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긴급 구호는 대비와 투자… 빠른 대응이 아이들 생명 살려”

아이티 지진 23만명 사망, 뉴질랜드는 180여명… 재난 대처하는 시스템따라 피해 규모 극명히 갈려 재난 발생 후 모금은 늦어… 대비 위해 미리 모금해야 “2010년 1월 아이티에 진도 7.0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23만명이 사망했습니다. 반면 2011년 2월 뉴질랜드에서 진도 6.5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180여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피해가 그쳤습니다. 재난에 대처하는 사회 시스템에 따라 그 피해 규모가 극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지난 2일 기자는 국제구호개발 NGO인 세이브더칠드런 인터내셔널의 글로벌 긴급 구호 디렉터 마이클 펜로즈(Michael Penrose·사진)씨를 만났다. 펜로즈씨는 전쟁, 폭력, 가뭄, 폭우, 기근, 지진, 쓰나미 등의 재난이 발생한 현장에 지구에서 가장 먼저 도착해 긴급 구호 활동을 벌이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런 펜로즈씨가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말이 있다. “아무리 빠른 대응이라고 하더라도 ‘대비’보다 효과가 높지 못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재난으로 영향을 받는 인구의 수, 해당 정부와 지역의 대응 역량, 식량 안보와 영양, 인구의 이동 및 쉼터, 재난의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해 긴급 구호 발령을 결정하고, 물질적인 개입은 비상사태가 발생한후 48시간에서 72시간 사이에 수행한다. 사흘이 채 못 되는 짧은 시간 안에 지원이 이루어지지만 비상사태는 대재앙을 초래한다. 2008년 미얀마에서는 사이클론으로 13만명이 사망했고 2010년 아이티에선 지진으로 23만명이 사망했다. 2009년 국제인도주의 포럼에서는 매년 자연재해로 평균 5만8000명이 사망하고, 2억2500만명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문제는 사람들은 미디어에서 보도하는 긴급 구호의 극적인 장면을 보고서야 지갑을 연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럴 정도면 이미

스무 살, 희망찬 시작을 위해 응원해 주세요

기아대책, 대학 입학금 지원 캠페인… 저소득층 고3 학생들 150여명 지원 계획 1월 17일 대학에 합격하고도 입학금 마련이 막막해 진학의 꿈을 접어야 했던 하영이의 사연이 본지에 소개된 이후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는 반가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하영이를 후원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익명의 후원자의 전화가 바로 그것. 결혼기념일을 맞아 뜻깊은 일을 찾던 차에 신문기사를 보고 후원 결심을 하게 되었다는 후원자의 적극적인 의지는 비슷한 상황에 놓인 진하(가명)에게로 그 결실이 맺어지게 됐다. 진하의 부모님은 진하가 초등학생 때 이혼을 했다. 아버지는 어린 진하와 오빠를 할머니에게 맡긴 채 집을 나간 후 연락이 없다. 그나마도 함께 지내던 할아버지는 중풍으로 거동을 못하시다가 지난 2010년도에 돌아가셨다. 정부보조금 50만원으로 생활을 하고 있는 진하네 가족은 오빠가 군에 입대하면서 진하가 가장(家長) 역할을 하게 됐다. 공부를 잘하는 진하는 울산 한 곳과 포항 두 곳의 대학에 수시 합격했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순수하게 합격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경제적인 부분 때문이다. 이번 후원으로 진하는 자신의 성적과 적성에 맞춰 진학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기아대책은 매년 대학 입학금 지원 캠페인 ‘스무 살, 희망을 만나다’를 펼쳐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저소득 결손 가정 자녀들의 희망찬 시작을 응원한다. 올해도 대학교에 입학하는 저소득 결손 가정 고3 학생들 150여명에게 입학금을 지원하는 대학 입학금 지원 캠페인을 벌인다. 진하와 같이 대학에 입학하는 결연 대상의 수와 입학금은 매년 늘어가지만 모금액이 넉넉히 모이지 않아 지원되는 금액은 줄고 있는

칫솔·치약 기부하고… 치위생 교육도 전개해

동남아 소수민족 어린이 위한 치위생 프로젝트 ‘치카치카’ 국제협력단서 활동했던 한정화·오동준씨 라오스 오지 마을 찾아 “칫솔·치약 처음 쓴 아이들 잇몸에서 피 흐르더군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던 작은 마음이 라오스 산골 마을에 희망을 전달했다. ‘치카치카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두 청년의 이야기다. 국제협력단(KOICA) 협력요원으로 활동했던 지난 2년 6개월이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됐다. 한정화(27)씨는 몽골에서, 오동준(32)씨는 라오스에서 나누는 기쁨을 배우고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소외된 이웃을 향한 마음은 이들을 다시 뭉치게 했다. 라오스 산골 마을 아이들을 위한 치위생 교육 프로젝트를 계획한 것이다. “치위생 교육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아이들이었어요. 칫솔을 받아들고 이를 닦자마자 잇몸에서 피가 흐르더군요. 그래도 활짝 웃는 아이들을 보고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동준씨는 코이카 단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자비로 칫솔 800개와 치약 200개를 라오스 남부 카시 및 푸쿤 지역의 소수민족 마을에 기증을 했다. 청년 한 명이 일군 첫 번째 치카치카 프로젝트였다. 더 많은 아이를 돕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1월 말, 라오스 소수민족 9개 마을에 칫솔 치약을 기부할 계획을 세운 이들은 제일 먼저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컴퓨터 디자인학을 전공한 정화씨가 든든한 후원군이 돼줬다. “일반 시민들이 보다 간편하게 기부할 수 있도록 소셜 사이트 ‘업스타트’의 도움을 얻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바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죠.” 이틀 동안 약 50명의 시민들이 기부에 동참해 250만원을 후원했다. 지난 1월, 한국사진작가협회에서 청년작가로 뽑힌 동준씨는 라오스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엽서로 제작해, 수익금을 기부했다.

환경파괴범 커피 찌꺼기, 거름으로 변신

버섯재배키트, 버섯종균이 카페인 분해 사무실 안은 고소한 커피 향으로 가득했다. 책상, 선반 등 곳곳에 놓인 작은 상자 속에서 느타리버섯이 고개를 내밀었다. ‘꼬마농부’ 이현수 대표가 어깨에 메고 있던 커다란 자루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자루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고 묻자, “커피 찌꺼기”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커피를 내릴 때 커피콩의 0.2%만 사용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나머지 99.8%는 이렇게 자루 안에 담겨 버려집니다. 일반 생활폐기물로 분류돼 쓰레기와 함께 매립되는 것이죠. 이렇게 매립된 커피 찌꺼기는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킬 위험이 20배 이상 높은 메탄가스를 배출합니다.” 우리나라 커피 전문점의 수는 약 9500개, 매장당 하루 커피 찌꺼기 배출량은 20㎏에 달한다. 연간 7만 톤에 달하는 커피 찌꺼기가 생활쓰레기로 매립되고 있다. 이 대표는 매일 인근 커피숍을 돌며 커피 찌꺼기를 자루 가득 담아오고 있다. “커피 찌꺼기 활용 방법을 고민하던 중에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됐습니다. 미국에서 커피 찌꺼기로 버섯농사를 짓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노하우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했지만 영업비밀이라더군요. 그때부터 독학에 들어갔습니다.” 그는 골방 한쪽에 커피 찌꺼기를, 다른 한쪽에는 버섯 관련 서적을 쌓아두고 실험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커피 찌꺼기에 버섯 종균을 넣고 발아시킨 뒤, 어떤 환경에서 느타리버섯이 가장 잘 자라는지 관찰했다. 최적의 배합조건, 배양 일수, 습도를 찾는 데 1년이 걸렸다. 방제를 위한 다른 약품을 가미했다면 시간을 단축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커피 찌꺼기만을 100% 재활용했고, 마침내 ‘지구를 구하는 버섯친구(www.0farmers.com)’란 이름의 버섯재배키트를 완성했다. “버섯은 죽은 나무나 낙엽, 동식물을

30년간 전국 학교에 기숙사·도서관 기증, 이제는 아프리카 주거환경 개선 나선다

부영그룹, 300만달러 지원키로 “교육 재화는 한 번 쓰고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교육은 계속해서 재생산되는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은 1983년 회사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교육지원에 대한 열의를 보여왔다. 단적인 예가 이중근 회장의 아호를 딴 ‘우정학사’의 건립이다. 부영그룹은 지난 30년간 교육시설이 필요한 전국의 학교에 기숙사, 도서관, 체육관 등을 지어주는 기증사업을 통해 100여 곳의 다목적 교육시설 ‘우정학사’를 기증했다. 최근에는 건국대, 중앙대, 경희대, 순천대에 교육시설을 기증한 데 이어 고려대에 100억원을 들여 인텔리전트 IT연구관인 ‘우정정보통신관’을 건립, 기증했다. “국립대인 서울대에도 100억원 규모의 ‘우정글로벌사회공헌센터’를 기증할 것입니다.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노력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중근 회장은 2003년부터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동티모르·태국·말레이시아·스리랑카·인도네시아, 피지·브루나이·방글라데시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14개국에 초등학교 600여 곳을 무상으로 지어주고 피아노 6만여 대와 교육용 칠판 56만여 개를 기증하는 등 해외로 기부를 확대해왔다. 특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에는 태권도훈련센터를 건립해주고 태권도협회 발전기금도 지원하는 한편 현지 학생에 장학금을 지원하고 신발 및 의류를 지원하는 등 민간외교의 역할까지 수행해오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중근 회장은 ‘캄보디아 국왕 세하 메뜨라이 수교 훈장’, ‘베트남 우호훈장’, ‘라오스 일등훈장’ 등을 수상하였으며 지난해 11월엔 조제 하무스 오르타 동티모르 대통령으로부터 ‘공훈훈장(Merit Medal)’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제는 교육시설을 넘어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적극적인 기부를 할 계획입니다.” 이중근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제기구인 UN-HABITAT(유엔 인간정주위원회)와 국내 기업 최초로 파트너 협력을 맺고 아프리카 최빈곤국의 도시발전과 주거문화 개선을 위한 기금 300만달러의 지원 약정식을

아시아·아프리카·중동 지역서 예방 가능한 실명퇴치 운동 “지속적 안과치료 위해 2020년까지 1억달러 모금”

리처드 메딩스 스탠다드차타드 CFO 한국·인도·중국서 시각장애우 위한 음성인식 ATM 운영 아프리카 농가에 전통적 고정자산 아닌 소 담보로 대출 실행도 지난 한 해 세계는 경제위기와 점령운동(Occupy)으로 들끓었다. 부의 공정한 창출과 재분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기자는 지난 11일 한국을 찾은 스탠다드차타드의 CFO 리처드 메딩스(Richard Meddings)씨를 만났다. 150년이 넘는 역사를 지키며 생존해온 기업이자 금융사인 스탠다드차타드의 철학이 무엇인지 물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에서 수익의 90%가 창출됩니다. 안정적이지 않은 시장인데 이들 지역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스탠다드차타드는 전세계적으로 70여 개 마켓에 1700여 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8만500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습니다. 장기간에 걸쳐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구축하고 세계적으로 기업지배구조, 기업사회책임, 환경 보호 및 직원 다양성에 대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하는 은행으로 신뢰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스탠다드차타드의 유산과 가치는 브랜드 약속인 ‘Here for good (히어 포 굿)’을 통해 표현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방식으로 금융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고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에서 ‘금융’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를 것 같습니다. 기업으로서 수익창출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개발과 발전에 있어서도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태국의 ‘마을개발은행’의 경험을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태국의 인구 및 지역개발협회(PDA)와 손잡고 반 농 프렉(Ban Nong Pruek) 마을에 ‘마을개발은행(Village Development Bank)’을 설립해 땅이나 다른 담보가 없는 마을 주민들이 대출을 받을

[4개분야 전문가, 세가지 키워드로 제언] ④기업사회공헌

임직원들 노력봉사에서 ‘재능나눔’ 등 진화 “2011년 기업사회공헌의 특징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확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민영 대기업 중심으로 전개되던 사회공헌에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직원들의 끝전 나눔이나 봉사활동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소기업들에서도 사회공헌에 대한 관심을 많이 보였습니다.” 사회공헌정보센터의 임태형 소장은 2012년에도 기업들의 사회공헌이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그만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요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 소장은 2012년의 기업사회공헌에 대한 화두를 ‘질적인 변화’라고 정리했다. “기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면서 기업의 사회공헌 환경도 변화했습니다.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베푸는 사회공헌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기업과 사회공헌의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임 소장이 꼽은 2012년의 기업사회공헌 키워드는 세 가지다. “우선 비사회복지적인 프로그램과 서비스가 늘어날 것입니다. 과거에는 기업 사회공헌이 소외계층의 의식주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문화예술, 스포츠, 여행 등이 사회공헌의 프로그램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적인 부분에는 국가나 행정 당국이 이미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이 해야 할 몫은 따로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기업 임직원의 봉사활동도 과거와 같은 노력봉사에서 벗어나 재능나눔이나 프로보노 활동 등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임직원이 가진 우수한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취지일 것입니다. 기업의 내부와 외부에서 이런 요구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기업사회공헌에서 비사회복지적인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임 소장이 꼽은 두 번째 키워드는 ‘복지의 사각지대를 찾는 사회공헌’이다. 기업사회공헌의 대상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4개분야 전문가, 세가지 키워드로 제언] ③장애

10월에 인천세계장애대회… ‘도가니’ 더이상 없을 것 “2012년 장애계의 최대 키워드는 10월 24일부터 11월 2일에 인천에서 열리게 될 인천세계장애대회입니다. 장애계의 국제대회 3개가 인천에서 열리고 유엔아태경제사회이사회(UN ESCAP)의 정부간고위급회의에서 아시아태평양 장애인의 새로운 10년과 행동전략을 한국 정부가 주도해 선포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의 조성민 대외전략 실장의 목소리에는 기대감이 실려 있었다. UN ESCAP는 1993년부터 10년 주기로 아시아태평양 장애인의 10년을 선포해왔다. 1차는 중국이, 2차는 일본이 주도했고 2013년부터 2022년을 아우르는 3차는 한국이 주도해 선포하게 된다. “그리고 민간에서는 4년마다 열리는 세계재활협회(RI)대회가 개최됩니다. 80개국에서 1000여 개의 단체가 모여 UN의 장애인권리협약(UN CRPD)과 새천년개발계획(MDGs)의 실천을 위한 지구촌의 과제를 선정하고 이행방안을 논의합니다. 같은 시기에 UN ESCAP의 민간파트너로 활동해 온 아태지역장애포럼(APDF)은 콘퍼런스를 개최합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53개 국가에서 민간회원과 비회원단체 장애인 500여명이 참여합니다. 이들은 새로운 10년에 관한 전략적 협력을 모색합니다. 마지막으로 국제장애연맹(DPI) 아태지역회의도 개최됩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장애인 500여명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이와 같은 국제대회의 한국개최는 인권, 빈곤, 국제협력 등의 문제를 한국의 장애계가 인지하고 동참해 장애 당사자가 스스로 논의하고 결정하는 데 의미가 있다. “올해 두 번째 키워드는 장애인지예산제도의 도입입니다.” 국내에서는 2006년에 국회를 통과한 ‘성인지예산’ 제도가 2008년부터 성인지예산안 작성지침으로 적용된 바가 있다. 성인지예산제도는 예산의 편성과 집행 과정에서 남녀에게 미치는 효과를 고려해 양성평등의 원칙에 입각해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마찬가지로 모든 부처의 정책과 예산에 대한 평가에서 장애인에 대한 고려가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를 밝히는 장애인지적인 정책 및 예산

[4개분야 전문가, 세가지 키워드로 제언] ②저출산·고령화

출산율 세계 꼴지… 비정규직에도 ‘육아휴직’ 필요 “우리나라는 인구학적 특수성이 강한 나라입니다. 경제성장만큼이나 저출산, 고령화도 압축적으로 진행돼왔죠. 프랑스의 출산율이 1900년대 2.3명에서 현재 2명으로, 100년 동안 0.2명 감소한 반면, 우리나라는 1960년대 6.5명까지 올라갔던 출산율이 20년 만에 2명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현재 1.2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죠. 그런 만큼 대비도 늦었습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적어도 5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제도와 보험을 정비한 반면, 우리는 지난 2006년에야 비로소 ‘제1차 저출산고령화사회 기본계획’을 실시했으니까요.” 위기는 곧 기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사회연구실 이삼식 실장은 그런 의미에서 2012년이 굉장히 의미 있고 중요한 해라고 강조했다. “2012년은 총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인구, 즉 노동층이 짊어질 부담을 말한다)가 가장 저점인 해입니다. 또한 노인인구가 정확히 12% 되는 해이기도 하죠. 게다가 베이비붐 세대(1955년부터 1974년생)가 현재 노동층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2012년은 사회적 부양 부담이 가장 적고 노동력 공급이 풍부한 시점입니다. 지금의 공급능력을 향후 20년간 어떻게 활용할지 충분히 준비한다면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 5년간 정부에서 실시한 보육 정책은 양적 체감도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 실장은 “이젠 질적 체감도를 높일 때”라며 이를 위해 2012년 짚고 넘어가야 할 세 가지 화두를 정리했다.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사각지대 해소’입니다. 육아휴직 범위는 공공 부문과 대기업 일부에 한정돼 있습니다. 비정규직, 자영업자, 실업자는 육아휴직을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죠. 서구 사회는 자영업자든, 실업자든 심지어 학생까지도 아이를 낳으면 급여를 주고 육아 휴직을

[4개분야 전문가, 세가지 키워드로 제언] ①국제개발원조

주는 나라 된 한국… 나눠먹기式 ODA(공적개발원조사업) 고쳐야 “한국은 반세기 만에 원조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압축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코이카(KOICA)만 해도 1991년 174억원에 불과하던 대외무상원조예산이 20년 만에 4990억원으로, 무려 30배 증가했죠. 2011년 개최된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HLF-4)에서도 한국의 위상은 달라져 있었습니다. 단기간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룬 우리나라를 개발도상국의 롤 모델로 삼는 것에 대해 전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조한덕 기획예산실장은 2012년을 우리나라 공적개발원조사업(ODA)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부산총회를 통해 국제사회 입지를 굳힌 데다가, 올해 ODA 사업 규모가 1조9000억원(전년 대비 2000억원 증가)으로 확대되면서 보다 규모 있고 체계적인 개발원조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조 실장은 효율적인 국제개발협력원조를 위한 세 가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2012년 국제개발협력 원조의 최대 화두는 ‘ODA 분절화 극복’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총 32개 정부 부처를 비롯, 다양한 공여주체가 제각각 원조사업을 추진해왔습니다. ODA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없이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업무가 중복되고 행정비용이 증가하는 문제가 계속됐죠. 결국 수원국(원조를 받는 나라)에 혼란이 생겼고,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사업규모를 축소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에 우리 정부는 2010년 총리실 산하에 ODA 전담부서인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신설하고, 통합적인 개발원조를 위해 국가지원전략(CPS, Country Partnership Stategy)을 수립하고 있다. 각 부처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수원국에 꼭 필요하고, 가장 효율적인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다. “CPS 수립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입니다. 사업 계획부터 예산 수립까지 수원국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니즈를 정확히 반영해야 합니다. 각 정부 부처도 충분한 협의를

[4개분야 전문가, 세가지 키워드로 제언] ‘더 나은미래’ 여는 2012년

①국제개발원조 ②저출산·고령화 ③장애 ④기업사회공헌 2012년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두 차례의 선거가 있다. 그리고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죽음을 통해 앞을 예측하기 힘들게 된 남북관계와 동북아의 문제가 있다. 한편 경제위기는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모두 굵직한 문제들이다. 이 모든 상황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 방향과 폭을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수준의 변화는 위기일 수도 있고 기회일 수도 있다. 더나은미래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범위 내에서 올 한 해 주요한 화두를 지니고 있는 4개의 분야를 선정해 각 분야의 현장전문가로부터 각각 3개의 키워드를 들었다. 현장과 정책, 이론에 모두 밝은 현장전문가들은 2012년에 해당 분야에서 중요한 문제들을 차분히 설명해줬다. 첫 번째 분야는 국제개발원조다. 이 분야를 선정한 것은 지난해 부산에서 개최되었던 세계개발원조총회(HLF-4)의 영향이 컸다. 세계최초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자리를 잡고 있는 한국의 국제개발원조에 전 세계인의 시선이 쏠려 있다. 두 번째 분야는 저출산고령화다.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변화 중 하나는 ‘인구적 변화’다. 인구적 변화는 선거에서 복지와 일자리의 중요한 쟁점들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단순히 노인복지를 강화하고 출산을 장려하는 수준의 정책으로는 선거에서 주목을 끌지 못할 것이다. 세 번째 분야는 장애다. 세 번째 분야로 장애를 선정한 이유는 영화 ‘도가니’ 때문이다. 작년 한 해에 가장 대중적으로 기억에 남는 사건 중 하나는 영화 ‘도가니’로 촉발된 장애인의 인권 실태다. 지난 2011년에는 복지가 ‘불쌍한 사람을

“빗물에 대한 편견 버리세요 깨끗하고 안전한 물입니다”

30년간 빗물 연구해온 ‘빗물 박사 ‘ 무라세 마코토 “빗물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빗물이 홍수를 유발하고 처리하기 어려운 물이란 건 잘못된 편견입니다. 빗물을 어떻게 모으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주민들의 삶의 질과 물 부족 문제가 해결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빗물을 ‘하늘이 내린 생명수’라고 부르죠.” 지난해 11월 14일, 경남 고성에서 당대 최고 ‘빗물 박사’ 무라세 마코토씨를 만났다. 그의 표정, 눈빛, 말투 전부에서 빗물에 대한 애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30여년간 빗물 활용을 연구해 온 무라세 박사는 ‘빗물전도사’로 불린다. 그는 전 세계 빈곤 국가들을 찾아가 빗물 활용으로 식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법을 연구 및 전수하고 있다. 2002년엔 세계의 역사를 바꿀 연구자로서 롤렉스상을 수상했고, 2008년에는 프랑스 정부가 선정하는 ‘미래를 바꿀 80인’에 선정됐다. 2012년 도쿄의 새로운 심벌이 될 ‘도쿄스카이트리(634m)’에 설치되는 2635t의 지하 빗물탱크 역시 그의 작품이다. 오염된 물에 질병 시달리는 방글라데시에 빗물공장 세워 전세계 빈곤 국가 돌며 빗물로 식수 해결하는 법 알려 “80년대 초반, 도쿄 스미다구에 빗물이 자꾸 역류하는 일이 발생했어요. 빗물이 흡수될 수 있는 땅이 사라지고 콘크리트가 들어오면서 빗물이 숨을 쉴 공간이 없어졌던 거죠. 당시 스미다구 말단 공무원이던 제가 구청장을 찾아가 설득을 거듭했습니다. 당장 빗물 저장소와 빗물 활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요.” 그의 노력은 곧 결실을 맺었다. 1984년, 스미다구에 빗물 1000t을 저장할 수 있는 일본 최초의 빗물저장탱크가 설치됐고, 500㎡ 이상의 모든 건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