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휠체어도 유모차도 문제없어요”

장애인을 위한 지하철 여행지도책 ‘오늘 이 길, 맑음’서 소개된 서울 지하철역 20곳 중장애인들도 이동하기 편리한 문화·먹거리 명소 정보   이 책을 보니 ‘맑은 길’을 선물 받은 느낌입니다. 오랜만에 밖을 나서기로 결심했습니다.”(신명수·25·지체3급) 서울 지하철역 여행기를 담은 에세이에 대한 평가다. 출간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지방 편은 안 나오느냐’ ‘2탄을 만들어달라’ 등 관심이 뜨겁다. 밀알복지재단이 기획하고 정지영(37) 동화작가가 카메라와 펜을 든 ‘오늘 이 길, 맑음: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지하철 여행기'(도서출판 미호)가 주인공이다. 겉보기엔 일반 여행도서와 다를 바 없지만, 서울 시내 지하철역 20곳을 중심으로 휠체어나 유모차로 이동이 가능한 주변 명소와 문화 공간, 먹거리 공간 등이 소개돼 있다. 휠체어 대어 가능 여부, 엘리베이터 위치 등 편의 시설 현황과 장애인 할인 정보도 포함되어 있다. 장애인의 달인 4월을 맞아, 정지영 작가가 추천한 지하철역 여행코스를 소개한다. 5·9호선 올림픽공원역 정 작가가 1순위로 추천하는 지하철역은 ‘나홀로 나무’로 유명한 올림픽공원역이다. 정 작가는 “공원 내부에 자전거 도로가 설치돼 있는데, 자전거가 가는 길이라면 휠체어나 유모차도 갈 수 있다”며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짧지 않은 코스이지만 분수가 보이는 넓은 광장, 카페, 그늘 벤치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보낼 수 있다”고 귀띔했다. 넓은 올림픽공원이 부담된다면 정문에서 출발하는 호돌이 열차(순환열차)를 타는 것도 한 방법이다. 휠체어 칸이 있고, 이용 요금도 2000원 정도로 저렴하다. 공원에서 휠체어 대여가 가능하며, 장애인 화장실은 14곳 설치돼 있다. 한적하고 조용한 산책을 원하다면 5호선

우리가 슬로우 패션을 고집하는 이유

패션 브랜드 공공공간  특별함은 언제나 눈길을 끈다.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시장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OOO간(이하 ‘공공공간’) 브랜드는 다르다. 공공공간은 봉제 공장이 가득찬 ‘창신동’에서 ‘공유, 공감, 공생’을 모토로 잡은 슬로우 패션 브랜드다. 이들은 빠르게 입고, 쉽게 버려지는 것은 거부한다. 모든 디자인은 ‘제로 웨이스트(자투리 원단을 최소화하거나 남는 원단이 없도록 옷을 제작하는 방식)’를 기반으로 한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특별한 디자인이 많아요. 저희는 단순히 멋있는 것이 아니라 이유가 있는, 궁극적으로 사회적 가치가 담긴 디자인을 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2011년, 순수예술을 전공한 미대생이었던 신윤예(31)·홍성재(34)씨는 창신동에 ‘공공공간’이라는 조그만 의류 브랜드 샵을 열었다. 동대문과 가까운 창신동은 한때, 봉제 산업의 메카였다. 하지만, 봉제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며 소외 산업 지역으로 변해갔다. 이들은 공동화된 지역에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며, 창신동 재생 산업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   “지역에서 어떤 임팩트를 만드는 게 도움이 될까 고민을 많이했습니다. 결국은 제품을 잘 만드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옷을 만드는 방식뿐 아니라, 소외 산업 지역을 재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어요.” 셔츠를 시작으로, 가방, 앞치마까지 제품의 영역을 확대했다. 이 제품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철학은 ‘슬로우 패션’. 소비자들이 제품을 오래 쓰길 바라면서 화려하지 않은 색을 사용했고, 제품에 기능을 더해 쓰임새가 많도록 만들었다.  공공공간은 제품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삶의 태도를 제안하고자 한다. “브랜드라는 건 멋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뭘 지향한다’와 같은 방향성인 것 같아요. 결국, 좋은 디자인이라는 게 지금 시대에 어떤 삶을

[2016 서울숲마켓⑧] 양말 줄래요? 인형으로 만들어줄게요!

업사이클링 브랜드 ‘삭스플리즈’ 분리수거함에 다 쓴 물건을 넣는 것.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재활용이다.  그렇다면 재활용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결합시키면 어떨까? 버려진 양말을 인형으로 새롭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업사이클링 브랜드 ‘삭스플리즈’의 박정림 대표를 만났다. 그녀는 버려지는 양말을 모아 양말 인형을 만든다. 대학에서는 애니메이션을 전공했고 창업을 하기 전 2년 반 동안 양말 브랜드 ‘삭스타즈’에서 일했다. 그 기간 동안 생산, 유통과정 중 생겨나는 불량양말들을 보게 됐다. 양말들을 어떻게 재활용할까 고심하던 중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인형으로 만들게 된 것. 이후 그녀는 양말 인형 만들기에 푹 빠져 창업까지 결심했다. “양말을 기부 받는다는 의미에서 브랜드 이름이 ‘삭스플리즈’랍니다.” 삭스플리즈 브랜드는 이렇게 태어났다. 버려지는 양말이 주재료이기에, 재료비는 거의 들지 않는다. 다만,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삭스플리즈에는 다양한 동물인형들이 있다. ‘삭몽키(sock monkey)’ 인형은 가장 잘 나가는 제품이다. 박 대표의 전공을 살려 직접 캐릭터를 그려 만든 펭귄 인형도 있다. 유기농 양말 브랜드인 ‘그린블리스’와 협업을 통해 북극곰, 페어리 펭귄과 같은 멸종위기동물을 인형으로 만들기도 한다.   아직까지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1인 창조기업이라 혼자서 양말인형 제작과 홍보를 모두 해야 하기 때문. 신생 기업이라 수익이 일정치 않을 때도 많다. 그럼에도 기부는 꾸준히 하고 있다. 수익금의 일부를 월드비전과 동물자유연대에 기부하고 있는 것. “좋은 의미로 시작한 사업인 만큼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다른 지출을 줄이더라도 기부는 계속할 예정이에요” ‘Thank you for being with me’

[2016 서울숲마켓⑦] 비밀의 언어 ‘점자’로 진심을 전하세요

점자 디자인 브랜드 도트윈 살며시 눈을 감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오돌토돌. 손 끝이 간지럽다. ㅂ.. ㅏ.. ㄱ.. 한 글자, 한 글자씩 손끝으로 읽어졌다. 점자 디자인으로 만드는 브랜드 ‘도트윈(Dotween)’의 지갑이다. 지난 16일, 서울숲 근처의 스튜디오에서 ‘도트윈(Dotween)’의 박재형 대표와 김애나 공동 창업자를 만났다.  이들은 왜 하필 점자로 디자인을 만들까.     “점자는 손으로 만지는 언어예요. 플라스틱이나 철 위에 있으면 차갑고 안 예쁘죠. 손으로 만지는 느낌도 좋고 자연스럽게 와 닿는 소재를 찾던 중 가죽을 선택했어요.” 도트윈은 고객이 원하는 메시지를 제품 위에 ‘점자’로 새겨 준다. 도톰한 가죽에 새긴 점자들은 규칙적인 배열도, 오돌토돌한 촉감도 재미있다. 실제 제품군들도 다이어리, 여권 커버, 필통 등 항상 손 위에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모든 제품은 가죽 재단에서 염색, 마지막 바느질 한 땀 한 땀까지 100%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개개인의 진심을 전하는 선물이기에 제작 과정에도 ‘정성’이 담겨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점자에는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전하는 암호 같은 매력이 있어요.” 많은 고객들이 진심이 담긴 선물을 위해 도트윈을 찾는다. ‘항상 고마워, 너랑 밥 먹을 때 가장 행복해’ 같은 로맨틱한 멘트부터, 스스로를 다잡는 메시지까지 매 주문마다 개성 넘치는 문구들이 가득하다고. 제품과 함께 점자를 풀어볼 수 있는 ‘점자 해석지’가 제공돼 읽는 재미 또한 느낄 수 있다. 디자인에도 사회적 책임이 있어야 한다 도트윈은 ‘디자인에도 사회적 책임이 있어야 한다’는 모토 아래 시작됐다. 도트윈은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사람’과

[2016 서울숲마켓⑥] ‘리얼씨리얼바’로 간식도 건강하고 맛있게

건강 간식 소셜벤처 리얼씨리얼 “바쁜 생활 때문에 몸 상하신 분 많죠? 그분들을 위한 건강 간식입니다!”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소셜벤처 ‘리얼씨리얼(RealseeReal)’의 김정관(34·사진) 대표도 한 때는 패트프 푸드를 입에 달고 살았다. 운동 중독이던 그도 건강한 식생활이 무너지자, 몸이 망가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던 그는 채식을 통해 건강을 되찾았다. 이후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리얼씨리얼까지 창업했다.    대표 먹거리는 ‘리얼씨리얼 오리지널’로 불리는 에너지바. 보통 에너지바의 유통기한은 1년이지만, 리얼씨리얼 오리지널은 합성 첨가물을 넣지 않아 유통기한도 한 달로 짧다. 또한 건강한 재료를 사용하고자 수수료가 높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 대신 온라인 자체 채널을 통해 ‘예약주문’으로만 판매한다. 미리 주문을 받아 생산하여 상품의 질을 높인다. “벌써 1년이 되었네요. 처음엔 진짜 별 기대없이 주문했는데, 직접 먹어보니 ‘이거다!’ 싶어서 계속 찾게 되었어요. 딱딱하지도 않고, 달달함도 딱좋고, 깔끔한 끝 맛!” 한 소비자의 후기다. 사람들에게 맛있으면서도 건강한 간식을 제공하고 싶은 그의 마음이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리얼씨리얼은 건강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에는 고객들이 인스타그램에 리얼씨리얼 해시태그를 걸고 음식 사진을 올리면, 리얼씨리얼 오리지널을 1g 씩 적립돼 결식 아동들에게 전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크라우드펀딩 와디즈를 통해 리얼바를 하나 구매하면 하나 기부하는 1+1 캠페인도 진행했다. 사실 김 대표는 대학교 때부터 사회적기업을 돕는 프로보노 활동을 하고 이 후 SK행복나눔재단에서 근무를 하기도 했다. 그는 사회적 기여가 특별한 기업만의 일이 아니라며 비즈니스 모델

[2016 서울숲마켓⑤] 옥수수로 만든 양말 보셨나요?

옥수수로 만든 친환경 양말, 콘삭스  옥수수로 양말을 만든다? 생소한 제조 공정을 고집하는 소셜 벤처가 있다. 이름하여 ‘콘삭스(cornsox). 옥수수 섬유로 만드는 양말 브랜드다. 이들은 왜 이 일을 할까 “아무리 아름다운 디자인의 옷이라도, 만드는 과정은 결코 아름답지 않아요.” 콘삭스의 대표 이태성(34)씨는 “왜 옥수수 섬유로 양말을 만드냐”는 질문에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이씨는 아름다고 비싼 옷을 보면 착취당하는 노동자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했다. 몇백년 후에도 썩지 않은 화학 섬유 문제는 더 문제다. 그는 “옥수수 양말을 통해 패션 산업이 소재적인 측면이나, 제작 과정에서 좀 더 윤리적으로 변화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콘삭스에서 제작하는 옥수수 양말의 90% 이상은 장애인 작업장에서 만들어진다. 장애를 가진 노동자들의 작업 속도는 비장애인보다 더딘 것이 당연하다.  불량품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장애인 작업장과 파트너십을 맺는 이유는 ‘옳은 방법’이기 때문이라 했다.  “양말을 만들 수 있는 기술자들은 임금이 높아요. 그런데 단순 작업을 하는 노동자는 봉급이 매우 적고 노동 강도가 세요. 이런 일은 대부분 불법체류자인 외국인 노동자가 하는데, 이들이 갑자기 사라지면 공장 입장에서는 되게 곤란해지죠.” 기업 입장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말이다.  통념과는 다르게, 옳은 방법이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콘삭스는 노숙인의 자립을 돕기 위한 ‘Stand Up’ 사업도 진행한다. 소비자가 양말을 구매하면, 노숙인에게도 양말 한 켤레를 전달하는 프로젝트다. 특히 콘삭스 양말의 포장과 가공에는 노숙인도 참여하고 있다. 근데 왜 굳이 양말을 기부할까. “노숙인 배식봉사를 갔을 때였어요. 노숙자들이 양말을

[2016 서울숲마켓③] 부러진 야구 배트가 되살린 청년들의 꿈

업사이클 브랜드,  비스퀘어드  국내 프로 구장에서만 평균 연 360개의 야구배트가 부러진다. 중, 고등학교 야구부에서 부러지는 배트까지 합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땔감으로 쓰이거나 폐기처분되는 것이 대부분. “만약 부러진 배트를 다시 사용할 수는 없을까?” 2014년, 버려지는 야구 방망이에 주목한 이들은 비즈니스를 통한 사회공헌 동아리인 ‘인액터스 고려대’ 비스퀘어드(B-Squared)팀 대학생 5명이었다.   “배트는 고급 목재예요. 부려졌다고 땔감으로 태우기엔 아까워요. 동급 목재를 배트 한 개만큼 사려면 5만원쯤 들걸요.” ‘비스퀘어드(B-Squared)’ 는 업사이클링 방식으로 다양한 사무용품 및 인테리어 소품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다. 제품은 사진꽂이부터 조명, 꽃병까지 다양하다. 예비 목공예가들이 제품을 만드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 비스퀘어드는 서울 목조형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을 찾아, 젊은 작가들을 발굴한다. 젊은 목공예가들은 자신만의 제품을 직접 만들고 싶어도 재료값이 만만치 않기 때문. 이들은 본인의 제품이 상품성이 있는지 시장에서 시험해 볼 수도 있다.  “목공예 전공생들에겐 자기 제품을 내놓는 경험이 정말 귀하대요. 실습과제물은 거의 교수님들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제작하거든요. 목재값이 비싸 수업 외 용도로 구하기도 어렵고요. 저희가 목재는 원 없이 드린다 했죠. 트럭을 대여해 서울 지역 고교 야구부의 배트를 월 50개, 많게는 100개까지 수거해요. 청소용 페이퍼로 손수 잔때를 벗겨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있어요.” (비스퀘어드 김여선 PM) 현재 비스퀘어드 ‘방망이 깎는 장인’들의 나이는 평균 22세. 10명 모두 홍익대 목공예 전공생이다. 이들은 부러진 방망이 하나로 4~5개의 공예품을 제작해낸다. 재료로 쓰이는 배트의 디자인은 모두 다르다. 같은 제품을 만들어도 쓰인 방망이의 재질이나 색에 따라 유니크함을 지닌 작품이 나온다. 단순히

[2016 서울숲마켓②] 7000원짜리 비누 한 장의 비밀

  소셜벤처 ‘동구밭’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비누다. 하지만 가격은 7000원. 크기가 비슷한 시중 비누의 가격은 채 1000원도 넘지 않는다. 도대체 왜 비누 하나가 이렇게도 비싼 걸까.  “100% 천연재료만을 담았어요. ” 소셜 벤쳐 ‘동구밭’의 김정윤 매니져(25)가 말했다. 동구밭은 발달 장애인과 비발달 장애인의 텃밭 커뮤니티를 운영중인 소셜 벤처다. 이곳에서 만든 비누의 이름은 ‘텃밭에서 기른 비누’.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상추, 바질, 케일을 주재료로, 여기에 코코넛 오일, 포도씨 오일 등 100% 천연 재료만을 더해 만든다. 작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했는데 1200개가 팔렸다. 순한 재료만을 써 피부 자극이 덜한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이 비누가 가치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쓰이는 곳’ 때문이다. 동구밭은 비누 판매 수익금을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의 운영비로 쓴다. 동구밭은 지난 2014년부터 발달장애인의 사회성 함양을 돕기 위해, 텃밭을 가꾸고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발달 장애인과 비발달 장애인이 일대일로 짝을 지어 텃밭을 가꾸는 것. 비발달장애인들은 자원봉사로 활동에 참여한다. 처음엔 강동지역 텃밭 하나에서 시작했는데 현재는 서울시 12곳, 부천시 2곳 등 무려 14개 자치구로까지 그 규모가 커졌다. “발달 장애인들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고민했어요.”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은 대학생들의 호기심과 의기 가득한 패기에서 비롯됐다.  발달 장애인 친구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친구의 부재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친구를 사귈 기회 자체가 없기 때문. 비즈니스를 통한 사회공헌 동아리인 인액터스 홍익대 학생 4명은 이 친구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그

대학은 지금 기부 문화 변신 중

대학 모금 쟁탈전 인재 영입하고 맞춤형 서비스 늘어 총장 직속 기금기획본부 신설‘모금 전문가’ 영입하고 기금팀 규모 확대릴레이 모금과 기부자 이름 딴 장학금 제도 지난해 6월 고려대는 염재호 총장 직속 기금기획본부를 확대 신설했다. 직원 수도 12명으로 기존보다 2배가량 늘렸다. 서울대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외부 ‘모금 전문가(fundraiser·펀드레이저)’도 스카우트해왔다. 그 외에 별도로 영입한 외부 전문가는 기업인 등 잠재적인 고액 기부자를 많이 접할 수 있는 경영대학에 배치했다. 창립 111주년을 맞이한 올해의 모금 목표액은 1200억원으로, 지난해(530억원)보다 2배 넘게 커졌다. 고려대 기금기획본부 관계자는 “고려대는 다른 대학과 달리 전 국민이 함께 모금한 약 6000억원으로 설립된 역사성이 있다”면서 “최근 모금 전략을 새롭게 세팅하는 대학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고려대를 많이 다녀갔다”고 설명했다. ◇모금 전문가 영입하고, 부서 키워… 대학은 지금 변신 중 최근 국내 대학의 기금운용팀(대외협력팀·발전기금 등)은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등록금 동결이 지속되면서 각 대학 재정 상황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 게다가 기부금 또한 줄어드는 추세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사립대 153곳 기부금 총액은 4037억원으로 2010년(4557억원)보다 4년 만에 약 500억원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게 바로 ‘개인 기부’다. 2013년 1089억원이었던 개인 기부금은 2014년 1212억원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사립대 전체 수입 총액의 1.7%에 불과한 기부금 비율을 끌어올리는 게 매우 중요한 시점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하버드대는 모금 인력만 500명에 이르고, 해외 유명 대학은 재정에서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10~30%나 된다. 성균관대는 올해 1월 유지범 부총장

[2016 서울숲마켓①] 이야기를 담은 그릇, 사람과 사람을 잇다

핸드메이드 리빙브랜드, 공기핸디크래프트 복제의 시대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들에서 생산자의 삶과 이야기는 배제된 지 오래다. 전 세계의 생산자들과 일년 째 테이블웨어를 만들어 온 윤하나(37, 사진) 공기핸디크래프트(이하 ‘공기’) 대표는 수공예를 대안으로 삼았다. 손으로 직접 만든 그릇이라면 멈췄던 생산자와 소비자의 대화를 다시 흐르게 할 수 없을까? ‘엄마가 간다’, ‘미스터 뿌뚜’, ‘시간의 결’. 제품명만 들어도 그릇에 어떤 맛있는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궁금해진다. “공산품에 익숙하신 분들께는 하자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죠. 제품들이 균일하지 않으니까.” 윤 대표의 말과 달리 쇼룸에 비치된 제품들은 흠잡을 데 없었다. 방글라데시 간다 지방 여성들이 촘촘히 엮은 ‘엄마가 간다’ 바스켓은 한눈에 봐도 튼튼해 보였다. 원목을 깎은 볼에 코코넛 껍질을 하나하나 붙여 만드는 ‘시간의 결’ 우드볼도 독특한 매력을 자아냈다. 현지의 전통기술과 공기의 디자인이 함께 빚어낸 작품들이다. “현지 전통기술과 생활방식을 존중하는 게 원칙이에요. 한국 소비자들이 눈이 높고 또 실용적인 걸 좋아하잖아요. 그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기능을 고려해 디자인도 바꿔보고, 현지 생산자들과 조율을 계속하죠.” 공기는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과테말라의 공정무역 생산자 단체와 협력해 제품을 생산한다. WFTO(국제공정무역기구) 인증 단체에 중에서 생산자를 선택한 후, 논의를 통해 제품 디자인을 결정한다. 자연스레 제품에 만든 이의 삶과 이야기가 배어든다. 나무그릇 라인 ‘미스터 뿌뚜’는 17년째 목공예를 업으로 삼아온 인도네시아 생산자의 이름이다. 공산품에 비해 생산도 오래 걸리고 운송비용도 비싸 어려움이 많다. 그럼에도 이 제품의 매력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영혼’이 담긴 그릇이라는 점이다.

돌봄보다 서류가 먼저… 탁상 행정에 밀려난 아이들

문턱 높아진 지역아동센터 경기도 안양에 살고 있는 김정우(가명·8)군은 오후 2시쯤 학교를 마치면, 혼자 운동장을 배회한다. 작년엔 지역아동센터에서 공부도 하고 친구도 만났지만 올봄 이후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여섯 살 난 여동생을 혼자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하원시간인 오후 5시에 맞춰 동생을 찾은 후, 저녁 9시까지 퇴근하는 엄마를 기다린다. 남매가 안쓰럽지만 엄마는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야간 근무를 자청하고 있다. 따로 사는 아빠는 최근 생활비마저 끊어버렸다.  엄마는 야간근무를 늘리면서 김군을 따라 동생도 지역아동센터에 등록하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올해부터 지역아동센터 이용아동 기준이 초~중학교 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동생을 보낼 만한 야간 어린이집을 찾아봐도 주변에는 없었다. 결국 정우는 동생을 위해 지역아동센터에 가는 대신 몇 시간씩 길거리를 헤매기로 했다. 최근까지 정우를 돌봤던 안양시 A지역아동센터장은 “조건에 맞지 않으니 도움이 필요한 남매 사이를 떨어뜨려 놓으라는 게 무슨 돌봄 제도인지 모르겠다”면서 “변경된 기준 때문에 돌봄을 받아야 할 아이들이 오히려 거리를 헤매게 됐다”고 전했다. ◇돌봄 필요해도 소득·나이기준 맞춰야…더 어려워진 돌봄 서비스 ‘지역아동센터’ 이용아동 기준이 강화되면서 피해를 보는 아동들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 1월 말 배포된 보건복지부의 새 지침에 따르면, 올해부터 센터에 신규 등록하는 아동은 ▲소득(중위소득 100% 이하,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 439만원) ▲연령(초~중학교 중심, 농어촌인 경우 미취학 아동 포함) ▲돌봄의 필요성 등 3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한다. 작년과 비교해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 이전까지는 별도의 연령기준 없이, 우선보호아동(기초생활수급가정 및 차상위계층가정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NGO 살리는 기부종잣돈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가끔 비영리단체 실무자를 대상으로 강의할 때면 저는 ‘열혈교사 도전기’라는 책을 꼭 권유합니다.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비영리단체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를 설립한 웬디 콥의 이야기입니다. 미 명문대 졸업생을 선발해 2년간 도심 빈민 지역의 공립학교 교사로 봉사하도록 하는 사업으로, 교육 개혁을 이끈 인물입니다. 우연히 비영리단체를 설립한 후 초기에 운영 자금을 모금하느라 동분서주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하나는 ‘미국 NGO도 한국과 비슷하구나’였고, 또 하나는 ‘신생 NGO가 말라죽지 않도록 기부 종잣돈을 주는 곳이 미국엔 많구나’였습니다. 우리나라였다면 과연 이 NGO가 죽지 않고 살아남았을까요. 최근 국내 비영리단체들의 사회 혁신 프로젝트에 총 30억원을 지원하는 ‘구글 임팩트 챌린지’ 설명회에 500명이나 몰렸다고 하지요. ‘공익 기금’이 부족하다 못해 말라버린 국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국내에 기업 사회공헌 자금이 3조원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비지정 기부금’이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 어렵습니다. 미국 재단센터(Foundation center)에 가보니 그곳에는 미국 전역에서 나오는 ‘그랜트(Grant·기금)’ 정보가 하루에도 수십 개씩 홈페이지에 올라오더군요. 공익 목적의 사업을 하고자 하는 NGO와 기금을 잘 쓰고 싶은 기업 재단이 만나는 투명한 ‘정보 거래장터’가 형성돼 있었습니다. 이 장터가 열리기 위해선 기부자의 이해관계를 벗어난 공익 기금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아직 갈 길은 좀 멀어 보입니다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