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하루 1100개의 셔츠 만들다 다친 소녀… 가족을 위해선 다시 그 공장에 가야 합니다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참사 그 후] 아름다운가게·더나은미래 공동기획시리즈 <2> 당신의 옷은 떳떳합니까 “이제는 제발 시체만이라도 받고 싶어요. 죽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으니 떠날 수도 없고….” 나디아(여·50)씨가 손에 쥔 딸아이와 손녀딸 사진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방글라데시 수도인 다카에서 10시간 정도 떨어진 디나스푸르 마을에 산다. 딸 크리스티안(여·20)씨는 한 달 전 붕괴한 라나플라자 뉴웨이브 공장에서 재봉사로 일했다. 딸을 찾기 위해 이곳에 온 지도 벌써 한 달째. 딸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은 사라진 지 오래다. 나디아씨는 “한 살짜리 손녀를 앞으로 무슨 수로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1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라나플라자 사고 현장 옆 파란색 간이천막에는 끝도 없이 긴 줄이 있었다. 사람들의 손에는 앳된 얼굴을 한 소녀의 사진이 들려 있었다. 돌아오지 못한 딸들을 찾는 피해자 가족들이었다. ◇ 희생자는 어린 여성들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라나플라자’ 참사 현장에서 희생된 이 대부분은 어린 여성, ‘여공’들이다. 방글라데시는 의류공장이 4500개 있고, 350만명이 고용돼 있다. 방글라데시 의류제조수출협회 부사장 아짐 무하마드씨는 “현재 방글라데시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80%는 교육률이 낮은 빈곤 계층 여성”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장에 의류를 하도급했던 글로벌 의류 브랜드인 ‘자라(ZARA)’ 설립자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375억달러로 세계 5위 부자, 스웨덴의 패션 브랜드 H&M의 스테판 페르손 소장은 260억달러로 세계 8위 부자다(2012년). 제조·유통 일괄형(SPA) 의류 산업의 글로벌 1위 브랜드인 H&M은 2006~2010년 연평균 영업이익률이 23.2%로, 애플(21.7%)을 능가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여공들은

[Cover Story] 하루 14시간의 살인적인 근무… 그리고 1130명의 죽음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참사 현장 르포 아름다운가게·더나은미래 공동기획시리즈 ① 당신의 옷은 떳떳합니까 지난 24일, 방글라데시 다카 대학 병원 입구에 들어서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환자들은 복도 바닥에 누워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샤바르 지역 희생자’라고 쓰인 종이가 붙은 병실 문을 열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30개의 침대 주변으로 환자, 보호자, 의료진들이 뒤엉켜 있었다. 한 달 전 무너져내려 1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8층짜리 의류 공장, ‘라나플라자’에서 살아남은 노동자와 그의 가족들이다. “스스로 팔을 잘라야 했어요.” 베검(여·25)씨가 왼쪽 팔에 동여맨 하얀 붕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라나플라자 뉴웨이브 공장에서 재봉사로 일하고 있었다. 건물이 무너지던 날, 베검씨는 공장 매니저와 심하게 다퉜다. “건물 외벽에 심하게 금이 간 것을 보고, 무서워서 도저히 일할 수가 없었어요. 오늘 일을 쉬고 싶다고 했더니, ‘그럼 자르겠다’고 윽박지르더군요.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3층에서 일하고 있는 여동생에게 뛰어갔어요. 동생과 함께 짐을 싸고 있는데, 갑자기 전기가 나갔고, 그 이후론 기억이 나질 않아요.” 눈을 떴을 땐 사방이 컴컴했다. 건물 기둥 사이에 끼여 움직일 수도 없었다. 하루 뒤, 응급 구조대가 그녀를 발견했다. 하지만 엉킨 건물 더미 사이에서 그녀의 팔을 짓누르고 있는 기둥을 찾을 수 없어 속수무책이었다. 포기하려는 구조대에게 베검씨는 애원했다. “구조대원이 ‘혹시 칼을 주면 스스로 팔을 자르고 나올 수 있겠느냐’고 물었어요. 나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아픔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틀이 더 지나서야 베검씨는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잘려진 그녀의 팔은 이미 썩어들어가고

[Cover Story] “개인 다양성 존중… 함께 나누는 세상 이루길”

[cover story] 오피니언 리더 33인이 말하는 ‘더 나은 미래’란… “나눔·소통으로 모두가 존중받는 미래 만들자” 하루 평균 42명이 자살하는 나라. 2013년 대한민국의 우울한 자화상입니다. 전쟁의 폐허와 지독한 가난을 딛고 60년 만에 남부럽지 않은 선진국이 되었는데, 참 아이러니입니다. “돈 좀 벌고 나서 해야지” “성공하면 생각해볼게”…. 지금까지 우리는 부자만 되면, 행복은 절로 따라오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한 해 1만5000명이나 “살기 싫다”고 자살하는 걸 보니, 이 공식이 틀린 것 같습니다. 다 함께 행복한 사회를 꿈꾸며 창간한 공익섹션 ‘더나은미래’가 3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더나은미래’를 힘껏 응원해주신 각계각층의 리더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더 나은 미래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의 숫자가 해마다 껑충껑충 늘어나길 기대해봅니다.(가나다순) 편집자 주 |권택명 외환은행나눔재단 상임이사 “더 나은 미래란 ‘슬픔의 눈물을 닦아주는 손길’이다. 우울한 뉴스로 가슴이 미어지지 않을 날이 없는 게 우리네 삶의 현장이 아닐까. 오늘 내 가까운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손길이 많아지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미래가 열리지 않을까 꿈꿔본다. 앞으로도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네트워킹, 국제적인 트렌드 소개, 전문성의 정착 등 사회공헌 활동 전반에 대한 나침반의 역할을 기대한다.”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비영리공익단체(NPO)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더나은미래’가 NPO 어젠다를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시민사회의 꿈과 희망이 구현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김상헌 NHN 대표 “인터넷 초창기에는 누구나 정보에 쉽게 접근해 지식을 평등하게 공유함으로써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Cover Story] [하트하트재단과 함께 하는 장애인식 개선 캠페인 ‘해피스쿨’] ① 발달장애 오빠 연주 듣고 나니 장애인 친구가 좋아졌어요

[Cover Story] 하트하트재단과 함께 하는 장애인식 개선 캠페인 ‘해피스쿨’ 발달 장애인 차별 경험, 지체장애인보다 많아… 따돌림 등 학교폭력 우려 발달 장애 가졌지만 오케스트라 단원 거쳐 音大 졸업한 청년들 초등학교서 연주했더니 아이들 장애 인식 바뀌고 스스로 자존감도 높아져 왕따와 학교 폭력. 유형만 다를 뿐 본질은 똑같습니다. 또래 사회에서 약한 아이를 괴롭힌다는 점입니다. 해결 방법은 여러 가지이지만, 본질은 하나입니다. ‘약한 아이를 배려하는 것’입니다. 그 아이는 왜 다른지 이해하고, 세상에는 나보다 약한 아이가 많으며, 약한 아이를 도와줘야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다는 것. ‘더나은미래’는 ‘하트하트재단’과 함께 올 한 해 장애인식개선 캠페인 ‘해피스쿨(Happy School)’을 시작합니다. 발달 장애를 지녔지만 오케스트라 단원을 거쳐 음악대학까지 졸업한 청년들이 직접 초등학교를 찾아갑니다. 이들이 불러올 마법같은 변화를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편집자 주 “안녕하세요. 홍정한입니다. 24살입니다. 최선을 다합니다. ‘왕벌의 비행’ 좋습니다. 훌륭한 플루트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어눌한 말투의 홍씨는 2급 자폐성 장애인이다. 방금 전 봤던 ‘장애 인식 개선 애니메이션’의 주인공과 똑같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때처럼 키득거리지 않았다. “쟤, 왜 저래?”라던 소곤거림도 사라졌다. ‘꼴깍’ 침을 삼키며 호기심을 보이는 아이도 있었다. 플루트를 입에 댄 홍씨는 ‘왕벌의 비행'(림스키 코르사코프 작)을 연주했다. 빠르고 현란한 선율이 교실을 감쌌다. 플루트 소리가 멈추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을숙 강사는 “지금까지 보고 들은 것으로 퀴즈를 낼게요”라며 “‘장애인도 ○○할 수 있다’ 안에 빈칸을 채워보자”고 했다. ‘수영’, ‘노래’, ‘공부’ 등 갖가지 대답이 쏟아졌다. 한 아이가

사회공헌 비용, 지출 아닌 ‘투자’… CEO가 직접 챙긴다 [커버스토리]

국내 100대 기업 대표, ‘기업 사회적 책임’ 설문조사 해보니 “임원급 CSR 전담부서 있다” 77%대다수가 사회공헌 핵심은 ‘지속가능성’… 기업 전략 등 CSR에 반영하는 곳 늘어“부수적 업무로 여겨졌던 사회공헌, 기업내 인식 전환 이뤄지고 있다” 평가 국내 대기업 CEO들의 상당수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출이 아닌 투자’로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임원급에 의해 운영·관리되는 CSR 전담부서를 갖추고, CEO들이 수시로 CSR 활동 보고서를 보고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나은미래’가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CEO를 대상으로 ‘기업 CSR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CSR에 사용되는 비용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응답자(61명)의 90%에 해당하는 CEO(55명)는 ‘투자’라고 답했다. ‘지출’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10%(6명)뿐이었다. 준조세나 필요하지 않은 비용이라고 답한 CEO는 아무도 없었다. CEO 61명 중 47명(77%)이 “기업 임원급에 의해 운영되는 CSR 전담부서가 있다”고 답했다. 시가총액 상위 20위권 응답 기업은 모두 임원급 CSR 전담부서가 존재했다. 반면 건설·화학·석유 등 소비자와의 접촉이 많지 않은 중공업 분야 기업은 임원급 CSR 전담부서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CSR 전담직원으로부터 얼마나 자주 CSR 활동을 보고받느냐”는 질문에 ‘필요시 경우에 따라 보고받는다'(29명)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고, ‘한 달에 한 번'(16명)이나 ‘분기별 한 번'(11명) 보고받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응답 CEO 중 7명은 ‘1년에 한 번 보고받는다’고 답했다. “CSR 프로그램의 범위를 누가 정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CSR 전담부서'(41명)와 ‘CEO 본인'(11명)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홍보 혹은 기타부서(9명)’ ‘전문성을 가진 외부 NPO(비영리단체) 혹은 컨설팅회사(1명)’도 있었다. 이외에

[Cover Story] “희망을 대출받아… 자활의 꿈을 이뤘습니다”

서민금융을 대표하는 ‘마이크로크레딧(Micro-Credit·무담보 소액대출)’이 도입된 지 10년. 국내 마이크로크레딧 전문기관 ‘사회연대은행’이 사업 10주년을 맞아, 창업자 대상 설문 조사를 했다. 설립 이후, 2012년 말까지의 누적 대출액은 약 320억원, 업체 수는 총 1653개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대출액은 1900만원. 이 중 설문에 응한 240명을 조사한 결과, 대출을 상환 완료했거나 상환 중인 업체 비율을 나타내는 상환율은 87%로 나타났다. 지원한 업체 중 현재까지 생존한 비율(창업 준비 업체 포함)은 91%로 나타났다. 중기청 조사 결과,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창업 대비 폐업률이 85%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런 높은 생존율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더나은미래’는 창업에 성공한 3인을 만나, 마이크로크레딧 운용의 성패(成敗)가 어디에 달렸는지 집중 인터뷰했다. 입지 선정은 물론, 고민 들어줘 정서적인 도움까지 하루 매출 300만원 올리는 과일가게, 이준용·이연형 부부 ◇공사판 전전하던 노무자, ‘과일왕’ 되다 “창고인지, 가게인지 모르겠죠(웃음)?” ‘행복을 파는 과일 가게’ 안주인 이연형(48)씨 말대로였다. 가게 안은 과일 박스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신랑이 과일 욕심이 많다”는 이씨는 “그만큼 나가니까 들여놓는 것”이라고 했다. 부부가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과일 가게를 차린 것은 지난 2008년 12월. “백화점에서 청과물 팀장으로 근무하다가 실직을 당했어요. 40대 중반의 나이 때문에 재취업이 안 되더라고요. 그때 모시고 살던 장모님이 뇌출혈로 쓰러졌죠. 아픈 장모님과 어린 3남매를 보살피기 위해 건설 현장에서 일했어요. 집사람은 식당 허드렛일을 나갔고요. 부지런히 일해도 생활이 힘들었어요.” 2년간 이어지던 이준용(52)씨의 삶을 바꾼 것은 임대아파트 게시판에 붙어 있던 한장의 공고문. 강남구에서 창업

[Cover Story] [더나은미래·굿네이버스 공동 캠페인 |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① “날 때린 가족, 원망도 했지만… 세상의 응원에 힘을 냈어요”

[캠페인|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1) 학대의 상처 벗고 웃음 되찾은 나현양 이모의 욕설·폭행에 가출… ‘나 같은 건 죽어야지…’ 문제아로 방황했던 아이 전문상담원 도움으로 정서·진로 치료 받고 미술 치료하던 교수가 재능 발견해 적극 지원 아티스트 컨설턴트 목표… 하루 20시간 그림 그려 예고 진학하고 미대 준비 이모와도 만나서 화해 아동 학대로 한 아이가 죽으면, 선진국에선 사회 전체가 들썩입니다.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아동복지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부모에게 맞아 아이가 숨져도, 사건은 금방 잊힙니다. 개발도상국의 아이들은 더합니다. 배고파서, 아파서,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전쟁이 나서…. 각종 이유로 아이들은 다치고 죽습니다. 아동 문제에 대한 인식, 그것은 문맹국과 비문맹국을 가르는 잣대입니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굿네이버스와 함께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보호받지 못하는 국내외 아이들의 현실을 짚어보고, 지구촌 아이들의 행복을 지켜줄 방법을 찾아볼 것입니다. 편집자 주   지난달, 전라도의 한 그룹홈에서 만난 김나현(가명·17)양은 큼지막한 빨간색 가방을 메고 있었다. “미술 학원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그림을 그린단다. 이날도 나현양은 하얀 캔버스 앞에 앉았다. 팔레트에서 초록색 물감을 찾아 슥슥 붓을 움직였다. 이파리가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배추가 완성됐다. 나현양은 지난해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미술을 본격적으로 공부한 지 1년밖에 안 됐지만, 실기 점수는 항상 상위권이다. 나현양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문제아’였다. “그땐 정말 세상이 미웠어요. 제 자신을 망가뜨리고 싶었어요. 날 버리고, 때리고, 욕했던 가족들에게 복수하고 싶었어요.” 나현양은

[Cover Story] 자원봉사 할 사람 이렇게 많은데… 자원봉사센터에는 사람이 없다

설립 18년째… 제 역할 못하는 자원봉사센터 실태 전국 봉사센터 246개 중 절반 이상이 지자체 직영 정치적 독립성 부족해 지자체 행사 동원되기도 “봉사자 줄었다”는 단체 “봉사할 곳 없다”는 이들 자원봉사자와 기관 간 수요·공급 불균형 심화 #1. 지난 19일 오후, 전남 순천시청 3층 복도 맨 끝에 위치한 순천시자원봉사센터. 사무실에는 단 한 명의 직원이 간단한 전화 응대를 하고 있을 뿐, 남은 8개 자리는 텅 비어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이 봉사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마일리지 통장정리기도 고장나 있었다. 1996년 전남 최초로 설립된 순천시자원봉사센터는 현재 센터장이 공석이다. 직원은 사무국장을 포함해 단두 명뿐이다. 지난 6개월 동안 순천시로부터 운영비도 받지 못했다. 자원봉사센터 상근직 직원 7명의 월급이 밀리면서 직원들은 센터를 그만뒀다. 순천시와 갈등을 빚던 자원봉사센터장은 작년 12월 사퇴했다. 2008년부터 4년 동안 운영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곳이 1년 만에 파행 운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상길 순천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지난해 4·11 보궐선거에서 조충훈 시장(무소속)이 당선된 이후, 전임 시장이 ‘독립법인’으로 전환한 자원봉사센터가 적법이 아니라며 갑자기 특별감사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현 시장이 자원봉사센터를 장악하기 위해 트집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순천시는 “자원봉사센터가 여전히 지자체 보조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예산안을 논의해야 하는데, 이견이 있었다”며 “독립법인 이사회 또한 전문성을 가진 인력으로 구성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는 입장이다. #2.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지난달 시각장애인용 오디오북을 만들면서 목소리를 기부할 ‘자원봉사자’를 뽑았다. 홈페이지와 카카오톡을 통해 신청을 받았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고, 입력한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오면,

[Cover Story] 국익 앞세운 잇속 채우기… 현장 목소리 귀막은 해외원조

한국형 공적개발원조의 현실 한국ODA에 대한 보고서 책임·목적 강화 등 권고 유상·무상원조 예산 29개 부처·기관이 나눠 효과 낮고 중복도 많아 컨트롤타워 역할 키우고 조각난 원조 통합해 질적으로 향상 시켜야 올해 우리나라의 ODA(공적개발원조) 예산은 2조411억원이다. 2008년 8900억원 규모였으나, 5년 만에 세 배나 늘었다. 2009년 국제개발협력기본법이 제정됐고, 2010년에는 원조 선진국들만 가입하는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이하 개발원조위)에 24번째로 가입했다.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가 된 첫 사례인 만큼, 국제사회의 기대도 높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지난달 29일 OECD 개발원조위는 ‘한국 ODA에 대한 동료평가(Peer Review)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제사회로부터 받는 첫 평가였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명확한 목적과 우선순위를 설정해 개발협력 전략을 세울 것 ▲ODA 정책에 대한 대국민 소통과 투명성, 책임성을 강화할 것 ▲ODA 통합체계를 만들 것 ▲민간분야의 참여를 독려하되, 수혜국 주도의 개발정책을 유지할 것 ▲시민사회를 지원하는 ODA 규모를 늘릴 것 등의 권고를 받았다. ‘한국형 ODA’를 표방하던 정부가 체면을 구긴 셈이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해외 현지에서 활동하는 개발협력NPO 23개 단체 인터뷰를 통해, ‘컨트롤타워 없는 문어발식 한국형 ODA’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편집자 주 “코이카(외교부)에서도 찾아오고 보건의료재단(복지부)에서도 찾아와서 명함을 내밀면 현지 정부나 단체 관계자들은 어리둥절한다. 한국 정부와 일하려면 기억해야 할 사람도 많고, 부처도 많아서 의사소통에 혼돈을 겪는다. 현지 입장에서는 행정절차도 중복되고, 서류도 중복해서 내야 하기 때문에 낭비다.”(H단체 관계자) “최근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두고 적정기술,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에 많은 정부기관에서 관심을 갖고

[Cover Story] 외로운 아이들의 쉼터…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세요

복지의 新사각지대, 위기 청소년 보금자리 ‘쉼터’ 전국 93개소 쉼터에서 가출청소년 치유 위한 상담 및 보호 서비스 학업 복귀와 안정 위해 다양한 지원 필요하지만 정책 연계성은 떨어지고 예산·기업 관심도 부족 ‘문제아 집단’ 편견까지 “마음에 상처입은 아이들 방황으로 이어지기 쉬워 보살핌으로 해결해야” 점심 시간이지만, 식탁은 텅 비어 있었다. 방 너머에서 “우리는 벌써 먹었어요”라는 말이 들려왔다. 플라스틱 식판을 들자 변영애(49)씨가 감자탕이 담긴 국그릇을 건넸다. 호박볶음, 멸치볶음, 김치, 콩나물 반찬이다. 박현동 의정부시여자청소년쉼터 소장은 “하루 세 끼 합쳐 5000원 정도로 만드는 식단”이라고 귀띔했다. 거실을 떠난 10여 명의 아이는 방 세 곳에 나눠 앉았다. 한 방에서는 과자 파티가 한창이다. “지수는 밥숟가락 내려놓자마자 또 군것질이니?”라는 박 소장의 말에 한지수(가명·17)양의 표정이 익살스럽게 변했다. 삼삼오오 모여 간식과 수다를 즐기기도 하고, 혼자 앉아 휴대폰이나 순정만화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박 소장은 식사를 하면서도 아이들에게 계속 말은 건넸다. “방학 계획은 뭐니” “무슨 게임을 하고 있니”…. 아이들도 스스럼없이 대꾸했다. 아버지와 딸들의 대화를 연상케 했다. ◇위기 청소년의 마지막 보금자리, 쉼터 지난 15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1동에 위치한 ‘의정부시여성청소년쉼터’를 찾았다. 이곳에 모인 14명의 아이 모두 가출청소년이다.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는 점은 똑같다. 2명을 제외하곤 학업도 중단됐다. 신성혜 (사)청소년문화공동체 십대지기 사무국장은 “위기청소년, 그중 가출청소년은 모든 문제의 시작이자 끝”이라며 “따뜻한 보살핌은 이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만, 잘못하면 일순간 비행의 나락으로 빠진다”고 했다. 최영미(가명·18)양도 그중

[Cover Story] 나눔문화 이끌 새 키워드… ‘개인·고액기부·매체통합’

[Cover Story] 향후 5년 대한민국 기부&모금 트렌드 개인·기업 기부 전망 – 개인 후원자 활동으로 “향후 5년은 증가” 기대 경기 영향 받는 기업은 ‘부익부 빈익빈’ 견해도 금액·모금 형태 변화 – 아너소사이어티 등 고액 기부 시장 확대 앱·방송 등 매체 결합한 통합 모금 마케팅 기대 세계경제의 침체 속에서, 향후 한국인의 기부·나눔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지속될 수 있을까. 더나은미래는 2011년 기준 100억 이상 모금한 비영리단체 및 전문가들과 함께 ‘향후 5년 한국의 기부·모금 트렌드’를 전망해봤다. 모금액은 정부 보조금을 제외한, 개인 및 기업 기부금(정기 후원 회비, 일시 기부금, 물품 후원금 포함) 합산액을 기준으로 했다. 심층 설문에 참여한 단체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3692억원), 월드비전(1426억원), 적십자사(1403억원), 기아대책(990억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740억원), 유니세프(712억원), 굿네이버스(594억원), 컴패션(471억원), 세이브더칠드런(224억원) 등 총 9곳이다. ◇개인 기부 늘어날 전망, 기업 기부는 전망 엇갈려 이들은 “지난 5년간 모금액이 꾸준히 증가할 수 있었던 건, 개인 후원자 덕분”이라면서 “향후 5년은 경기가 어렵더라도 개인 기부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업 기부에 대해서는 다소 견해가 엇갈렸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더 전문화될 것”이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지만, 9개 기관 중 두 곳의 실무자는 “기업은 개인보다 경제 상황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부금 액수가 지난 5년처럼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 규모에 따라 기부에 대한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고액 기부 시장 확대될 것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축적했던 고액의 자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Cover Story] 누군가 나를 행복하게 했듯이 이젠 나도 누군가를 행복하게 합니다

Cover Story 나눔의 선순환을 이루는 사람들 사회복지사 김봉수씨 ‘불량청소년’ 방황하다 복지관에서 마음잡고 한국생명의전화에 취업 “나 같은 아이 위로하고 바르게 잡아주고 싶어” ‘달항아리’ 박진오씨 청각·지적장애 가졌지만 도자기 공예로 세상 소통 체험 학습·무료 강습도 “내 작품에 기뻐하는 이들 바라보는 게 가장 행복” 자원봉사자 안지형씨 난치병 앓던 청소년기 메이크어위시재단 통해 소원 이루고 봉사 결심 “환자 고통 잘 아는 만큼 진심으로 용기 건네죠” 사고로 부모를 잃은 아이가 한 아동복지 단체의 보살핌을 받았다. 그 순간부터 아이는 ‘평생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한다. 아이는 대학 졸업 후 자신을 보살펴준 단체에 취직한다. 고아원에서 꿈을 키웠던 자신처럼, 소외된 아이들의 꿈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다. 그는 결국 이 단체의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오른다. 고(故) 김석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회장 이야기다. 2010년 6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소외된 아이들의 아버지로 불렸다. ‘도움의 선순환’이 만들어낸 기적이다. 2012년 12월, 이 기적은 계속되고 있다. 편집자 주 ◇”불량청소년, 생명지킴이 되다”, 한국생명의전화 김봉수 사회복지사 우산이 꺾일 정도의 비바람이 몰아쳤다. 마포대교 위에 서니, 쌩쌩 스쳐가는 자동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김봉수(31)씨가 초록색 수화기를 들고 ‘생명의전화’라고 쓰여진 버튼을 눌렀다. 곧바로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에는 ‘마포남단서쪽 34번’이라는 발신지가 큼지막하게 떴다. “17초 정도 걸리네요.” 시간을 확인한 그는 “정상입니다”라고 말을 이었다. 지난 14일, 김씨는 마포대교에 설치한 긴급전화기를 점검하고 있었다. 이 전화기는 투신자살을 목적으로 교량에 선 사람이 마지막으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전화기로,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