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③] 우리 회사의 CSR은 전략적인가?

우리 회사의 CSR은 전략적인가?    스포츠경기가 끝나면 그 결과에 따라 ‘전략의 승리’ 혹은 ‘전략의 부재’라는 평가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전략이라는 용어는 스포츠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 전반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근대화 시기의 국가 정책(국가발전을 위해 특정 산업에 전략적 집중투자), 개인의 생활(전략적 대학 입시 및 취업 준비), 기업의 경영활동(산업융합화에 대비한 다른 업종 기업들간의 전략적 제휴)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말하는 ‘전략’이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이기는 방법’을 떠올린다. 이는 오답은 아니지만 만족스런 답변도 아니다. 전략이란 ‘목표를 달성하려는 수단’을 말한다. 따라서 전략을 이기는 방법으로만 국한시키면 안된다.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대내외적 경영환경에 따라 이기는 것 외에도 다양한 목표를 설정할 수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도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전략에 대한 이 단순한 정의에는 크게 두 가지의 중요한 시사점이 포함돼있다. 첫째, 전략을 이해할 때 그 방점을 수단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전략은 수립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전략이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달성했는지, 실행 이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둘째, 전략은 무언가를 달성하고자 하는 수단인데, 이는 해당 기업이 설정한 목표를 말한다. 따라서 여러 기업들이 동일한 목표를 설정하더라도 내외부 경영환경에 따라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 즉 전략은 기업별로 다양하게 수립되고 실행될 수밖에 없다. 이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책임)로 국한시켜 생각해보자. ‘우리 회사의 CSR이 전략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면, 해당 기업이 CSR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가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장기기증과 건강보험, 밥벌이의 관료화

얼마 전, 장기기증과 관련된 속 터지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나라 장기기증 서약자는 123만명. 성인 인구의 2.5%다(미국은 48%, 영국은 35% 정도로 높다). 장기기증 수치만 올라가도 우리나라 건강보험재정 1조2000억원이 줄어든다고 했다. 왜 그럴까. 건강보험재정 지출 2순위는 만성신부전증인데, 가장 좋은 치료법은 신장이식이다. 한데 장기 이식이 활성화 안 돼서 이렇게 어마어마한 돈이 건강보험 재정에서 쓰이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에선 정부가 장기기증 서약자 비율을 높이기 위해 매년 5억원가량의 예산을 쓴다. 20년 넘게 반복된 패턴이다. 예산 5억원을 쓰는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민간단체에 보조금 식으로 쪼개서 나눠주는 방식이다. 어림잡아 20조원을 쓰고도 문제 해결에 실패한 것이다. 이런 사례를 접할 때면 퇴근해 괜히 남편에게 화풀이를 한다. 공무원인 남편을 몰아붙이며, “정부는 규제만 하지 말고, 문제해결에 집중하면 안 되냐”는 식이다. ‘옵트 아웃(opt-out)’ 방식이라도 시도해볼 순 없었을까. 운전면허증을 발급할 때 ‘장기기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주고, 거기에 체크하도록 해 체크하지 않으면 장기기증에 동의하는 형태 말이다. 아마 누군가는 이런 의견을 냈을 지도 모르고, 시도했다가 좌절했을지도 모른다. 뭔가를 해보려 하다 잘못되면 된통 책임지는 게 공무원 일상이다 보니, 어느새 정부는 ‘효율’보다 ‘공정’만 우선시하는 공룡이 됐는지도 모른다. 신년 들어 임팩트 투자, 소셜벤처 등 사회문제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집단을 많이 만나다 보니, 더더욱 속이 상한다. 400조원 정부 예산 중 0.1%만이라도 과감하게 ‘미친 듯한’ 도전에 쓰이면 안 될까. 해결해야 할 목표만 주고, 그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등 어떤

[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②] 돈을 벌어야 하나? 선을 행해야 하나?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    ‘기업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취약계층, 복지 사각지대, 공유가치 창출 등의 용어를 떠올리면서 ‘사회공헌’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글자 그대로 기업이 사회에 공헌하면서, 기업과 사회가 서로 win-win할 수 있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말이다.  반면에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가 ‘돈을 버는 것’이라고 대답한다면, 친기업 정서에 빠져있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취급받기 쉽다. ‘이윤 창출’이라고 고상하게 대답하더라도, 속물자본주의 성향을 드러낸 사람에게 보내는 차가운 눈빛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기업의 존재 이유를 말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람은 아마도 밀튼 프리드먼 (Milton Friedman)일 것이다. 대표적인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그는 1980년 뉴욕타임즈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The social responsibility of business is to increase its profits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을 증진시키는 것)”. 기업의 책임 중에서 경제적 책임만 유일하게 강조하는 것 같은 이 표현이, 기업 역할에 관한 논쟁에서 꾸준히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Mulligan, T., “A critique of Milton Friedman’s essay ‘the social responsibility of business is to increase its profits’,” <Journal of Business Ethics>, 5(4), 1986).  기업의 존재 이유가 사회공헌인가? 재벌닷컴과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미르재단, K스포츠 재단에 53개의 기업들이 총 774억원을 기부하였으며, 그 중에서 12개 기업은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자의건 타의건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는 기업을 비하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사회공헌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그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먼저 확보되어야 한다.    글로벌화 시대, 산업 융합화 시대에

[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①] CSR=사회공헌? CSR, 제대로 이해하자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제대로 이해하자   경영학은 기업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어떠한지, 그러한 경영환경이 초래하는 실무적 시사점이 무엇인지 등을 분석하는 기능을 주로 수행하기 때문이다. 경영환경에 변화를 주는 새로운 현상이 등장하면, 그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학계와 업계 모두에서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몇몇 현상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뿐만 아니라 그 개념 자체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쉽지 않은 듯 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이 그 중의 하나이다. CSR에 대해서 ‘다양한’ 이해가 공존하는 이유를 CSR을 구성하는 세 개의 단어로부터 유추할 수 있다. ‘Responsibility’라는 단어 때문에, CSR를 일방적인 의무로 판단하기 쉽다. 그러다보니 기업 준조세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바른사회시민연대의 2017년 1월 10일자 성명에 따르면, 기업이 정부에 반 강제적으로 지불한 준조세 규모는 최대 20조에 달한다.) ‘Social’이라는 단어 때문에, CSR은 사회적 문제에 국한된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세 개의 성적표(triple bottom line: TBL)가 의미하는 것처럼, CSR은  좀더 광의의 대상을 통해 이해해야 한다(Blackburn, W. R. 2007. The Sustainability Handbook. Environmental Law Institute Press. Washington DC.). 마지막으로 Corporate’라는 단어 때문에, CSR은 기업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간주하기 쉽다. 예를 들어보자. 산업화에 따른 자연환경 훼손은 생산자인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집단이 함께 고민해야 할 이슈이다. 최근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의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적극적 집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에게 ‘착한 기업시민(good corporate citizen)’이 되는 것을 요구하기 전에, 우리가 ‘착한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변화보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 극복이 우선

주말에 읽은 책 ‘오리지널스’에는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힌 ‘와비파커’ 이야기가 등장한다. 저자인 애덤 그랜트(와튼스쿨 최연소 종신교수)는 2009년 창업자 중 한 명의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내 인생 최악의 결정이었다”고 고백한다. 와튼스쿨 MBA에서 함께 공부한 청년 4명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학자금 대출에 신음하던 처지여서, 잃어버리거나 부러진 안경을 새로 장만하지 못했다. 어느 날 이런 의문을 품었다. “최첨단 기술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왜 아이폰만큼 비싸지?” 알고보니, 안경업계의 거대 공룡인 룩소티카가 시장의 80%를 장악하며 한 해 70억달러(8조원)를 벌어들이고 있었다. 이들은 신발 기업 ‘자포스’가 온라인으로 신발을 판매하는 걸 지켜보면서, 안경 산업에도 이를 시도해보기로 결심한다. 주변에선 모두 핀잔을 줬다. “안경은 직접 써보고 사지, 누가 인터넷으로 구매하겠냐”라고. 하지만 와비파커는 현재 연매출 1억달러(1177억원), 시가총액이 10억달러(1조1177억원)에 달한다. 소비자가 미리 안경테를 써보도록 5일 무료 체험 배송 서비스를 실시했다. 매장에서 500달러에 팔리는 안경을, 안경테와 렌즈를 합쳐 90달러(10만원)에 판매하고, 안경 하나가 팔리면 또 하나는 개발도상국에 기부한다. 저자는 “독창성의 가장 큰 특성은 현상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결심”이라고 한다. 실제 조직에서 뭔가 새로운 걸 하려고 하면 단계마다 어려움에 부딪힌다. 불확실성에 직면하면, 우리는 직관적으로 새로운 것을 거부하고, 생소한 개념이 실패할 이유부터 찾는다고 한다. 평가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뜻이다. 책에서 가장 공감한 대목은 이것이었다.  “분야를 막론하고 최고의 독창성을 보여준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가장 많이 창출해낸 사람들이었다.”   질도 중요하지만 양을 늘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정직·투명·신뢰…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

‘촛불정국’ 이후와 2017년 전망을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전경련은 해체될 것인지, 기업 사회공헌은 어떤 변화가 생길지, 비영리단체의 모금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이 대표적이다. 분명한 건, 지금까지 ‘좋은 일인데’라며 웬만하면 문제 삼지 않았던 기존 공익분야 관행이 더 이상 통용되진 않을 것이다. 당장 미르·K스포츠재단으로 인해 공익법인에 대한 불신이 한껏 높아져, 기부단체의 투명성이나 거버넌스(지배구조) 문제를 눈여겨보는 기부자들이 많아질 전망이다. 여기에 한국가이드스타가 오는 2월 공익법인에 대한 공시자료를 바탕으로 별표를 매기는 평가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투명성이 결여돼 이번 평가에서 제외된 단체를 보니, 고유목적사업비를 0원으로 표기한 단체가 57곳, 일반관리비 0원은 1111곳, 직원 수 0명은 448곳, 인건비 0원은 609곳이었다. 공익법인들이 왜 이런 공시자료를 국세청에 올렸는지, 기부자들의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2016년 기업 사회공헌이 위축된 것은 불경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민들의 ‘사회공헌 학습효과’가 더 정확한 이유일지 모른다. 사회공헌을 잘하는 기업으로 칭송을 받다가 하루아침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 치약 파동으로 곤욕을 치른 A사의 사례에서 보듯, 회사의 리스크를 사회공헌으로 무마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SNS를 통해 삽시간에 눈덩이처럼 퍼지는 부정적인 이슈에 사후대응하기란 불가능하다. 폴크스바겐 연비조작 스캔들로 2주 만에 주가가 30% 이상 하락했다고 한다. 글로벌 기업이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진짜 CSR(기업의 사회적책임)을 강조하는 건 결코 착해서가 아니다. 그게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방향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전경련이 앞장서 거둬들인 800억 기부금은 지금까지 기업 사회공헌의 관행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한 장면이다. 만약 밝혀지지 않았다면, 전경련 홈페이지나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공익 비영리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한 때

미르·K스포츠재단이라는 공익 비영리 재단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던 이달 1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 원혜영 의원을 비롯, 비영리 전공 교수, 변호사, 회계사, NPO 대표 등 2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2016 국제 기부문화 선진화 콘퍼런스’ 중 한 세션인 정책토론회를 열기 위해서였다. 해외 측 연사로 참여한 이들은 호주와 일본의 NPO 전문가들. 특히 호주의 국세청과 자선·비영리위원회(ACNC·Australian Charities and Not for Profit Commission)’ 사례는 큰 주목을 끌었다. “호주도 예전에는 한국과 똑같았다. 비영리 단체 등록을 부처별로 하고, 규제도 제각각이었다. 2012년에 비영리 단체를 통합·관리하는 위원회(ACNC)를 설립하는 개혁을 20년 만에 이뤄냈다.”(데이비드 로케, 호주 ACNC 차관보) 호주의 예전 사례는 어쩌면 우리나라와 판박이처럼 똑같은지 놀라울 정도였다. 설립은 까다롭고, 사후 관리는 대충함으로써 비영리 생태계가 ‘독버섯’이 자라기 쉬운 환경이 되어버린 것 말이다. 최순실씨의 사례야 겉으로 드러났기에 망정이지 지금 이 순간에도 비영리 공익법인을 앞세워 자기 잇속을 챙기는 사례가 얼마나 많을지 가늠할 수 없다. 손원익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R&D센터장에 따르면 당장 문제를 해결하긴 쉽지 않다. “국세청도 행정 효율성이라는 게 있다. 영리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비율도 1% 될까 말까 한다. 비영리 섹터는 규모가 작아 오히려 행정 인력 낭비라고 생각해 별 관심이 없다.” 호주 국세청은 어떨까. 로드 워크 호주 국세청 국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와 좀 달랐다. 당근과 채찍 전략이다. “국세청에서 비영리 단체를 위한 콜센터를 운영하며, 비영리 단체 설립부터 세금 감면 혜택 정보를 제공한다. 직원이 직접 NPO로 가서 일하는

이동환아시안퍼시픽얼라이언스_김동훈_인사이트재팬_우오 마사타카_일본모금가협회_JFRA_2016
[김동훈의 인사이트 재팬] ④ 일본의 기부문화와 모금…우오 마사타카 JFRA 대표 인터뷰

  일본의 기부문화와 모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우오 마사타카(48) 일본펀드레이징협회(JFRA) 대표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일본 전역을 아우르는 모금가 네트워크를 설립하고 대표 자리를 맡을 정도면 나름 명망가 반열에 오른 노신사일거라 생각으나, 직접 만난 그는 예상과 달리 외모도 생각도 ‘청년’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어떤 일을 하시고 계신지요.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일본 최초의 펀드레이징 전략 컨설팅 회사 ‘펀드렉스(FUNDREX)’입니다. 일본의 기부문화발전을 위해 만든 소셜벤처로. 제가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150개 이상의 단체에 모금 컨설팅을 해왔습니다. 다른 하나는 1500개 단체가 회원사로 있는 전국 모금가 네트워크 ‘일본펀드레이징협회(JFRA:Japan Fundraising Association)’입니다. JFRA는 1년에 한 번 ‘펀드레이징재팬(FRJ)’이라는 국제 콘퍼런스를 여는데, 참가자가 1000명 이상 됩니다. 모금과 관련해서는 세계 4대 콘퍼런스 중 하나로 꼽히죠. 작년에는 빌 게이츠가 직접 참석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내년에 열릴 ‘FRJ 2017’에서는 일본과 세계의 60여개 모금 성공사례를 공유할 예정입니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개인 기부문화가 약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도 그렇다고 생각하시는지요. “JFRA가 발간하는 ‘기부백서(Giving Japan)’에 따르면 일본의 개인기부는 연간 7000억엔(약 7조2600억원)정도로 한국과 비슷합니다. 일본의 GDP가 한국의 3배 이상이니, 경제규모에 비해 개인기부가 적은 건 사실인 듯합니다. 일본의 개인기부금은 기업과 비슷한 수준인데 미국의 개인기부금이 기업에 비해 약 8배 정도 많은 것을 보면 우리도 성장여지가 크다고 봅니다.” -일본기업들의 사회공헌과 기부는 어떻습니까. “일본의 연간 법인기부금은 개인기부금과 비슷한 7000억엔 수준입니다. 일본보다 GDP가 약 3배 많은 미국의 연간 법인기부액이 1조5000억엔(약 15조5581억원) 이니까, 적은

[김동훈의 인사이트 재팬] ③ 동아시아시민사회포럼 EACSF

사회혁신에 관한 한·중·일 세 나라의 생각– ‘시민에 의한 사회혁신’을 주제로 열린 제7회 동아시아시민사회포럼 – ‘사회혁신’, 최근 많이 들려오는 이 단어는 좀처럼 설명하기도,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현란한 단어의 향연 속에 ‘사회혁신’ 역시 한 때의 유행어로 그칠지, 아니면 실제 변화를 만들 흐름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마침, 이 쉽지 않은 주제를 가지고 한·중·일 세 나라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고 해서 참가해보았다. 지난 11월 17일, 신주쿠 ‘JICA 글로벌플라자 국제회의실’에서 ‘제7회 동아시아 시민사회 포럼(EACSF. East Asia Civil Society Forum)’이다. ‘동아시아 시민사회포럼’은 2009년, 한·중·일 자원봉사분야 시민사회단체가 중심이 되어 결성된 정기교류회로, 3개국을 순회하며 선정된 이슈에 대해 각국의 경험과 과제를 나누는 행사다. ‘시민사회와 사회혁신’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는 한·중·일 3개국 80여명의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 * * 기조연설에 나선 나카무라 요이치(사진) 릿쿄대 교수는 “긍·부정 양면이 있겠지만 일본에서도 시민사회활동과 비즈니스의 결합, 기업의 사회적 과제에 대한 반응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상태를 수긍할 수 없는 사람,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사회 전반에 ‘우리가 정말 행복한 사회를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물질적 풍요로움’과 ‘마음의 풍요로움’을 넘어, 새로운 멘탈리티(mentality)에 대한 추구가 시작된 것이다. 나카무라 교수는 “‘빵’만으로도 살 수 없고 ‘정의’만으로도 살 수 없는 지금, (영리와 비영리의 결합은) ‘새로운 행복’을 이루고자 하는 노력의 한 면”이라면서 “이럴 때일수록 ‘사회혁신’을 목표로 한 ‘소셜디자인’이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김동훈의 인사이트 재팬] ② 재난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사람들, 피스윈즈 레스큐

사진으로 보는 피스윈즈 레스큐 재난대응 긴급구조팀 훈련현장   ‘피스윈즈 레스큐(Peace Winds Rescue)’는 일본의 대표적인 국제구호단체인 ‘피스 윈즈 재팬(Peace Winds Japan)’의 긴급구조팀이다. 일본은 재난이 많은 국가이기에 재난구조와 관련된 조직들이 많은 편인데, 피스윈즈 레스큐는 그 중에서도 국내·외 재난에 함께 대응하기위해 상설 운영되고 있는 민간 유일의 구조팀이다. 1년에 몇 번이나 있을 지 알 수 없는 출동을 위해 장비를 갖춘 조직을 상설 운영하고, 각종 교육·훈련으로 구조요원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외 재난에 대응하는 상설 구조팀은 소방방재청의 119구조대, NGO ‘휴먼인러브(Human in Love)’ 정도에 그친다. 피스윈즈 레스큐팀도 처음부터 구조팀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2010년 가을, 국제 재난 구호사업을 하면서 초동대응력을 높이고 인명구조에 기여하기 위해 구조견을 훈련시켰던 것이 시작이다. 하지만 구조견이 생존자를 발견해도 소방이나 경찰 등의 전문구조팀에 바로 인계된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에, 2012년 1월부터 피스윈즈 레스큐팀을 꾸려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구조사업 전담자를 제외한 피스윈즈 레스큐의 구조대원들은 평소 전국의 피스윈즈재팬의 여러 사업장에서 각자의 일을 하다가 정기훈련 및 실제상황에 우선적으로 소집된다. 대원들의 국적은 한국, 중국, 일본, 대만으로 다양하며 여성 구조대원도 있다. 구조능력 향상을 위해 구조견뿐만 아니라 헬기, 수륙양용차, 요트, 드론, 열감지카메라, 위성인터넷 장비, 내시경 등 다양한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한 달에 한번 2박3일의 정기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매월 훈련의 내용이 바뀌고 있으며, 외국 구조팀들과의 합동훈련이진행되기도 한다. 지난 10월 24일~26일까지 2박 3일 동안 피스윈즈 레스큐팀의 정기훈련현장에 동행했다. 10월의 주요

[김동훈의 인사이트 재팬] ① 섹터와 국경을 넘는 재난대응 민관협력플랫폼, 아시아퍼시픽얼라이언스

“거대한 재난은 거대한 플랫폼으로 막는다” ‘아시아 퍼시픽 얼라이언스(ASIA PACIFIC ALLIANCE)’. 줄여서 ‘A-PAD(Asia Pacific Alliance for Disaster Management)’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재난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민간 주도 재난대응 전문 국제기구다.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일본, 필리핀, 한국 등 아시아 6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의 방재전문가인 ‘파이잘 잘랄(Faisal Jalal)’이 의장(Chairperson)을 맡고 있고 본부 사무국은 일본 도쿄에 있다. 각 국가의 A-PAD는 1,2,3섹터가 연합한 국가별 재난대응플랫폼을 만들고, 국가별 플랫폼들은 다시 국경을 넘는 국제적 플랫폼으로 묶여 상호지원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작년 4월 25일에 발생했던 네팔 대지진 때 A-PAD 활동을 보면 이들의 특징이 드러난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의료진을 파견했고, 스리랑카에서는 구호전문가들을 파견했다. 일본에서는 긴급구조팀과 구조견을 파견해 인명구조작업을 실시하였다. 각 나라 A-PAD는 기본적으로 독자적인 성격을 띠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상호연계 되어 활동한 것이다. 당시 네팔에는 A-PAD의 멤버들이 없었지만 ‘ISAP(Institution for Suitable Actions for Prosperity)’,  ‘NEST(National Society for Earthquake Technology-Nepal)’ 등 현지 단체들이 재난공동대응에 참여했다. 이들 현지 단체는 네팔 정부군의 도움을 받아 헬기를 이용, 접근이 어려운 네팔-중국 국경의 오지마을까지 진출해 구호활동을 펼쳤다. 국제구호사업에 대한 한국의 상식으로는 방글라데시나 스리랑카 같은 개발도상국가가 다른 나라를 돕는 것이 생경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A-PAD 안에서는 모든 국가가 스스로의 재정과 인력으로 피해국가를 지원한다. 피해국가 역시 주체로서 구호활동에 함께 참여한다. 이는 재난대응에서만큼은 선진국이 후진국을 지원한다는 통상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각각의 나라가 자국 내의 자원을 모아 스스로 문제에 대처해야 하며, 국제적으로는 모든 나라가 주체가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숫자·돈이 아닌 사회 문제 해결의 진정성

지난달 22일, 재클린 풀러 ‘구글닷오알지(Google.org)’ 대표와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필자를 포함한 국내 비영리 현장 전문가 5명과 함께였다. 그녀는 구글의 자선활동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구글닷오알지는 교육, 발전, 신재생에너지 등 혁신적인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데 매년 1억달러(1100억원) 이상을 기부한다. ‘왜 갑자기 밥을 먹자고 하지?’ 궁금했는데, 2시간 대화를 나누다 알게 됐다. 이것이 글로벌 기업이 말하는 ‘이해관계자 미팅’이라는 것을. 그녀는 다음 날 있을 구글 임팩트챌린지(비영리단체들의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선정해 지원하는 프로젝트) 결승을 위해 내한했는데, 자신들의 사회공헌을 설명하고, 외부 평판도 물어보며, 국내 상황에 맞는 발전 방향은 없는지 등이 자유롭게 공유됐다. “예전에는 비영리단체의 오버헤드(Overhead·운영비)에 상한선을 뒀는데, 하다보니 단체마다 상황이 다른 걸 알게 되면서 그런 상한선을 없앴다. 2~3년 주기로 선정된 비영리단체를 모니터링해서 성과가 좋은 곳은 재투자를 한다.” 놀란 건, 다음 날 구글 결승전에서였다. 원래 구글은 결승 진출 10개 프로젝트 중 4개 팀에 5억원의 상금과 1년의 멘토링을 제공할 예정이었으나, 선정되지 못한 6개 팀에 대해서도 2억5000만원의 깜짝 상금을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구글 사회공헌이 흥행을 거두고 삼성도 100억원 규모의 혁신적 사회공헌 공모 방식을 시도하자, 기업 사회공헌 관계자들 또한 궁금함이 많은 모양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이렇게 얘기해줬다. “사회공헌 공모 방식은 새로운 게 아니다. 기업이나 재단에서 한 번쯤은 다 시도한다. 근데 왜 구글이 화제가 됐을까.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잘 봐야 한다. 국내 기업의 경우 초기에 1~2년 공모전을 한 후 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