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이념 아닌 ‘생활’입니다

“일하는 당신, 지금 행복하십니까?” 2013년 웹툰 ‘송곳’, 2014년 드라마 ‘미생’은 우리에게 이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후 ‘송곳’은 독자의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로도 제작됐지만, 노동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한 광고에서 최저시급을 알려줬던 아이돌 혜리는 ‘맑스돌’로 불리고, 최악의 실업난 속에서도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7.7%다(2016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 한국경영자총협회). 그렇다면 교육은 변했을까.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노동 교육에 할애되는 시간은 최대 5시간에 불과하다. 대학교육은 어떨까. 대학시절에는 아르바이트, 인턴, 계약직 등으로 ‘첫 노동’을 경험하는 비율이 높아 노동교육이 절실하다. 지난달 9일, ‘노동인권감수성Tok!Talk!’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경희대를 취재했다. “변기에 5만원을 떨어뜨렸다면 어떨까요? ‘사생결단’하고 찾겠죠?” 오후 2시, ‘노동인권감수성Tok!Talk!’ 수업을 담당하는 김창수 교수가 간단한 사자성어 퍼즐로 수업을 시작했다. 강의자료가 띄워진 스크린에는 10원부터 5만원까지 돈을 잃어버렸을 때 나타날 만한 태도에 관한 사자성어가 답으로 제시됐다. 학생들은 사자성어를 맞히면서도 이게 수업내용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갸우뚱하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만약 잃어버린 게 돈이 아니라 나의 인권과 건강이라면 사생결단하고 찾으려는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오늘 주제는 산업재해입니다.” 변기에 10원을 떨어뜨리면 태연자약(泰然自若)할 수 있지만, 5만원을 떨어뜨리면 어떻게든 돈을 찾으려 하는 게 인간의 본성. 그러나 건강과 인권은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임에도 돈보다 가벼이 여기곤 하는 세태를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김창수 교수는 “산업재해와 같이 일을 하다 건강을 잃거나 인권을 침해당하는 일이 생겼을 때 태연자약하거나 수수방관(袖手傍觀)하지 말아야한다”고 당부했다.   ◇토의하고 공감하고··· 몸과 마음으로 키우는 노동인권 감수성   산업재해는 일을 하다가

50분 일하면 무료식권… 그 식권으로 아무나 식사… ‘한끼알바’가 가져온 나눔의 선순환

일본 도쿄 헌책방거리 진보초(神保町)에 위치한 12석 규모의 작은 식당, ‘미래식당’엔 독특한 시스템이 있다. 누구나 50분 알바로 일하면 한 끼를 무료로 먹을 수 있는 ‘한끼알바’ 제도다. 이 식당의 종업원은 사장 혼자지만, 2015년부터 지금까지 거쳐간 한끼알바생만 400명이 훌쩍 넘는다. 일한 대가로 굳이 한 끼가 필요없다면, ‘한끼알바’로 받은 식권을 벽에 붙여두면 된다. 대신 벽에 부착된 식권을 떼어간 사람이 한 끼를 무료로 먹을 수 있다. 이름하여 ‘무료식권’이다. 음료 반입도 ‘공짜’. 단, 가지고 온 음료의 절반은 가게에 두고 가야 한다. 이 음료 역시 가게에 온 다른 손님이 자유롭게 마실 수 있다. 이 독특한 가게의 주인장은 일본 IBM과 레시피 검색 사이트 쿡패드 등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고바야시 세카이씨. 그녀는 미래식당을 열기 전 준비 과정과 경영 노하우를 책에 담아 공개했다. 세카이씨의 경험을 담은 책 ‘당신의 보통에 맞추어 드립니다(출판사 콤마)’ 번역출간을 맞아,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카이씨는 “미래식당이 어려운 환경에서 낙오된 사람들에게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길 바란다”면서 경영철학을 풀어냈다. 미래식당의 핵심은 ‘한끼알바’에 있다. 한끼알바로부터 무료식권 시스템도 만들어진다. 미래식당의 한 끼 가격은 900엔(약 9000원), 일본 음식점 알바생 평균 시급 1000엔(약 1만원)과 비슷하다. 하지만, 미래식당에서는 돈이 아니라 한 끼 식사로 제공한다. 한끼알바가 제공받는 식사는 원가로 따지면 300엔(약 3000원) 정도다. 식당으로선 알바가 청소 등 단순작업만 해줘도 남는 장사다. 한끼알바를 하기 위한 단 하나의 조건은 ‘한 번 이상 손님으로 미래식당에 왔던 사람’이어야 한다. 돈이 오가지

[스쿨 오브 임팩트 비즈니스] 제3강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 이의헌 점프 대표…임팩트비즈니스와 커리어

제3강 ‘임팩트 비즈니스와 커리어’… 가치를 직업으로   지난 10월 31일, 한양대 제2공학관에서 열린 ‘스쿨 오브 임팩트 비즈니스’ 3번째 특강 현장. 임팩트 비즈니스 생태계의 두 체인지메이커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루트임팩트의 허재형 대표, 사단법인 점프의 이의헌 대표다. 루트임팩트는 ‘소셜벤처 밸리’인 서울 성수동에 헤이그라운드, 디웰하우스 등 체인지메이커를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어온 중간지원기관. 점프는 청소년과 대학생, 사회인을 잇는 네트워크를 조성해 저소득층·이주배경 청소년을 위한 교육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이날 특강의 주제는 ‘임팩트 비즈니스와 커리어’로, 두 대표가 각자의 커리어와 몸 담고 있는 조직과 활동을 소개했다. 스쿨 오브 임팩트 비즈니스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CSV(공유가치창출) 전문가 양성과정으로, 중소벤처기업부 주최로 산업정책연구원과 임팩트스퀘어가 개최하며,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미디어 파트너로 함께 한다.    ◇체인지메이커 돕는 체인지메이커…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   “루트임팩트는 단체나 회사를 개별로 돕기보다, 모두에게 필요한 ‘환경적’ 측면, 인프라의 전반적 개선을 돕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다양한 중간지원 조직들 사이에서 차별화하고, 협력으로 더 큰 임팩트를 만드는 방법이라 믿었습니다.” ‘체인지메이커를 돕는 체인지메이커’. 허재형 대표가 소개한 루트임팩트의 정체성이다. 루트임팩트는 일과 삶, 배움의 3가지 측면에서 더 나은 환경의 커뮤니티를 조성함으로써 체인지메이커를 돕는다. 허 대표는 “100명을 돕던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비영리단체 등이 우리를 만난 후 1000명, 1만 명을 돕게 되길 바란다”며 “이렇게 커지는 임팩트의 합계가 루트임팩트의 임팩트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곳이 코워킹 스페이스 겸 커뮤니티인 헤이그라운드다. 이곳은 지난 6월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총 1800평 규모의 공간으로, 50여개사 520여명 구성원이 입주해 있다. 지난 10월에는 문재인

6명의 NGO 활동가들이 땅만 보고 걷는 이유

‘무중력팀’, 시각장애인 보행권 개선 프로젝트   “오는 길에 또 한 건 신고했어.” “땅만 보고 걸었구만.” 이상한 대화를 하는 이들의 정체는 NGO에서 10년 이상 일해 온 중간관리자들. 이른바 ‘무중력팀’ 멤버들이다. 중력을 거스르는 힘처럼 시각장애인들의 보행권을 가로막는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모인 이들이다. ‘아산나눔재단 프론티어 아카데미’ 팀별 활동을 계기로 뭉친 6명의 멤버들은 지난 5월부터 ‘시각장애인 보행권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17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본부에서 무중력 팀원 4명을 만났다. 이창신(48) 홀트 일산복지타운 사회복지사, 김경화(41) 한국여성재단 나눔기획팀 팀장, 송민영(38)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후원자마케팅 팀장, 이상엽(38)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사랑온라인팀 팀장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왜 이 프로젝트에 뛰어들었을까.   ◇서울시 불편신고 앱에 접수된 ‘노원구 월계 2동 보도블록’ “20년 전, 제가 살던 일산에서 잘못된 보도블록 문제가 큰 반향을 일으켰음에도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교통표지판이 잘못 설치된 채 바뀌지 않았다면 전국적으로 난리가 났을 겁니다.” 이창신 사회복지사는 무중력팀이 ‘시각장애인 보행권 개선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무중력 팀은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을 시민들이 직접 행자부와 서울시 앱에 신고하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에서 발견한 점자블록은 ‘서울시 스마트 불편신고’ 앱에, 서울시 외 전 지역에 있는 잘못된 점자블록은 행정자치부의 ‘생활불편신고’ 앱에 알리도록 한다. 이상엽 팀장은 서울 노원구 월계 2동에 있는 잘못된 점자블록을 서울시 앱에 신고했던 경험을 계기로 앱에 신고하는 방법을 떠올리게 됐다고 한다. 그는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그걸 휴대폰으로 찍어 서울시

“친환경 기업이 수익 재무성도 좋아… 수년간의 통계가 증명” 임팩트기업가 이안몽로 인터뷰

“폴크스바겐과 테슬라 두 기업 중 어느 곳이 더 지속 가능할까. 일반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폴크스바겐은 우수한 평가를, 테슬라는 나쁜 평가를 받았다. 폴크스바겐이 지속 가능 보고서를 내고 ESG 관련 정보를 공개한 데 반해 테슬라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산망 전체를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된다. 원자재부터 최종 단계까지 전 생산망을 들여다본 우리 연구 모델에 의하면 테슬라가 훨씬 적은 탄소를 배출한다. 폴크스바겐은 F에 가깝다.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기업을 판단하려면 전체 생산망 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 그렇게 분석한 데이터는 투자의 좋은 지표가 된다.” 탄소 배출량이 적은 지속 가능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운용사 ‘에토 캐피털’(ETHO Capital)’ 이안 몽로(Ian Monroe·사진) 대표의 말이다. 에토 캐피털은 지난 3월 미국 유력 경제 잡지 ‘패스트컴퍼니’에서 테슬라·구글 등과 함께 ‘2017년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혔다. 지난 7월엔 이익을 사회와 나누고 지속 가능한 기업을 일컫는 비콥(B-Corp) 인증도 받았다. 에토 캐피털의 기조는 ‘환경 친화적인 기업일수록 재무 수익이 높다’는 것. 그는 “지난 몇 년간 데이터 분석과 투자로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도 증명했다”고 했다. “친환경 기술은 급속히 발전했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 가격도 낮아지고 있다. 그만큼 석탄이나 오일은 ‘비싼’ 에너지가 됐다. 정책 흐름도 친환경에 우호적이다. 노르웨이에선 석탄 산업에서 연기금을 빼겠다고 했고,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테슬라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린다. 같은 제품을 만들면서도 탄소를 덜 배출하는 기업은 동종 업계 다른 기업에 비해 변화에 민첩하고 새로운 기술에 열려 있다고

타고 난 움직임이 춤으로… 국내 첫 장애인 현대무용단 ‘케인앤무브먼트’

절뚝이는 걸음, 삐딱한 고개, 각기 다른 시선처리… 남들과 다르거나 혹은 더뎠던 몸짓이 춤이 됐다. 무대를 가득 메운 ‘무용수’의 움직임 앞에 뇌병변·지적장애·지체장애·청각장애·발달장애 같은 ‘무대 밖’ 구분들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어두운 공간 환한 조명 아래, 펄럭이는 옷을 입고 무대를 거니는 무용수들의 동작은 저마다 같고도 달랐다. 각각의 동작이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이 됐다. 지난 28일,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선보인 현대무용 ‘시선 1+1’ 공연 현장, 장애인으로 구성된 국내 첫 현대무용단 ‘케인앤무브먼트(CANE & Movement)’의 창단 공연이다. 국내 첫 장애인 현대무용단을 구성한 건 사단법인 트러스트무용단의 김형희 안무가. 사실, 20여년째 그가 이끌어오는 트러스트무용단은 우리나라 현대무용단 중 유일하게 2000년 이후로 장애인 무용수가 소속돼 있다. 그가 장애인 현대무용단을 따로 창단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마음을 치료하는 무용수’ 김형희 트러스트무용단장 인터뷰 바로가기  “장애인 국제무용제에 초청할 장애인 예술팀을 둘러보러 유럽에 갔다가,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벨기에의 씨어터 스탭(Theater Stap)이란 팀은 다운증후군, 지체장애, 지적장애를 가진 이들로 구성된 팀이었는데, 한 시간 넘는 공연을 오롯이 이끌어가요. 움직임이 진실되고 아름다워, 너무 감동이었어요. 독일엔 다운증후군을 가진 이들로만 구성된 무용단도 있는데, 역사가 25년이에요. 트러스트 무용단에 속한 장애인 무용수가 총 네 명인데, 공연을 할 땐 일반 무용수가 다수고 그 사이에 섞여 있었거든요. 그간 ‘장애인도 춤 출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동시에 ‘이들에게 내 스스로 한계를 지웠던 건 아니었나’ 돌아보게 됐어요. 지금이라도 당장 해야겠다 했죠.” 즉시 행동으로 옮겼다. 그는 “원래 뭐든 한번 ‘해야겠다’

[Cover Story] 세상을 바꾸는 투자… 청년의 도전·가치에 ‘베팅’ ②

[대담] 손주은 ‘윤민창의투자재단’ 창립자 & 김철환 ‘카이트창업가재단’ 이사장 사회=그간 어떤 곳들에 투자하셨는지 궁금하다. 김철환=노보믹스라는 곳은 암 수술을 받은 후 항암치료를 받아야 할지 말지를 미리 예측하는 칩을 만드는 회사다. 창업자 5명 중 3명이 연세대 의대 교수다. 그중 한 명은 전 세계에서 위암 수술을 가장 많이 한 걸로 기네스북에도 올라간 분이다. 이분들 이야기가 암에 걸리면 가장 고통스러운 게 항암치료다. 통계치를 보면 처음 암에 걸린 환자는 거의 대부분 항암치료를 받는데, 재발하면 50%가 항암치료를 거부한다. 세 번째로 재발하면 20%만 치료를 받고 나머지는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다. 항암치료 받는 날 아침에 자살하는 분이 있을 정도다. 이걸 미리 판단해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무조건 투자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팀은 고려대 병원 의사로 이뤄진 팀인데, 뇌졸중이 걸린 뒤에 혈관이 어떻게 잘못되는지 메커니즘을 연구해 골든 타임을 연장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농업을 ICT 기반으로 바꾸는 만나CEA라는 회사에도 자부심을 갖고 있다. 20대 카이스트 졸업생 6명이 창업한 회사인데, 수경재배 기술 등이 세계적인 수준이다. 사회의 근본 자체를 혁신하는 기술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기술을 발굴해 투자한다. 손주은=김철환 이사장님은 본인부터가 기술 기반 창업가였고, 엑시트(Exit)와 M&A도 경험하셨다 보니 노하우가 많으시다. 저희는 이제 막 시작했다. 어떤 기업에 투자해 키워낸다는 생각보다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자기 삶을 성숙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1기 때 투자한 회사 중에 놀담이라는 스타트업이 있는데,

[Cover Story] 세상을 바꾸는 투자… 청년의 도전·가치에 ‘베팅’ ①

[대담] 손주은 ‘윤민창의투자재단’ 창립자 & 김철환 ‘카이트창업가재단’ 이사장 투자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재무적 수익뿐만 아니라 사회·환경적인 가치를 고려해 투자를 결정한다. 이름하여 ‘임팩트 투자자(impact investor)’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제주에서 개최된 글로벌 임팩트 투자 포럼 ‘2017 D3 임팩트 나이츠(D3 Impact Nights)’에서는 전 세계 100여 명의 투자가와 기업가가 모여 ‘임팩트 투자’ 생태계에 관한 깊은 논의를 이어갔다. D3쥬빌리가 개최하고, ㈔루트임팩트가 운영 파트너로, 더나은미래가 미디어 파트너로 참석한 이번 행사에는 임팩트 투자자와 기업가·비영리단체·금융기관 등 ‘임팩트 투자’ 생태계에 속하거나 관심 있는 각양각색의 이들이 현장을 메웠다. 더나은미래는 현장에서 가장 주목을 끌었던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윤민창의투자재단 창립자·오른쪽 사진)과 김철환 카이트창업가재단 이사장의 대담을 전한다. 손주은 회장은 수능세대에 가장 유명한 학원강사이자 메가스터디그룹을 창업한 사업가로, 지난해 사재 300억원을 출연해 윤민창의투자재단을 설립했다. 김철환 이사장은 카이스트 출신의 공학도로서, 2000년부터 바이오제닉스, 이미지앤머티리얼스 등 기술벤처를 잇따라 창업했다. 국내 대기업에 성공적으로 매각하면서 번 100억원대 재산을 출자, 2012년부터 카이트창업가재단을 세웠다. ‘Pay Forward(먼저 지불하기)’라는 주제의 대담은 박란희 더나은미래 편집장의 사회로 이뤄졌으며, 이들의 성공과 투자 철학에 관한 담백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사회=두 분은 성공적인 기업가로서 창업에 투자하는 재단을 설립한 공통점이 있다. 왜 재단을 설립했는지 궁금하다. 손주은=2년 전쯤 되돌아보니, 살아온 인생이 부끄럽더라. 우리나라 30대 친구들은 제 인터넷강의를 많이 들었던 세대다. 그때 학생들에게 ‘공부가 너희를 구원할거다’라고 했는데, 이제 보니 공부가 전혀 구원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저는 그 친구들 덕분에

낭만이 공존하는 국제개발학 스터디 ‘낭공스’

파농, 그람시, 넉시, 푸코, 허쉬만, 니체, 루이스…. 듣기만 해도 으리으리한 거장들의 책을 읽는 국제개발학 스터디가 있다. 국제개발학 스터디 ‘낭공스’다. 이전까지 국제개발학 스터디들이 ODA(국제개발협력) 자격증을 준비하는 게 전부였다면, 낭공스는 다르다. 빈곤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토론하며, 현장에서 실용적으로 쓰일 이론과 스킬까지 망라해 공부한다.  낭공스는 2012년 경희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학생들을 주축으로 시작됐다. 이후 6년간, 1기부터 현재 13기에 이르기까지 약 300명이 넘는 인원이 낭공스를 다녀갔다. 각 기수마다 다른 주제로 국제개발학에 필요한 학문들을 추가해 공부한다. 스터디 시작 전 운영진이 스터디의 주제와 커리큘럼을 정하고, 이후 온라인을 통해 스터디원을 모집하는 식이다.  낭공스에 참여할 기회는 경력과 학력,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토론하고 고민하는 장(場)을 만들기 위해 정한 규칙이다. 덕분에 스터디원 대부분이 NGO에 종사하는 실무자와 학생들이지만, 이들의 전공은 의학, 간호학, 법학, 공학 등 다양하다. 연령대도 20대부터 50대까지 넘나들 정도다.   ◇이론에서 실무 까지…나와 세상을 고민하는 계기로   낭공스는 어떤 것들을 공부할까. 첫 스터디의 주제는 ‘시민단체가 개발협력에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였다. 시민단체의 역할을 고민하고, 각 단체의 사업 성과를 평가할 방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스터디원들은 각 단체들이 국제개발을 하는 이유 등 본질적인 사항들을 함께 나눴다. 이후엔 인터뷰와 설문조사는 어떻게 하는지 등 실무적인 스터디도 했다.  스터디에 참여한 박희영(32·컨선월드와이드한국)씨는 “일을 하다보면 실무에만 갇힐 수 있는데 여러 관점에서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을 스터디를 통해 깨달았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스터디에 참여한

기록이 없는 나라… ‘알 권리’를 알려드립니다

시민활동가 ‘알권리연구소’ 전진한 소장 인터뷰   청와대 캐비닛 문건의 발견은 대통령 기록물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대통령 기록물은 공공 기록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2007년 이를 보호하고 국민에 공개하기 위해 ‘대통령 기록물 제도’가 제정·시행됐다. 대통령 기록물을 포함, 행정기관의 각종 기록의 열람을 요구하고 받을 수 있는 것이 ‘알 권리’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 구청부터 국회 그리고 정부의 정보가 잘 기록되고 또 잘 공개될 수 있도록 국가기록원 정상화에 힘쓰고 있는 ‘알권리연구소’ 전진한 소장을 지난 10월 23일 만났다. -캐비닛 문건과 대통령 기록물 그리고 알권리의 관계는? 알권리도 ‘기록’이 있을 때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록문화가 굉장히 일천하다. 2000년에 기록물관리법이 생기기 전에는 제대로 된 기록이란 게 없었다. 기록을 남기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 없었고 심지어 대통령이나 공무원이 기록을 가지고 나가도 제재를 가하지 못했다. 한 사람이 공공기관을 떠나가면 그에 관한 맥락 기록이 있다. 공식적으로 생산한 공문 말고 회의록이라든지 그 사람의 노하우를 적어 놓은 기록을 공적 정보로 획득할 수 있다. 가령 대통령이라면 정책 판단에 대한 근거를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데 이러한 기록을 자서전 같은 홍보 수단으로 쓰면서 기록 가치가 떨어졌다. 최근 5.18 발포를 누가 했는지가 기록으로 나와 밝혀졌는데 이런 게 기록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기록이 있는 게 곧 알권리의 전제가 된다. 기록이 있는 것뿐 아니라 공개되어야 하고 관리와 공개의 양적 균형이 잘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면 모든 기록은

발달장애인이 소프트웨어 테스터로, 대학생이 아이돌봄 선생님으로… IT로 사회문제 해결하는 소셜벤처들

‘테스트웍스’ 윤석원 대표, ‘째깍악어’ 김희정 대표 11월 22일, 스파크포럼@더나은미래에서 혁신가들 만난다   ◇고용취약계층을 ‘디지털 기술 전문가’로…테스트웍스 윤석원 대표   “발달장애인이 고용 측면에서 장애인 중 가장 취약합니다.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편견 때문이죠. 실제로 같이 일해보니 편견이 깨졌습니다. 발달장애인들이 섬세하고 반복 작업에 강해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었어요.”  발달장애인, 경력단절 여성, 북한이탈주민 등을 ‘SW테스터(소프트웨어를 실행해 오류와 결함을 찾아내는 업무)’로 키우는 기업이 있다. SW테스팅 전문 사회적기업 ‘테스트웍스’다. 테스트웍스는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고용 시장에서 소외되는 이들에게 전문 지식을 전수, 국제자격증 취득을 도와 양질의 일자리를 갖도록 지원한다.  테스트웍스를 이끄는 이는 한때 잘 나가는 ‘삼성맨’이었던 윤석원(사진·46) 대표. 우연히 북한이탈주민과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SW 지식을 가르쳤던 경험이 사표를 던지고 직접 사회적기업을 창업한 계기가 됐다. “삼성전자에 근무할 때 은평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경력단절여성 20명을 대상으로 SW 테스터 교육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합격률이 40~50%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운 자격증 시험을 교육생 중 70~80%가 합격했어요. 그런데도 기업에 서류를 내는 족족 낙방하고, 취업을 해도 프로젝트가 끝나면 계약을 해지해버려요. 직접 사회적기업을 세워 이들을 돕기로 했습니다.” 올해로 3년차, 혈혈단신으로 설립한 기업은 현재 직원 11명, 매출액 3억원의 견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테스트웍스는 단순 교육뿐 아니라 이들을 기업에 아웃소싱하거나 직접 채용한다. 추후엔 취약계층을 교육하는 강사로도 활동할 수 있게 해 지속적으로 사회와 연계할 예정이다. 지난 7월, 기업의 이런 노력이 인정받아 여성가족부의 ‘여성친화적 사회적기업 아이디어 및 우수모델 공모전’ 에서 대상도 수상했다.  “어려움을

모금·경영지원·홍보·IT… 국내 비영리 산업 생태계 한자리 모였다

국내 첫 비영리를 위한 박람회,  ‘제1회 NPO 파트너 페어’ 1만3464개. 국내 등록된 비영리 민간 단체 수다(2016년 행정안전부 등록 기준). 이 숫자는 지난 6년간 6% 내외에서 꾸준히 증가해왔다. 산업 규모가 성장하고 기부 금액이 늘면서, 비영리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정보 교류와 네트워크의 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서울시와 서울시 NPO지원센터가 ‘2017 제1회 NPO 파트너 페어(이하 NPO 파트너 페어)’를 개최했다. 지난 24~25일 양일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행사장을 찾은 NPO 관계자 약 2300명과 기업, 전문가 그룹, 지원 기관들은 한자리에서 실무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공유했다. NPO 파트너 페어 현장에서 국내 비영리 산업 생태계 전반을 조망해봤다.   ◇비영리 전문 경영 지원 솔루션, 법률·회계 돕는 프로보노 파트너들 NPO의 설립 단계부터 회계, 노무, 인사, 법률 등 운영 전반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비영리를 위한 경영 관리 솔루션을 이용해볼 수 있다. ‘나눔셈’은 목적별 후원 약정 및 후원 내역 관리부터 관리 회계까지 가능한 종합 관리 프로그램이다. 나눔셈을 개발한 ㈜엔지오웨어는 비영리 단체의 후원, 회계, 인사, 세무, CRM 관리를 포괄하는 전사적 업무 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 제공하는 기업이다. 급여 아웃소싱 소셜 벤처 뉴젠P&P의 ‘나눔페이롤’ 서비스는 NPO의 급여 관련 업무, 연말정산 대행 등을 아웃소싱하는 서비스로,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급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성공하세요.com’란 이름의 전자 경영 장부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성공하는사람들도 대표적 경영 지원 파트너다. NPO 성장을 위해 법률 및 회계와 관련해 지원하는 프로보노(probono) 그룹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