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Talk !]비현실적 시설 규정에 아이들은 보금자리 잃을 판

“답답합니다…” 손정수(가명·52·서울시 구로구)씨가 깊은 한숨을 내쉽니다. 아들 진우(가명·8) 때문입니다. 손씨는 5년 전 공사현장 사고로 온종일 누워 지냅니다. 아내는 일터에서 밤늦게나 돌아옵니다. 다행히 이런 사정을 알게 된 집 근처 구로파랑새지역아동센터(이하 파랑새지역아동센터)가 작년부터 진우를 돌봤습니다. 손씨는 “센터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저녁까지 먹인 후 보내주니 마음이 놓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진우의 보금자리가 위태로워졌습니다. 파랑새지역아동센터가 6월 30일까지 이전을 해야 하는데, 옮겨갈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파랑새지역아동센터는 지난 3년간 지역의 교회 공간을 무상으로 사용해 왔지만, 이젠 자리를 비워줘야 합니다. 성태숙 원장은 올해 초부터 마땅한 장소를 물색해 왔습니다. 서울시를 통해 전세자금 8000만원을 지원받으면서 이주 비용도 마련됐습니다. 발목을 잡은 것은 보건복지부의 시설 기준이었습니다. 2012년 8월 개정된 ‘지역아동센터 시설기준’에 따르면, ▲지역아동센터 반경 50m 주위에 ‘청소년보호법 제2조 제5호’에 따른 청소년유해업소가 없는 곳 ▲전용면적 82.5㎡(25평) 이상, 아동 1명당 전용 면적 3.3㎡(1평) 이상 등을 충족해야 합니다. 박영숙 지역아동센터 중앙지원단장은 “좁은 곳에 많은 아이가 몰리는 등의 문제가 있었고, 전문가들도 지속적으로 명확한 시설 기준을 강조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정 이후 신설 및 이전하는 지역아동센터들은 이 기준을 따라야 합니다. 매년 300개 가까이 늘던 지역아동센터는 이 규정이 생긴 이후 (4000개에서) 더 이상 늘지 않았습니다. 성 원장은 “상가 지역에선 50m 안에 유해업소 없는 곳이 없더라”고 했습니다. 청소년보호법에서 말하는 유해업소는 PC방, 비디오방, 노래방, 호프집 등입니다. 구로구의 특성상 큰 주택이 많지 않아 주택가도 사정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이에 성 원장은 “지역의

소아암 어린이와 가족, 미소 되찾아주려 여행을 선물해요

선물공장 프로젝트 소아암 환자 가족여행 프로그램 “얘들아, 여기 바다거북이 헤엄을 치고 있어. 진짜 크다. 책이나 TV로는 보기는 했는데 이렇게 실물로 보니까 신기하다. 그렇지?” 지난달 20일, 푸른 빛이 감도는 한화 아쿠아플래닛 제주의 수족관을 거닐던 우점자(46)씨가 한 유리벽 앞에 서더니 들뜬 목소리로 가족을 향해 손짓했다. “응, 해양생물을 직접 보니까 아주 좋아요.” 검은색 비니 모자를 쓰고 새하얀 마스크로 입을 가린 박민성(17)군도 어머니의 옆으로 천천히 다가오더니 휴대폰을 꺼내 수족관의 전경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박군이 10년째 소아암을 앓고 있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여느 가족 관광객과 다를 바 없는 단란한 풍경이다. 이들은 지난달 19일부터 21일까지 비영리단체 ‘선물공장 프로젝트’에서 진행한 소아암 환자 가족여행 프로그램에 참가한 가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소아암 진료 인원수는 2006년 7798명에서 2012년 1만457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소아암 치료 기술이 발달하고 국가의 의료비 지원이 이뤄지면서 소아암 환아의 완치율은 80%대까지 올라갔지만, 통원치료와 병원 입원을 반복해야 하는 탓에 환자와 가족의 심리적·정서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차준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기획사업국 국장은 “소아암 환자 가족은 서로에 대한 죄책감과 경제적 부담, 사회 구성원들과의 고립을 경험하면서 수많은 심리적 상처를 입게 된다”면서 “지역사회나 병원 등에서 개별적으로 심리정서 치료 사업을 수행하지만 지속적인 활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아직까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에서 10년 넘게 일한 경력을 가진 손은정(37) ‘선물공장 프로젝트’ 대표는 2013년 소아암 가족들에게 작은 힘을 주고자 단체를 창립했다. “많은 사람이 큰 재단이나 기관들만

겉만 예쁘다? 세상을 위한 가치까지 디자인

공익디자인 프로젝트 버려진 원단으로 만든 선인장 모양 방향제 위안부 할머니들의 그림으로 만든 압화 등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서 100% 모금 성공 세계 3대 디자인 학교인 미국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에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통해 ‘이민자에 대한 편견을 깨는 영화 만들기’, ‘땅에 묻어도 퇴비로 쓸 수 있는 식용 컵 제작’ 등 다양한 공익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파슨스스쿨 킥스타터 별도 페이지(www.kickstarter.com/pages/parsons)에는 30여개 프로젝트가 제시돼 있다. 현재 모금 중인 1개 아이디어를 제외하고는 모두 펀딩에 성공했다. 반응이 뜨겁다는 뜻. 전문가들은 “복잡한 사회문제를 푸는 방법으로 디자인적 사고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국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텀블벅(tumblbug.com) 염재승 대표, 오마이컴퍼니(www.ohmycompany.com) 성진경 대표, 와디즈(www.wadiz.kr) 신혜성 대표가 추천한 ‘공익 디자인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선정된 프로젝트는 모두 100% 이상 펀딩에 성공했다. ◇텀블벅 염재승 대표 추천, ‘라이프플러스’의 ‘착한선인장’ 프로젝트 지난달 30일, 봉제공장 및 공방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원단들(펠트·양모·방모 등)로 만든 선인장 모양의 ‘아로마 디퓨저(천연방향제)’ 모금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일명 ‘착한선인장’ 프로젝트다(tumblbug.com/ko/lifeplus). 후원자는 금액별로 아로마 디퓨저를 받을 수 있고, 판매 수익금은 전액 환경단체에 기부된다. 이 프로젝트는 총 122명의 후원자가 참여하면서, 목표 금액 500만원을 넘겼다. 이를 이끈 주인공은 동서대 산업디자인 4학년생인 김태진(27)·김수인(24)씨가 지난해 만든 ‘라이프플러스’라는 디자이너 그룹이다. 김태진씨는 “학교에서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부산의 봉제업체들을 들렀는데, 사이즈가 조금 부족하다는 이유로 많은 양의 원단이 버려지고 있었다”고 했다. 전국 봉제공장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자투리 원단 양은 대략 250톤. 태진씨는

해외본사는 공정무역 훨훨 나는데, 왜 한국에선 전시만 할까

스타벅스 공정무역 커피 실태 “공정무역 커피, 주문할 수 있을까요?” 지난달 29일 오후, 기자는 서울시 마포구 홍익대 근처 스타벅스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주문했다. 스타벅스는 공정무역 원두를 90% 이상 사용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종업원은 전시된 커피 원두 봉지를 가리키며 “전시용만 판매하고 있다”고 답했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에게 “한국에서는 전국 640여 매장에서 ‘전시용’으로 포장된 공정무역 인증 원두만 판매하고 있다”는 공식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스타벅스는 2000년부터 공정 거래 기구인 ‘트랜스페어 USA(TransFair USA)’ 제휴, 공정무역 인증 커피를 지속적으로 늘려 왔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2012년 한 해 동안 공정무역 원두 4450만파운드(약 2만185t)를 구매했고, 단일 기업으로는 전 세계 최대 물량”이라면서 “전체 원두 구매량의 93%가 공정무역을 포함한 제3자 인증 제도를 거쳤다”고 밝혔다. 스타벅스는 2015년까지 공정무역을 포함한 윤리적 구매 원두량을 100%까지 늘릴 계획을 밝혔다. 한국에서는 왜 ‘전시용’으로만 판매할까.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이 태동 단계라 1년 중 5월과 10월 각 일주일씩만 ‘오늘의 커피’ 메뉴에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A 공정무역 단체 관계자는 “업계 관계자들은 스타벅스코리아의 공정무역 유통량은 10%에도 못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며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하는 해외와 달리, 국내는 커피 농장 농민이 아닌 기업이 높은 마진을 올리는 구조”라고 했다. 반면 영국 스타벅스는 지난 2008년, 에스프레소 음료를 제조하는 기본 음료용 원두에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영국 내 ‘윤리적 소비’에 대한 인식이 높아서다. 공정무역 제품은 선급금 제도(1년치 계약의 60% 비용을 미리 지불), 커피

직원의 개인 기부가 기업 기부금? 공시, 믿을 수 있나

기부금 총액의 35% 차지하는 기업 기부 지출 내역 정확히 공개하지 않아 내년부터는 공익법인도 기부금 공시 기업은 여전히 자율적 선택에 맡겨 #1. SK네트웍스는 지난 3월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작년 총 21억1600만원의 기부금을 지출했다고 보고했다. 지난 3년간 SK네트웍스의 기부금 지출 내역을 살펴보니 2011년 130억2600만원에서 2012년 1억300만원으로 0.8% 수준까지 곤두박질친 뒤, 작년에 다시 20배 정도 늘어났다. 3년간 고무줄처럼 기부금이 오르락내리락한 이유에 대해 SK네트웍스는 “2012년 지출 예정이었던 기부금의 일부를 2011년에 선집행해 2012년 기부금이 크게 줄어든 것”이라며 “매년 평균적으로 20-30억원을 지출하는데, 2011년에는 SK그룹에서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행복나래’에 2012년 기부금을 미리 출연하면서 다음해 기부금 총합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2. 에쓰오일은 2012년 기부금으로 142억5900원을 집행했다고 금감원에 공시했지만, 자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는 117억1300만원을 기부했다고 썼다. 2011년 기부금도 각각 104억7300만원과 71억4900만원으로 차이를 보였다. 왜 그런 걸까. 에쓰오일 관계자는 “회사 사회공헌 운영 기준의 차이로 발생한 수치”라면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는 ‘시민영웅 시상식’ 등 회사에서 직접 기획·실행하지 않은 단순 기부금 전달 비용 등을 제외하다 보니 비용이 줄었다”고 답했다. 국가 기부 총액(11조원) 중 35%를 차지하는 기업의 기부금 내역은 과연 정확할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매출액 상위 50대 기업의 2013년 감사보고서에 올라온 기부금 공시를 확인한 결과, 10개 기업이 전년 대비 50% 이상의 급격한 기부금 증감률을 보였다. 5곳 중 1곳 비율이다. 기부금 내역을 감사보고서에 공시하지 않은 기업도 6곳이나 됐다. ◇2013년 기업 기부금 공시, 믿을 만한 수치는 없다? 현재 감사보고서에 올라온 기업 기부금 공시의

“조직 기증하는 분은 혜택 받아가세요”… 은행·쇼핑몰도 나섰다

인체조직 기증 동참하는 기업들 ‘지선아 사랑해’의 저자 이지선(36)씨는 14년 전 교통사고로 전신 55%에 3도 중화상을 입고 40번이 넘는 대수술과 재활치료를 거쳤다. 지난달 28일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이씨는 “지금도 시간이 지나면 줄어드는 이식된 피부 때문에 방학 때마다 수술을 받는다”고 했다. 이씨와 같은 화상 환자 수는 국내에 47만명이다. 이 중 19%가 어린이다. ‘화상 환자를 위한 수분크림은 없을까.’ 화장품 업체 스킨푸드는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화상 환자를 위한 수분크림을 개발했다.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와 업무 협약을 맺고, 화상 환자들의 자문과 테스트를 거쳐 ‘로열허니 착한 수분크림’을 출시한 것. 인체조직기증본부 관계자는 “화상 환자의 특성상 피부 당김과 건조증이 심해 고보습 수분크림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고가의 해외 제품뿐이었다”며 “저소득층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고, 1개 판매될 때마다 같은 제품 1개가 화상 환자 돕기 캠페인에 자동 기부된다”고 말했다. 순한 성분이다 보니, 영유아를 둔 엄마, 아토피 환자들에게도 인기가 높아 생산된 물량이 몇 차례씩 동나기도 했다고 한다. 올해는 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를 통해 선정된 전국 화상 환자들에게 수분크림을 무상으로 선물하는 캠페인도 시행 중이다. 이뿐 아니다. 인체조직 기증을 통한 ‘생명나눔’을 직·간접적으로 실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옥션과 지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2012년 10월 기업 중에서는 최초로 단체 희망 서약을 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자체적으로 사내 캠페인을 통해 인체조직 기증 서약을 받는다. 그해 12월부터 2013년 2월까지 택배 상자에 ‘천사의 선물’이라는 문구를 인쇄해 후원 약정서와 구매 상품을 함께 배송하기도 했다. 왜

“시민사회단체와 협력 강화해… 현장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일 것”

한국국제협력단 민관협력사업 개편 정부 무상원조 전담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이하 코이카)의 민관협력사업이 대대적으로 개편될 전망이다. 지난달 29일 코이카가 발표한 ‘2015년도 민관협력사업 추진 방향’에 따르면, ▲코이카 해외사무소 권한 강화 ▲시민사회단체 협력 자금을 기존 3.5억원에서 4억원으로 확대 ▲기업 협력 프로그램에 사회적 투자(Social Investment) 모델 적용 및 확대 ▲프로그램 성과 관리 및 평가 강화 등이 주요 골자다. 이를 위해 코이카는 올해 총 344억원을 민관협력사업에 투입할 예정이다. ◇현장 중심 ODA(공적개발원조)…해외사무소장 권한 강화돼 2015년도 민관협력사업의 무게 중심은 ‘현장화(現場化)’와 ‘성과 관리’에 실렸다. 코이카는 지난 1월, 민관협력사업의 관리 권한을 코이카 해외사무소로 이관했다. 코이카 민관협력실 정유아 부실장은 “예전에 본부에서 맡아오던 해외사업 예산 변경, 사업계획 변경, 사업담당기관 변경 등을 이제 모두 해외사무소장이 맡게 된다”며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현지사무소에서 담당하도록 권장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2016년도 신규사업부터는 각 단체들이 해외사무소와 직접 협의, 제안서를 수시로 접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코이카는 ODA 인턴·ODA 전문가 등을 해외 사무소에 추가 파견해, 현장 밀착형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외사무소장의 역량에 따라 사업의 질이 달라질 우려도 제기된다. 국제개발사업을 10년 넘게 진행해온 한 기관 담당자는 “비영리단체들의 사업에 관심이 없는 코이카 사무소장들은 사업장 방문도 하지 않은 채, ODA 인턴들의 말만 듣고 평가하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코이카의 현장 중심형 ODA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일관성 있는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기획재정부 성과 평가에 민관협력사업이 포함되면서, 성과 관리가 강화될

후원만 했을 뿐인데 범법자 되다니… 기부문화 발목잡는 규제들

기부금 받기 전에 모금액 미리 등록해야 예측 불가능한 모금 특성 무시한 법안 비현실적인 규제로 모금단체들 신뢰깎여 지난달 15일, 시민단체 ‘정의로운 시민행동’은 아산사회복지재단, 아름다운재단, 월드비전, 아름다운동행, 함께일하는재단, 삼성꿈장학재단, 참여연대, 지구촌공생회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기부금품을 모집하면서 이를 사전에 등록하지 않고, 임의로 사용했다는 내용이었다.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이하 기부금품법)’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을 모집하려면 사전에 안행부 또는 관할 시도에 등록해야 한다(제4조1항). 등록 기간 내에 해당 모금액을 넘으면 불법 모금이 되고, 3년 이하의 징역 및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비영리단체들은 “누가, 언제, 얼마를 기부할지 예측이 불가능한데, 이를 사전에 등록하도록 하고 규제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며 “기부금품법이야말로 대표적으로 없애야 할 규제법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전행정부 민관협력과에서 담당해온 이 기부금품법은 원래 불법 선거운동과 관치모금이 많았던 1950년대 기부금품 모집금지법이었고, 1990년대 기부금품 모집규제법에서 2006년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로 바뀌어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모금단체가 이 법의 존재 자체를 잘 모르고, 안행부조차도 법의 해석을 두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는 등 오히려 기부의 성장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예가 기부금 규모다. 국세청 통계에 따른 기부금 총액이 약 12조원인 데 반해, 기부금품법에 따라 행정관청에 등록된 기부금은 524억원(2012년)에 불과하다. 비영리단체(NPO) 수가 1만8000개가 넘지만(한국NPO공동회의), 기부금품법에 따라 기부금 모집을 등록한 단체는 20곳에 불과하다. 이에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비영리단체들의 의견을 담은 기부금품법 개정안을 작년 7월 1일 발의했고, 안행부 또한 그해 11월 말에

여가부 나선 아동학대 대책… 복지부에 협력 대신 경쟁?

현장선 “보여주기식 대책 혼란스럽기만…” 여성가족부가 ‘아동학대 예방사업’과 관련, 뒤늦게 별도의 대책을 내놓으면서 “정책 분절화만 가중시킨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달 11일, 여성가족부는 “아동학대의 80% 이상이 가정 내에서 발생한다”며 “여가부가 가정 폭력 방지 인프라를 구축해 온 경험을 토대로, 학대 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대책 및 성과 지표 마련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지난달 15일 여성가족부는 “가정 폭력 피해아동에 대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자체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날은 보건복지부가 지자체,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들과 ‘아동학대 예방·보호 대책’을 논의하는 현안점검회의가 있던 날이다. 이를 두고 현장에서는 “20년간 아동학대 사업을 담당해온 보건복지부가 컨트롤타워가 되어 법무부, 경찰청과 공조 체계를 잡아가는 상황에서, 여가부가 공조 체제에 협력하기는커녕 분절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반응이다. 현장 실무자들은 “여가부는 일반 학대아동 중에서도 ‘가정폭력 피해아동’이라고 대상 범위를 좁혀가며 전면에 나서니, 현장에선 혼란스럽다”면서 “가정폭력 인프라나 제도로는 학대아동을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아동학대 사업을 여가부가 주도적으로 가져오겠다는 건 아니고, 다만 가정 폭력 방지 업무와 성격이 비슷하리라고 생각해 여가부가 가진 역량을 지원하겠다는 차원이었다”고 했다.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공익 향한 4년의 길… 이제 그 내비게이터로

100장 가까운 원고를 읽다가 그만 울어버렸습니다. 창간 4주년을 맞아 공익 분야 전문가 100명에게 설문을 부탁했고, 마지막 질문에 ‘더나은미래에 바란다’를 슬쩍 집어넣었습니다. 한 분 한 분의 정성스러운 코멘트가 고맙고, 따끔하고, 힘이 났습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겁도 납니다. “해외에서 정부, 기업, 비영리 섹터가 함께 사회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가는 우수한 사례들을 더 많이 소개해줬으면.” “공익 분야 롤모델 리더들을 발굴해 우리 사회의 영웅으로 만들어주길.” “정책과 제도가 커버할 수 없는 사각지대의 현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기사가 많아지길.” “규모는 작지만 변화를 이끄는 작은 NGO를 많이 소개해주길.” “보수 진보를 넘어 사회 혁신가를 발굴하고 서로 연결해주는 장을 마련해주길.” “NGO가 자칫 매너리즘에 빠져 사회문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할 때 자극받을 수 있는 NGO의 거울이 되어주길.” “우리 사회에 도움이 필요하지만 스스로의 목소리가 약한 계층에 대한 권리 옹호에도 힘써주길.” “공익 활동과 활동가를 지나치게 미화하지 말고, 언론으로서 건강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해주길.”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 및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네트워크이자 브리지 역할을 해주길.” “복지에 치우치지 말고, 사회·경제·환경 등 주제별로 균형 있게 접근해주길.” “자선적 관점의 접근보다는 권리의 관점에서 이슈를 다뤄주길.” “공익 분야의 의제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중장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공익 분야 전문기자들을 지속적으로 양성하는 등 네트워크와 인적·물적 DB를 구축하길.” 이처럼 많은 분이 “더나은미래가 공익 분야의 내비게이터가 되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지금도 진행 중인 ‘세월호 참사’를 보며, 저는 사실 ‘언론은 뭘 할 수 있을까’를 되물었습니다.

“발달장애인은 단순 직업만 가진다? 어엿한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월급 받아요”

하트하트재단 발달장애인 앙상블… 고정수입 받으며 꾸준히 공연 가져 “선망받는 직종에 근무할 수 있어” 고졸채용 계획 밝히자 문의 쇄도하기도 지난 10일 저녁, 서울 용산구에 있는 용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린 하트하트재단(이사장 신인숙) ‘원 하트 콘서트(ONE HEART CONCERT)’ 현장.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8명의 연주자가 무대 위에 올라왔다. 이들은 발달장애 청년으로 구성된 전문 연주팀 ‘하트클라리넷 앙상블’ 단원이다. 관객을 향해 인사를 마치고 10초간 서로를 바라보던 단원들은 몸을 한 번 들썩이더니 클라리넷 연주를 시작했다. 빠른 템포의 곡 ‘칼의 춤’을 과감하고 자신감 있게 연주했다. 2분 정도의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장애인 문화예술 직업 재활 모델의 중요성 점차 커져 국내 등록 발달장애인 수는 18만명을 넘어섰지만, 이들이 사회에서 일할 환경은 열악하다. 만 15세 이상 발달장애인 12만9517명 중 취업에 성공한 이는 2만7953명으로 약 21%에 불과하다(2011년·서울대 산학협력단). 취업 가능한 직종도 제조업이나 청소 및 환경 미화, 제과·제빵, 세탁 등 단순 노무직에 한정돼 있다. 반면 선진국에선 발달장애인의 가능성에 주목해 문화예술 직업 모델을 적극 개발해왔다. 1993년 창단된 스위스의 극단 ‘호라(HORA)’는 단원 20명이 전부 지적장애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매년 40회 이상 전 세계를 순회하며 공연을 한다. 미국 오클랜드에 있는 장애 예술가 전문 스튜디오 ‘크리에이티브 그로스 아트센터(Creative Growth Art Center)’도 4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80여명의 장애 예술인이 센터에 소속돼 있으며, 일부 작가의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될 정도다.

[공익 신간 브리핑] 김 대리, 오늘부터 사회공헌팀이야 외

김도영 지음|프리이코노미라이프|1만5000원 전경련의 출판 자회사 FKI미디어가 기업 사회공헌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지침서 ‘김 대리, 오늘부터 사회공헌팀이야’를 출간했다. SK 사장실, SK텔레콤 사회공헌팀장 등 SK그룹에서 사회공헌 업무를 11년째 담당 중인 김도영 SK브로드밴드 사회공헌팀장이 저자로 참여했다. SK의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 사업을 모티브로 한 가상 스토리를 통해 사회공헌팀 신설과 경영진 설득 과정, 사업 기획과 비영리단체 및 협력단체와의 파트너십 구축, 사회공헌 홍보의 본질 등 기업 사회공헌 팁을 총 3장에 걸쳐 소개한다. 협동조합 다시 생각하기 신성식 지음|알마|1만8000원 생활협동조합 아이쿱(iCOOP)생협의 신성식 경영대표가 20년 넘게 현장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협동조합의 장단점을 진단하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협동조합 다시 생각하기’를 펴냈다. 저자는 협동조합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브랜드 상품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경제’의 시대가 열릴 수 있으리라 전망했다. 조합원 문제에서부터 시장, 상품, 생산과 유통, 소유와 경영, 자본 조달, 이념과 가치에 이르기까지 총 14장에 걸쳐 실제로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협동조합운동과 사업의 맞춤 전략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