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브리핑] 신앙기반투자(Faith-based investing)

“신앙기반투자자(Faith-based investor)들은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임팩트투자 시장에서 더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나 파리기후협정 같은 국제개발의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는 길이다.” 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GIIN)는 지난 28일 ‘임팩트투자에서 매력적인 신앙기반투자자(Engaging Faith-based investors in Impact investing)’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기후변화와 불평등 같은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매년 수조 달러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임팩트투자는 신앙기반투자자들이 종교적 가치와 사명, 재정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도구이자 기회”라고 강조했다. ‘신앙기반투자(Faith-based investment)’가 글로벌 임팩트투자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종교적 신념을 꺾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가려는 투자자들이 임팩트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미트 부리 GIIN 대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기독교·불교·이슬람교·유대교 등 종교 관련 신앙기반투자사는 126곳, 자산 총액은 260억 달러(약 30조7000억원)에 달했다. 야후파이낸스의 지난 17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자산운용사 FPI는 최근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기준을 만족하면서 기독교 교리에 어긋나지 않는 기업에만 투자하는 펀드(QCGF)를 출시했다. 제리 바그너 FPI 회장은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는 데 자신의 부를 쓰려는 투자자가 많아졌다”며 “QCGF는 이러한 투자자들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돕기 위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8일에는 자산운용사 SP펀드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이슬람교 율법인 ‘샤리아(Shariah)’에 어긋나는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샤리아 준수 상장지수펀드’를 선보였다. ▲술 ▲도박 ▲방위산업 ▲담배 ▲성인용 엔터테인먼트 ▲돼지고기 등과 관련한 기업은 제외된다. 미국 신앙기반투자사 프렌즈피더시어리(Friends Fiduciary)는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업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기독교 교파 가운데 하나인 퀘이커의 신념을 따르는 프렌즈피더시어리는

[공변이 사는 法] ‘억울한 이주민 몇 명이라도 구제하자’… 7년째 무료 법률 지원

[공변이 사는 法] 고지운 변호사 무료 봉사로 이주민 현실적 문제 직면 공익법인 설립, 본격적으로 지원 나서 이주노동자에 ‘불법체류자’ 낙인 씁쓸 편견과 일부 사업주 횡포로 ‘이중고’ 우리 사회의 이해와 도움 절실하죠 우연한 사고였다. 사무실을 나서는 길에 양쪽 발목에서 종아리까지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병원에서는 아킬레스건염증이라고 했다. 격렬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담당 의사는 “증상이 두 발 모두에서 나타나는 건 드물다”며 “몸을 혹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렇게 생애 첫 휴가를 양발에 깁스한 채 침대에서 보냈다. 사연의 주인공은 올해로 7년째 이주노동자에게 무료 소송을 지원하는 고지운(42) 변호사다. 그는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동행’에서 대표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주 고객은 이주노동자, 가정폭력·성폭력 피해 이주여성, 이주아동 등이다. 평일과 휴일 구분 없이 동분서주하는 고 변호사를 지난 20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가정폭력·성폭력 피해 이주여성, 이주아동, 이주노동자가 주고객 “원래는 의료법 전문 변호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로스쿨에서도 ‘생명윤리’를 전공했어요. 그런데 변호사가 되고 이주민 봉사단체에 참여하면서 인생 목표가 달라졌죠.” 고지운 변호사는 이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법률 상담을 시작한 2012년만 해도 이주민에게 큰 관심 없었다. 이주민들은 언어 문제만 극복하면 될 것이라는 착각이 머리를 지배할 때다. “현장에 나가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었어요. 법제도상으로 체계는 갖추고 있는데, 사각지대가 너무 많았어요. 법을 몰라서, 사람에게 속아서, 공권력에 의해서 자칫 범법자가 될 사람이었어요. 외면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는 우연히 시작한 무료 봉사를 취업도 마다한 채 1년 넘게 이어갔다. 그러다 지난 2014년

[알립니다] 사회혁신 꿈꾸는 청년 모여라! 소셜에디터스쿨 ‘청세담’ 11기 모집

사회혁신을 꿈꾸는 청년들을 위한 소셜에디터스쿨 ‘청년, 세상을 담다'(이하 ‘청세담’)가 11기 수강생을 모집한다. 청세담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현대해상이 함께 운영하는 소셜에디터(Social Editor) 양성 프로그램이다. 기자·PD·사회적기업가 등 공익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하는 청년들에게 사회문제 현장을 발굴 취재하고 기사와 영상으로 제작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2014년부터 6년간 약 290명의 청년이 청세담 프로그램을 수료했으며 주요 언론사와 대기업, 소셜벤처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했다. 교육 기간은 5개월이며 교육비는 무료다. 서류 전형과 면접 전형을 거쳐 합격한 수강생들은 더나은미래 기자들의 밀착 멘토링을 받게 된다.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 비영리단체 담당자, 임팩트 투자자 등 공익 분야 전문가들에게 현장 이야기를 전해듣는 시간도 갖는다. 특히 이번 청세담 11기 프로그램에는 현대해상 사회공헌 담당자들과의 심층 멘토링 시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지원 기간은 다음 달 16일까지이며, 청세담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받는다. 서류 전형과 면접 전형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하며 다문화 가정, 탈북 청소년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는 서류 심사 시 우대한다.   ≫ ‘청년, 세상을 담다’ 모집 안내 ●대상 ▲20세 이상 30세 이하 대한민국 청년 ▲공익 분야에 관심 있는 예비 언론인 ▲소셜벤처, NGO·NPO, 기업 사회공헌팀에서 일하고 싶은 청년 ●교육기간: 2020년 3월 13일~7월 24일(매주 금요일 오후 2~6시, 20회 과정) ●교육비: 무료 ●혜택 ▲현대해상,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대표 공동명의 수료증 ▲우수 수료자 시상(상장·상금) ▲우수 기사와 영상의 경우 지면 또는 온라인에 게재 ●접수방법: 청세담 홈페이지(csd.futurechosun.com)에서 온라인 신청서 작성 ●전형일정 ▲접수 마감: 2월 16일 자정

[모두의법] ‘폰트 저작권 침해’ 내용증명 받으셨다고요?

최근 1~2년 사이 비영리단체들의 폰트 저작권 침해에 대한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 문의 내용은 거의 같다. 단체의 뉴스레터, 활동 보고서, 웹 포스터 등에 사용한 폰트가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폰트 디자인 회사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등이 내용증명을 보내고 프로그램 전체를 구입하라며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영리단체가 받아든 내용증명에는 ‘폰트 프로그램을 적법한 허락 없이 사용했으므로 합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단체 대표 또는 활동가가 저작권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합의금 액수는 다양했지만 대체로 단체 활동가의 평균적인 월급을 훨씬 웃도는 액수였다. 또 비영리단체 운영에 타격을 줄 정도 큰 액수도 있었다. 이러한 일을 겪은 대부분 사람은 상당한 공포심을 갖게 된다. 아마도 두려움 때문에 단체 운영에 상당히 부담되는 액수임에도 합의금을 지급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합의할 여건이 안 되는 일부 단체는 폰트 저작권자 등에게 고소를 당해 단체의 대표나 담당자가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다행히 무혐의 처분 또는 불기소 처분 등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아직 비영리단체가 관련 처벌을 받은 사례를 접하진 못했다. 하지만 사건이 종료될 때까지 활동가들이 받은 고통과 소요된 시간을 고려하면 결코 가벼이 볼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정말 비영리단체의 폰트 사용이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저작권법에 따라 처벌받을 사안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폰트 저작권 분쟁의 가장 전형적인 유형은 홍보용 웹 포스터에 개인적 또는 비상업적 목적의 다운로드를 허용하는

[진실의 방] 드물게 일어나는 사건

  사람들이 쳐놓은 그물에 고래가 걸렸다. 멸치를 잡으려고 설치해둔 촘촘한 그물에 ‘우연히’ 고래가 걸려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고래잡이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고래를 불법 포획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멸치잡이 그물에 고래가 걸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처음부터 고래를 노리고 ‘의도적으로’ 그물을 친 게 아니라서 처벌받지 않는다. 혼획(混獲). 어업 활동을 할 때 원래 목적했던 어종이 아니라 다른 생물이 섞여 잡히는 걸 가리키는 말이다. ‘고래 혼획’을 굳이 처벌하지 않는 데엔 다음과 같은 전제가 깔렸을 것이다. 고래 혼획은 100% 우연히 발생하는 상황이며, 의도적인 포획처럼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국제포경위원회(IWC)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을 제외한 10개 나라에서 혼획된 고래 수는 평균 19마리였다. 한 달에 1.5마리 정도 혼획된 셈이니 ‘자주’라고 보긴 어렵다. 문제는 이렇게 드물게 일어나는 고래 혼획이 우리나라에서는 수시로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에서 혼획된 고래는 무려 1835마리였다. 다른 나라 평균의 100배에 달하는 수다. 현행법상 혼획된 고래의 소유권은 발견한 사람에게 있다. 의도적으로 잡은 게 아니라 우연히 잡혔다는 것만 입증하면 고래의 주인이 될 수 있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판매도 할 수 있다. 밍크고래의 유통 판매 가격은 최소 수천만원에서 최대 수억원에 이른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밍크고래를 2번 혼획했다고 신고한 어부는 34명이나 된다. 심지어 한명의 어부가 혼자서 6번 혼획한 경우도 있었다. “사실을 말할 수는 없지만, 하나만 말씀드리면 고래가 다니는 길을 알고 있습니다.” 고래를 6번

[공변이 사는 法] “폐쇄적 심사가 ‘가짜 난민’ 만들어…난민, 소수자 문제로 바라봐야”

[공변이 사는 法] 김연주 변호사 “정부는 난민 신청자를 ‘가짜 난민’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봅니다. 법률 상담으로 만난 한 난민 신청자는 ‘내가 난민 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한국 정부가 벌을 내리는 것 같다’며 고백하기도 했어요. 아시아 최초 난민법 시행국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김연주(33) 난민인권센터 변호사는 난민 신청자를 억압하는 오랜 관행들과 싸워왔다. 그가 난민 분야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건 2013년. 공교롭게도 한국에 난민법이 도입된 해다. 난민을 보호하는 법과 제도가 마련됐지만, 정작 난민을 쫓아내는 불합리한 관행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올해로 7년째. 난민 분야 하나에만 집중해온 김연주 변호사는 최근 법조공익모임 나우에서 선정하는 ‘2019 청년 공익변호사 대상’을 받기도 했다. 정부가 만들어 낸 ‘가짜 난민’ “난민 관련 제도의 문제점은 난민 신청자들의 증언으로 발견되는 게 많아요. 이를테면 난민 인정 사유가 명백해 보이는 케이스인데 심사조차 받지 못할 때가 있어요. 이유를 알아보면 법무부 내부 지침이 바뀌었다는 답변만 돌아와요. 당사자들에게 명확히 설명해주는 것도 아니고요. 내부 지침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소송을 통해 구제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선제 대응도 못 하죠.”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김연주 변호사는 ‘난민 인정 심사의 투명성 문제’를 가장 먼저 꺼냈다. 지난 6월 난민인권센터는 ‘법무부 난민면접 조작사건 피해자 증언대회’를 열고 폐쇄적인 난민 심사 제도의 문제점을 세상에 알렸다. 김 변호사는 “난민 신청서에 당사자가 직접 쓴 내용과 난민심사관이 작성한 면접 조서가 터무니없이 달랐다”며 “고국의 박해를 피해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지만, 면접 조서에는 ‘한국에서 일하기

[모두의법] 시민사회, 규제를 넘어 자발적 연대로

과거 민주화 운동부터 노동 운동, 인권·환경 운동까지. 그간 시민사회는 정부나 기업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며 세상을 바꿔나갔다. 시민사회는 이러한 공익적인 영향력 때문에 ‘제3섹터’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시민사회에 대한 정부의 보수적이고 차가운 시선에는 변함이 없다. 시민사회 단체들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비용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비영리법인의 수익사업이나 보조금 규모도 커지긴 했지만, 재정에서 가장 중요한 수입원은 여전히 후원금이다. 시민사회 단체의 운동성은 시민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에서 시민 후원금은 단체의 본질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부는 여러 가지 법제도를 통해 시민사회 단체를 규제한다. 일차적으로는 민법, 공익법인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사회복지사업법 등으로 법인 설립 단계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주무관청의 광범위한 관여가 이뤄진다. 또 후원금을 받고 지출하는 과정에서 법인세법, 소득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세제 혜택을 부여받는 대신 과세관청의 강력한 관리감독 아래 놓이게 된다. 심지어 모금행위를 적극적으로 할 경우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상 모집등록의무가 발생해, 내용 측면에서 중복 규제까지 받게 된다. 최근 논의되는 시민공익위원회 도입과 관련한 제도 역시 감독행정의 효율화 측면이 강하다. 시민사회에서는 단체의 열악한 상황과 불필요한 중복 규제를 지적하며 지원의 필요성을 호소한다. 그러나 이따금 발생하는 기부금 횡령 같은 극히 일부의 사례에 목소리는 묻히고 만다. 반면 기부금에 대한 규제 강화를 외치는 입장도 존재하고, 이러한 주장의 반향이나 설득력을 무시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이처럼 시민사회 인프라가 어떤 방향을 향해 나가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최근 작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을

[진실의 방] 느슨하게 위대하게

  연말이 다가오면 슬슬 압박이 시작된다. 여기저기서 내년 공익 분야 트렌드와 전망을 짚어달라는 요청들이 밀려든다. 제3섹터 트렌드, 기부·모금 전망, CSR 트렌드 등을 분석해 발표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게 오늘 자 신문에 게재한 ‘기업 사회공헌 전망’이다. 내년에 기업들이 사회공헌 예산을 얼마나 쓸 것이며 어떤 종류의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할 것인지 대략적인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 ‘매출 상위 1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순탄치 않다. 서로가 하나의 ‘표’ 안에 나란히 담겨 비교되는 걸 기업들이 매우 조심스러워하기 때문이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일수록 더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0월 더나은미래가 주최한 ‘CSR커넥트포럼’은 국내 사회공헌 역사에 기록될만한 일대 사건이었다. 표 안에 같이 이름을 올리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기업들을 한 무대에 세운 것이다. ‘아동·청소년’을 주제로 사회공헌을 하고 있는 5개 기업을 모아 포럼을 열었는데, 내용도 좋았지만 기업들이 이렇게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삼성디스플레이, GS칼텍스, CJ문화재단, 현대자동차그룹, 한국타이어나눔재단 담당자들이 차례로 무대에 오르던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짜릿하다. 공통의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벌이고, 끝나면 각자의 자리로 쿨하게 흩어지는 ‘느슨한 연대’가 확산되고 있다.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평범한 시민들이 ‘플라스틱 제로 운동’을 펼치거나, 비영리 단체들이 아동학대나 동물권 등 특정 주제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 사이에서도 ‘연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곤 했지만, 기업마다 색이 다르고 업종과 규모가 다르다 보니 진전이 잘 안 됐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좋은

[공변이 사는 法] “해외선 사문화된 모욕죄, 효과없고 부작용 크다”

[공변이 사는 法] 김가연 변호사 최근 잇따른 연예인 사망 사건으로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실명제 도입과 더불어 처벌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론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 다만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를 지적하는 주장도 강하다. 지난 5일 만난 김가연(39) 오픈넷 변호사는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는 사회적 이슈에 따라 찬반 여론이 극명히 갈리지만, 비판 의견이나 공익 목적의 고발을 하기 위해서는 ‘익명 표현의 자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픈넷은 ‘정보인권’ 분야를 전문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 김 변호사는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공익소송과 입법 지원 활동을 전담하는 공익변호사다. 표현의자유 억압하는 ‘모욕죄’ 폐지해야 “악성 댓글에 시달리던 유명 연예인이 사망하면 오해 아닌 오해를 사게 됩니다. 악성 댓글이 이렇게 심각한데 그냥 두자는 거냐고 비난받는 식이죠. 그런데 악플의 심각성과 이를 국가가 나서서 처벌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예요.” 김가연 변호사는 모욕죄 폐지를 꾸준히 주장해왔다. 모욕의 기준이 모호해 악용의 소지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현행 모욕죄는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면 걸리는 건데, 모욕이라는 것 자체가 판단하기 어렵다”며 “명예훼손과 달리 욕먹어서 기분 나쁘다고 하면 모욕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모욕죄는 형법 311조에 명시돼 있다. 타인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지난 2017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모욕죄 판결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모욕죄 관련 판례의 약 62%가 유죄로 결론났고 이 가운데 89%는 벌금형에 처해졌다. 김 변호사는 “국가가 사람의 감정을

“해녀 삶 담은 공연과 갓 잡은 해산물 요리로 ‘진짜’ 제주 해녀 문화 알립니다”

[청년이 지역을 살린다] ④제주 ‘해녀의부엌’ 올해 초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포구에 문을 연 레스토랑 ‘해녀의부엌’은 일종의 ‘극장식당’이다. 해녀들이 바다에서 캐낸 뿔소라, 전복, 톳 등으로 만든 해산물 요리를 맛보며 해녀의 삶을 담은 연극 공연을 보고 현직 해녀가 들려주는 해산물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별다른 홍보를 한 것도 아닌데 어느새 소셜미디어에서 ‘종달리맛집’ ‘제주파인다이닝’으로 소문이 났다. 해녀의부엌은 종달리 해녀 집안 출신 김하원(28) 대표와 그의 대학 동기 고유나(29) 이사가 이끌고 있다. 두 사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졸업한 공연예술가다. 김 대표는 “제주도에서 레스토랑을 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웃었다. 그는 “해녀들이 채취한 해산물이 주로 일본에 수출되는데, 점점 일본 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해녀들의 소득이 20년 전보다도 더 줄어든 상황”이라며 “해녀들이 건져 올린 해산물의 가치와 맛을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저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공연’과 ‘다이닝’을 접목해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매회 공연에서 해녀 복장을 하고 무대에 올라 ‘젊었을 적 해녀’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해녀의부엌이 자리 잡은 공간은 원래 갓 잡은 해산물을 판매하는 수산물 위판장이었다. 수십년 전 기능을 잃고 창고로 전락한 위판장을 작은 무대가 딸린 어엿한 레스토랑으로 꾸미는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고 이사는 “어민들이 안 쓰는 물건들을 이곳에 쌓아두고 있었기 때문에 새벽에 어선 나가는 시간에 맞춰 김 대표와 포구에 나가 어민 한 분 한 분 직접 인사드리며 공간을 내어달라고 부탁드렸다”면서 “포구에서 따뜻한 커피도 타 드리고, 틈날

‘사회적협동조합인 경우’ 한 줄 추가에 2년… 폐원 위기 유치원 살렸다

[법을 만드는 시민들] 꿈동산아이유치원사회적협동조합 서울 노원구에는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협동조합형 유치원이 있다. 지난 3월 문을 연 ‘꿈동산아이유치원사회적협동조합’이다. 2017년 7월 설립자의 사망으로 유치원이 폐원 위기에 처하자, 엄마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유치원 운영에 나섰다. 현재 학부모·교사 250여 명이 힘을 합쳐 유치원을 꾸려나가고 있다. 평범한 학부모였던 엄마들은 유치원을 지키려고 법까지 바꿨다. 우리나라 법은 유치원을 포함한 사학의 운영 자격을 해당 토지·건물의 소유주로 제한하고 있다. 꿈동산아이유치원은 이 법이 만들어지기 전인 1991년 공공기관 소유 토지·건물을 빌려 세워졌다. 이후 20년 넘게 잘 운영됐지만, 설립자가 사망하면서 존립 근거가 사라진 것이 문제였다. 폐원 유예 기간은 3개월. 엄마들은 자녀가 다닐 새 유치원을 알아보라는 통보를 받았다. 엄마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배움터이자 교사들의 일터를 지키겠다”며 법 개정에 돌입했다. ‘사학의 건물·토지는 설립·경영자의 소유여야 한다’고 명시한 법 규정에 ‘다만 설립 주체가 사회적협동조합인 경우 정부·지자체·공공기관 등이 소유한 건물·토지에서 유치원을 운영할 수 있다’는 한 줄이 추가되기까지 2년이 걸렸다. 엄마들, 유치원의 주인이 되기로 결심하다 “공무원들 만나서 가장 자주 들은 이야기가 ‘떼쓰지 마라’였어요. 말문이 막혔죠. 자식 키우는 엄마들이 얼마나 절박하면 가서 읍소했겠어요.” 지난 14일 협동조합 설립을 주도한 이지영(36) 이사장, 손순옥(39) 부이사장, 정수진(38) 감사를 만났다. 이 이사장은 지금도 2년 전 여름을 떠올리면 울분에 찬다고 했다. 폐원 통보를 받고 두 달 동안 교육부·서울시교육청·서울북부교육지원청 등을 수시로 찾아갔지만 “법대로 폐원하겠다”는 말밖에 들을 수 없었다. 이 이사장은 “원생만 262명이나 돼 도저히 주변 유치원에서 수용할 수

[진실의 방] 잊을 수 없는 아이

잊을 수 없는 아이가 있다. 만난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는 아이지만, 가끔 그 아이의 모습이 환영처럼 눈앞에 나타난다. 초여름 날씨에 발목까지 내려오는 롱패딩을 입은 작은 여자아이. 나이는 대여섯 살쯤. 모임에서 만난 A의 표정이 심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올해 초였다. 그러니까 1월쯤. A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모녀를 만났다. 같은 아파트 사람은 아닌 듯해 가볍게 목례만 하고 서 있었는데 우연히 아이의 얼굴을 보게 됐다. 상처도 있었고 멍이 심하게 들어 있었다. 안쓰러운 마음에 아이 엄마에게 “애기가 다쳤나 봐요”라고 했단다. 아이 엄마는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대답하고는 묻지도 않은 말들을 쏟아냈다. 애가 야단스러워서 키우기 어렵다, 얘 때문에 사는 게 너무 힘들다, 바로 옆에서 아이가 듣고 있는데도 큰 소리로 떠들었다. A는 뭔가 더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예의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오지랖인 것 같기도 해서 “힘드시겠어요”라고 말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 엘리베이터에서 모녀를 다시 만난 것이다. A는 모녀를 단번에 알아봤다. 전보다 멍이 더 심하게 들어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고 그냥 넘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여름 날씨였는데 아이는 롱패딩을 입고 있었다. 반팔을 입어도 땀이 나는데 롱패딩이라니. 아이의 몸에 난 상처를 가리기 위해 그런 옷을 입힌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겼다. A는 엄마에게 인사를 건넨 뒤 “아이가 또 다쳤나 보네요. 혹시 이 아파트 사세요?”라고 물었다. 그 말에 아이 엄마가 돌변했다. 당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