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폭증·예산 삭감·상담원 줄사표… 아동 학대 특례법, 왜 만들었나요

학대 받는 아동, 홀대 받는 보호기관 ‘아동학대는 범죄’란 취지로 특례법 시행… 신고 건수 늘었지만 상담원 수는 그대로 기관당 3억으로 하향 평준화된 예산… 지자체 1억 5000 이상 지원할 이유 없어져 ‘아동 학대는 더 이상 사소한 가정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범죄다. 이제 아동 학대 사건은 국가 공권력이 개입한다.’ 이런 취지를 담은 ‘아동 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 학대 특례법)이 29일 드디어 시행됐다. 울산 울주군 서현이 사건(작년 10월)과 칠곡 계모 사건(올 4월)으로 떠들썩한 지 반년 만이다. 아동 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5분 내 즉각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 피해 아동과 학대자를 분리하고, 의료기관이나 보호시설로 데려가는 등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후 판사는 아동 학대자의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아동 학대로 중상해를 입혔거나 상습범에 대해서는 친권을 박탈할 수 있다. 가해자 형사처벌도 가능해졌다. 법 시행을 앞둔 지난 22일, 서울가정법원은 검·경, 지자체, 아동보호전문기관, 가정위탁센터, 국선 보조인 등 관계기관 간담회를 열었다. 법무부는 “사법기관이 아동 학대 가해자 처벌뿐만 아니라 피해 아동 보호에도 적극 나서게 됐다”라고 밝혔다. 과연 이제 우리나라의 아동 학대 문제는 해결의 첫 단추를 채운 것일까. 현장의 답은 “전혀 아니다”이다. ◇죽어나는 현장… “더 이상은 못 한다” “정부한테 한번 묻고 싶어요. 아동 학대 보호한다고 말은 해놓고 대체 뭘 하느냐고.”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현장 관계자 A씨의 말이다. 법 시행을 앞두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초비상이 걸렸다. 아동 학대 신고 건수가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지원 체제 안 바뀌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영원한 ‘庶子(서자)’

조선시대는 아니지만, 지금도 대한민국엔 ‘적자’와 ‘서자’가 있습니다. 보조금을 36억원 횡령한 ㈔한국경제교육협회는 청소년 경제 교육을 장려한다는 명분으로 지금까지 기재부로부터 268억원의 예산을 받았습니다. 설립된 이듬해인 2009년 ‘경제교육지원법’이 만들어져 경제 교육 실시 단체로 지정됐기 때문입니다. 이런 ‘적자’ 단체가 우리 사회에는 한두 곳이 아닙니다. 취약 계층 아동 맞춤형 통합 서비스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드림스타트센터’는 2008년 생긴 후 3년 만에 130개로 늘었고, 현재 220곳에 달합니다. 기관당 3억원씩 658억원의 예산이 들어갑니다. 반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서자’입니다. 정부가 아동 학대 문제를 인식하기도 훨씬 전인 1996년 민간단체인 굿네이버스에서 아동학대상담센터를 운영해오며 이 불쌍한 아이들을 보살폈습니다. 1998년 충격적인 ‘영훈이 사건'(영훈이 누나는 부모에게 맞다가 숨진 후 암매장됐고, 영훈이 또한 심하게 맞은 상태로 발견됨)으로 2000년 아동복지법이 만들어져 아동 학대에 국가가 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동보호전문기관은 50곳뿐이고, 가해자로부터 위협당하는 상담원 신분은 보호받지도 못하며, 기관 운영 예산은 민간단체와 지자체가 분담합니다. 출생 신분이 관(官) 주도가 아닌, 민(民)이기 때문에 생긴 현상입니다. 내년 예산안 뚜껑을 열어보고, 전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들이 떠들썩합니다. “더 이상 민간은 아동 학대 문제에서 손을 떼고 아예 국가에 운영권을 반납하자”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이쯤에서 궁금해집니다. 우리나라에서 국가가 할 일과 민간이 할 일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져 있는지 말입니다. 357조원에 달하는 국가 예산을 공무원이 모두 쓰기란 불가능합니다. 공무원은 이 일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민간단체에 위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성공하면 ‘민관 협력’의 롤모델이 되고, 실패하면 ‘보조금 빼먹는 민간단체 세금 도둑들’이 됩니다.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비영리단체 운영 건강하고 투명해야

미국 비영리단체 이사는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3G(Get, Give, Get Out)입니다. 후원을 받아오든지, 자신이 직접 기부하든지, 아니면 비영리단체 이사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시간과 돈을 쏟아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로서의 ‘당연하고도 즐거운’ 의무로 여긴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최근 비영리단체 내부의 실망스러운 모습이 이곳저곳에서 포착됩니다. B단체는 설립자가 정치권으로 나갔다가, 정치를 그만두고 다시 단체로 돌아와 내부가 시끌시끌했다고 합니다. 상임대표가 이에 항의해 단체를 그만뒀고, 팀장 4명도 모두 줄사표를 던졌고, 최근 사무총장까지 그만둔 상태입니다. 신임 회장이 부임한 이후, 전임 회장 시절 간부 직원들을 강등·감급·지방 발령 등으로 좌천시키고 권고사직 및 해고를 했던 K단체는 최근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국제아동구호단체인 U단체는 현 사무총장이 나이가 많은 임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권해 송사에 휘말렸다고 합니다. 권고사직을 받아들이지 않는 직원들을 ‘연구위원’이란 직책을 만들어 앉혔는데, 실은 전임 사무총장과 오랜 세월 함께 해온 직원을 내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에 연구위원 일부가 U단체를 상대로 소송까지 걸었다고 합니다. 상임이사를 뽑고 있는 A단체는 또 어떨까요. 연봉 4000만원의 말 그대로 ‘봉사직’에 가까운 자리입니다. 영리 기업 출신으로 열정을 갖고 A단체를 꾸려온 전임 상임이사는 몇 년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뒀습니다. A단체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려는 ‘의무감’ 대신 편안한 명예직으로 ‘권리’만 누리려는 이사진들, 기득권을 누려온 일부 간부급 직원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다 포기한 것입니다. 비영리단체를 포함한 공익법인들은 영리 기업과 달리 정부로부터 면세 혜택을 받습니다. 그만큼 조직은 투명하고, 건강해야 합니다. 미국

[박란희 편집장, 미국 비영리를 해부하다] ③ “내 돈을 맡길 만한 곳인가”… 비영리단체 투명한 운영ㆍ성장 돕는 중간 조직들

박란희 편집장, 미국 비영리를 해부하다 (1)기부 패러다임이 바뀐다 (2)핵심 가치에 집중하라 (3)비영리 생태계를 풍성히 하라 재단센터 – 임원 연봉ㆍ기부금ㆍ배분 내역까지 공개 모금전문가협회 – 편드레이징 교육부터 법ㆍ제도 제정 앞장 채리티 내비게이터 – 자선단체 평가로 똑똑한 기부 끌어내 “미국에서 규모가 큰 상위 100개 재단 정보를 보고 싶은가요? ‘파인드 펀더(Find Funder)’ 코너에 들어가면 다 볼 수 있어요. 미국재단에서 하는 연구를 보고 싶으면 ‘이슈랩(issuelab)’을 보세요. 각 재단의 재무 상황도 다 나옵니다. 자, 우리 조직인 재단센터를 한번 볼까요? 서열 2위인 리사 필립씨는 전략부서 부회장인데, JP모건에도 근무했고 자선기금 마련 분야에 25년 경력을 갖고 있어요. 연봉이 2억원 남짓 됩니다. 재단센터는 연봉 10만달러(약 1억원) 이상 받는 직원이 21명 정도 되는군요.” 재단센터(Foundation Center)의 상급사서 겸 모금강사인 수잔 시로마씨의 말이다. 재단센터는 1956년에 설립된 자선 분야의 지식 뱅크이자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이다. 전 세계의 자선과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비영리 종사자를 교육시키고, 기부를 받고자 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재단의 공모 사업이나 협력 프로그램 정보를 제공한다. 한 해 2200만달러(약 220억원)가량의 예산을 쓰고 직원만 150명가량 된다. 뉴욕, 워싱턴DC, 애틀랜타, 클리블랜드, 샌프란시스코 등 5개 지부를 두고 있으며, 재단센터에 수록된 미국 내 재단 및 기관 데이터가 무려 12만개라고 한다. “재단의 고위급 임원 연봉까지 공개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수잔씨는 “재무 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영리 분야에서 일하던 전문가들이 비영리단체에 지원을 할 때 연봉 체계를 미리

[박란희 편집장, 미국 비영리를 해부하다] ② 기부자에게 믿음 주려면… 비전과 핵심 가치에 충실하라

박란희 편집장, 미국 비영리를 해부하다 (2)핵심 가치에 집중하라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 – “빈곤·보건·교육문제 해결되면 문 닫을 것” 국경없는의사회 – 기부자 90%, 사용처 지정 않고 믿고 맡겨 시애틀재단 – 1600여 단체 지원… 공동체 살리는 허브 “우리는 50년 안에 기금을 모두 사용하고 난 후 재단이 없어지는 것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의 코디네이터 마리아 레나(Maria Rena)씨의 말이다.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이곳은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인 빌 게이츠와 아내 멜린다 게이츠가 세운, 세계에서 가장 큰 민간재단이다. 한 해에 사용하는 기금이 무려 34억달러(3조4000억원·2012년)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사회공헌 총지출 액수가 3조원가량이니, 이와 맞먹는다. 한 해 13만명이 방문한다는 재단의 방문자센터(2012년 오픈) 입구에는 빨간색 팻말로 이곳이 왜 존재하고, 어떻게 일하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 기회를 누려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빈곤·보건·교육을 위해 일하는 단체를 지원한다.” “재단에는 빈곤·보건·교육 파트별로 전담 직원이 있어, 어떤 NGO가 분야별로 가장 잘하는지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자금을 지원합니다. 우리가 모든 걸 다 할 수 없으니까요.”(레나씨) “문제를 해결하고 언젠가 사라지겠다”는 과감한 도전장에 이어, 재단은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며 끊임없이 ‘협업과 혁신’을 강조한다. 방문자센터 곳곳에는 “당신이 이런 재단을 운영한다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를 적는 IT기기가 많았다. 또 재단과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선 파트너 단체 1만1300개의 리스트를 모두 볼 수 있게 해놓았다. 레나씨는 “저개발국의 가족계획을 위해 제약회사와 협력해 3개월 동안 피임 효과를 지속하는 방법을 개발 중이며, 아이가 아플 때 스스로 휴대폰을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NPO]② 24시간 전화 통역… 4600명 자원봉사자가 허문 소통 장벽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NPO (2)비비비(BBB)코리아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강타한 한국의 비영리단체(NPO)가 있다. AP통신, USA투데이, 영국 BBC 월드 뉴스, 브라질 신문 ‘글로보(Globo)’ 등 주요 외신도 주목했다. 주인공은 전화 통역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비비비(BBB)코리아’. 의사소통에 불편함을 가진 내·외국인이 BBB코리아의 대표 번호(1588-5644)로 전화를 걸면, 해당 언어 재능을 가진 자원봉사자가 통역해주는 방식이다. 365일 24시간 별도 요금 없이(전화 통화료만 부담) 이용 가능하다. 월드컵은 60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방문하는 국제적인 행사. 전 세계가 BBB코리아에 관심을 가진 이유다. 이번 브라질월드컵 기간(6월 12일~7월 25일)에는 ‘리오 아미고(Rio Amigo·여행의 동반자)’란 이름으로, 현지 12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한국어·영어·스페인어 등 7개 언어의 통역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번에 시범 운영을 거쳐 오는 2016년에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자원봉사자를 확대해 정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 BBB 운동이 시작된 것도, 12년 전 월드컵이었다. 당시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있던 한국의 고민도 외국인과 원활한 의사소통이었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은 ‘휴대폰으로 핫라인을 구축해 자원봉사자가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자’고 아이디어를 냈고, 이는 재능 나눔 운동으로 번졌다. 약 3개월 동안 무려 13개 언어 통역이 가능한 2300명의 자원봉사자가 모집됐고, 곧이어 부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는 동남아권 언어 4개를 추가해 총 17개 언어 통역이 가능해졌다. 이듬해엔 생활 속 시민 통역 자원봉사 운동을 이어가고자, 비영리 사단법인 ‘BBB코리아’까지 출범했다. BBB코리아의 비전은 언어 장벽 없이 모두가 소통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 한국 내 이주민이 많아지고, 외국인 관광객도 늘어나고 있기에 사회적 필요는 충분했다. 현재 자원봉사자는 4600여

[아동학대 예방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⑦·끝 “가족 회복 공들이지 않고 신고 처리 급급한 한국… 40년 전 미국 보는 듯”

[아동학대 예방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7·끝)미국의 사례로 살펴본 우리나라 아동보호 체계 개선 방향- 원혜연 한국심리극·예술치료연구소 소장 인터뷰  더나은미래는 지난 4월부터 ‘아동보호 예방 체계,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기획 시리즈를 연재했다. 전문가들은 “전국 51곳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 300여명이 아동보호에 관한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 현 시스템이 아닌, 장기적인 시각으로 아동보호 체계를 갖춰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40년 전, 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했던 미국은 어떨까. 1974년 미국에서 ‘아동학대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을 당시, 미국 또한 우리나라처럼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현장 조사와 상담을 함께 해왔다고 한다. 이 방식의 한계가 지적되면서, 차츰 지금의 아동보호 체계로 자리 잡았다. 숭실대 사회복지학 석사, 미국 뉴욕대 연극 치료 석사를 전공한 후, ‘뉴욕아동센터’ 아동학대 예방 프로그램에서 사회복지사로 5년간 근무한 원혜연(43) 현 한국심리극·예술치료연구소 소장을 만나 우리보다 앞서 같은 고민을 거쳐 간 미국의 아동보호 체계를 물었다.(‘뉴욕아동센터’는 1953년 설립된 비영리기관으로, 아동학대, 우울증, 약물중독 등에 대해 아동과 청소년 및 가족에게 심리치료, 약물검사 및 예방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사회복지 기관이다. 뉴욕시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 편집자 ―미국의 ‘아동보호 체계’가 궁금하다. 어떤 구조로 아동학대 보호 및 사후 대처가 이뤄지나. “‘국가가 하는 역할’과 ‘민간기관이 하는 역할’이 철저히 분리돼 있다. 모든 아동학대 신고는 각 주·도시에 위치한 아동학대 관련 공공기관인 ‘아동보호국’(CPS·Child Protective Services)으로 보내진다. 아동보호국에서 현장조사를 하고 학대인지 아닌지, 예방조치가 필요한지를 결정한다. 가해자로부터 시급히 아동을 분리해야 하거나 가해자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NPO]① 그린티처스

“가진 교자재 긁어모아 무작정 떠나… 케냐·몽골 현지에서 특수교사 양성했어요” “국가와 시장 사이, 사각지대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건 ‘비영리단체’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이다.” 미국 기부문화를 분석한 세계적 석학 기소르망의 말이다. 2013년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비영리단체는 1만1579개이지만, 사회 곳곳에서 일하는 작은 비영리단체들의 활동이 중요한 이유다. 더나은미래는 ‘사회를 바꿀’ 열정과 비전을 갖고,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전문성으로 일하는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NPO 시리즈’를 시작한다. 그 시작은, 개도국 장애아동 특수교육 문제 해결에 힘쓰는 ‘그린티처스’다. 편집자 주 “케냐에서 우연히 특수교육 학교에 방문한 적이 있어요. 너무 충격을 받았죠. 건물은 전기가 아예 안 들어오고 교육자재는 텅텅 비어 있었어요. 컴컴한 교실에 새까만 다운증후군 아이들이 빽빽이 들어차서 점심을 먹는 모습을 보고, ‘아,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2000년, 고등영 그린티처스 대표(강남대 특수교육과 교수)가 케냐에서 마주한 현실이다. 해외 각국에서 온 원조단체들이 넘쳐났지만, 여전히 장애아동은 교육적 혜택으로부터 거리가 멀었다. 고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일했던 파라다이스복지재단이 연이 되어, 전낙원 전 파라다이스 회장이 10만달러(1억원)를 기증했다. 케냐 전(前) 모이 대통령이 기증한 케냐 카바넷 지역에, ‘에베네셀 특수학교’가 세워졌다. 이듬해 여름, 고 대표의 진두지휘에 알음알음 모인 특수교육 제자 20여명이 가진 교구재들을 긁어모아 케냐로 떠났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15년째 그린티처스에서 활동하는 이성애(48) 서울정진학교 초등부 교사는 “당시 한국에선 특수교육에 관심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적어 무력감이 들었는데, 케냐에 가니 내가 아는 지식이 너무도 유용하게 쓰여 뜨거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초기 단계가 세팅되고, 현지 교사

[아동학대 예방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⑥ 24세 상담원, 폭행 진술·폭언에 트라우마 “학대 부모와 아동의 삶, 제가 감당하긴 너무 버거워요”

[아동학대 예방체계, 이대로 괜찮은가] (6)현장 떠나는 아동보호상담원 “일단 나부터 살고 봐야겠다 싶어서 그만뒀어요. 계속하다간 제정신이 아닐 것 같아서….” 박지연(가명·26)씨는 지난달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떠났다. 입사 후 2년 4개월 만이었다. 2012년 3월, ‘아이들이 아주 좋아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는 박씨는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들어갔다. 한 달간의 수습기간, 3주에 걸친 ‘100시간’ 교육을 받자마자 실전에 투입됐다. 24세 사회 초년생 앞에 ‘어마어마한 사례’들이 쏟아졌다. 의붓오빠에 의한 성 학대 사례, 심각한 정도의 신체 학대, 방임…. 더욱 힘든 건, 가해자들을 만나 학대를 조사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가해 의심자나 피해 아동과 어떻게 의사소통하는 게 맞는지, 내가 내리는 ‘학대’ 판정이 맞는지 틀린지 불안했어요. 3주간 받은 교육은 행정적인 법 체계나 DB 입력법을 익히는 것이 주였고요.” ‘자녀를 학대한 부모와 아이를 분리해야 한다’는 결정을 해야 하는 것도 감당하기 버거웠다. 박씨는 “사회복지사인 내가 한 아이의 인생을 결정한다는 게 무거웠다”고 했다. 분리하면 한 대로 “네가 가정을 파탄냈다”는 폭언과 협박이 따라왔고, 가정에서 보호하기로 결정하면 ‘혹시 아이가 잘못되는 건 아닐지’ 늘 불안했다. 2년 4개월 동안 담당했던 아동 학대 사례는 총 142건. 한 달에 새로운 학대 사건이 최소 6건 생겨난 셈이다. 부족한 인력, 야근은 당연지사였고, 주말에도 전화기를 잡고 동동거려야 했다. 새벽 2~3시에도 신고받아 나가는 일이 수두룩했다. 심리적 보상도 없었다. “아동 학대 사건에 개입을 잘해서 ‘우수 사례’라고 생각했던 게 딱 한 건이었거든요. 그런데 또 재신고가 들어오더라고요. 인력이 너무 부족하니 몸은

[박란희 편집장, 미국 비영리를 해부하다] ① 기부자가 곧 미래… 보여주고, 참여시켜라

[박란희 편집장, 미국 비영리를 해부하다] (1) 기부 패러다임이 바뀐다 유나이티드웨이 – 기부금 어떻게 쓰였는지 수치·사진 등으로 소통 평생 파트너로 생각하고 핵심 사업에 참여시켜 미국월드비전 – 아이들 변화 동영상 보여줘 기부참여율 30% 증가 고액기부자 담당 직원 31명이 단계별로 관리 머시콥 – 방문자센터 안은 체험교육장 등으로 시각화 300개 기업과 파트너십… 봉사·캠페인 기회 늘려 미국 전체의 기부금 총액은 약 335조로, 미국인들은 수입의 2% 정도를 기부한다(2013년). 우리나라의 한 해 예산(357조)과 맞먹는 액수다. 비영리단체 수는 160만개나 된다. 비영리(Nonprofit) 부문은 영리기관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한 만큼, 혁신을 거듭한다. 기자는 지난 6월 17일부터 26일까지 한국NPO공동회의가 주관하고 한국국제교류재단이 후원한 ‘2014 미국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 16개 국내 NPO 실무자들과 함께 워싱턴DC·뉴욕·시애틀 등의 비영리기관 9곳을 방문했다. 이를 토대로 미국 비영리 현장을 해부하는 기획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첫 회는 유나이티드웨이, 미국월드비전, 머시콥 등 3곳이다. 편집자 주 “전 세계적으로 기부자 수는 1250만명에서 930만명으로 감소하고 있어요. 특히 미국에서 매년 5000만명 이상에게 기부 요청을 하는데, 이 중 실제 기부하는 비율이 2005년 이전엔 30%가량이었어요. 지금은 17.8%밖에 안 돼요. 악몽이죠.” 지난달 18일, 유나이티드웨이(United Way) 본부에서 만난 숀 개릿(Sean Garrett) 후원개발부 부대표의 말이다. 워싱턴을 관통하는 포토맥 강이 훤히 내려다보이고, 건물 뒷마당은 100명이 족히 야외 모금 파티를 열어도 될 만큼 널찍한 곳에 위치한 이곳은 미국 최대의 자선·기부 단체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39억달러(약 3조9000억원), 해외에서 13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모금해 전체 모금액만 5조원이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간접비 적은 비영리단체가 아닌 세계를 바꿔 놓을 단체를 위하여

미국의 NPO 현황을 둘러보는 출장을 앞두고 한 지인이 “댄 팔로타(Dan pallota)의 테드(Ted) 강연을 꼭 듣고 가라”고 말했습니다.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은 〈언채리터블(Uncharitable)〉 〈채리티 케이스(Charity Case)〉 등의 저자인 댄 팔로타씨의 강의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는 묻습니다. “비영리 분야가 세계를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나요?” “왜 40년 동안 12%의 미국인들은 늘 가난한 상태에 있는 걸까요?”라고. 사회문제는 거대하고 뿌리깊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비영리 분야는 5개 영역에서 차별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더디다고 그는 말합니다. 그는 자신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1990년대 그는 5만달러의 시드머니(seedmoney)로 에이즈 환자들이 자전거 여행을 통해 기금 모금을 하는 행사인 ‘에이즈 라이드(AIDS Rides)’를 기획했습니다. 9년 만에 이 자본을 1982배 증가시켰고, 에이즈 환자를 위한 사업에 사용하고도 1억800만달러가 남았다고 합니다. 이후 ‘유방암의 3일’을 시작했습니다. 35만달러를 초기 투자해 5년 만에 그 기금의 554배인 1억9400만달러를 모금했습니다. 그는 뉴욕타임스, 보스턴글로브 전면 광고를 하고, 황금시간대 라디오와 TV 광고를 해서 많은 사람이 참여하도록 유도했습니다. 하지만 2002년 그는 이 모든 행사를 갑자기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론 매체에서 그의 단체가 간접비로 총수입의 40%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350명의 유능한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간접비’라는 이름표를 달고 실직했다”며 “그해 유방암 연구를 위한 총수입은 무려 84%나 감소했다”고 말했습니다. “5%의 간접비를 쓰는 빵 바자회가 40%의 간접비를 쓰는 전문적인 모금 회사보다 더 옳은가요?” 이렇게 되물으며 그는 “우리는 도덕성(morality)과 근검절약(frugality)을 혼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빵

‘팀’ 꾸려 아동학대 판정·신고… 의사 개인 부담 줄어 신고 늘 것

아동학대 제도 개선 전문가 심포지엄 “의료인은 아동 학대 발견의 최전선에 있음에도 신고율이 너무 낮았다. 교육이 부족했던 것도 원인이지만 가족 반응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아이를 진료한 사람이 ‘의사 한 명’일 경우 누가 신고했는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병원마다 ‘학대아동보호팀’이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다. 모호한 사례가 있을 때 다 함께 검토를 하고, 신고를 할 때에도 팀을 통해 조처를 해 의사 개인이 판정하고 신고해야 하는 부담을 덜게 하면 신고율을 높일 수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대학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열린 ‘아동학대 조기발견과 제도개선을 위한 전문가 심포지엄’. 대한소아응급의학회, 한국아동복지학회가 주관하고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소아과·응급의학과 의사, 아동 전문가 교수, 아동보호 전문기관 현장 및 정부 관계자 등이 처음으로 한데 모여 ‘체계적인 학대 아동 보호 체계’ 구축을 위한 각자의 역할을 논의한 자리였다. 곽영호 서울대 응급의학 전문의는 “미국에서는 학대아동보호팀장이 응급실에 상주해 아동 학대 여부를 바로 검토하고, 아동 학대 사망 사례를 보고하는 체계를 갖춰 18세 이하 아동의 죽음에 대해서는 원인을 검토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현재 62개 병원에서 ‘학대아동보호팀’을 두고 있지만, 절반 이상이 유명무실할뿐더러 ‘전담팀’ 역사가 20여년 된 서울대의 경우도 지원이 부족하고 훈련된 전문가가 부족해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학대를 당한 아동이 큰 병원을 찾는 일은 드문 데 반해 ‘학대아동보호팀’은 큰 대학병원 위주로 갖춰질 수밖에 없는 문제를 두고 ‘학대아동보호팀’이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정익중 아동복지학회 교수는 “시·군·구 차원, 최소한 한 개 이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