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은미래 논단]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자 중심 ‘바우처 제도’를 주목하라

[더나은미래 논단] 최근 한국의 사회복지 환경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된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가족 기능 약화 등의 변화는 복지 욕구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공공 사회복지 지출이 2000년 GDP의 5% 수준이었으나, 2014년 배 이상 증가해 10%를 넘었다. 절대적 수준은 아직 OECD 평균(약 22%대)에 비해 여전히 낮지만, 2000년 이후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이 중 가장 변화의 속도와 폭이 큰 분야가 사회복지 서비스 영역이다. 2000년대 이전의 사회복지 체계가 주로 생계 보호를 중심으로 한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위주였다면, 2000년대 이후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으로부터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사회복지 서비스의 확대가 특징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2012년 개정된 ‘사회보장기본법’은 한국의 사회보장 체계를 기존의 두 축(사회보험과 공공부조)에 사회 서비스를 포함한 세 개의 축으로 규정하고 있다. 예산 측면에서도 2000년대 이후 보건복지부 예산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분야가 노인, 아동, 장애인, 여성과 가족 등 사회 서비스 영역이다. 양적으로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과연 서비스 수요자인 국민의 복지 욕구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국민의 복지 체감도는 여전히 낮고, 사회복지 서비스는 아직도 값싸고 질 낮은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다는 평가다. 양적인 확대를 넘어 이제는 질적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질적인 변화를 추동하는 대표적인 흐름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의 변화다. 우리나라 사회복지 서비스 공급 체계는 전통적으로 공급자 중심 체계로 발전해 왔다. 국민이 국가로부터 서비스를 받을 권리인 ‘사회권’ 차원에서가

[더 나은 미래 논단] 사회적 기업, 뭉쳐야 산다

결혼 이주 여성들이 주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카페오아시아’라는 사회적협동조합은 서울과 인천, 광주를 비롯해 경기도 광주와 여주, 광명, 분당 등에서 직영점 4개를 포함해 조합카페 26개를 운영하고 있다. 3년 전 설립 당시 결혼 이주 여성이나 탈북 주민, 장애인 등 취약 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할 목적으로 운영되던 사회적 카페 10개가 모였다. 소규모 카페들이 골목 상권에서 ‘혼자’ 생존해 일자리를 지켜내기 쉽지 않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했다. 그리고 혼자일 때는 하기 힘들었던 원두 및 부자재의 공동 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 공동 마케팅 및 메뉴 개발, 공공기관 점포 유치 등의 사업을 전개해 왔다. 카페오아시아는 연대와 네트워크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설립 당시와 비교해 조합카페 점포 숫자와 취약계층 고용 인원이 40%가량 늘었다. 또 적은 비용의 창업 지원을 통해 카페 창업과 운영 모델 확산이 가능해졌고, 공공기관 카페 입점도 훨씬 용이해졌으며, 타 사회적 기업의 제품 구매도 늘어났다. 아직은 넘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지만, 네트워크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형성하기 시작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태생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신생·소규모 기업들이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고 지속적인 성장을 한다는 것은 무척 어렵다. 네트워크는 단일 기업으로는 얻지 못할 경험, 지식 및 자원에 접근할 가능성을 높인다. 실제 네트워크가 기업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많이 보고되고 있으며,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도 네트워크 연구가 활발해지는 추세다.

[더 나은 미래 논단] 정부의 사회적경제 지원정책, 이대로 ‘제2의 휴면예금’ 될까

‘갈라진 사회’ 우리 사회의 명함이다. 빈부, 교육, 지역, 세대, 사고와 이념…. 사회의 여러 부분에서 분열과 갈등이 보이지 않는 곳이 드물다. 나눔(Sharing)이 아닌 나눔(Dividing)에 대한 많은 시도가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소통과 협업은 다원화된 사회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유용한 도구일 것이다. 정부와 민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일제 식민 통치와 전쟁의 아픔을 딛고 세계에서 보기 드문 경제성장을 이룩한 이면에는 정부의 계획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의 힘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압축 성장을 가능하게 한 대기업들의 역할도 컸다. 복지와 사회문제 해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정부는 사회적 경제 영역의 발전을 위한 많은 노력을 했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의 제정, 2009년 휴면예금을 바탕으로 출범한 미소금융의 출범,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의 제정과 서울시의 사회투자기금 출범, 최근의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제정 하기 위한 노력. 이와 같은 정부의 집중적인 노력은 짧은 기간에 많은 사람에게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사업을 확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은 아시아 국가들에 부러움과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한국의 성과를 자국 정책에 반영하고자 ‘Look East Policy’의 대상으로 한국을 지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례를 해외에 소개하면서 성장 이면에 숨겨진 ‘부끄러운 진실’에 많은 아쉬움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2007년 제정된 휴면예금법이다. 일자리를 통해서 저소득층의 자활을 지원하는데 잠자고 있는 예금을 활용하자는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그러나 이 일에 정부가 운영 중심에 서서 미소금융을 설립하고 대기업과 은행

[더나은미래 논단] 100년간 끄떡없는 기업 되고 싶다면

더나은미래 논단 아시아는 지난 20년간 중국의 눈부신 발전을 필두로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시장이 되었다. 한·중·일 세 나라의 경제 규모를 합쳐보면 전 세계 경제 규모의 20% 이상으로 미국·EU와 맞먹는다. 한·중·일 FTA에 관한 논의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박근혜 정부 이후 중국과의 FTA는 최우선적으로 체결돼 국회 비준만을 남겨놓고 있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은, 지속적인 성장과 국제적 동반 협력 관계 뒤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세계무대에서 일본·중국의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필자의 클라이언트 중에는 일본 대기업인 H사가 있다. 전기전자 산업에 종사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못 잊고 후발 주자로 계속 밀려나던 이 기업이 지난 몇 년 동안 모든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바꾸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전기전자 산업의 경험을 최대한 살리면서 물과 에너지, 환경 등과 같은 미래의 먹거리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었다. 통상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이를 다지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아베 노믹스의 힘으로 정책적 탄력을 받은 일본 기업들은 최단시간 내에 체질 개선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결국 아베 노믹스의 가장 큰 효과는 일본 기업들에 시간을 벌어주고, 체질 개선을 시킨 점이다. 반면 중국은 세계 금융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며 여러 가지 모델들을 테스트하는 중이다. 글로벌 경제에서 자국 기업의 스피드가 너무 빠르다 싶으면 큰 내수 시장과 막강한 외교력을 바탕으로 환율까지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추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스피드가 너무 느리다 싶으면 시장을 빠르게 개방하여 새로운 자금을 유입시킨다. 그러면서 점진적으로 외부에 노출되어

[더나은미래 논단] Post-2015 시대 기후변화 대응과 기업의 역할

오는 9월 UN 정상회의에서는 향후 15년간 국제사회가 달성해야 할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가 선언된다. 새천년개발목표(MDGs·Millennium Development Goals)가 올해 2015년 말 종료되고 국제사회는 경제성장, 사회적 포용, 지속가능환경을 고려한 Post-2015 시대 SDGs 달성에 전력 질주할 예정이다. SDGs 논의 중심에는 ‘기후변화’ 이슈가 자리 잡고 있다. 본래 기후변화는 에너지·자연자원·도시 관련 어젠다의 세부 목표로 제시될 예정이었으나, SDGs의 단일 목표(SDG 13번)로 설정될 정도로 SDGs 논의에서 주요 의제로 간주되고 있다. 또한 오는 12월 파리에서 개최되는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UNFCCC COP 21)에서는 교토의정서가 완료되는 2020년 이후 글로벌 온실가스감축을 위한 신(新)기후체제가 수립된다. 이에 변화의 조짐이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기후 변화 대응에 비타협적이었던 중국은 지난달 30일 ‘2030년까지 GDP 단위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60~65% 낮추겠다’는 내용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계획서를 UN에 제출했고,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11월 양자 정상회담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글로벌 탈탄소화(decarbonization)’는 그 선언만큼이나 쉽지 않다. 화석연료 사용을 제한하려면 산업과 경제 구조 전반의 전환이 필요하기에, 이제 막 산업화를 시작한 신흥 시장과 가난한 개도국의 즉각적인 대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현재 걸프 지역 주요 석유 수출국에서는 원자력·풍력·태양광 등 대체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등 세계는 서서히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에 과거 환경 및 시민단체에서만 진행되던 규제운동은 이제 기업 스스로 고용 방식, 생산, 유통 등 전반에 걸쳐 환경친화적

[더나은미래 논단] 끊어진 연결고리

[더나은미래 논단] 미국가이드스타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부자들은 자신이 후원하는 기관에 관한 다양하고 세분화된 정보를 원한다. 특히 많은 기부자가 비영리 기관의 재무 정보에 관심을 갖고 있다. 또한 기부자들은 비영리 기관 정보 중 재무 정보를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미 국세청(IRS)은 물론 170개가 넘는 비영리 공시 및 평가 기관들이 이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영리 공시 및 평가 기관이 전무해 비영리 기관의 재무 정보를 찾아 헤매는 한국의 기부자들에게는 참으로 부러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내에서도 기부자들이 재무 보고서의 단순 금액만으로 비영리 기관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평가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많은 기부자가 재무 보고서를 볼 때 운영비 비율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인다. 이 운영비는 직원 급여, 모금 비용, 기부자 관리, 사무실 운영 등에 사용되는 비용이다. 보통 개인 기부자들은 운영비 비율이 자신의 기부금이 사업비에 많이 사용되는지, 아니면 운영비와 모금 비용으로 과도하게 낭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대표적인 정보라고 생각한다. 운영비 비율이 효율성 평가 수단으로 쓰이는 것은 불가피한 면도 있다. 하지만 기부자들은 운영비 비율에 관한 복잡하지만 중요한 세부 사항들을 쉽게 간과하곤 한다. 이러한 세부 사항이 비영리 정보와 기부자 사이의 ‘끊어진 연결고리’로 기부자들이 비영리 정보를 왜곡하게 만든다. 지난 2013년 미국 비영리를 대표하는 메이저 기관 미국가이드스타(GuideStar USA), 비비비(BBB Wise Giving Alliance), 그리고 채러티 내비게이터(Charity Navigator) 3곳에서 비영리 기관과 기부자 사이의 끊어진 고리를

[더나은미래 논단] 비영리조직 성장 위해서는 선명한 미션·핵심기술 있어야

더나은미래 논단 비영리 조직 관련 콘퍼런스의 질의 응답 과정에서 거의 매번 나오는 질문이 있다. ‘작은 비영리 조직들이 처한 영세함’이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만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최근 짐 콜린스(Jim Collins)의 책 ‘Good to Great and the Social Sectors'(비영리 분야를 위한 좋은 조직을 넘어 위대한 조직으로)가 우리말로 번역되어 관심이 많은데, 앞의 질문은 위대한 조직을 향해 가기 전 먼저 좋은 조직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비영리 조직에 해당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과 관련해, 먼저 ‘조직의 죽음’과 관련해서 조직 이론에서 정리하는 명제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조직 이론에서는 기본적으로는 두 가지 조건을 갖는 경우 조직이 생존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신생 조직이고, 둘째는 작은 조직인 경우다. 신생 조직은 안정화 시기까지 겪어 내야만 하는 것이 너무도 많은데 조직 역량이 미비하기 때문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생존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작은 조직 역시 자원과 시스템의 미약함으로 조직의 기본 역량이 낮아 생존의 길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영리와 비영리 구분 없이 같이 생기는 것으로, 자연 현상과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자연의 힘을 거스를 수는 없다. 그런데도 사회적 유익을 추구하는 비영리 조직의 생존 가능성, 특히 신생의 작은 조직들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은 중요하다. 비영리 조직에 대한 그간의 연구와 경험, 전문 서적들의 논의를 종합해

[더나은미래 논단] 아동학대처벌법, 처벌보다 가족 지원 서비스가 우선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4년 시도별 아동학대 현황(잠정치)’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 아동학대로 판정된 사례 건수는 1만27건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처음으로 1만 건을 넘은 것이다. 2013년의 6796건을 기준으로 보면 1년 사이에 거의 50%가 늘어난 수치다. ‘아동학대 보호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표현이 어색지 않을 정도다. 사실 2014년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이 시행되고 ‘아동복지법’의 아동학대에 관련된 사항들이 개정되는 등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과 공적 개입이 대폭 강화된 해이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아동학대는 전년 대비 거의 50%가 증가했다. 이러한 결과는, 아동학대 문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법만으로는 해결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동학대의 84%는 가정에서 일어나고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가 82%에 달한다. 아동학대에 대한 대책이 까다롭고 어려운 이유는 바로 아동을 돌보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부모가 학대 행위자라는 딜레마에 있다. 아동복지의 첫째 원칙은 안전하고 영속적인 가정이 아동에게 가장 바람직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둘째 원칙은 아동은 학대와 방임이 없는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원칙 간에 충돌이 있을 때 국가와 사회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가 문제다. 아동학대를 ‘엄벌’한다는 차원에서 무조건 부모를 사법처리하고 아동을 부모로부터 격리 보호한다면 성장에 가장 이상적일 수 있는 가정을 아동으로부터 박탈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그대로 놔두어서는 아동의 안전이 확보될 수 없다. 이 두 원칙의 긴장관계를 조화로운 균형의 관계로 이끌어내는 것이 아동보호 체계의 과제다. ‘처벌’과 ‘가족지원 서비스’가 균형을 이뤄야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더나은미래 논단] 강력한 나눔의 부메랑, 프로보노

경기도의 한 사회적기업 사무실. 브랜드 개발을 위한 직원들의 브레인스토밍으로 열기가 뜨겁다. “우리 기업을 생각하면 무슨 단어가 떠오르죠?” “고객들이 우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요?”.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아동에게 사회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곳이 브랜드 아이덴티티(Identity)를 구축하기 위해 체계적인 내부 워크숍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도전을 제안하고 이끈 사람은 누구일까. 광고 대행사에서 14년간 조사, 브랜드컨설팅, 광고기획을 하고 대기업에서 광고와 프로모션을 이끈 ‘마케팅 베테랑 프로보노’이다. 경력단절 여성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놀이교육을 전파하는 서울의 한 사회적기업. 이곳에는 아주 특별한 사람이 있다. 직원도 아닌데 2010년부터 현재까지 사업 운영에 대한 코칭, 사업 목표 설정과 운영 전략 수립, 사업 평가 및 검토에 이르기까지 매 성장통을 함께했다. 그 덕에 매출도 많이 올랐다. 그는 컨설팅 회사, IT 회사들을 거치며 사업 전략과 기획 업무에 능한 ‘경영전략 베테랑 프로보노’다. 사회적기업이나 비영리조직들이 만약 이들 프로보노의 도움이 없었다면 고가의 비용을 내고 컨설팅이나 자문을 받거나 충분한 재원이 없어 그냥 문제를 안고 가다가 해결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을 것이다. 프로보노(Pro Bono)라는 용어가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그 의미는 앞서 사례에서 보는 그대로다. 자신의 재능, 기술, 지식을 활용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나 조직을 돕는 것이다. 원래 프로보노는 라틴어 ‘프로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 for the public good·공익을 위하여)’의 약어로, 주로 전문가가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해 자발적이고 대가 없이 공공(사회)을 위해 봉사하는 일을 표현하는 말이다. 처음에는 변호사들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더나은미래 논단] 사회적경제기본법, 기본이 가장 중요

더나은미래 논단 우리 사회의 커다란 문제 중 하나는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세월 동안 앞만 보고 달려 오느라 원칙과 기본은 무시되는 대신, 편법과 적당주의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래서 배는 가라앉고, 다리와 도로는 무너지고, 사회는 나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서로를 신뢰하지 못한다. 언제라도 무언가 터질 것 같은 불안한 사회이다. 그러다 한 군데서 터지면 서로 손가락질하면서 네 책임이라고 소리지른다. 잘못된 것이 본인 탓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국회를 중심으로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추진 중이다. 날로 심각해져 가는 양극화와 사회문제로 공동체가 무너지는 가운데 지속 가능한 복지 확대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가 나선 것이다. 사회적경제 개념의 도입은 2007년 제정된 사회적기업육성법과 2012년 제정된 협동조합기본법에 이어, 우리 사회의 취약한 구조를 메워주는 매우 바람직한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새누리당에서 앞장서고 이어서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이 경쟁하듯 뒤따라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였다. 그런데 여당 원내대표가 발의하고 야당이 지원하는 이 법안이 상임위 소위원회도 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정부도 법안 제정에 그다지 적극적인 것 같지 않다. 다분히 정치적인 동기에서 시작되었고 정치적인 이유로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전 국민을 포용하지 못하는 자본주의와 경제 시스템에 대한 대안을 만들고, 우리 사회의 취약한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철학보다는, 정치적인 동기와 고려가 더 앞서기 때문이다.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 가져다주는 결과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지연되고 있지만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법의 제정이라는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법에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더나은미래 논단] 일방통행 사회공헌에… ‘자선의 덫’ 걸린 기업들

얼마 전,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중국에서 한 다국적 기업의 CSR 부서 담당자가 방문했다. 그녀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 한 지방 도시 빈곤 아동들의 교육사업에 많은 지원을 했고, 이로 인해 공로상과 업계의 인정을 받은 이였다. 이 회사가 최근 인수합병되면서 새 이사회 앞에서 업무보고를 할 기회가 생겼다. 그녀는 그동안의 성과를 열심히 설명했지만, 돌아온 답은 “그래서?”였다고 한다. 새 이사회 멤버들은 프로젝트가 비즈니스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그 지역사회가 얼마나 발전했는지에 대한 질문 공세를 퍼부었고, 그녀는 그 결과에 대해 속시원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갖고 있는 모든 수치는 Input(투입자원) 관련 자료였다. 자원봉사자 몇 명이 지역을 방문했고, 몇 시간 봉사를 했고, 지원 비용은 얼마였으며, 학교를 몇 개 지었고, 또 몇 명에게 장학금을 주었는지였다. 물론 이 투입자원에 대한 중간 산출물, 예를 들면 수혜를 받은 학생 숫자 등은 금방 나타난다. 하지만 이사회가 궁금해한 부분은 이 투입자원에 대한 진정한 산출 결과였다. 이 프로젝트로 인해 정말 교육의 질이 바뀌고 학생들의 진학률이 높아져서, 결국 지원해준 회사의 직원이 되기도 하고, 주주가 되기도 하며, 열성 소비자가 되기도 하는지에 대한 결과를 보여달라는 요구였다. 이러한 수치를 측정하려면 그녀는 아마도 훨씬 더 오랜 시간,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많은 학자를 동원하여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매달려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비영리재단에서 일하는지 아니면 글로벌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는지 헷갈릴 것이다. 다시 위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결국

[더나은미래 논단] 실리콘밸리에선 고액 자선도 투자처럼

애플의 최고 경영자(CEO) 팀 쿡이 세계 최고의 지도자로 뽑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5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미국의 경제 잡지 포천(Fortune)이 발표한 자료다. 포천지는 매년 정치 지도자는 물론 CEO, 비정부기구 대표, 성직자, 스포츠맨,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최고 지도자를 조사해 발표해 왔다. 팀 쿡이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등극한 것은 애플의 뛰어난 실적과 무관치 않다. 2011년 쿡이 경영을 맡을 당시 54달러였던 애플의 주가는 3년 반 동안 2.5배나 올랐다. 사상 첫 시가총액 1조달러 기업의 출현이 예고되고 있다. ‘잡스 없는 애플’은 기우로 남게 됐다. 그런데 이런 숫자적 성과만으로 팀 쿡의 저력을 평가하기엔 이른 사건이 터졌다. 그는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재산은 8억달러(약 8800억원)로 평가된다. 쿡은 “10세인 조카의 대학 학비를 대주고 나서”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이미 소리 소문 없이 기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팀 쿡<사진> 이전에 페이스북으로 수퍼 리치의 반열에 오른 마크 저커버그는 2013년 1월에 10억달러를 기부해 20대의 나이로는 처음으로 고액 기부자가 됐다. 그리고 지난해 미국의 고액 기부자 10위 안에는 실리콘밸리의 젊은 벤처기업가가 4명이나 포진했다. 그렇다면 소위 첨단을 달리는 실리콘밸리의 고액 기부자들은 과거의 기부자들과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있을까? 이들에게 자선사업은 기업 투자와 다를 바 없다. 벤처 자본을 연상시키는 ‘벤처 자선사업’이라는 용어는 자선가가 직접 사업을 선택하고 참여하며 확실한 근거가 있는 목표 중심의 자선사업 방식을 옹호한다. 또한 벤처 자선이 기존의 자선 활동에 자극을 주고 사회적으로 영향을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