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에서 온 편지…”축구하는 매일이 새로워요”

한국에 계신 후원자님께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파이어스 오쿠루트(Pius Okurut)예요. 올해 12살이고, 우간다 쿠미(Kumi) 지역에 있는 은예로(Ngero) 초등학교 7학년에 다닌답니다. 사실은 자랑할 일이 있어요.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가거든요. 9월 6일이니까, 이제 50일밖에 안 남았어요. 한국은 어떤 곳인가요? 그곳도 예전엔 우간다처럼 가난했었다고 ‘언티(Aunty)’ 조이가 말했어요. 참, 조이는 2010년도에 한국에서 이곳으로 온 기아대책봉사단이에요. 한국 이름은 이명현이지만, 우리 동네 사람들은 모두 ‘언티 조이’라고 불러요. 제가 왜 한국에 가냐구요? 축구하러 가요. 전 우간다 대표팀 수비수거든요. 진짜 월드컵은 아니지만, ‘기아대책 희망월드컵’이 서울에서 열린대요. 케냐부터 브라질까지 10개 나라에서 한국의 후원자님들이랑 결연을 맺고 있는 어린이가 110명이나 모인대요. 벌써부터 긴장되고 기대돼 잠이 안 와요. 우간다에서 축구는 진짜 인기가 많아요. 프리미어 리그가 시작되면 온 동네 사람들이 텔레비전이 있는 식당에 모일 정도죠. 하지만 제 형편에 진짜 축구를 한다는 건 꿈도 꿀 수 없었어요. 우리 동네는 전기랑 수도도 제대로 없는 곳이어서 축구용품을 구하기 힘들거든요. 저희 아빠는 3년 전 후천성면역결핍증(HIV)으로 돌아가셨어요. 집에서 기르는 소하고 조그만 텃밭이 우리 가족이 가진 전부죠. 원래 운동을 잘하는 편도 아니에요. 또래에 비해 키도 작고, 몸무게도 29㎏밖에 안 되거든요. 이렇게 조그만 제가 어떻게 희망월드컵 대표팀으로 뛰게 됐는지 궁금하시죠? 조이는 제가 친구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다고 했어요. 우간다 대표팀 11명 모두 ‘열심히 하면 누구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의 증거라고요. 희망월드컵 참가 준비를 시작하고 나서, 매일 매일이 새로워요.

호수에 떨어진 물방울처럼…우간다에 축구가 가져온 변화

    지난 5일, 공휴일로 지정된 라마단(Ramadanㆍ이슬람 교리에 따른 금식 기간)의 마지막 날. 한산해야 할 은예로 초등학교가 100명에 가까운 인파로 북적였다. ‘2016 기아대책 희망월드컵’에 출전하는 우간다 대표팀과 인근 모리타(Moruita) 지역 어린이 축구팀의 친선경기가 열렸기 때문. 모리타 지역 아이들은 원정경기를 치르는 자신의 팀을 응원하기 위해 1시간 넘게 걸어서 이곳에 왔다. 응원 열기가 아프리카의 태양보다 뜨겁게 달아오를 무렵, 경기가 시작됐다. 전반전은 빨간색 유니폼을 맞춰 입은 희망월드컵 팀의 우세였다. 큰 키의 조셉(Joseohㆍ17)은 빠르게 파고드는 상대편 공격수의 뒤를 철저히 마크했다. 여성 플레이어인 아포(Apooㆍ14)의 블로킹은 또래 선수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오팀(Otimㆍ14)은 빠른 스피드로 공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타나 상대를 위협했다. 상대의 골문 앞에서 몇 번이나 아슬아슬한 찬스가 날아가고, 숨 막히는 전반전이 0대0으로 종료됐다. 지난 4개월간 아이들의 훈련을 맡아온 코치 오첸(Ochenㆍ22)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라자루스(Lazarus·14), 골문 앞에서 날아오는 공을 쫓아갈 땐 꼭 ‘마이볼(My ball)’이라고 외쳐. 그래야 수비수와 동선이 꼬이지 않으니까. 조셉! 그라운드 안에선 더 크게 이야기해야지. 너는 캡틴이니까 뒤에서 누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수비라인이 부실한지 팀원들에게 계속 이야기를 해줘야 해. 지미(Jimmy·12)는 상대 팀이 크다고 해서 움츠러들지 마. 우리 팀에는 너처럼 야성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꼭 필요해. 그리고 오파사(Opasa·13), 넌 우리 팀의 스트라이커잖니. 네가 골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뛰어야 해. 알았지?” 팽팽했던 전반전과 다르게 후반전이 시작되고 골은 희망월드컵팀 진영을 맴돌았다. 재정비를 마친 모리타 팀의 공세가 매섭게 이어졌다. 몇 번이나

공익을 모바일과 만나게 한 남자

[네이버 해피빈재단 최인혁 대표] 공익단체·이웃 이야기 전하는 주제판 ‘함께N’ 오픈 후 2개월만에 설정자 140만명 넘어네이버 페이 통한 펀딩 결제 등 모바일 서비스에 콘텐츠 결합 국내 최초의 온라인 공익 플랫폼 ‘해피빈’의 대표 얼굴이 바뀌었다. 최인혁(45) 네이버 해피빈재단 대표다. 삼성SDS 출신으로 1999년부터 NHN에 몸담아온 그는 현재 네이버 크레이티브 비즈니스 조직장과 해피빈 재단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최 대표의 등장 이후 지난 4월 말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에서 다양한 공익단체와 이웃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주제판 ‘함께N’을 오픈했고, 2개월 만에 설정자 140만명을 넘겼다. 공익 콘텐츠와 크라우드 펀딩을 다양화하는 시도, 네이버 모바일의 다른 ‘장터(서비스)’ 곳곳에 공익 콘텐츠를 전략 배치하는 등 변화가 빠르고 과감하다. 그동안 언론 인터뷰를 거의 한 적 없는 최 대표를 ‘함께N 설정자 140만 돌파’를 기념해 경기 성남 분당의 네이버 본사(그린팩토리)에서 만났다.     ―지난달 유엔 NGO 콘퍼런스의 워크숍에서 발표를 했는데, 사실상 해피빈 대표로서 데뷔 무대나 다름없었습니다. 어떤 얘기를 했습니까.    “‘해피빈은 세계 시민교육의 실습실’이라고 했어요. 제가 IT 개발자 출신인데, 1년 동안 책을 통해 코딩을 공부할 때보다 프로그램 실습 한 달 동안 더 많이 배워요. ‘저는 실행하는 사람입니다’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실행이 잘되면, 그걸로 이론도 정립할 수 있어요. 나눔교육도 중요하지만 해피빈 통해 직접 기부해보면 그 의미를 깨닫게 되죠.”   ―네이버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데, 왜 해피빈 대표를 맡았습니까. 직접 자원했다고 들었는데.  “2005년 해피빈 플랫폼 개발할 때 저도

[Cover Story] 천재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의 이유 있는 기부

“다음엔 또 뭘 할까 고민… 나눔에도 계속 발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지난 10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삼성동 테헤란로. 국제구호기구 옥스팜과 이탈리안 셰프 샘킴이 함께하는 ‘푸드트럭’ 현장에 앞치마를 둘러맨 ‘천재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Richard Yongjae ONeill·38)이 깜짝 등장했다. 오닐은 샘킴이 직접 만든 파스타를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세계의 가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1990년대와 비교해 세계의 빈곤 인구는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10억 명 가까이 가난으로 고통받고 있어요(UN새천년개발목표보고서, 2015). 한국은 전 세계가 놀랄 만큼 멋진 일을 해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앞으로 더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말을 마친 오닐이 비올라를 켜자, 북적이던 테헤란로가 일순간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 중 한 명인 바흐의 곡과, 한국의 동요 ‘섬집아기’가 빌딩숲 사이로 울려 퍼졌다. 음악가 최고의 영예로 불리는 ‘에버리 피셔(Avery Fis her)’ 수상, 미국 UCLA 최연소 음악교수(2007~2016)이자 줄리어드 음악대학원 최초로 아티스트 디플로마(Artist Diploma·전문연주자 과정) 전액 장학금을 받은 비올리스트. ‘세상 모든 사람은 선하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자신을 낮추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남자. 리처드 용재 오닐의 삶과 음악,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 푸드트럭 현장을 방문한 시민 중 50여분이 정기후원 약정서에 사인했대요. 정말 놀랍고 멋진 일이죠? 이렇게 좋은 날,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니. 전 정말 행운아인 것 같아요.” 오닐을 다시 만난 것은 저녁 8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푸드트럭을 마치자마자 일정 하나를

“혹시 알아요? 세계적 선수가 여기서 나올지?…안정환 희망월드컵 대회장 인터뷰

‘2016 기아대책 희망월드컵’ 대회장 스포츠해설가 안정환 인터뷰“어린 시절, 가난 벗어나기 위해 축구로 성공하겠다 다짐 의식주도 힘든 개도국 아이들도 ‘희망월드컵’ 통해 꿈 펼치길…” “어린 시절, 너무 배고파서 먹을 걸 얻으려고 축구를 시작했어요. 축구하는 동안에는 내가 주변 친구들과 다르다는 생각이나 일상생활의 괴로움을 잊을 수 있었죠. ‘이걸로 꼭 성공해야겠다’는 목표의식도 생겼고요. 제가 축구를 통해 개인적인 어려움을 극복했듯이 ‘희망월드컵’에 참가하는 아이들도 한 번 모든 것을 쏟아부어봤으면 좋겠어요. 축구는 독하고 힘든 운동이지만, 아이들의 삶에 좋은 양분이 될 거라 믿습니다.” 국가대표 축구선수를 거쳐 최근 예능프로그램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스포츠해설가 안정환(40ㆍ사진)이 오랜만에 그라운드로 컴백한다.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이 올해 처음으로 개최하는 ‘2016 기아대책 희망월드컵’의 대회장을 맡으면서다. 희망월드컵에는 한국을 포함해 네팔, 우간다, 베트남, 브라질 등 전 세계 10개 국가의 어린이 110명이 참가한다. 국가별로 여자 어린이(3인 이상)를 포함한 9명의 주전선수와 2명의 ‘와일드카드’가 한 팀을 이루며, 9월 6일 서울 SK핸드볼경기장에서 개막식을 진행한다. 주거ㆍ영양ㆍ교육ㆍ의료 등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가운데 ‘축구’는 어쩌면 시작하기 힘든 운동일지 모른다. 안 대회장 역시 의문을 갖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축구를 하려면 필요한 장비가 한둘이 아닐 텐데, 의식주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환경에서 과연 할 수 있을까?” 평소 가난한 아이들 소식을 접할 때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는 안 대회장에게 희망월드컵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후원을 통해 축구를 시작할 수 있게 된 친구들이 함께 모여

환경·인권 등 데이터 부실하면 투자 받기 어렵다

피터 웹스터 ‘아이리스’ 대표 “은행, 보험회사, 국민연금 등 내가 투자한 돈이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라.” 피터 웹스터 ‘아이리스(Ethical Investment Research Service·이하 EIRIS)’ 대표<사진>는 30년 넘게 투자자들에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석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평가해온 전문가다. ‘영국 지속가능투자와 금융연합(UK Sustainable Investment and Finance Association)’의 임원을 20년간 맡았고, 2011년 영국 자산관리 및 투자자들로부터 ‘책임투자 자문위원회(The PRI Advisory Council)’ 이사로 선출돼 2년간 이끌었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아이리스는 매년 전 세계 40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ESG 평가를 하는 영국 최대 사회책임투자 리서치 기관으로, 고객사만 300곳이 넘는다. 지난 1월엔 프랑스 기업 신용평가기관인 ‘비제오(Vigeo)’와 합병해, 영국과 프랑스의 최대 ESG 리서치 기관으로 발돋움했다. 지난달 19일, ‘제1회 도네이트 프록시(Donate Proxy) 포럼’ 기조 연설 차 방한한 그에게 전 세계 책임투자 트렌드를 물었다. –영국 등 해외 투자자들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등 비재무적 성과를 보고 투자하는 것에 적극적이라고 들었다. 최근 트렌드는 어떠한가. “최근 프랑스는 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 등 모든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리스크를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올해부터 시행된다. 앞으로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에너지 비용, 환경 정책을 가진 기업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약 2460억파운드(414조원가량)의 자산을 운용하는 영국 보험사인 아비바(AVIVA)는 환경보고서를 보유하지 않거나 내용이 부실한 350개 투자 기업의 연례보고서에 반대표를 던졌다. 환경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인권·노동·비리 등 ESG 평가 항목을 확장하고, 이사회 선출과 회계 감사 등에도 개입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은 지난 몇

이효리 결혼식 만든 환경디자이너… 대지를 위한 바느질

“제주도에서 결혼식을 하는데, 에코웨딩으로 하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왔어요. 저희는 꽃이든 음식이든 답례품이든 결혼식이 열리는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사용하는 게 원칙이거든요, 식이 열리는 장소가 제주도라 번거로운 일이 많을 텐데도 꼭 취지를 지키면서 결혼식을 진행하고 싶다기에, 신랑신부가 환경단체에서 일하시는 분인가 보다 했죠. 유선 상담을 끝내고 얼마 뒤 정식으로 상담을 신청하는 카드가 날아왔는데 신부 이름에 ‘이효리’, 신랑 이름에 ‘이상순’이라고 적혀있더군요. 처음엔 누가 장난을 친 줄 알았어요.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이 언론에 알려지기도 전이었거든요.” 2013년,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일 아이콘인 이효리와, 천재 기타리스트 이상순의 결혼식. 모두가 주목하는 ‘세기의 커플’답게 암암리에 드레스를 비롯한 온갖 협찬 제의가 쏟아졌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 모든 제안을 거절하고 ‘친환경 결혼식’을 선택했다. 합성섬유 대신 옥수수 원사로 웨딩드레스를 만들고, 호텔 뷔페 대신 동네 맛집 음식으로 하객을 대접하는 조그만 사회적기업의 대표가 결혼식 기획을 맡았다. 국내 ‘에코웨딩’의 선두주자 ‘대지를 위한 바느질’의 이경재(37) 대표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하객 의자와 화분 하나까지 모두 제주도 현지에서 공수한 제품으로 꾸며졌다. 파파라치를 피하기 위해 결혼식이 치러질 야외공간은 리넨과 면으로 벽을 만들어 둘렀다. 이 가림막 천은 결혼식이 끝나고 난 후 ‘커튼을 만들고 싶다’는 하객에게 선물로 줬다. 남은 천으로는 에코백을 제작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환경과 마을을 생각하는 기획에 신랑과 신부 모두 적극 동참해주셨어요. 이효리, 이상순씨가 결혼식을 부탁할 때 내건 조건은 ‘비공개로 진행할 것’과 ‘상업적이지 않을 것’ 딱 두 가지뿐이었죠.” 대지를

공익분야 힘 실어 줄 국회의원들

韓매니페스토실천본부’ 추천  더나은미래가 선정한 5가지 공익 분야 중점 과제 관련, 주목할 만한 20대 국회의원은 누구일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추천을 받아 분야별 의원(가나다 순)을 정리해봤다. 우선 공적 부조 및 기부·나눔 분야에서는 박용진(더민주·서울 강북을), 이재정(더민주·비례), 정춘숙(더민주·비례), 홍영표(더민주·인천 부평을) 의원이 꼽혔다. 정춘숙 의원은 사회운동가 출신으로, 1992년 ‘한국여성의전화’ 상담소 간사로 일을 시작해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를 역임하고,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에도 기여했다. 사회적 약자 분야에서는 나경원(새누리·서울 동작을), 심상정(정의당·경기 고양갑), 이인영(더민주·서울 구로갑), 표창원(더민주·경기 용인정) 의원이 주목할 만하다.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이자 ‘스폐셜올림픽 코리아’ 회장인 나경원 의원은 장애 관련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심상정 의원은 지난 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건과 관련,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과 ‘산업안전 보건범죄의 단속 및 가중처벌 등에 관한 제정 법률안’을 발의하며 원청업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입법 활동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건·환경 및 사회적경제,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분야로는 김성식(국민의당·서울관악갑), 김세연(새누리·부산 금정), 우원식(더민주·서울 노원을), 유기준(새누리·부산 서구동구), 유승민(무소속·대구 동구을), 제윤경(더민주·비례), 홍일표(새누리·인천 남구갑) 의원이 추천됐다. 19대 국회 때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발의했던 유승민 의원은 지난 8일, 공동발의를 요청하는 협조 공문을 각 의원실에 돌리며 기본법안을 다시 들고 나왔다.  국회 CSR정책연구포럼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일표 의원은 상장기업이 사업보고서에 CSR 활동과 성과를 의무적으로 보고토록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인물이다.

아이 잃고 시들었던 삶, 나눔으로 다시 피었죠

배우 이광기 인터뷰“2010년 아이티 구호 현장서 지진으로 부모 잃은 아이 만나…’나눔 전도사’ 된 계기였죠”자선경매·콘서트 열어 기부하고 아이티에 아들 이름 딴 학교 설립“나눔이 쉬워지는 세상 됐으면”  배우 이광기(47). 그의 삶은 2009년을 기점으로 나뉜다. 아들 석규군이 신종플루 합병증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기 전(前)과 후(後) 다. 7년의 세월은 그를 ‘나눔 전도사’로 탈바꿈시켰다. 지난달 24일, 우간다 내전으로 큰 피해를 입은 굴루 지역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광기와 마주앉았다. “우리 가족은 시들어가는 꽃이었습니다. 하나가 시들면 주변의 꽃도 함께 지듯이, 석규를 잃고 하루하루 메말라가고 있었죠.” 일곱 살 남자아이만 보면 심장이 벌렁벌렁 뛰고, 곱슬머리 뒤통수만 봐도 달려가 얼굴을 확인할 만큼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다. 장례를 치르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아이티에 강도 7.0의 강진이 발생했다. 아비규환의 현장에 있을 아이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차마 쓸 수 없었던 아들의 보험금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매체들은 그의 기부를 연일 보도했고, 한 방송사가 아이티 구호 현장에 함께 가자는 제안을 해왔다. “처음엔 가지 않을 생각이었어요. 석규 또래 아이들이 다친 모습을 보면 그대로 쓰러져버릴 것 같았거든요. 가족들도 여진(餘震) 위험이 있으니 가지 말라며 말렸죠. 그런데 마음이 절 자꾸 그리로 이끌더라고요. 아내에게 ‘다녀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더니, ‘정 가야겠으면 그냥 가지 말고 옷이라도 주고 오라’며 석규가 입던 옷을 싸줬습니다. 이민 가방 두 개에 꽉 찬 아이 옷을 끌어안고 펑펑 울었어요.” 아들의 옷을 준비한 것도 모자라 그는 200벌의 티셔츠를 더 제작했다. 석규가 마지막으로

비영리는 ‘마케팅 DNA’ 이식 중

NGO가 달라졌다홍보·광고 분야 전문 인력 유입, 데이터 기반 최신 전략 내세워이벤트, 콘텐츠 영역도 세분화… 후원자 이탈률 10%p 이상 낮춰   “모 비영리단체의 30주년 기념행사였습니다. 야외였는데 조명 설치를 안 한 탓에 휴대전화로 불빛을 비추는 해프닝이 벌어졌죠. 정당 대표급의 VIP 인사가 초청됐지만 별다른 의전도 없어 식사 대기시간만 한 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결과요? 비용만 많이 들었을 뿐, 대표의 네트워크를 확인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죠. 옛날에는 간사들이 직접 국수 말아 대접하는 걸 ‘진정성’ 있게 봐줬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행사를 방문한 이들의 체험과 전시 요소 하나하나가 조직의 ‘전문성’과 직결되죠.” 김홍구 대표는 7년간 아름다운가게에 재직하며 바자회만 1500번을 개최한 비영리 행사의 달인이다. 이후 환경운동연합 후원개발팀장, 하이서울페스티벌 기획팀장을 거친 김 대표는 2013년, 비영리단체를 위한 이벤트회사 ‘홍구기획’을 세웠다. 홍구기획이 협업한 ‘에코브릿지페스티벌(2015)’은 식기 대여 시스템을 도입해 쓰레기를 전년 대비 80% 이상 줄였다. 서울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의 장애인체육대회 ‘모두놀이 마주하다 (2015)’는 고려대 체육학과와의 협업을 통해 지체장애인 당사자의 체육 활동을 늘릴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자신의 비영리 행사 기획과 실무 노하우를 담아 지난달 ‘세상을 선하게 바꾸는 이벤트’도 출간했다. 바야흐로 ‘비영리 마케팅 전성시대’다. 행사기획뿐만 아니라 온라인 모금 콘텐츠·활동가 교육에서도 ‘마케팅 전략’이 두각을 나타내는가 하면 영리기업에서 뼈가 굵은 전문가들도 속속 유입되고 있다. ◇’인스파이어디’ ‘펍23’… 전문성 갖춘 인력 유입 활발 “엄마야, 주사다!!! 하지만 이 주사는 어린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주사니까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언니, 오빠들의 도움으로 어린이 6백만 명이

국경·나이 뛰어넘어… 인터넷으로 교육 민주화 나선 남자

‘유다시티’ 설립 제바스티안 스런 구글 부회장 자리 내려놓고온라인 교육 사이트 설립 사이트 내 강좌는 무료가 기본수강생 대부분 24~50세    “구글X에서 나는 학습하는 기계를 만들었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자율주행차를 보며, 아내는 ‘당신이 운전하는 것보다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글X를 떠나 만든 회사(유다시티)는 다르다. 우리는 인류를 위해, 사람을 더 똑똑하게 만들고자 한다.” 제바스티안 스런(49·Sebastian Th run)은 구글의 비밀 연구 조직 ‘구글X’의 초대 소장을 맡으며 ‘자율주행 자동차의 아버지’라는 별칭을 얻었다. 과학자로서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그는 2011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한 가지 실험을 시작했다. 교편을 잡고 있던 스탠퍼드 대학의 인공지능 강의를 온라인에 무료로 개설한 것. 자원봉사자 2000명이 42개 언어로 번역에 나섰고, 195개국 16만명의 학생이 강의를 들었다. 학생 한 명에게 소요된 비용은 60센트(약 710원).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상위 400여명은 스탠퍼드 외부에서 온라인으로만 공부한 학생들이었다. 그는 이 실험에서 ‘온라인 교육’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듬해 최초의 무크(MOOC·Massive Open Online Cours e, 온라인 대중 공개 강좌) 사이트 유다시티(Udacity)를 설립했다. 그가 구글의 부회장 자리까지 내려놓고 선택한 유다시티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지난달 중순, 서울디지털포럼(SDF)에 연사로 나선 제바스티안 스런을 만났다. ―’기계의 편이 아닌 인간의 편에 서기 위해 구글을 떠나 유다시티를 설립했다’고 했다. 두 조직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구글X에서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이끌며 인공지능을 이전보다 40%가량 향상시켰다. 큰 자부심을 느끼는 한편, 기계뿐만 아니라 사람을 똑똑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새로운 경제에 기여한 이들은

동화책으로 버마 어린이 키우는 남자

마웅저 ‘따비에’ 대표버마 난민촌 등에 도서관 설립… 7년간 동화책 1만5천여 권 만들어 “세상을 바꾸는 건 무력과 시위뿐일 줄 알았죠. 그런데 한국에서 시민단체들을 보고 배우며 ‘교육’으로 사람도, 사회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습니다.” 버마(미얀마) 교육 단체 ‘따비에’ 마웅저(48·사진) 대표의 말이다. 그는 지난달 한양대에서 열린 ‘2016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APA·Asia Philanthropy Awards)’에서 ‘올해의 필란트로피스트’로 선정됐다. 버마에서 7년간 군부 독재에 반대하며 민주화 운동을 했던 마웅저 대표는 민주주의 사회를 기대하며 1994년 한국으로 도망 왔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외국인 노동자’ 신분 속에서 임금 체불은 예사였고, ‘불법 체류자’로 언제 체포돼 강제 추방당할지 몰라 매일 두려움에 떨었다. 그때 손을 잡아준 건 한국 시민단체 사람들이었다. “덕분에 ‘나눔’이란 걸 배웠죠(웃음).” 단체들의 소개로 성공회대에서 야학을 다녔고, 그것이 계기가 돼 성공회대 아시아 NGO정보센터에서 버마 민주주의에 관한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한국에서 배우면서 버마 사회와 계속 비교해봤죠. 버마의 정치, 인권 등 모든 문제가 결국 ‘교육’이 부족해서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후 마웅저 대표는 2003년, 태국 국경 지대 버마 난민촌 아이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소모임(APEBC)을 만들었다. 처음엔 국내 버마 이주민 10인과 함께 매달 10만원씩 태국 현지로 보냈다. 소문이 나면서 6개월 뒤엔 기부자가 100명으로 늘었고, 이듬해부터 한국 시민들도 모금에 동참해준 덕분에 2005년 난민촌엔 첫 고등학교, ‘메타오교’가 생겼다. 이 학교에는 현재 1000여명의 버마 난민 청소년들이 다니고 있다. 2008년 난민 지위가 인정돼 버마 난민촌을 오갈 수 있게 되면서, 마웅저 대표는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