침해 사건인데 주먹이 오가면서 결국 형사사건으로 처리된다”며 안타까워했다. 전 변호사는 소송뿐 아니라 법제도 개선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남북 교류 확대되고 실질적인 통일 절차가 진행됐을 때를 대비하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각장애인 안마업 독점권… “장애인 생존권” vs. “직업 자유 침해”

  #서울 중랑구에서 안마원을 운영하는 시각장애인 심모(46)씨는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 “손님을 다 뺏겨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안마원 근처에는 ‘타이 마사지’ ‘황후 마사지’ 등 간판을 건 마사지 업소가 5개나 있다. “안마만 20년 했는데 무자격 업소 단속하는 걸 거의 못 봤어요.” #직장인 이모(33)씨는 한 달에 2~3번은 비장애인이 운영하는 집 근처 마사지숍을 찾는다. 시각장애인 안마사 외에는 돈을 받고 안마 업소를 운영하면 안 된다는 사실은 알지만, 죄의식을 느끼지는 않는다. “저렴하고 가까우니까 가게 돼요. 불법이라는데 와 닿지가 않으니까.” 100년 넘게 유지된 시각장애인의 안마업 독점권이 흔들리고 있다. 안마 프랜차이즈부터 태국·중국 등에서 건너온 안마사를 고용한 무자격 업소까지 난립해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설 땅이 좁아졌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7년 네 번째로 시각장애인의 안마업 독점권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법조계에서도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 인식도 ‘무자격 업소는 불법’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고 있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시각장애인 생존권’ vs. ‘직업 선택의 자유’ 의료법 제82조는 일정한 수련을 거친 시각장애인에 한해 안마·마사지·지압 등을 할 수 있는 안마사 자격을 준다고 명시한다. 1912년 조선총독부 칙령으로 시각장애인에게 안마업 독점권을 준 것을 시초로 107년간 이어졌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안마사 자격을 가진 시각장애인은 2016년 기준 9742명이다. 이 가운데 현업 종사자는 5000명 정도다. 무자격 안마사는 ▲피부 미용 ▲화장품 도·소매 등 업종으로 등록하고 ‘변칙 영업’하는 곳에서 일해 정확한 집계가 어렵지만, 한국마사지사총연합회·한국타이마사지협회 등을 따르면 100만명 이상으로

[도시재생, 길을 묻다] 마을의 가려운 곳 긁어줘야, 지역이 살아남는다

[도시재생, 길을 묻다] ④소셜벤처·협동조합이 도시를 재생한다 ‘정부 지원이 끊기고 나면 그다음엔 어떡해야 하나….’ 최근 전국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동시에 사업 종료 이후를 걱정하는 활동가와 주민이 늘고 있다.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는 3~4년 내에 지역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지역 활동가들은 “정부가 영원히 보조금을 지급할 수도 없고, 또 그걸 바라지도 않는다”면서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행정기관의 손이 닿지 못하는 곳까지 맡을 수 있는 지역 기반의 사회적기업·소셜벤처·협동조합이 뿌리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역 콘텐츠 발굴하는 사회적기업…마을과 마을을 잇다 사회적기업 ‘인디053’은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문화예술 단체다. 이들은 지역 쇠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 이야기와 개인의 다양한 역사 등을 발굴해 콘텐츠로 만들어낸다.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깨치게 하고, 이를 문학 콘텐츠로 연결하는 식이다. 칠곡에서는 할머니 400여 명이 문해 교육을 받고 있다. 평균 연령 78세. 뒤늦게 글을 깨친 할머니들은 직접 쓴 시는 지난 2015년 ‘시가 뭐고’라는 이름으로 출간돼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또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빨래터 노래를 채록해 마을 연극단 무대에 올리기도 한다. 마을마다 차별화된 콘텐츠는 마을 공동체 활동의 기반으로 작용한다. 이창원 인디053 대표는 “현재 칠곡의 인문학 마을 25곳 가운데 9곳이 아파트 마을”이라며 “농촌 어르신들은 아파트 마을 주민에게 텃밭을 내놓으시고, 아파트 마을 주민들은 농산물을 직거래로 구입하면서 서로 교류한다”고 말했다. 효율적인 도시재생 사업을 위해 ‘행정의 무관심’을 주문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윤주선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지역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화마와 싸워야 할 소방관인데…극한 근무 환경에 ‘악전고투’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지난 4일 강원도 대형 산불 소식을 접하며 두려움이 엄습했다. 초속 30m 강풍을 타고 산불이 확산되는 모습을 보며, 5년 전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속수무책으로 침몰하던 세월호의 기억이 떠올랐다. 다행히 얼마 안 있어 불길이 잡혔고, 피해는 컸지만 대형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기적과 천운으로 평가되기도 하는데 그 기적 뒤에는 전국에서 신속하게 모여든 2000여 소방관의 헌신이 있었다. 치솟는 불길 앞에서 속초 길목 LPG 충전소를 지켜낸 한 소방관은 “손발이 벌벌 떨릴 정도로 무서웠다”는 심경을 전했다. 흔히 소방관을 화염과 싸우는 ‘영웅’으로 그리지만, 그들 역시 사람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소방관을 위험에 빠뜨리는 건 치솟는 불길만이 아니다. 지자체 예산 부족으로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지방직 소방관들은 늘 과로에 시달린다. 소방 장비 등도 부실해 희소 질병에 걸리기도 한다. “내 병이 (공무상 사망으로) 인정받기 힘든 거 알아. 그래도 죽고 나면 소송이라도 해줘. 우리 아들에게 병 걸린 아빠가 아닌 자랑스러운 소방관 아빠로 기억됐으면 좋겠어.” 2014년 혈관육종암이라는 희소병에 걸려 7개월 만에 숨을 거둔 고 김범석 소방관의 유언이다. 가족들은 유언대로 5년째 법정에서 싸우고 있지만 1심에서 패소한 상황이다. 소방관의 공무상 재해에 관한 판결을 살펴보면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여실히 드러난다. 뇌지주막하출혈로 사망한 소방관 사건에서 망인은 24시간씩 2교대의 격일제 형태로 근무했는데 주당 근무시간이 84시간에 달했다. 구급요원으로서 월 77회 현장 출동을 하면서 행정 업무도 병행하는 등 격무에 시달렸다. 허술한 화재

[공변이 사는 法] “장애인 인권 보호, 거창한 법보다 사회 인식 전환이 우선이죠”

[공변이 사는 法] 김예원 변호사 김예원(37) 변호사의 하루는 짧다. 그는 비영리 1인 법률사무소인 ‘장애인권법센터’를 운영하며 부당한 일을 당한 장애인들을 무료로 대리하는 일을 한다. 지난 2~3월에는 혼자서 18건의 장애인 인권침해 소송을 지원했다. 경찰 단계의 사건부터 검찰 불기소에 대한 항고, 행정소송이나 민사소송 등 장애인 인권 문제라면 가리지 않는다. 소송뿐 아니라 제도 개선을 위한 여러 프로젝트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학대 피해 장애인 법률 지원 매뉴얼 작업,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활동, 장애인체육회 인권 신장을 위한 규정 개정 활동 등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지난 19일 김예원 변호사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장애인 인권, 느린 걸음이지만 조금씩 전진 “장애인 인권 침해 사건의 경우 피해 당사자를 만나 어떤 일을 당했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직접 들어보면 대부분 충분히 이길 수 있어요. 발화(發話)가 안 되는 중증 장애라 해도 비언어적 의사소통으로 상황을 추단해낼 수 있거든요. 소송으로 잘 이어지지 않을 뿐이지, 피해자들의 승소 가능성은 무척 큰 사건이 많아요. 그만큼 장애인들이 부당한 일을 많이 당한다는 얘기겠죠.” 지난 2017년 그가 맡았던 항고 사건의 경우도 그랬다. 집시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한 장애인이 벌금 대신 사회봉사를 하는 ‘대체형벌’을 신청하자 법원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기각한 사건이다. “기각 사유가 없었어요. 한마디로 ‘장애인이 무슨 사회봉사를 하겠다는 거냐’라는 뜻이었죠. 만약 벌금을 내지 않아 검거되면 유치장 노역을 선고받는데 그건 또 가능하다는 거예요.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죠.” 특별한 이유

[공변이 사는 法] “환경 소송과 함께 한 15년…세상이 조금씩 바뀌더라”

[공변이 사는 法] 정남순 변호사 환경 전문 변호사에게 늘 따라붙는 꼬리표가 있다. ‘지는 소송을 하는 사람’. 실제 환경 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하는 경우는 무척 드물다. 환경법률센터의 정남순(49) 변호사는 15년째 지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매번 패소해도 그게 익숙해지지는 않는다”는 그의 목소리는 쾌활했다. 지난 12일 정 변호사가 일하는 환경법률센터를 찾았다. 한적한 골목길에 위치한 사무실 앞 잔디밭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를 배경 삼아 정 변호사와 마주 앉았다. ◇피해 입증 어려운 ‘환경 소송’…”쉬운 사건 없지만 놓을 수도 없다” “입증 책임은 문제를 제기한 원고에게 있습니다. 특히 환경 소송에서는 원고가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죠. 문제는 환경 영향으로 입은 피해는 증상이 즉각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 과학적인 연구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에요.” 정남순 변호사가 환경 소송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피고가 자료를 내놓지 않으면 피해를 입증할 방법이 마땅찮은 경우도 많다”면서 “건건이 쉽지 않은 사건이지만 그럼에도 놓아버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시멘트 공장 노동자의 산업재해 사건을 맡고 있다. 원고는 시멘트 공장에만 40년 근무했다. 폐암이 발병하자 산업재해 신청을 했고,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거부했다. 정 변호사는 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지난해까지 4년이라는 긴 싸움을 이어갔다. “결국 졌습니다. 그분은 산재 인정을 못 받은 채 사망했고요. 지금은 아버지의 싸움을 유훈처럼 이어받은 유족들을 대리해서 다시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에서는 질병과 원인의 인과관계에서 ‘특이적 질환’과 ‘비특이적 질환’을 구분한다. 특이적 질환은 질병 발생 원인으로 특정 요소를

[키워드 브리핑] 리빙 랩

시민이 사회 혁신의 주체로 떠오르면서 ‘리빙 랩(Living Lab)’이 주목받고 있다. ‘일상 실험실’ ‘살아있는 실험실’로 풀이되는 리빙 랩은 정부·민간기업·시민사회가 파트너십을 구축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서비스·시스템·제품 등을 개발하는 모델을 가리킨다. 통제된 환경이 아닌 일상생활의 안에서 실험들이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시민이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이 리빙 랩의 특징이다. 유럽에서는 2006년 ‘리빙랩유럽네트워크(European Network of Living Labs, EnoLL)’의 출범을 계기로 스마트시티 건설, 미래형 인터넷 환경 구축, 혁신 산업 생태계 조성,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한 리빙 랩 프로젝트들이 실행됐다. 핀란드에서는 2013년부터 헬싱키 외곽의 쇠락한 항구지역 ‘칼라사타마’를 디지털 기술과 재생 에너지로 무장한 미래 도시를 만드는 ‘스마트 칼라사타마’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칼라사타마 주민 3000여명 중 3분의 1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전기차 공유 시스템, 이웃 간 소셜 네트워킹 플랫폼, 식재료 공유·교환 서비스 등 다양한 사회 혁신 아이디어를 실험했다. 또 1년에 네 차례 열리는 ‘이노베이션 클럽’에서는 시 공무원을 비롯해 스타트업·비영리단체·연구소 등 민간 조직과 칼라사타마 시민이 함께 프로젝트 계획 전반을 논의하고 있다. 국경을 초월한 리빙 랩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2016년 시작된 ‘아이스케이프(iSCAPE)’ 프로젝트는 대기 오염과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아일랜드 더블린, 영국 길드포드, 이탈리아 볼로냐, 독일 보트롭, 벨기에 하셀트, 핀란드 반타 등 유럽 내 6개 도시가 협력한 사례다. 도시마다 들어선 리빙 랩에서는 시민과 정부, 대학 등이 함께 ▲친환경 인프라 구축 ▲대기 오염·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제고 ▲도심 내 녹지 조성 등

“공익 이슈 발빠른 취재… 세상을 밝히겠습니다”

  “글솜씨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을 갖춘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청세담에서 많은 것을 배우며 시야를 넓히겠습니다.”(신영빈·24) “청세담에서 관심 분야가 비슷하고 생각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 다양한 일들을 벌일 수 있길 기대합니다.”(조진영·24) 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C스퀘어빌딩 1층 ‘스페이스 라온’. ‘청년, 세상을 담다(이하 청세담)’ 10기 입학생들이 자기소개와 함께 포부를 밝혔다. 청세담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현대해상이 2014년부터 운영 중인 ‘소셜 에디터(공익 콘텐츠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다. 공익 분야에 관심 있는 청년들을 선발해 기사 작성, 영상 제작 등을 위한 기본 교육과 멘토링을 진행한다. 6년간 수료생 275명이 청세담을 거쳐 언론사, 비영리단체, 소셜 벤처, 대기업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했다. 이날 모인 10기 입학생 35명은 약 4대1의 경쟁률을 뚫고 청세담에 합격했다. 참가자들은 현직 기자의 저널리즘 강의, 소셜 벤처 대표와 비영리단체 활동가 강연 등 5개월간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더나은미래 기자들의 멘토링을 받는 ‘공익취재팀’과 공익 콘텐츠 전문 PD의 멘토링을 받는 ‘영상제작팀’으로 나뉘어 기사나 영상물을 제작한 뒤 졸업 과제로 제출하게 된다. 입학식에 참가한 황미은 현대해상 CCO 상무는 “점점 ‘좋은 뉴스’를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는데 청세담 10기 참가자들이 많은 것을 배워 세상에 도움이 되는 좋은 뉴스를 생산해주길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동형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이사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뉴스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키워드 브리핑] 공공후견 제도

[키워드 브리핑] 공공후견 제도 발달장애인 보호 제도…시행 7년째, 여전히 걸음마 단계 “하나둘 떠나고 이제 9명 남았습니다. 모두 연고가 없는 중증 발달장애인이죠. 3월 말 시설을 폐쇄하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하는데, 앞으로 이분들이 일상적인 금융 업무나 교육·복지 서비스를 누리려면 공공후견인이 필요합니다.” 나호열 대구발달장애인지원센터장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달 말 문 닫는 장애인 거주 시설 대구 시민마을에는 탈(脫)시설을 앞둔 발달장애인 9명이 있다. 이들 주변에도 복지시설 종사자와 지자체 사회복지사들이 있지만,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보호자는 없다. 나 센터장은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하려면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있는 대리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설령 가족이 있더라도 대부분 ‘내가 죽고 나면 어떡하나’ 하는 고민을 안고 있는데, 이를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공공후견 제도는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견 제도는 발달장애, 치매 환자 등 의사결정 능력 장애인을 보호하는 대표적인 법률복지제도다. 피후견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당사자로부터 의사 권한을 빼앗는 기존 금치산·한정치산 제도를 대체하기 위해 지난 2013년 7월 도입했다. 후견인 선임을 통해 판단 능력이 충분치 않은 성인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후견인으로는 친족이나 제3자인 법무사, 변호사 등이 선임될 수 있다. 제3자 후견인에게는 월 15만원가량의 활동비가 지급되는데 지급 여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국가의 비용으로 후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공공후견 제도’다. 후견인의 역할은 크게 신상보호와 재산관리로 나뉜다.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의사를 존중해 의료, 재활, 교육, 주거 확보 등의 사항에 대해 관리한다.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