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새로운 변화’는 현장에 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딸아이는 요즘 미니어처를 만드는 데 푹 빠져있습니다. 손가락 한 마디만 한 크기로 떡볶이, 오므라이스, 스파게티 등 온갖 음식을 만듭니다. 친구들한테 쇼핑몰 정보를 알아와서 각종 재료를 산 후, 유튜브를 통해 만드는 방법을 하나씩 배웁니다. 수학 문제를 풀라고 하면 30분만 지나도 피곤해하는데, 미니어처를 만들 땐 2시간이 넘도록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유튜브가 딸아이한테는 교과서요, 선생님입니다. 자신도 떡볶이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기 위해 유튜브에 올리겠다며, 한 시간 넘게 제 휴대폰을 갖고 낑낑댔습니다. 그 모습이 저한테는 새로운 문화 충격입니다. ‘배움’이 더 이상 학교에만 있지 않다는 걸 어렴풋이 알았지만, 아이의 행동을 통해 실제로 목격하니 더 생생합니다. 기존의 방식, 즉 위에서 아래로 정보나 지식이 하달되는 틀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요? 최근의 사회 흐름을 지켜봐도 그렇습니다. 땅콩 회항, 디자이너 이상봉씨 열정 페이, 연말정산 세금 폭탄 등 모든 이슈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그 이슈가 유통되는 과정에는 페이스북의 공유, 그리고 유튜브 동영상 등 SNS가 반드시 존재합니다. 5년 전쯤 한 NGO 사무총장이 “아~ 이제 NGO의 운명이 바람 앞의 촛불이야. 시민들을 광장으로 불러모으던 NGO의 역할을 이제 SNS가 다 하게 될 텐데”라고 한 말이 떠오릅니다. 새로운 것과 낡은 것, 그 사이에는 반드시 격차(갭)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그 격차가 작아야 불행하지 않습니다. 모든 시민이 새로운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는데, ‘부시맨 정부’ ‘부시맨 학교’ ‘부시맨 기업’만 홀로 존재하는 모습을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NPO] ⑤ 개도국 아동 도우려… 영양전문가가 나섰다

작지만 강한, 强小 NPO <5>위드 몽골의 전국 학교에 단계별 급식을 도입한 우리나라 비영리단체가 있다. 식품영양 전문 NGO ‘위드(with)’가 그 주인공이다. 몽골은 수도 울란바토르 거주 성인의 절반(47.7%)이 비만일 정도로, 만성질환 위험률이 높은 나라다. 반면 아이들은 밀가루 빵으로 때우거나 그조차도 없어 영양 불균형이 심각했다. 몽골 교육과학문화부는 15년간 현장을 지켜온 위드의 전문성을 신뢰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총 9년간 학교 급식 단계별 운영사업 협력을 제안했다. 전문 영양사들로부터 볶음밥·과일·샐러드 등 균형 잡힌 식단을 지원받은 아이들의 영양실조 비율이 눈에 띄게 낮아지자, 몽골 정부는 위드와 정식 협약(MOU)을 맺고 시골 유목민 학교·지방 도시 학교·도시 빈민 학교 등 전국 단위로까지 급식을 확대하기에 이르렀다. 사회주의 전통이 남아있는 몽골 정부가 타국에서 온 NGO와 함께 영양 관련 제도를 정비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외 직원 수 42명, 연간 평균 모금액 15억원인 중소 규모 NGO가 이룬 성과다. “1000일. 임신한 여성이 아이를 낳아 두 살까지 키우는 시간입니다. 이 1000일 동안 아이가 어떤 영양, 위생 상태에 노출되느냐에 따라서 아이의 평생 건강이 좌우됩니다. 가난한 나라에 기아와 비만이 공존하는 이유죠. 그 악순환을 끊고 싶었어요.” 곽미란 위드 본부장이 단체 설립 당시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위드의 역사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품영양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한 연구원·영양사 등 20~30대 전문가 25명이 “의미 있는 일을 하자”며 뭉친 게 계기였다. 서울 신당동·사당동·행당동 등 결식 아동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영양가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사회공헌 초고속 성장의 덫

“이제 기업 사회공헌은 다 죽은 거 아니에요? 몇 년 동안 반짝 붐을 이루더니, 요새 경기가 안 좋아서 다시 죽었네요. 솔직히 사회공헌팀은 조직에서 한직(閑職)이잖아요.” 한 기업 재단 담당자의 솔직한 얘기입니다. 경기 불황과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이후 기업들의 이슈는 리스크 관리가 된 모양입니다. 기업마다 국회나 시민단체 등을 담당하며 기업의 리스크에 해당하는 사안을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대외협력팀을 운영하는데, 여기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한 대학생으로부터 황당한 얘기도 들었습니다. 대학생을 학습 멘토로 운영하는 한 기업 사례인데, “이 프로그램을 왜 하는 것이냐”고 묻는 대학생에게 그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가 “우리 기업에 나쁜 사건이 터졌을 때, 이걸로 막으려고 하는 거야”라고 답했다는 겁니다. 이뿐 아닙니다. 겉으로는 자사의 사회공헌 사례를 적극 홍보하는 한 기업 CEO가 “솔직히 이런 사업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내부 회의에서 대놓고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파트너십에 관해서라면, 비영리 단체들로부터 ‘기업의 갑질 사례에 관한 익명의 제보’를 수집하면 아마 책 한 권을 써도 될 만큼 나올 것 같습니다. 다만 기업의 후원이 끊어질까 봐 절대 공개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처음에는 기업의 사회공헌이 양적으로 확대되는 것이 반가웠는데, 요즘은 ‘모래성 쌓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연산도 못 푸는 초등학생이 미분·적분을 푸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인가 싶은 것이지요. ‘더나은미래’는 과연 기업 사회공헌의 질적 성숙에 기여했을까, 기업 사회공헌의 초고속 성장 속에서 우리가 놓친 것은 없을까, 반성도 하게

[더나은미래 논단] 생애주기별 복지가 중요한 진짜 이유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현재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생애주기별’ 복지다. 보건복지부의 정책 설명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단어다. 생애주기별 복지란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생의 단계에 따라 필요할 수 있는 복지 욕구를 사회적으로 적절히 해결해주는 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면 영·유아기에는 돌봄, 아동기에는 건강한 성장, 청장년층에는 취업, 노년층에는 노후 생활 보장과 의료 등 각 생애주기에 특화돼서 필요한 사회복지 서비스가 있다. 생애주기별 복지는 이러한 특화된 서비스를 생애주기별로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방식을 지칭한다. 하지만 생애주기별 복지를 이렇게 평면적으로만 이해한다면 그 개념이 중요한 ‘진짜 이유’를 자칫 놓칠 수 있다. 생애주기별 복지의 보다 입체적인 의미는 예방적이고 투자적인 복지의 개념과 관련이 있다. 삶의 주기에서 앞선 주기의 복지 욕구를 얼마나 적절히 해결하느냐가 뒤에 오는 주기의 복지 상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생애주기별 복지의 이론적 근간이다. 영·유아 시기에 부모와 건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아이는 아동기에 사회성과 정서 발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아동기에 사회성과 정서 발달이 뒤처지면 성인기에 다양한 정신 건강 문제가 나타날 확률이 크다. 복지 욕구는 생애주기마다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연결되며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그러한 욕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복잡하고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주 어린 시기에 가족의 경제적 여건의 차이로 발생한 작은 발달상의 격차는 시간이 지나면 더욱 큰 격차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생애주기별 복지의 핵심은 예방적인 접근에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NPO] ④ 주민 협동조합서 자립 방법 찾아… 사막화·황사 문제 해결

작지만 강한, 强小 NPO (4)푸른아시아 서울 사무국 인원 10명 남짓에 연간 모금액 평균 25억원.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국내 한 비영리단체(NPO)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렸다. 16년간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황사 문제 해결을 위해 달려온 비영리 단체 ‘푸른아시아’ 이야기다. 지난해 6월, 푸른아시아는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이 2011년부터 선정해 온 ‘생명의 토지상(Land for Life)’에서 최우수 모델(First Prize)을 수상했다. 이 상은 기후변화·사막화 방지 분야의 노벨상이라고도 일컫는다. 세계적인 인정은 물론이고 3만5000달러(약 3900만원)에 달하는 상금은 덤이다. 지난 2011년에는 6개월에 걸쳐 푸른아시아의 몽골 사업장을 방문해 조사·연구했던 세계은행 연구소(World Bank Institute)에서 ‘그간 이론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유례 없는 모델’이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지금까지 만든 거라곤 파일럿 모델 하나 개발한 거예요(웃음). ‘어떻게 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를 막고, 동시에 지역을 지속 가능하게 복구할 수 있을까’, 이 질문 하나로 아시아·아프리카 등 어느 지역에도 적용 가능한 모델을 찾아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시도와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1998년, 푸른아시아의 전신(前身)이었던 한국휴먼네트워크를 세우고 이후 10여년 세월을 함께 해온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의 말이다. “당시 국내에선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지만, 1997년 교토의정서가 채택되면서 일본에서는 이미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적 붐이 있었어요. 대만이나 실제 사막화가 일어나던 중국, 몽골 등에서도 문제의식과 공감대가 생겨나던 시기였고요. 아시아지역 기후변화에 대응해 국제적으로 활동해 나가는 단체를 만들고자 했죠.” 시작은 몽골이었다. 이미 90년대 말부터 아시아에서 가장 큰 기후변화를 겪고 있었기 때문. 남한 면적의 7배 크기, 대초원과 호수가 가득했던 땅에서 이젠 3600여 호수 중 1166개가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혁신의 시작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서

2012년 구글의 슈퍼컴퓨터 중 하나가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유튜브 영상에 있는 섬네일 1000만개를 훑어본 후 75%의 정확도로 고양이를 구분한다는 것입니다. 놀라운 일처럼 보이지만, 잘 생각해보면 인간의 경우 네 살짜리 꼬마들조차 완벽하게 해내는 일이지요. “우리는 컴퓨터 혼자서 해낸, 별것 아닌 일들에는 감동하면서도 인간이 컴퓨터의 똑똑하지 못한 부분을 채워주며 이뤄낸 커다란 업적들은 무시한다”는 말을 한 이는 바로 피터틸입니다. 전자결제시스템 회사 페이팔 CEO이자,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파워 그룹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이지요. 페이스북 친구 중 몇몇이 하도 칭찬을 많이 해서, 연말에 읽어본 책 ‘제로투원(Zero to One)’의 저자입니다. 그는 ‘빅데이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냅니다. “빅데이터는 보통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데이터다. 오직 인간만이 쓸모 있는 통찰 결과를 찾아낼 수 있다.” 재밌는 내용은 또 있습니다. ‘왜 사람들이 경쟁을 건강하다고 믿는 걸까.’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기초로 ‘게이츠(MS)와 슈미트(구글)’ 연극을 이야기합니다. 신생기업일 때 각자 번영하던 이들 가문은 점차 성장하면서 서로 경쟁에 집착했고, 그 결과 홀연히 애플이 나타나 두 가문을 모두 제쳤습니다. 그는 “경쟁하지 말고 (창조적) 독점을 하라”고 주장합니다. 경쟁에서 이겨봤자 1에서 n이 될 뿐이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0에서 1이 된다는 것입니다. 숙박공유기업 에어비엔비처럼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도 발견 못한 비밀을 발견해야 위대한 기업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공익 분야가 시장이 얕다 보니 경쟁자가 없는 게 내심 불안했고, 컴퓨터도 기사를 쓰는 시대에 ‘인사이트(insight)가 있는 매체를 만들자’며 구닥다리

[숨은 영웅을 찾아서] ③ 내 인생을 바꾼 건 아이들… 그들이 또다른 삶 돌보길

숨은 영웅을 찾아서(3) 최연수 한빛청소년대안센터장 “중·고등학생 여덟 명이 본드와 가스를 마신 채 뒹굴고 있더군요. 개수대에는 먹다 남은 라면 냄비가 가득 쌓여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이혼 후 집을 나갔고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아버지는 장기간 지방 출장이 잦다보니 동네 형들이 그 애의 집을 아지트로 삼은 것이었죠.” 최연수(52) 한빛청소년대안센터 센터장이 처음 이 길에 들어선 건 20여년 전 맞닥뜨린 충격적인 현장 때문이다. 중간·기말고사만 되면 극성 엄마들이 돈봉투를 들고 와서 “문제 좀 찍어달라”고 하던 학원 강사 일에 회의를 느낄 무렵이었다. 최 센터장은 YMCA 송파청소년독서실에서 영어·수학을 가르치는 야간 교육봉사를 시작했다. 아이들의 얼굴을 다 익혀갈 즈음, 한 학생이 3일 나오다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학생을 찾아나선 거여동 판자촌, 그곳은 ‘별세계’였다. 이후 그는 매주 청소년 아지트 예닐곱 군데를 찾아가 아이들에게 빵과 우유를 먹였다. 아이들은 그를 ‘빵아저씨’라고 불렀다. 생업이던 학원을 그만두고 아이들을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등교를 거부하는 ‘동네 짱’들을 모아 축구팀도 만들었다. 그러기를 2년, 1995년 아예 5평짜리 방 한 칸을 빌려 ‘한빛길거리상담소’라고 이름붙였다. “처음에는 통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일주일에 3번 과외를 하면서 운영비를 충당했는데, 과외를 갔다 오면 난리가 나 있었어요. 술 먹고 담배 피우고…. 책 사이에 꽁초를 끼워 버리고, 음식물 쓰레기는 한가득 쌓였죠. 주민들 항의가 거세져 문단속을 하자 유리창까지 깨고 들어오더군요. 기름보일러 안에 석유가 떨어져서 안 넣으니까 테이블 위에 이불을 깔고 자기도 했어요. 그렇게 몇 년을 먹이고 재우니까 처음 돌보던 그룹이 성인이 된 이후에는 본드며

[더나은미래 논단] CSR의 투명한 천장

이윤석 InnoCSR 대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정의에 대해서는 지난 10년 이상 동안 전 세계에서 계속적으로 논의되어 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CSR, CSV(공유가치창출), 사회공헌, 지속가능발전이라는 개념이 혼재되어 있어, ‘CSR=사회공헌’이라는, 다른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비정상적인 정의까지 내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CSR은 기업이 어떻게 돈을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돈을 버느냐의 문제다. 따라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많은 연관성을 가진다. 기업이 브랜딩이나 마케팅 측면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력 사업들을 검토하고 시행할 때 사회와 환경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의 기업 구조는 오로지 밀턴 프리드먼과 애덤 스미스가 얘기했던 과거형 수익 창출에 맞춰져 있다. 구매에서부터 제조, 판매까지 이어지는 사업의 밸류 체인을 보면,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지속적으로 보인다. 구매팀을 예로 보자면, 소수의 구매 담당자가 많은 협력업체를 상대한다. 한 사람이 보통 흔하게는 수십 개 협력업체를 매월 상대한다. 이들은 기존의 협력업체들을 관리하고, 회사에 필요한 자원을 구매함과 동시에 신규 협력업체들도 발굴해야 한다. 간혹 사고가 나고, 이를 협력업체들과 해결하는 일도 도맡아서 한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구매 요소들은 낮은 가격, 높은 품질, 그리고 빠르고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이다. 이렇게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구매팀에 어느 날 회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며, 윤리강령과 CSR 감사 제도를 정책화한다. 구매팀은 그 내용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한 채, 이를 협력업체들에 강조하고 협력업체 평가 요소에 반영한다. 협력업체들 역시 이를 즉시 비용으로 인식한다. 가장 낮은 원가로 높은 품질로 만들어서 빠르게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찾습니다

‘수송보국(輸送報國·수송업을 통해 나라에 보답한다).’ 대한항공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이 가졌던 신념입니다. 칼럼을 쓰려고 책상에 앉아 있는데, 문득 딸에게 읽어보라고 선물한 ‘대한민국을 바꾼 경제거인 시리즈'(FKI미디어)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금은 재벌이 된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 창업주들 이야기를 엮은 청소년 도서입니다. 9권(조중훈처럼)을 열어보니, 1945년 11월 인천시 해안동에서 트럭 한 대를 가진 청년이 ‘한진상사’라는 간판을 내걸고 장사를 시작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8남매의 둘째로 태어난 후 가세가 기울어, 열일곱 나이에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선박 기술을 배운 식민지 청년이 바로 조중훈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당장 필요한 물품을 들여오는 무역업에만 신경 쓸 때, 그는 물자를 원하는 곳까지 가져다줄 ‘수송’에 눈을 돌렸습니다. 책의 감수를 맡은 유재천 전 서강대 사회과학대학장은 “(당시 경영이 어려워 아무도 인수를 원치 않던) 대한항공공사, 대한선주, 인하공대 등을 인수한 조중훈 회장님은 기업의 이윤에 앞서 나라의 부름에 응하는 선공후사(先公後私)를 보여준 기업인”이라며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를 중퇴한 뼈아픈 경험에 대한 회한으로 직원들의 자녀가 학비 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했고, 사재를 쏟아부어 인하대와 항공대를 있게 했다”고 적었습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사내 대학까지 만들어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직원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었다고 합니다. 조중훈 회장이 살아 있었다면,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나눔이나 배려, 사회에 대한 기여 등과 같은 ‘가치 있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은 아무나 하지 못합니다. 자신이 직접 어려움을 겪어보았기에

[더나은미래 논단] 공익재단도 M&A 필요… 착한 일도 효율적으로 해야

올 한 해 최고의 뉴스메이커였던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최근 “빌 게이츠와 자선 경쟁을 하겠다”고 했다. 착한 행동을 하는 데 효율을 따져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겠다는 얘기다. 600억달러(약 66조원)의 자산가 워런 버핏 회장은 2007년 310억달러(약 34조원)를 자신의 재단이 아닌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에 기부했다. 좋은 세상이라는 성과 위주로 착한 행동을 관리한 셈이다. 최근 한 장학재단이 해산을 신청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저금리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진 탓이다. 이 보도를 접하고 우리 사회가 착한 행동을 하는 데 한 가지 방법만을 요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적은 좋은 세상이었다. 이를 위해 장학재단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기본자산인 자본금은 사업비로 사용될 수 없고 이자 수익만으로 착한 행동을 해야 했다.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런데 저금리가 덫이 됐다. 결과적으로 착한 행동이 만들려고 했던 좋은 세상도 힘들어졌다. 효율을 따져보고 성과 위주로 이 어려움을 타개할 수 없을까. 유사한 환경에 처한 공익재단이 많다면 재단 운영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방법은 소규모 자산을 가진 재단들이 청산과 합병 절차를 거쳐 그 자산을 유사한 재단에 기부하는 것, 둘째는 재단의 기본재산을 주무관청의 승인하에 매년 5~10% 정도 직접 사업에 사용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10억원이 기본재산이라면 그중 매년 5000만원에서 1억원씩 직접 사업에 쓰면 어떻게 될까. 저금리하에서 연간 1000만~2000만원, 10년을 써도 1억~2억원에 불과한 착한 행동의 성과가 5억~10억원으로 올라가는 셈이다. 물론 재단은 10년 후 혹은 20년 후 활동이 종료된다. 그러나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했던

[숨은 영웅을 찾아서] ② “아이들, 탈북민 잇는 다리 되길”

[더나은미래·더퍼스트 공동기획] [숨은 영웅을 찾아서] (2) 셋넷학교 박상영 교장 10년전 탈북청소년 10명과 함께 시작… 자격증 취득·문화교육·현장학습 수업 대학 진학보다 친구 찾기 중심 시간표·행사 등 전 과정 지역과 소통… 늘 “떳떳하게 출신 밝혀라” 강조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스쳐간 사람을 3년 뒤 다시 만나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탈북 청소년 박상영(52) 셋넷학교 교장 이야기다. 1999년 중국 용정으로 봉사활동을 떠났던 박 교장은 난생처음 북한 아이들을 만났다. 가진 돈을 다 털어주고 “잘 살아야 한다”며 작별인사를 건넸는데, 3년 만에 자신이 다니는 교회 앞마당에서 그들과 재회했다. 고생 끝에 남한에 온 만큼 잘 지낼 줄 알았던 아이들의 얼굴에서는 좀체 행복을 읽을 수 없었다. 그는 10여 명의 탈북 청소년을 데리고 주말마다 온 동네를 쏘다녔다.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예술도 배우게 했다. 그렇게 시작된 대안교육이 장소를 갖추고 커리큘럼을 만들면서 ‘셋넷학교’가 됐다. 올해로 딱 10년이다. ◇탈북 청소년 생존 위한 ‘선택 교육’ 여의도의 유명 증권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박 교장은 채 2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곳을 떠났다. ‘한 번뿐인 인생을 돈보다 가치 있는 일에 쓰자’는 결심 때문이었다. 6개월간 가족을 설득한 끝에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문화교육운동을 시작했고, 1995년에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 배움터 ‘따또학교’를 세웠다. 그리고 2004년, 중국 용정에서 만난 탈북 청소년들과의 인연으로 셋넷학교를 시작했다. “우리는 선택의 사회를 살고 있습니다. 결혼이나 학업, 직장에 대한 고민을 하죠. 그러나 북한에서는 당이 모든 걸 결정합니다. 탈북 청소년들은 언어가 통하니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영수증 없이 연 5000만원 지원하는 ‘아쇼카’ 이야기

제가 매달 한 번씩 참여하는 ‘사회적경제언론인포럼’이라는 공부모임이 있습니다. 시작은 작년 초쯤 사회적기업을 취재해온 ‘이로운넷’ 선배와 통화하면서 “출입처도 없는 외로운 기자들끼리 한번 모여보자”며 뭉친 게 계기였습니다. 매달 한 분씩 모셔서 사회적기업·협동조합 분야 이야기도 듣고, 토론도 합니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한겨레경제연구소가 함께하는 따뜻한 모습에 참석자 몇몇은 놀라기도 합니다. 이번 달에 만난 인물은 아쇼카의 이혜영 대표였습니다. 아쇼카는 사회 혁신 기업가(소셜 앙터프리너)를 지원하는 비영리 조직인데, 30여년 동안 88개국에서 아쇼카펠로 3000여명을 선정해 지원해왔습니다. 올해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아동 인권 운동가 카일라시 사티아르티(Kailash Satyarthi)씨는 무려 21년 전에 아쇼카펠로로 선정됐다고 합니다. 아쇼카펠로로 선정되면, 아쇼카는 생계비(1년 평균 5000만원)를 3년 동안 지원하는데, 3개월에 한 번씩 생활비만 입금할 뿐 영수증을 전혀 요구하지 않습니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혜영 대표는 “3000명 중 96%가 자기 조직을 성장시켰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한국 같으면 영수증 붙이느라 정신없거나, 누구 ‘백그라운드’로 이 사람 지원했느냐는 식의 공격이 들어올 것”이라고 씁쓸히 웃었습니다. 신뢰 자산이 참 무섭습니다. 아쇼카를 본뜬 재단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에코잉그린(Echoing Green) 재단은 창립한 지 3년 이내의 스타트업 사회적기업가를 지원하고, 스콜(Skoll) 재단은 사회적기업가들을 발굴할 뿐 아니라 네트워크 확산에 주력합니다. 인터내셔널 브릿지스 투 저스티스(International Bridges to Justice)라는 비영리단체는 커가는 단계별로 에코잉그린-아쇼카-스콜의 지원을 모두 받았습니다. 이혜영 대표는 “한국에선 마치 사회적기업가가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게 안타깝다”며 “사회적기업가들은 영리와 비영리에 상관없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