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버섯 농장, 동사무소 마을 공방… 버려진 빈집 빌려 고치니 ‘생산적 공간’으로 재탄생

[청년이 지역을 살린다] ②인천 ‘빈집은행’ 미추홀구 방치된 빈집 무상 임차, 수리해 쓰고 일정 기간 후 주인에 반환 집수리 기술 가르쳐 취업 연계… 빈집·청년 연결해 지역 재생 인천 미추홀구에 새로운 명물이 탄생했다. 이름하여 ‘인천 송이향 표고버섯’. 미추홀구 곳곳에 방치돼 있던 ‘반지하 공간’을 활용해 재배하는 버섯이다. 반지하는 햇빛이 잘 들지 않고 습기가 많아 버섯 재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췄다. 여기에 방수·단열 공사를 하고 환풍시설과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나니 반지하 셋방이 번듯한 ‘도시형 버섯 농장’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미추홀구에는 이렇게 만들어진 버섯 농장이 16곳 있다. 반지하 공간에서 버섯을 재배해보자는 아이디어는 ‘빈집은행’ 청년들에게서 나왔다. 빈집은행은 16년째 미추홀구에 살고 있는 최환(35) 빈집은행 대표가 2014년 지역 청년 5명과 함께 시작한 프로젝트다. 미추홀구의 버려진 빈집을 일정 기간 무상으로 빌려쓰는 대신 깨끗이 수리해 집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최 대표는 “미추홀구 일대는 1980년대만 해도 인천의 주요 상권이었지만 인천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빠르게 쇠락해 빈집이 많아졌다”며 “‘우리에게 주면 깨끗하게 고쳐서 잘 쓸 수 있을 텐데’ 하며 아쉬워하다가 집주인들을 설득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빈집은행 멤버들은 빈집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알아낸 집주인 주소로 무작정 찾아가 ‘빈집을 3년 또는 5년 동안 무상으로 빌려주면 깨끗하게 고쳐서 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어렵사리 빈집 10채를 확보했지만 수리할 기술이 없었다. 멤버들은 주택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집 수리 기술을 배워 손수 빈집들을 고쳐나갔다. 3개월 동안 3채를 고쳐 빈집은행

[공변이 사는 法] ‘로힝야 학살 보고서’ 만드는 김기남 변호사…”훗날 국제재판 자료로 쓰이길”

[공변이 사는 法] 김기남 변호사 “로힝야 학살 사건이 벌어진 지 벌써 2년이 됐습니다. 문제 해결은커녕 난민을 향한 또 다른 갈등만 생겼죠. 더 늦기 전에 학살 사건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피해 생존자 320명 정도 만났어요. 1년에 네 번 정도 방글라데시 난민캠프를 오가면서 증언과 자료를 모았죠. 생존자 증언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합니다. 가끔 그분들 말씀이 머릿속을 스칠 때면 굉장히 고통스러워요. 전해 들은 이야기인데 말이에요.” 김기남(42) 변호사는 ‘로힝야 학살 기록사업’의 선봉에 있다. 지난 2017년 미얀마 정부군에 의한 로힝야 학살 사건 이후 9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UN은 사망자만 1000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지난 3년간 국제분쟁 전문 비영리단체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이하 아디) 소속으로 활동하며 피해 생존자 증언과 자료를 모아 마을 단위의 학살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 로힝야 사건에 대해 마을별로 기록사업을 벌이는 건 세계적으로도 처음 이뤄지는 작업이다. 지금까지 8개 마을에 대한 학살 보고서를 완성했고, 올해 20개 마을을 목표로 추가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17년 8월’ 로힝야 비극의 시작…”증거 소멸 전에 기록으로 남겨야” 김기남 변호사에 따르면, 2017년 8월말 로힝야 집단학살은 마치 군사작전 펼치듯 동시다발로 일어났다. 미얀마 라카인주 북부의 로힝야 집단 거주마을에 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한 건 25일. 시작은 인딘과 쿠텐콱 마을이었다. 군인을 태운 트럭이 마을에 몰려왔고, 무차별 학살이 벌어졌다. 다음 날인 26일에는 돈팩, 27일에는 춧핀에 총알이 쏟아졌다. 사흘 뒤 뚤라똘리에서는 단 하루 만에 약 400명의 주민이 학살됐다. 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익 소송 위축시키는 ‘패소자부담주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지난 4월 25일 인천지방법원은 난민 인정을 받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노숙 생활을 이어온 앙골라 출신 루렌도 가족이 난민 인정 심사를 요구한 행정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에서 승소한 피고는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이다. 루렌도 가족은 즉각 항소하면서 재판을 이어가고 있지만, 최종 패소할 경우 상대방 변호사 보수를 포함해 수백만원에 이르는 소송 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민사소송법 제98조에 따르면 소송 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패소자부담주의’다. 시민단체에서는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있는 원고가 공익 소송을 주저하게 되는 또 하나의 사례가 생겼다고 입을 모은다. 법조계에서도 소송의 성격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패소자부담원칙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해 말 ‘공익 소송 소송 비용 부담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당시 김현 협회장은 “패소자부담주의는 무분별한 소송 제기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공익 소송에서는 패소 시 소송 비용을 떠안는 문제로 항소를 포기하는 등 소송 시도 자체가 제한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비용 문제로 재판을 포기한 대표적인 사례는 ‘염전 노예 사건’ 피해자들이다. 지난 2015년 신안군 염전에서 임금 체납과 감금으로 혹사당한 지체장애인 8명은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4월까지 이어진 3년 5개월의 싸움 끝에 대법원은 원고 승소를 확정했다. 국가로부터 위자료를 받게 된 피해자는 4명에 불과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원고 1명에 대해서만 일부 승소 판결을 냈고, 패소한 7명 가운데 4명은 항소를 포기했다. 상급심으로 갈수록 패소했을 때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법 만드는 시민들 ‘크라우드법 운동’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제러미 하이먼즈는 “초연결된 대중이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권력”이라고 이야기한다. 먼저 우위를 차지한 소수가 독점적 힘을 누리던 곳곳에 연대한 대중이 나타나 판을 바꾸고 있다. 에어비앤비가 힐튼을 넘어섰고, 할리우드의 신과 같았던 하비 와인스틴은 미투 운동으로 추락했다.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틈타 그들만의 리그로 가고 있던 입법의 영역에서도 이와 같은 새로운 흐름이 반영되고 있는데, 미국 뉴욕대 거버넌스 랩(Governance Lab)이 이끌고 있는 ‘크라우드법 운동’이 대표적이다. 크라우드법 운동은 2017년 베스 노벡(Beth Noveck)에 의해 처음 주창됐다. 집단적 숙의와 소통을 기반으로 집단지성을 모아 성안, 발의, 이행 및 평가 등 입법 절차 전반에 시민의 직접 참여를 목표로 하는 운동으로,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한다. 대표적 사례로 언급되는 핀란드의 경우 정부 공식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시민 제안을 받고 있다. 6개월 이내에 시민 5만 명 이상의 지지 서명을 받은 발의안은 의회에 제출돼 일반 법률안과 동일한 심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를 통해 ▲모피산업 금지법 ▲여성 할례 금지법 등 다양한 의제가 발의·공론화됐다. 핀란드 유권자의 3분의 1 정도가 시민 발의에 서명했을 만큼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유사한 제도로 우리나라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나 ‘민주주의 서울’ 홈페이지를 떠올릴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시민 참여의 확대라는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건설적인 정책 반영이나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정쟁의 수단이 되기도 하고, 혐오 표현이나 다수가 소수자를 억압하는 낯부끄러운 청원들이 이슈가 되기도 한다. 민주주의 서울 홈페이지의 경우 시민 제안,

[진실의방] 어느 자산가의 계획적 기부

  10억, 10억, 24억, 10억…. 지난 8년간 네 번에 걸쳐 총 54억원을 기부한 80대 자산가가 있습니다. 모교인 고려대학교에 평생 모은 재산을 순차적으로 기부하고 있는 유휘성(81)씨 얘깁니다. 2011년과 2015년 각각 현금 10억원을 기부했고, 2017년에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24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통째로 고려대에 넘겼습니다. 2년 만인 지난 12일, 또 한 번 10억원을 쾌척해 화제가 됐는데요. 고려대 고액기부 담당자는 “점심이나 먹자며 찾아온 유휘성 기부자가 갑자기 10억원짜리 수표를 건네서 다들 깜짝 놀랐다”고 했습니다. 유씨의 기부엔 여러모로 특이한 점이 많습니다. 펀드레이저(모금 전문가)들에 따르면 10억원 이상의 고액기부를 이렇게 주기적으로 실천하는 케이스 자체가 국내에 거의 없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유씨의 기부를 전형적인 ‘계획기부(Planned Giving)’라고 설명합니다. 기부의 목적과 형태, 규모를 신중하게 설계하고 결정해 계획적으로 자산을 기부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죠. 최근 주목받고 있는 ‘유산기부’도 계획기부의 한 종류입니다. 미국과 같은 기부 선진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계획기부가 이뤄졌지만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 들어서야 개념이 도입됐다고 합니다. 실제로 유씨는 재산을 어떻게 사용할지, 언제 얼마나 기부할지에 대해 본인만의 분명한 플랜을 갖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동안 일정한 시기를 두고 재산을 적당히 끊어가며 모두 주고 가겠다는 계획이죠. 다 못 주고 세상을 떠날 경우에는 유산을 기부하겠다는 유증(유언을 통해 재산을 증여하는 것)을 해둔 상태입니다. 본인의 기부 스케줄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고 거기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돈을 줄 땐 상당히 ‘쿨’합니다. 반면 본인의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무척 깐깐하게 ‘감시’합니다. 수시로 학교에 연락해

‘해설이 있는 음악회’ ‘어린이 교통안전 뮤지컬’…현대해상 사회공헌 현장

음악을 듣고 싶은 누구나에게 열려 있는 ‘광화문음악회’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종로구 종교교회에서는 음악회가 열립니다. 2017년 9월부터 현대해상이 진행하는 ‘광화문음악회‘입니다. 광화문음악회는 누구나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공연으로, 특히 종로구 지역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연주자들이 직접 연주한 곡을 관객들에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음악을 잘 모르는 관객들도 연주를 더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는 것도 광화문음악회의 장점입니다. 지난달 16일 열린 광화문음악회 현장 이야기를 구경진·박수혜·정승훈·최고은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10기)들이 영상으로 전합니다.   어린이 교통안전 뮤지컬 ‘무지개마을 안전 대모험’ 지난달 7일 경기도 오산 문화예술회관에서는 어린이 교통안전 뮤지컬 ‘무지개마을 안전 대모험’ 공연이 열렸습니다. 객석의 어린이들은 교통안전 수칙을 담은 노래와 율동을 열심히 따라 하며 공연에 몰두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건널목 건너기, 교통안전 퀴즈 등 체험활동을 하며 공연을 보며 배운 내용을 다시 한 번 복습했습니다. 어린이 교통안전 뮤지컬은 현대해상이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2015년부터 진행해온 사회공헌 프로그램입니다. 공연을 기획한 김일준 사랑극단 꼬마세상 대표는 “직접 어린이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아이들에게 교통안전 수칙을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는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수진·박은선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10기)가 이날 공연 현장을 방문해 어린이 교통안전 뮤지컬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왔습니다.   [더나은미래 csmedia@chosun.com] –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키워드 브리핑] 스쾃

[키워드 브리핑] ‘스쾃’ “국유지를 시민의 품으로” 무단점거 행위로 적극적 주거권 운동 서울 지하철 5·6호선 공덕역 인근 공터의 개발을 둘러싸고 시민과 철도시설공단이 대립하고 있다. 5470㎡ 규모의 이 땅은 철도시설공단 소유의 국유지로, 지난 7년간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돼 왔다. 경의선이 지하로 들어가면서 생겨난 이 공간을 2012년 공단이 이랜드월드와 함께 상업지구로 개발하기로 했는데, 사업이 지연되면서 공터로 방치되자 시민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민들은 이곳을 ‘경의선 공유지’라 부르며 벼룩시장이나 축제를 열기도 하고 철거민을 위한 임시 거주지를 꾸리기도 하는 등 자유롭게 활용해 왔다. 2013년에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이라는 단체가 조직됐다. 이들은 마포구청에 ‘경의선 공유지를 시민의 공간으로 남겨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 시작했고, 올해 개발이 재개될 조짐이 보이자 공터를 점거한 채 집회와 규탄 기자회견을 열며 반대에 나서고 있다. 국유지를 허락 없이 점거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불법행위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스쾃(Squat)’이라 불리는 오래된 주거권 운동 방식의 하나다. 스쾃은 남의 땅이나 건물에서 불법 거주한다는 뜻을 지닌 영어 단어로, 시민들이 도시 공간을 무단 점유한 뒤 공익적으로 활용하는 운동을 가리킨다. 19세기 프랑스와 영국 등에서 강제 철거에 내몰린 도시 빈민들이 부자들이 갖고 있던 빈집에 허가 없이 들어가 살며 정부에 주거 문제 해결을 촉구한 데서 유래했다. 지난 2011년 “극심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라”고 주장하는 시민 수천 명이 미국 뉴욕 도심 곳곳을 점거한 ‘월가 점령 시위’도 스쾃의 일종이다. 전문가들은 스쾃을 사익 추구가 목적인 단순

“여자 친구들끼리 마음껏 달리니 운동이 좋아졌어요!”

현대해상 사회공헌 프로그램 ‘소녀, 달리다’ 지난 10일 오전 8시 서울 서대문구 인왕초등학교 체육관에 소녀들의 함성과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규 수업 전 운영되는 특별 체육 프로그램 ‘소녀, 달리다’ 수업 현장. 한 시간이나 일찍 등교했지만 학생들의 표정에는 활기가 넘친다. 수업에 참여하는 A양은 “소녀, 달리다 수업이 있는 날엔 학교 가는 게 너무 기대된다”고 말했다. ‘소녀, 달리다’는 현대해상이 헬스케어 전문 기업 와이즈웰니스와 함께 2013년부터 7년째 진행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체육 활동에 소극적인 초등학교 여학생들의 신체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친구들과 함께 달리면서 신체 발달을 돕고 사회성과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는 게 프로그램의 장점이다. 프로그램은 일주일에 2회씩 12주 동안 총 24회 열리며, 매회 특정 주제가 제시된다. 이 주제에 달리기를 접목한 체육 활동을 하게 되는데, 토론과 글쓰기 수업도 병행된다. 2019년 1학기에는 수도권 소재 25개 초등학교 재학생 760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인왕초등학교에서 열린 프로그램의 주제는 ‘SBLR’. 또래집단의 압력에 대처하는 방법인 ‘STOP(멈추고), BREATH(호흡하고), LISTEN(듣고), REPLY(대답하다)’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학생들은 석지혜 담당 강사의 설명을 듣고 또래 무리가 와서 특정 친구를 따돌리자고 제안할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직접 상황극을 벌이며 익혔다. 상황극을 마치고 나서는 팀별로 멀리 놓인 알파벳 S, B, L, R 카드를 하나씩 가져오는 달리기 게임이 진행됐다. 카드를 다 모은 팀은 팀원들끼리 손을 잡고 크게 “만세!”를 외치며 폴짝폴짝 뛰었다. 석 강사는 “아이들에게 ‘느려도 괜찮으니 규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로페이’ 이어 ‘S택시’까지… 플랫폼 시장에 또다시 선수로 뛰어든 서울市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울시가 지난 1일 택시 호출 앱 ‘S택시’를 출시하고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카카오T’ ‘T맵 택시’ 등 관련 민간 서비스가 이미 다수 나와 있는 터라 논란을 불렀다. 서울시는 고질적인 승차 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심판이 선수로 나섰다” “생태계를 교란한다” 등 성토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해에도 간편 결제 서비스 ‘제로페이’를 선보여 ‘관치(官治) 페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관이 직접 플랫폼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합당한지를 두고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시민의 선택권 보장 위한 것” vs. “시가 민간 회사와 경쟁하는 꼴” 서울시가 택시 호출 앱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 개발비 10억원을 들여 ‘지브로’를 선보였으나 택시 업계와 승객 모두에게 외면당하면서 1년여 만에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지브로를 기반으로 4000만원을 추가로 투입해 만든 앱이 S택시다. ‘목적지 미표시’ ‘강제 배차’ 등이 핵심 기능이다. 승객이 직접 빈 차를 선택해 호출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 승차 거부를 할 수 없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여객자동차운송사업 개선명령 및 준수사항 공고’에 따라 택시운송사업자는 S택시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승차 거부 적발 시 120만~360만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고홍석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카카오·T맵 택시 등 플랫폼이 승차 거부를 줄일 수 있는 목적지 미표시 기능을 도입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며 “법적 규제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가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시민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의도”라고 S택시 개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는 플랫폼

옛 미용실 개조해 식당 열고, 마음 씻는 목욕탕 차리고… 쉬러 온 목포에 줄줄이 눌러앉았다

[청년이 지역을 살린다] ①목포 ‘괜찮아마을’ “괜찮아, 어차피 인생 반짝이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무엇이든 해도 괜찮다고 위로를 건네는 수상한 마을이 있다. 전라남도 목포 구도심에 둥지를 튼 ‘괜찮아마을’이다. 일상에 지친 청년들은 6주 동안 괜찮아마을 주민이 돼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주변 지역을 여행한다. 셰어하우스에서 비슷한 처지의 청년들과 함께 밥을 지어 먹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의 온도를 높인다. 평소 하고 싶었던 일에 과감히 도전하며 새로운 꿈을 꿀 힘을 얻어간다. 괜찮아마을은 박명호(32)·홍동우(33)씨가 세운 문화기획사 ‘공장공장’이 시작한 프로젝트다. 홍 대표는 “전국 일주 여행사를 운영하며 불안한 미래와 멀어져 가는 꿈 앞에 힘겨워하는 청년을 여럿 만났다”면서 “이들이 ‘쉬어도 괜찮아, 실패해도 괜찮아’라고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총 60명의 ‘안 괜찮은’ 청년들이 마을에 들어와 인생을 재설계하는 시간을 가졌다.   ‘괜찮아마을’ 찾은 청년들, 절반이 목포에 남아 괜찮아마을 주민들의 일상은 느슨하면서도 바쁘게 돌아간다. ▲집단 상담 ▲주변 섬 탐험 ▲목포의 숨은 자원을 발굴·수집하는 커뮤니티 맵핑 ▲도시 재생 강연 ▲빈집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설계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하나둘 소화하다 보면 6주가 순식간에 지나간다. 홍 대표는 “늘 뭔가 생산해야 하는 환경에서 자라온 밀레니얼 세대들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면 스스로 잉여 인간이 됐다고 좌절한다”면서 “쉬면서도 하루하루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적당히 등 떠미는’ 프로그램들을 기획했다”고 했다. 적당히 등을 떠밀린 청년들은 숨어 있던 기획자 정신을 마음껏

[도시재생, 길을 묻다] “도시재생 성공하려면 주인의식 갖춘 ‘주민 협의체’ 필수”

[도시재생, 길을 묻다] ⑤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인터뷰 <끝> “국토를 생명처럼 한 몸으로 봐야 해요. 손발이 저리면 머리도 아파지잖아요? 지금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몰려 있어요. 머리에 피가 쏠린 거예요. 그러다 보니 지역은 혈액순환이 안 되다 못해 소멸 위기예요. 시골 마을은 사라지고, 중소 도시의 원도심은 죄다 비어 있고…. 이대로 두면 대가리만 남아요. 이게 다 개발 시대의 후유증인데, 이젠 대증요법으로는 치유할 수가 없어요.” 정석(57·사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재생 분야에서 손꼽히는 연구자다. 지난달 20일 연구실에서 만난 정석 교수에게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 요건을 물었다. 그는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개발 시대의 종말과 재생 시대의 도래를 이해해야 이 문제가 풀린다”고 말했다. 중장년기 접어든 우리 국토, 작게 작게 고쳐 채워야 “과거 개발 시대에는 사람이 도시에 몰렸어요. 몸으로 치면 청년기 같은 거죠. 사람이 도시로 밀어닥치니까 건물도 시설도 빨리 만들어야 했어요. 정부나 지자체에서 주택, 공원 등을 뚝딱 만들었어요. 지금은 아니죠. 인구가 줄고, 경제도 호황이 아니에요. 중장년기에 접어든 셈인데, 건강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재생 시대인 겁니다.” 정석 교수는 발언에 조건을 달았다. 재생이 옳고 재개발은 나쁘다는 건 아니라는 것. 현 상황에서 내린 진단이다. “재개발도 장점이 있죠. 우선 공공이 투자하기 유리합니다. 민간을 끌어들여서 공원이나 주민 시설 같은 부대시설을 짓고 기부채납 형식으로 받을 수 있어요. 세수도 늘고요. 정치인들에게는 표로 이어질 텐데요.(웃음) 이게 공공 영역이 가난했을 땐 맞는 방식이죠.” 정 교수 말에

대학생들의 사회혁신 아이디어, ‘씨앗 프로그램’ 만나 ‘활짝’

현대해상·인액터스코리아,  지난달 11일 제7회 ‘현대해상과 함께하는 씨앗 프로그램’ 개최 최고상은 서울대 다인, 고려대 에코디쉬·중앙대 월간흑석 등 3팀 최종 지원 팀 선정 취약계층 지원, 일회용품·음식물쓰레기 배출 감량 등 사회 문제 해결 아이디어 봇물   요즘 청년 창업의 화두는 사회적기업이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겠다는 청년이 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만 2201개에 달한다. 대학에도 사회적 경제 관련 학위과정과 비학위과정이 개설돼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비영리단체 ‘인액터스코리아’는 대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발굴·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04년 4개 대학 연합으로 출발해 지금은 전국 30개 대학에 팀을 두고 있는 인액터스는 사회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1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현대해상과 함께하는 씨앗 프로그램’ 결선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됐다. 2016년 상반기를 시작으로 연2회 시행해 이번에 7회를 맞이한 씨앗 프로그램은 인액터스코리아가 공식 후원기업인 현대해상과 함께하는 사회적 기업가 인큐베이팅 사업이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 팀을 선정해 초기 운영 자금을 지원하고 인액터스 졸업회원과 현대해상 임직원들이 멘토로 나선다. 폐지 수거용 리어카를 경량화하고 리어카에 광고를 게재해 수익 일부를 지급하는 등 폐지 수거 노인의 노동환경 개선 사업을 하는 ‘끌림’, 청각장애인 택시기사와 비장애인 승객의 소통 프로그램인 ‘고요한 택시’를 개발한 ‘코액터스’ 등 소셜벤처를 배출했다. 제7회 씨앗 프로그램에는 모두 27개 팀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1차 서류심사, 2차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