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 구구컬리지 대표는 “배우고 싶은 사람은 마음껏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원 청년기자
“누구나, 원하는 만큼 배울 수 있는 사회를 향해”… 구구컬리지의 ‘99%를 위한 교육’

[인터뷰] 박용 구구컬리지 대표 “중·고등학교를 중간에 그만둔 아이들이 어떤 일자리를 가질 수 있을까요. 수입이 불안정한 아르바이트를 전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래를 계획하고, 미래에 투자할 여유가 없죠. 이 친구들에게 엑셀을 가르쳐준 적이 있어요. 기초적인 내용만 알려줬는데도 이 기술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경력을 쌓고, 자연스럽게 앞으로 인생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내놓더라고요. 단순한 엑셀 교육이 아이들에게는 삶의 전환점이 된 거죠.”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난 박용 구구컬리지 대표가 말했다. 구구컬리지는 ‘99%를 위한 교육’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모든 직원이 개발자 출신이라는 특성을 살려 정보 격차 문제를 해결해 교육 불평등을 완화하고자 한다. 충분한 교육 기회를 가지지 못했던 청년을 대상으로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IT기술에 대한 강의를 제공한다.  -왜 99%라는 수치를 선정한 건가. “1%라고 하면 상위 1%를 떠올린다. 이들은 자유롭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을 가진 사람들이기도 하다. 학습에 제약이 있는 나머지 99%를 위한 교육을 하자는 의미에서 이 수치를 내세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유적인 표현이다. 사실은 100%, 모두가 자유롭게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구구컬리지 설립은 지난해에 했지만, 정확히는 2015년부터 이어져 온 사업이다. 삼성전자를 2014년에 그만두고 경기 성남에 있는 ‘일하는 학교’에서 학교 밖 청년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때 한 친구에게 엑셀 사용법을 가르쳐줬다. 그 친구가 엑셀 기술을 재밌게 배우더니 얼마 후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해 삶에 대한 계획을 열정적으로 세우는

가지 장어 초밥과 토마토 참치 초밥. 장어와 참치 모두 대체해산물이다. /Mimic Seafood 제공
새우 아닌 새우, 참치 아닌 참치… 대체해산물 시장이 온다

대체육에 이어 ‘대체해산물’ 시장이 커지고 있다. 대체단백질 전문 NPO 굿푸드인스티튜트(GFI)에 따르면 2020년 대체육 시장 규모는 14억 달러(약 1조8300억원)에 달했지만, 대체해산물 시장 규모는 1200만 달러(157억원)에 불과했다. 지난 7월 식품기술자협회(IFT)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정기 총회에서 2023년 식품 트렌드로 대체해산물을 꼽았다. 2013년만해도 500만 달러에 그쳤던 대체해산물 투자액은 지난해 1억7500만 달러(약 2321억원)까지 증가했다. 대체해산물을 생산하는 기업도 2020년 99개, 2021년 120개로 늘었다. 해산물 소비는 육류 소비만큼이나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해산물을 양식하면서 사용하는 항생제, 이후 배출되는 해양 폐기물이 바다 생태계를 망가뜨린다. 새우 양식장을 조성하면서 숲이 파괴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세계 해산물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50년에는 현재의 2배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체해산물 산업이 주목 받는 이유다. 전 세계 32국에 대체해산물을 생산하는 기업이 있다. 지난해에만 에스토니아, 남아프리카, 호주, 이스라엘 등 국가에서 처음으로 대체 해산물 개발 업체가 등장했다. 대체해산물이 주목받으면서 각국의 음식문화에 최적화된 상품을 개발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인구대비 세계 최대 해산물 소비국가인 우리나라에서도 대체 해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다. CU, 이마트에서는 식물성 참치가 들어간 삼각김밥을 선보였다. 오뚜기도 지난 6월 처음으로 식물성 참치통조림을 출시했다. 올해 1월에는 대체육과 대체 참치를 생산하는 식물성 식품 전문기업 올가니카가 중국 국영기업 중신그룹의 시틱캐피탈로부터 430억원을 투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대형 식품 판매업체들도 대체해산물을 생산해 상용화하기 시작했다. 스위스 네슬레는 2020년 회사의 첫 대체해산물 상품인 식물성 참치를 출시한 데 이어 2021년에는 식물성 새우를 선보였다. 유럽의

고대현 소이프 대표는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늘었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면서 “살면서 만나게 될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자립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이프 제공
“자립준비청년의 ‘지속가능한 자립’을 돕습니다”

[인터뷰] 고대현 소이프 대표 “자립준비청년에게 자립은 ‘옮겨심기’예요. 작은 화분에 심었던 나무가 양분을 먹고 커지면 새로운 화분에 분 갈이를 해줘야 하는 것처럼, 사람도 화분 안에 갇혀서는 성장할 수 없어요.” 고대현(40) 대표가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소이프’에서는 자립준비청년이 지속가능한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립준비청년이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낸 디자인 제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금을 자립에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의 소이프 사무실에서 고 대표를 만났다. -처음에 아이들과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2014년부터 보육원 봉사활동을 했어요. 보육원에 사는 친구들이랑 카메라를 들고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는 사진출사 봉사활동을 했죠. 자연스럽게 밥도 같이 먹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그러다 문득 이 친구들은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하더라고요. 물어보니까 그냥 방학 내내 시설 운동장에 앉아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낸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이 시간 동안 아이들과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죠.” -고민에 대한 답은 무엇이었나요? “아이들이 찍었던 사진을 디자인 교육에 활용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제가 디자인 전공이거든요. 포토샵과 일러스트로 사진 작업하는 방법을 가르쳐줬죠. 그러다 보니 친구들을 더 자주 만나게 됐어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났는데, 매주 한두 번씩은 보게 됐어요.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점점 성장하는 것을 목격했어요. 중학교 3학년일 때 처음 만난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인연을 이어갔죠. 그때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보육원을 퇴소해야 하는 것도 처음 알게 됐어요. 여기에 정책의 사각지대가 있더라고요.” -어떤 사각지대가 있었나요? “집을 구하는 것부터 이사,

김현진 코리안앳유어도어 대표는 “시각장애인들과 만날 때마다 ‘말을 너무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화를 통해 언어도 잘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코리안앳유어도어 제공
“시각장애인은 안마사만 해야 하나요?”… 시각장애 한국어 강사 100명 키운 사회적기업

[인터뷰] 김현진 코리안앳유어도어 대표 “시각장애인이 안마사 같은 특정 직업으로만 내몰리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직접 만나 본 시각장애인들은 다재다능하고 잠재 역량도 높았거든요. 이 사람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없는 현실이 답답했죠.” 사회적기업 코리안앳유어도어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한국어 강사’로 활동한다. 코리안앳유어도어에서 직접 강사 교육을 받고, 외국인에게 온라인으로 1대1 한국어 회화 수업을 진행한다. 2018년 말부터 현재까지 교육을 받고 강사로 일하는 인원은 총 97명. 1년 만에 2배가 늘어날 정도로 급속히 성장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코리안앳유어도어 사무실에서 김현진(31) 대표를 만났다. -왜 장애인 일자리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제가 어릴 때부터 아토피가 굉장히 심했어요. 아토피 흉터가 잘 보이니까 자연스럽게 차별도 많이 받았어요. 그러다 보니 ‘아픈 건 아픈 거고, 왜 내가 할 수 있는 일까지 무시당하지’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그래서 장애인 일자리에도 관심이 갔던 것 같아요. 장애인은 일할 수 없다고 여기는 사회에 화가 났어요. 제가 직접 해결해보고 싶었죠. 대학생 때는 정신장애인도 바리스타로 함께 일하는 카페에서 인턴으로 일했어요. 장애인이 일자리를 얻으니 당사자 삶뿐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나아지더라고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더 좋은 일자리가 없을까’ 고민을 시작했죠.” -다양한 장애군 중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에 집중한 이유는요? “다양한 장애에 대해 공부하는 스터디에 참여했어요. 그러다가 우리나라에 시각장애인이 많다는 것, 그리고 이들이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은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시각장애인이 국내에 25만명 정도인데 90%가 중도 실명인 거예요. 비장애인과 똑같이 사회 경험을 쌓아도 시각장애를 얻으면 경력이

23일 서울 광화문 TV조선 1층 라온홀에서 ‘청년, 세상을 담다’ 13기 수료식이 열렸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넓혔다”… 청세담 13기 수료식

23일 서울 중구 씨스퀘어빌딩 1층 라온홀에서 ‘청년, 세상을 담다(이하 청세담)’ 13기 수료식이 열렸다. 청세담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현대해상, 소셜혁신연구소가 2014년부터 운영 중인 공익 콘텐츠 전문가 양성과정이다. 13기 수료생 30명은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저널리즘과 미디어 강연 ▲공익 분야 현장 체험 ▲영상 제작 실습 등의 교육을 받았다. NGO 활동가, 임팩트 투자자, 공익변호사 등 제3섹터 전문가들에게 현장 이야기를 전해 듣는 시간도 가졌다. 이날 우수 수료생에 대한 시상식도 열렸다. 출석, 개인 과제, 팀 프로젝트 참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우수상 1명, 우수상 3명, 장려상 3명이 선정됐다. 최우수상을 받은 손자영 청년기자는 “지난 5개월간 동안 많은 것을 배웠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면서 “기자와 공익에디터라는 직업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볼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수료식에 참석한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국장은 “청세담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대학 졸업과 취업 준비 등으로 전환의 시기를 겪고 있는 청세담 청년기자들의 앞날을 항상 응원하겠다”고 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

가져온 옷을 내면 옷 개수만큼 '교환 쿠폰'을 준다. 이 쿠폰을 내고 맘에 드는 옷을 가져갈 수 있다. /주태민 청년기자(청세담 13기)
“옷장에 잠자는 옷 챙겨 만나요”… 다시입다연구소 ‘21%파티’

매년 전 세계에서 1500억 벌의 옷이 새로 만들어진다. 의류 한 벌당 평균 착용 횟수는 7회. 생산된 옷의 73%는 매립 또는 소각돼 사라진다. 패션 산업은 매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10%에 해당하는 양을 뿜어낸다. 패션 산업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유다. ‘다시입다연구소’는 지속가능한 의생활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대표적인 행사가 ‘21%파티’다. 방치해둔 옷을 서로 바꿔입자는 취지의 의류 교환 행사로, 사놓고 입지 않는 옷이 옷장의 21%를 차지한다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21%파티’라는 이름을 붙였다. 재봉틀 수선 워크숍 등을 함께 열어 참가자에게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패션’의 경험을 제공한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서 열린 17번의 파티에 1135명이 참가했다. 옷과 액세서리 1997종이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달 18일 서울 마포구의 복합문화공간 무대륙에서 열린 ‘21%파티’에 기자가 직접 참여했다. 두 번 입은 ‘지효 원피스’, 잘가! ‘21%파티’는 사전예약을 한 사람만 참가할 수 있다. 예약한 시간은 오후 5시였지만 3시 30분에 미리 도착했다. 주변을 지나가던 사람들도 기웃거릴 정도로 행사장에는 리드미컬한 음악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입구에는 부스가 설치돼 있었다.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가져온 옷에 담긴 사연을 종이택에 쓰고, 옷과 함께 옷걸이에 정갈하게 건다. 종이택을 한 장 받아 편지를 적었다. “잘가! 트와이스 지효 원피스야. 내가 작년에 널 지효님 사진에서 보고, 널 입으면 내가 지효님이 될 줄 알고 샀는데. 두 번 입고 난 지효님이 될 수 없을 것 같아서 널 떠나보내. 부디 아름다운 주인님을 만나서 본연의

김훈재(맨 왼쪽) 빅이슈 판매원이 지난달 27일 서울지하철 종각역 5번 출구 앞에서 최다희(가운데), 이슬이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와 잡지 빅이슈 판매 활동을 함께 했다.
‘삶을 일으키는 외침’… 홈리스 자활 돕는 ‘빅이슈’ 판매 동행 체험기

서울 지하철역 입구에서 빨간 조끼를 입고 잡지를 판매하는 사람을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명 ‘빅판’으로 불리는 이들은 홈리스의 자활을 돕는 잡지 ‘빅이슈’를 판매한다. 잡지 한 권을 팔면 판매가 7000원의 절반인 3500원을 판매원이 가져가는 구조다. 지난달 23일과 27일,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홈리스의 자립을 돕는 빅이슈 판매 현장에 동행했다. “동정심 유발은 안돼… 잡지 내용 강조해야”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오.” 빅판 오현석(52)씨는 매일 서울지하철 고속터미널역 8번 출구를 지나는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 특히 유동인구가 많다. 오씨의 판매 영업은 오후 4시에 시작된다. 지난달 23일 만난 오현석 판매원은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판매 준비를 시작했다. 빅이슈 홍보 문구가 쓰인 판넬을 준비하고, 잡지를 눈에 띄게 진열해둬야 하기 때문이다. 기자도 빨간 모자와 빨간 조끼를 받고 판매 준비를 도왔다. 평소에는 8번 출구 앞 길거리에서 매대를 세우지만, 이날은 비가 와서 계단 벽면에 나란히 서서 판매를 하기로 했다. “홈리스 자립을 돕는 잡지 빅이슈입니다. 와서 구경하고 가세요.” 행인들을 향해 말을 던져도 대답은 없었다.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존재를 인식시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시선 한번 주지 않거나, 보더라도 한번 그냥 지나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매뉴얼은 없다. 이 때문에 빅판들은 현장에서 쌓은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만들어 간다. 오현석씨는 “밝은 표정으로 날씨 얘기를 하거나 먼저 안부를 묻는 방식을 많이 쓴다”라며 “동정심을 유발하는 대신 잡지의 내용이 얼마나 풍부하고

‘동대문 잇다 푸드뱅크’ 트럭. 동대문 푸드뱅크는 이동이 어려운 재가 장애인, 결식아동 등을 대상으로 인근 주민센터에 필요한 물품을 트럭으로 배달한다. /강지민 청년기자(청세담 13기)
푸드뱅크·마켓 “치솟는 물가에도 취약계층이 원하는 물품 선택하도록 지원”

지난달 23일 오전 9시 30분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있는 푸드뱅크·마켓을 방문했다. 푸드뱅크는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식료품, 생활용품 등을 기부받아 저소득 소외계층에게 무상으로 지원하는 나눔 제도다. 동대문점의 경우 마켓을 겸하고 있어 이용자가 직접 방문해 필요한 물건을 선택할 수 있다. 장대비를 뚫고 도착한 푸드뱅크는 흔히 보던 동네 마트와 흡사했다. 라면, 스파게티 소스, 요구르트, 화장품까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매대에 가공식품과 생필품이 진열돼 있었다. 화장품 등 일부 품목은 여러 브랜드 제품이 일렬로 놓여 있어 이용자가 물건을 직접 비교해볼 수 있다. 작은 카트를 밀며 내부로 들어섰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한숨 돌린 이용자들은 직원에게 추천받은 물품을 카트에 담고, 조리법을 묻기도 했다. “반죽을 섞고 굽기만 하면 돼요. 만들기 쉬어요!” 푸드마켓 직원이 팬케이크 믹스 상자를 들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할머니에게 조리법을 설명했다. 푸드마켓을 돌아다니며 종종 들은 대화에는 친근감이 묻어났다. 푸드뱅크는 재가 장애인, 결식아동 등 직접 방문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배달 서비스도 운영한다. 가까운 주민센터에 물품을 전달하면 주민센터가 각 가구에 필요한 물건을 배분하는 식이다. 추적이던 비가 멎어가던 10시경, 물품 배달을 따라나섰다. 동대문 푸드뱅크·마켓에서 20년간 근무한 장성기 소장과 동행했다. 장 소장은 ‘동대문 잇다 푸드뱅크’ 트럭에 짐을 한가득 싣고 빠르게 이동했다. 트럭에서 내리지마자 이름이 적힌 묵직한 봉투와 상자를 들고 곧장 동대문주민센터로 들어갔다. 동대문주민센터 관계자는 “65세 이상 1인 가구에서 배달을 신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요양보호사들이 주민센터로 방문해 당사자에게 물건을 전달한다”고 말했다. 주민센터는 각 지자체

지난달 21일 해양환경공단 인천지사의 청항선 '청항1호'에 승선한 선원들의 모습. /이현조 청년기자(청세담13기)
“바다 청소하러 오늘도 출항합니다”… 해양환경공단 ‘청항선’ 타보니

비닐을 뒤집어쓴 채로 죽은 바다거북, 폐어망으로 온몸이 휘감긴 바다표범, 일회용 마스크에 걸려 발버둥 치는 갈매기…. 팬데믹 이후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해양쓰레기로 인한 바다생물의 죽음도 늘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바다로 흘러가는 플라스틱 쓰레기양은 800만t이 넘는다. 이 때문에 연간 10만 마리 이상의 해양 포유류, 100만 마리 이상의 바닷새가 폐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양쓰레기는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해양쓰레기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폐그물로 인해 폐사하는 어류는 연간 어획량의 10%에 이른다. 경제적 가치로 따지면 매년 3787억원을 손해 보게 된다. 운항 중인 선박이 부유물에 감기는 안전사고도 전체 사고의 11%인 350여 건에 이른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연간 해양쓰레기 발생량은 14만5258t이다. 개인들은 ‘비치플로깅(Beach Plogging)’ ‘비치코밍(Beach Combing)’ 등의 활동으로 해안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정화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해양환경공단을 통해 전국 14개 무역항에 항만을 청소하는 선박인 ‘청항선’ 22척을 두고 해수면에 떠다니는 부유 쓰레기를 수거한다. 기자는 지난달 21일 ‘전국 해양쓰레기 정화주간’을 맞아 해양환경공단 인천지사의 청항선에 올라 해양폐기물 수거 작업에 동참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21일 오전 9시. 인천 연안부두에 위치한 해양환경공단 인천지사에 도착했다. 해양 부유 폐기물을 수거하는 ‘청항선’에 오르기 위해서다. 승선 전에 공단 관계자로부터 주의사항을 전달받고 헬멧과 구명조끼를 착용했다. 오전 10시, 만조가 되었을 시점에 선장 1명, 항해사 1명, 기관사 2명과 함께 ‘청항1호’에 올랐다. 겉보기엔 일반 선박과 다를 바 없었지만 갑판 위에는 쓰레기를 인양하는 장치인 크레인과 해양쓰레기를 끌어 올리는 컨베이어벨트인 ‘필터벨트’가

'글로벌 지속가능한 소고기 협의체(GRSB)' 추진 목표 보고서. /GRSB 제공
[키워드 브리핑] 소고기 탄소발자국 줄이는 ‘글로벌 지속가능한 소고기 협의체(GRSB)’

국내 데이터농업 스타트업 ‘그린랩스’가 ‘글로벌 지속가능한 소고기 협의체(GRSB·Global Roundtable for Sustainable Beef)’에 가입했다고 19일 밝혔다. 전 세계 24국 500개 회원사 중 아시아 멤버는 그린랩스가 유일하다. GRSB는 전 세계 소고기 밸류체인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2010년 출범한 다자간 협의체다. 소고기 생산·유통 등을 담당하는 기업과 연구 기관, 비정부기구(NGO), 개인과 같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회원사로는 월마트, 맥도날드, 버거킹, 세계자연기금(WWF) 등이 있다. 전 세계 소고기 거래량에서 GRSB 회원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2에 달한다. 미국·유럽·호주·브라질 등 12국에는 나라별 협의체가 형성돼 지역 내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는 등 지속가능한 목축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소고기는 육류 중 탄소발자국이 가장 크다. 영국의 온실가스 데이터 분석 단체 카본브리프에 따르면,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 60kg의 탄소가 발생한다. 같은 기준으로 양고기는 24kg, 돼지는 7kg, 닭·오리 같은 가금류는 6kg 정도다. 소고기 생산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이 압도적으로 높은 대표적인 원인은 소가 배출하는 메탄이다. 소 위장에서 소화를 돕기 위해 분비되는 박테리아가 음식물을 발효해 분해하면서 메탄이 발생하고, 방귀나 트림으로 배출된다. 소 한 마리가 1년에 내뿜는 메탄가스는 약 100㎏에 달한다. 이밖에 목초지를 얻는 과정에서 산림과 토지가 황폐화되고, 소 사육에 막대한 양의 물이 소비되기도 한다. GRSB는 ▲기후변화 대응 ▲자연에 대한 기여 ▲동물 복지 향상을 위한 실천 과제를 수행한다. GRSB의 첫 번째 목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소고기 생산-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30% 감축하는 것이다. 회원들은 탄소를 줄일 수 있는 기후스마트형

[키워드 브리핑] 여성 위한 기술 ‘펨테크’가 뜬다
[키워드 브리핑] 여성 위한 기술 ‘펨테크’가 뜬다

여성 건강을 위해 의료와 디지털 신기술을 접목한 ‘펨테크(femtech)’ 기업들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러브콜을 받고 있다. 펨테크는 여성(female)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말로, 여성의 건강관리와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춘 기술·서비스다. 해외 펨테크 시장 분석 플랫폼 ‘펨테크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세계 펨테크 시장 규모는 2020년 217억 달러(약 28조7400억원)에서 2027년 601억달러(약 79조600억원)로 매년 1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벤처캐피털(VC)의 펨테크 시장 투자 규모는 지난 5년간 3배가량 증가했다. 지난해에만 19억달러(약 2조5200억원)를 달성했다. 펨테크가 초기에는 ‘여성을 위한 기술’이란 소극적 의미로 쓰였지만, 최근 여성의 의식·소비·건강관리 등을 아우르는 범위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펨테크 시장은 주로 미국 기업이 이끌어왔다. 대표 기업으로는 맞춤형 건강관리와 갱년기 증상 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스타트업 ‘카리아’가 있다. ‘모던 퍼틸리티’는 호르몬을 분석해 난소 나이 등을 파악하고 가임력을 측정하기도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펨테크 기업들이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인공지능(AI) 유방암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루닛’의 제품은 올해 상반기 기준 전 세계 600여 의료 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출산 후 홈트레이닝 서비스를 지원하는 ‘헤이마마’, 월경 주기와 배란일 예측 정보를 제공하는 ‘봄캘린더’ ‘더데이’ 등이 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

신선 아름다운재단 열여덟어른 캠페이너도 고민 많던 자립 초년생의 순간이 있었다. 그는 "보호시설 퇴소 후 생전 처음 받아본 고지서에 당황했던 기억, 보일러 고장으로 불이 날 뻔했을 때의 아찔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그간의 시행착오에서 얻는 자립의 노하우를 모아 후배들의 건강한 자립을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자립준비청년, 동정 어린 시선 벗어나 가능성 많은 청년으로”

[인터뷰] 신선 아름다운재단 열여덟어른 캠페이너 열여덟 나이에 어른이 되어야 하는 청년들이 있다. 만 18세를 맞아 법적으로 성인이 되면 머물던 보육원 등 아동복지시설에서 나와야 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이다. 아름다운재단의 신선(30) 캠페이너도 자립준비청년이었다. 남들보다 이른 시기에 홀로 삶을 꾸리는 일은 마치 교과서 없는 과목의 시험을 치르는 것과 같았다.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선 캠페이너는 “자립전문가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은 자립 준비 청년 당사자만이 느끼는 고민과 답답함을 풀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9년부터 ‘열여덟어른’ 캠페인의 활동가로 자립준비청년들의 현실을 왜곡 없이 전하고, 당사자 중심의 정책과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목소리 내고 있다. 자립준비청년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그간 시설의 보호가 끝났다는 뜻으로 ‘보호종료아동’으로 불렀지만, 이들을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로 바라본다는 의미로 용어가 변경됐다. 아름다운재단에서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캠페인 ‘열여덟어른’은 매년 시즌을 거듭하며 자립에 나선 청년들을 향한 편향된 시선을 바로잡고, 관련 정책을 논의해왔다. 신 캠페이너는 지난 3년간 진행된 캠페인의 모든 시즌에 참가한 유일한 활동가다. 블로그와 유튜브 팟캐스트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자립을 준비하며 겪었던 시행착오와 열여덟어른이 살아가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꾸준히 전하고 있다. 그가 캠페이너가 되겠다고 선언했을 때 주변 반응은 좋지 않았다. 누군가는 보육원 출신에 대한 편견 때문에 나중에 취업이 힘들 거라며 걱정했다. 그럼에도 이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두 가지의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보고 배울만한 자립 청년 선배가 없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 둘째는 조건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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