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사회문제… 2015년 新사각지대를 살피다]④ Ⅳ 시니어 – ‘일자리’만 찾다가 오히려 ‘설자리’ 잃는 노인들

불행한 노년의 삶, 행복해지게 만드는 방법 시니어 동아리 ‘희망나눔세상’의 재능기부처럼 사회 참여 활동으로 우울·고독 해결해야 “어느 날 그냥 우두커니 앉아 있는 나를 발견했어요. 그때부터 우울증이 오기 시작했죠.” 대기업 회계 파트에서 근무했던 양태석(60)씨는 2010년 회사를 나왔다. 33년을 일했던 회사였다. 처음엔 나름 ‘자유로움’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몇 개월 만에 무기력증에 빠졌다. 아내도 일을 하고, 애들도 바쁜데 양씨만 허송세월한다는 생각에 심한 우울증까지 앓았다. ‘뭐든 닥치는 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지역 복지관의 인생 설계 강의부터, 요리 강좌까지 섭렵했다. 한국방송통신대학에도 편입했다. 기업 인사 파트에서 34년을 일했던 최종영(59)씨도 재작년 퇴직의 칼날을 맞았다. 최씨는 건강부터 문제가 생겼다. “시간이 많아지니까 오히려 게을러져서 건강관리가 잘 안 되더라”며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가족들과 전에 없던 다툼이 생기기도 했다”고 한다. 사회와의 단절에 힘겨워하던 양씨와 최씨는 최근 은퇴 후 가장 활력 넘치는 삶을 살고 있다. 작년 8월 은퇴한 시니어들로 이뤄진 재능기부 동아리에 참여하면서부터 생긴 변화다. 사회적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경영 진단이나 컨설팅을 해주는 모임이다. 최종영씨는 “일주일에 3일 이상 현장에 나가다 보니, 우울증 걸릴 시간도 없다”며 “덕분에 가족과의 시간이나 여가도 훨씬 소중해졌다”고 했다. ◇노인 빈곤 문제, 재취업이 유일한 대안인가? 지난달 31일, 서울대 행정대학원 ‘고령사회와 사회자본연구센터’가 65세 이상 노인 106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노인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잇는 노인이 180만명이 넘고, 서울의 택시 운전기사 5명 중 1명(21.6%)이 65세

[미리 보는 사회문제… 2015년 新사각지대를 살피다]③ Ⅲ 청년 – 말이 쉬운 청년 창업, 진짜 필요한 도움은

청년 스타트업 지원, 얼마나 효과 있나 지자체가 제공하는 창업 공간 평일엔 ‘썰렁’ 창업 생태계 조성·사후 지원이 더 시급 “지난해부터 창업 자금은 많이 풀린 상황이에요. 국비지원 교육 프로그램도 많고, 창업지원 관련 행사도 굉장히 자주 열려요. 사실 내가 창업하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상황이에요.”(창업 3년차 스타트업 종사자 K씨) 3~4년 전, 인디음악 밴드 서비스 관련 창업을 준비하던 이진우(가명·32)씨는 정부의 창업 지원 사업에 참여해 1년 동안 3000만원가량의 사업 개발비를 받았다. 하지만 결국 경쟁업체들에 밀려, 돈 한 푼 못 벌고 사업을 접게 됐다. 이씨는 곧이어 다른 분야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정부 지원 사업은 물론 대기업 창업 공모전·공익재단 창업경진대회에서 상금도 받고, 투자까지 받게 됐다. 이와 같은 사례는 최근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중소기업청이 주도하는 정부 창업 지원금 규모는 1조5000억가량. 청년창업사관학교, 청년 전용 창업자금, 창업기업자금(융자), 엔젤투자 매칭펀드 등 지원 사업도 다양하다. 정부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IT 분야 청년 창업을 위해 조성한 ‘청년창업펀드’는 지난해 이미 1000억원을 넘어섰다. SK, 한화, 현대차 등 기업에서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사회적기업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스타트업 전문 지원 기관의 K씨는 “창업을 독려하는 분위기는 반갑지만 사실상 공급 과잉 시대”라면서 “창업하려는 젊은이들이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고 했다. 2014년 7월 통계청 ‘고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청년 기업(30세 미만 청년이 대표자인 기업)의 폐업률(25.5%)은 전체 폐업률(12.9%)보다 두 배나 높다. ◇박근혜 정부, 청년 창업 드라이브를 걸었다 대한민국

[미리 보는 사회문제… 2015년 新사각지대를 살피다]② Ⅱ 청소년 – “게임 캐릭터 레벨업 해라” 이것도 폭력?

미리 보는 사회문제… 2015년 新사각지대를 살피다 사이버 공간으로 확대된 학교 폭력 무대 채팅방에서 집단 욕설·게임 아이템 셔틀 늘어… 맞춤형 예방·체험형 공감 교육 확대돼야 “우리 반에서 A가 제일 꼴도 보기 싫어.” “맞아. 얼굴도 못생긴 게 비굴하기까지 해.” “ㅋㅋㅋ” “그렇게 당하고도 계속 학교에 다니는 것 자체가 신기하지 않아?” “진짜 X같은 게 쳐다보지나 말지.” 얼마 전,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초대받은 A군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채팅방엔 A군을 향한 험담으로 가득 차 있었다. A군의 얼굴에 외계인 사진을 합성해 올리면서, 서로 웃고 떠들기도 했다. 당황한 A군이 채팅방에서 ‘나가기’를 눌렀지만 소용없었다. 반 친구들이 끊임없이 채팅방으로 다시 초대했기 때문. 참다 못해 카카오톡을 탈퇴했지만, “다시 어플을 깔아라”라는 이들의 엄포로 A군은 지금도 집단 욕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의 ‘안전’이 사이버 공간에서 위협받고 있다. 스마트폰 3500만 시대. 초·중·고등학생의 77.1%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가지고 있는 나라. 온라인·모바일 접근성이 높은 만큼 사이버 폭력에 노출될 확률도 크다. 전문가들은 “최근 학교 폭력의 무대가 급격히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청소년 신(新)사회문제, 이제는 사이버 폭력이다 지난해 청소년폭력예방기관인 ‘푸른나무 청예단(이하 청예단)’이 전국 청소년 61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교 폭력을 경험한 학생 중 42.1%가 ‘자살을 생각했다’고 답했다. 학교 폭력의 장소 및 유형도 달라지고 있다. ‘학교 교실’에서 폭력을 당했다는 학생이 2012년 50%에서 2013년 34.6%로 무려 15.4%가 줄어든 반면, ‘사이버 폭력을 당했다’는 학생이 4.5%에서 14.2%로 3배 이상 급증했다.

[미리 보는 사회문제… 2015년 新사각지대를 살피다]① Ⅰ 아동 – 어릴 적 받은 상처… 평생토록 아물기 어려워

미리 보는 사회문제… 2015년 新사각지대를 살피다 불안정한 가정 환경에 방치된 아동들 경제 수준 낮을수록 아동의 삶의 질 지표 낮아… 건강한 성장 위해 장기적 심리 치료 지원돼야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 아동 학대 사망 사건, 세월호 참사, 윤 일병 사건…. 사회문제가 곪아 터진 후 이슈가 되면, 그제서야 새로운 대책이 만들어진다. 정책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끊임없이 생겨난다. 정부와 기업, NGO가 모두 2015년의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시기를 맞아, ‘더나은미래’는 아동·청소년·청년·노인 분야의 신(新)사각지대는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이진호(가명·10)군의 집은 3평 남짓한 고시원이다. 부모님이 함께 운영하던 스포츠용품 사업이 부도나면서, 매일 다투던 부모님은 결국 이혼하고, 어머니는 집을 떠났다. 부도날 때 진 빚에 사채가 더해지면서 아버지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전세금을 뺀 돈으로 사채는 막고 옆 동네 고시원으로 거처는 옮겼지만, 전학 처리를 하지 않은 탓에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아버지가 일용직을 하러 나간 사이, 온종일 동네를 걸어 다니다 떡볶이나 라면을 사먹고 들어오는 게 진호군의 일과였다. 지난해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진호군을 발견했을 때, 진호군의 인지 능력은 또래보다 훨씬 떨어졌다. 영양 불균형도 심했고, 공격적인 성향도 강했다. 아버지에 대한 교육과 상담이 이뤄지고, 진호군에게는 18회 동안 그림 치료가 이뤄졌다. 진호의 치료사는 “엄마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에서 오는 좌절감이나 학교에 다닐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한 분노, 아버지에 대한 두 가지 모순적인 감정들이 드러났다”며 “감정을 꺼내놓고, 조금씩 풀고 나니 시간이 쌓일수록 심리적 안정감을 찾아갔다”고 했다. 진호군은 이제 열악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발달장애인 고용정책 되레 후퇴하나

연계고용 고시 개정, 장애인 고용 감면 한도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장애인표준사업장 타격 정부는 연계고용 많으면 직접고용 줄어든다고 생각 심각한 발달장애인 고용문제 정부가 싹조차 잘라버린 꼴 지난달 말 “안녕하세요. 저는 베어베터 대표 이진희입니다”로 시작하는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핵심 내용은 ▲지난달 14일 ‘연계고용’ 관련 고시가 개정돼, 기업들이 장애인고용부담금을 감면받는 한도가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고 ▲이로 인해 베어베터의 가격경쟁력이 없어져 기업들이 거래를 끊게 되면, 더이상 발달장애인을 채용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베어베터는 창업한 지 1년 반 만에 발달장애인을 70명이나 고용한 예비 사회적기업이자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베어베터가 커진 것은 ‘연계고용’제도 덕분이다. 하지만 이제 고시 개정으로 인해 제2, 제3의 베어베터를 만들고, 발달장애인 1500명을 채용하겠다는 꿈도 이루기 힘들어졌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더나은미래’가 뒷이야기를 취재했다. 편집자 주 “몸이 불편한 지체장애인과 사회성이나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발달장애인 중 기업이 누구를 선택하겠어요? 정부에서는 기업의 직접고용만을 강조하지만, 현실적으로 중증장애인, 그중 발달장애인은 고용되기 어려워요. 직접고용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민간에서 이들을 포용하기 위한 움직임을 막아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요?” 베어베터 이진희 대표의 말이다. 베어베터는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 장애인)을 고용해 제과나 인쇄물을 기업에 판매한다. 발달장애인은 장애인 고용의 사각지대다. 중증장애인 1명을 채용하면 2명으로 인정해주는 ‘더블카운트’제도가 있음에도, 고용 대신 벌금을 낸다. 장애인 평균 고용률은 36%, 지체장애인 고용률은 45.4%지만, 지적장애인 고용률은 14.3%다. 자폐성 장애인의 고용률은 0.6%다(2012년 보건복지부). 지적장애인이 16만7500명, 자폐성 장애인이 1만5900명이니, 15만명가량의 발달장애인이 백수인 셈이다. 이들은 고스란히 복지서비스 부담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