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회공헌 아닙니다, 진짜로 제가 좋아서 할 뿐”

기업과 분리되는 재단, 직함 내려놓는 오너 과거와 달리 오너 사회공헌의기업과 재단 경계 분명해져 정기적인 스터디 모임부터개인 비용으로 몰래 기부까지 최근 몇 년 사이 기업 오너가 사재를 출연해 세운 재단이 줄을 잇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세운 ‘서경배과학재단’, 김준일 락앤락 회장의 ‘아시아발전재단’,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의 ‘여시재’,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의 ‘카오스재단’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 기업 재단이 비슷비슷한 형태의 사회공헌 목적으로 설립됐다면, 최근 세워진 재단들은 ‘민간 싱크탱크(Think Tank)’, ‘기초과학 연구’, ‘아시아 인재 육성’ 등 설립 목적과 방향이 명확한 것이 특징이다. ◇공부 모임부터 몰래 기부까지…재단 설립 원천은 ‘개인적 관심’ 지난달 정식 출범한 ‘한국형 싱크탱크’ 여시재는 ‘신문명(新文明)’에 대한 조창걸(77) 한샘 명예회장의 개인적 사색 위에 세워졌다. 조 명예회장은 30세에 서울대 건축과 동문인 고(故) 김석철 교수와 함께 ‘응용과학연구소’를 세웠을 만큼 학구적인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한샘 설립 이후에도 학자들과 개인적인 모임을 자주 가졌으며, 여시재의 이사장을 맡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의 인연 역시 여러 공부 모임 중 하나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재 여시재 기획이사는 “동서양의 지혜를 결합한 미래 전략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과 사회 혁신을 도모하는 것이 여시재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기형(53) 인터파크홀딩스 회장이 ‘과학의 대중화’를 목표로 2014년 설립한 ‘카오스(KAOS)재단’ 역시 천문학을 전공한 이 회장의 지적 욕구에서 출발했다. 동문인 김민형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82학번 동창들과 ‘과학의 미래’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던 중 콘서트를 기획하고 재단까지 만들게 된

비즈니스의 미래는 사회문제 해결에 있죠

크리스티안 네슬레 지속가능경영 부사장 단독 인터뷰 13년간 적십자 분쟁지역 총괄하던 NGO 리더의 네슬레행인권지침 최초 도입, 코코아 농장의 아동 노동 해결 지속“지속가능경영의 핵심은 통합…CEO가 총괄 책임자 돼야” 세계 최대 식품 회사 ‘네슬레(Nestlé S.A.)’는 올해 창립 150주년을 맞았다. 발명가이자 약사였던 앙리 네슬레가 만든 첫 제품은 모유 수유가 어려운 미숙아를 위해 만든 영·유아식이다. ‘생명을 구하는 혁신’을 강조하던 그의 비전은 150년 후 연매출 110조원을 버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189국 진출, 직원 약 33만5000명, 브랜드 2000가지, 매일 제품 10억개 이상 판매라는 ‘숫자’ 뒤에 숨은 지속 가능한 이 기업의 비결은 뭘까. 네슬레는 지난 8월 중순 전 세계 언론을 초청, 150년 기업의 과거와 현재·미래를 보여주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에선 ‘더나은미래’가 유일하게 초청받아 크리스티안 프루티거(Christian Frutiger) 네슬레 지속가능경영 및 사회문제 총괄책임자(Global Head of Public Affairs·부사장)를 단독 인터뷰했다. 프루티거 부사장은 기업이 아닌 NGO 출신이다. 13년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서 콜롬비아, 서아프리카, 아프가니스탄 등 분쟁 지역의 인도주의 및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했고, 2007년 네슬레에 합류했다. -오랜 기간 국제 NGO에서 일하다가 네슬레에 합류한 계기가 있는가. 지난 20년간 수많은 분쟁 지역에서 인권 및 개발 협력 관련 업무를 진행하면서 중요한 퍼즐 한 조각이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국제 NGO들엔 개도국 농가의 경영 전략을 도울 수 있는 여건이 부족했고, 현장엔 이를 돕는 파트너 기업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NGO와 기업 각자가 가진 한계치를 끌어올리고 싶었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도 지속 가능한

[공익, 직업의 세계] “연구·분석으로 가난 해결… 나의 ‘공대 감성’과도 잘 맞아” ⑤

“국제적으로는 워낙 잘 알려진 NGO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옥스팜을 모르는 분들도 많이 있어요. 조직과 함께 성장하는 재미를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통신기업과 비영리단체를 거치며 ‘NGO’ 와 ‘디지털’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는 박재순(사진) 옥스팜코리아 디지털마케팅팀 차장은 요즘 일하는 맛에 푹 빠져있다. 영국에서 시작한 국제구호개발 전문 NGO 옥스팜에 입사하면서 부터다. 옥스팜은 2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가난이 없는 공정한 세상’을 목표로 활동해왔으며, 지난 2014년 우리나라에도 정식으로 사무소를 설립했다. 현재 12명의 직원이 한국사무소에서 근무 중이다. -옥스팜은 어떤 일을 하는 조직인가? “글로벌 NGO의 주요업무는 ‘긴급구호’ ‘국제개발’ ‘캠페인’ 세 가지로 나뉜다. 옥스팜은 기본적으로 긴급구호와 국제개발에 대응하면서, 가난의 구조적 변화를 위한 캠페인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가난한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지 말고 낚시를 가르치라’는 말이 있는데, ‘가난한 사람이 물가에서 고기를 잡을 권리를 보장해줘야, 낚시를 해서 물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옥스팜의 관점이다. 불공정한 가난은 후원금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의 개혁과 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옥스팜은 이 같은 목소리(캠페인)를 통해 정부와 지역사회를 바꾸고자한다.“ -어떻게 옥스팜에서 일하게 됐나? “대학에서 미디어통신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이동통신사에서 데이터센터 운영, 웹 기획자 등으로 7년간 일했다. 그러다 가정을 꾸리고 아빠가 되면서 후원자로 있던 어린이 양육 전문 NGO로 이직했다. 봉사나 후원을 넘어 ‘세상에 이로운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연계는 에너지가 많은 데서 적은 데로 이동하는데, 왜 사람이 소유한 자원이나 힘은 그렇지 않을까’ 라는 개인적 의문도 이직에 한 몫

[Cover Story] 병원 모금 문화 바꾸는 의사 5인방

“직업은 의사, 기부 전도사로도 유명하죠” “기부는 의술 중 하나… 환자의 상황도 함께 고쳐야 완치” 지난 5월 기준, 전 세계 대부호들이 기부를 약속하는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 운동에서 빌게이츠, 마크 저커버그를 포함한 143명의 부자 중 72명이 의료 분야에 나눔을 선언했다. 국내 병원들도 수익 대부분을 진료비에 의존하는 데서 탈피, 의료 공공성을 되찾기 위해 ‘기부자 찾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누구보다 환자와 현장을 잘 아는 의사들이 직접 ‘펀드레이저(Fundraiser·모금가)’로 나서고 있다. 연세의료원, 서울성모병원,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이화의료원 등 대표 주역 5인방을 만나봤다. 편집자 ◇김원호 세브란스병원 교수, “병원 모금 문화 정착 위해 1만번 거절도 이겨내” “사람들이 의사 이야기는 잘 경청해요. 귀를 열어주니 ‘기부가 좋다’는 이야기도 좀 더 들려줄 수 있죠(웃음).” 전(前) 청와대 의무실 실장이기도 한 김원호<사진>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장 내시경 분야에서 국내 최고로 꼽히는 명의이자, ‘기부 전도사’로 유명하다. 모교 대학에 지금까지 1억원가량의 장학금을 기부해온 김 교수는 병원 발전도 ‘기부’에 달렸다는 생각에 2006년 연세의료원 초대 발전기금사무국장을 맡았다. 부푼 꿈으로 선진국의 모금 기술을 배우기 위해 미국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등은 물론 비영리학회들을 직접 찾아다녔다는 김 교수는 “모금 관련해 100여 개 질문을 만들어 가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MD앤더슨·존스홉킨스·메이요 클리닉 등 미국 유수의 병원들은 매년 수십억원의 기부금 덕분에 불법체류자들도 치료해줄 수 있었고, 끊임없는 연구로 세계 의학계를 선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 기부문화도 걸음마 단계였던 10여 년 전, 대학병원에 기부가 필요하다는 걸

아이들은 보호 받아야 할 존재입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인터뷰 “청소년기에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많이 바뀌잖아요.”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16년간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위해 일해온 현장 전문가다. 성인여성들을 위해 일하던 그가 청소년 대상 성매매 피해를 집중적으로 돕기 시작한 것은 ‘초기 유입’을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성매매로 유입되는 아이들 대부분이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부모로부터 학대, 방임을 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SNS 등을 통해 청소년 성매매가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것도 문제고요.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제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성매매 유입 경로 90%가 온라인, 모바일···청소년 성매매 위험 확산 청소년 성매매가 확산되고 있다. 성매매로 유입되는 초기경로의 90% 이상이 인터넷 및 스마트폰 앱으로 조사되고 있는 것. 조 대표는 “얼마나 심각한지 확인하고자 스마트폰으로 직접 앱을 깔고 19세로 나이를 설정한 뒤 채팅방을 개설해봤다”면서 “53세로 등록된 남성이 채팅방에 서 ‘50만원을 줄 테니 지금 당장 만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가 자신을 고등학생이라 소개하고 만남을 완강히 거부했음에도, 쪽지로 자신의 신체 부위를 찍은 사진을 보내는 등 괴롭혔다고 했다. 성 착취를 당하는 청소년들 대부분 부모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매수자가 고발될 위험이 적다. 조 대표는 “이런 사각지대를 노리고 청소년 성매매를 지속하는 남성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은 성매매에 대한 개념이 아직 부족해서 성매수자를 애인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맛있는 걸 사주거나 현금을 주면 성착취를 당해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게다가 청소년들은 성인 여성에 비해 고액을 원하지 않기

이색 3色 직업세계 탐방기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그들이 사는 세상’ 11,440개. 우리나라에 있는 직업의 숫자다(2014년 말 기준, 한국직업사전). 13~29세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 1순위는 국가기관이며, 그 뒤를 공기업과 대기업이 잇는다. 사상 최악의 실업난이 직업 상실의 시대를 만들었다. 대다수가 ‘헬조선’을 외치는 지금, 오히려 모두가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나선 청년들이 있다. 세상을 바꾸는 직업을 택한 청년들, ‘그들이 사는 세상’ 이야기를 담아봤다. ◇ 예술 생태계 개선을 지원하는 외식·문화기업, ‘키노빈스(KINOBEANS)’ 커피(Coffee), 음식(Food), 그리고 문화(Culture).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세 가지의 연결고리다. 마포구 신수동에 위치한 서강대학교 아루페관에는 ‘누구나 마음껏 마시고 먹고 노는’ 세상을 꿈꾸는 세 남자가 있다. 이근욱 대표(33), 이병현 커뮤니케이션 총괄(30), 그리고 백경렬 테크니컬 엔지니어(42)다. 예술 생태계 개선을 지원하는 특별한 기업 ‘키노빈스’는 이들의 손으로 굴러간다. ‘키노빈스’는 독일어로 ‘영화’를 뜻하는 키노(kino)와 커피콩을 의미하는 빈스(beans)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단어다. 커피로 얻은 수익의 10%를 영화 생태계 개선에 사용하는 수익 모델이 키노빈스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세 사람의 꿈이 같았던 건 아니다. 이근욱 대표는 한때 배우를 꿈꿨고, 백경렬 엔지니어는 음반 회사부터 공사현장, 영화 음향까지 거치지 않은 일이 없다. 이병현 총괄은 유명 광고 회사에 합격한 상태였음에도, 하루 동안 고민을 마치고 키노빈스에 합류했다. 즐겁게 놀기 위해서는 먹고 마시는 것이 준비돼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키노빈스의 커피는 <매트릭스>로 유명한 워쇼스키 자매의 드라마 <센스8>의 한국 촬영분에 케이터링 업체로 지정되며 할리우드에서도 훌륭한 맛을 인정받았다. <스타워즈>, <어벤져스> 등

“163억 매출, 비결은 정직과 기다림”

계육가공업체 에이스푸드 윤준현 대표 인터뷰 “직원의 90%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1년 5개월 정도 아이템을 연구했어요. 먹거리가 미래 산업으로 주목 받던 때라 마늘, 양파, 돼지, 닭 등 웬만한 사업장은 다 다녀봤죠. 상품의 무게, 지속가능성, 시장수요 유통구조 등 다이어그램을 그려놓고 하나씩 지워나갔습니다. 마지막에 남는 게 닭이더라고요. 팔에 힘이 약한 장애인이 다루기에 크기나 무게도 적당하고, 사시사철 먹는 음식에다 보존 기간이 짧아 수요도 유지되고…. 그래서 만든 게 이 회사(에이스푸드)입니다.”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에이스푸드는 2006년 설립된 닭고기 가공업체다. 2009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회사를 세운 윤준현(53) 대표는 설립 당시 장애인 고용률 90%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창업 10년이 지난 현재, 52명의 직원 가운데 35명이 장애인으로 채워졌다.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70%에 달하는 비율이다. 지난해 매출은 163억원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의 평균 매출액인 12억300만원(사회적기업진흥원, 2014)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치다. “설립 이래로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거래 업체 수는 많이 늘어나지 않고 기존 업체의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났어요. 거래처에 신뢰를 주니 우리 쪽으로 거래를 늘려 준거죠. 그러니 거래처를 공격적으로 늘리지 않아도 매출 상승이 가능했어요. 신뢰가 없었으면 진작 망했겠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일반 기업보다 배는 힘든 일이었다. 사업 초기에는 장애인이 만든 식품은 위생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거래가 중단된 적도 있다.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윤 대표는 위생에 더욱 신경을 썼다. 영업 초기에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인 HACCP 인증을 취득해 거래처에 제품의

“발달장애 자녀를 둔 모든 부모의 마음으로”…사회적기업 지드림 김희경 대표

지통제조업체 ‘지드림(G-DREAM)’ 김희경 대표 인터뷰 “혹시 제가 죽더라도 우리 아들이 혼자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장애가 있는 아이를 가진 모든 부모의 마음이죠.” 2011년 남양주에 세워진 사회적기업 지드림(G-DREAM). 창업자인 김희경(59) 대표는 10년 넘게 운영하던 보청기 판매업체를 정리하고, 난생처음 지통(紙筒∙원통 모양의 종이상자)공장을 인수해 사회적기업을 세웠다. 10명의 직원 중 2명은 중증 발달장애인, 6명은 55세 이상의 고령자로 구성됐다. 주요상품은 건강식품과 화장품을 담는 종이상자로 근로자의 80%이상이 취약계층이지만 사업을 시작한지 4년 만에 12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대표가 50을 훌쩍 넘긴 나이에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큰아들 정우(가명∙36)씨 때문이다. 1급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정우씨는 일어나서 잠이 들 때까지 엄마의 손길을 요구했다. 정우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가정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정우씨가 학교에 있었을 시간까지 포함해, 김 대표는 하루 24시간을 꼼짝없이 큰아들에게 쏟아야만 했다. 사회성을 기를만한 창구가 완전히 막혀버린 정우씨의 상태는 점점 심각해져갔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과도한 스트레스로 괴로워했다. 견디기 힘든 고통의 시간이었다.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됐는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정우가 하루종일 집에 있게 되면서 제 모든 생활에 브레이크가 걸렸죠.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는 것은 엄청난 체력과 인내가 필요해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아들이 ‘버겁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부모인 저도 돌볼 수 없는 아이를, 둘째에게 맡길 수는 없잖아요. 제가 책임지지 못하면 결국 거주시설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그건

시니어의 인생 2막, 예술로 꽃 피우다

연극, 음악, 패션으로 제2의 삶 산다 문화예술이란 키워드로 인생 2막을 연 이들이 있다. 중견배우들의 일인극 ‘한평극장, 옆집에 배우가 산다’, 노년밴드 ‘바야흐로’, 시니어 패션쇼 ‘뉴시니어라이프’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연극, 음악, 패션 등 예술을 키워드로 스스로 변화하며 사회의 변화까지 이끌고 있다. 시니어가 그리는 인생 2막, 새로운 도전의 현장을 찾아갔다. ◇중견배우들의 새로운 도전···’한평극장, 옆집에 배우가 산다’ 쇼파 하나와 방석 다섯 그리고 의자 둘. 한평극장 ‘미친 엄마, 진혼’의 객석 모습이다. 7월 4일 저녁, 은평구에 위치한 배우 윤예인의 자택에서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거실은 무대이자 객석으로, 배우와 관객들이 대화를 나누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준비된 자리에 앉아 배우들을 향해 시선을 집중했다. 불과 1미터 앞에서 펼쳐지는 열연. 1인 모노드라마로 펼쳐지는 윤예인씨의 몸짓과 대사에 공기가 달라졌다. “엄마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엄마의 밑바닥에 숨어있는 여자로서의 욕망 같은 거요. 엄마라서 희생하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요. 중견배우이자 여배우로서‘옆집에 배우가 산다’란 새로운 콘셉트의 한평극장을 연다는 것에 기대감과 사명감이 함께 있었습니다.” ‘옆집에 배우가 산다’는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서2015년에 새롭게 시작한 사업이다. 배우가 극장이 아닌 본인의 집을 개조한 ‘한 평 극장’에서 1인 모노드라마 또는 낭독 공연을 하는 형태다. 연기는 물론 대본, 세트, 음향, 의상까지 공연의 모든 것을 혼자서 책임진다. 만만치 않은 작업인 만큼 관록 있는 배우들의 도전의 무대이기도 하다. 윤씨 역시 1970년대부터 꾸준히 연극무대에 선 베테랑 배우다. 2013년 한국여성연극협회 ‘올빛상’ 수상자이고, 드라마 ‘내 딸 서영이’, ‘로맨스가 필요해’

“누구나 안전한 사랑을 할 권리가 있다”

사회적기업 인스팅터스 인터뷰 “저희의 슬로건은 ‘누구나 안전하게 사랑할 권리가 있다’는 거예요. 청소년도 ‘누구나’에 포함될 수 있는 거죠.” 청소년이 콘돔을 사도될까? 이에 대한 사회적기업 인스팅터스의 대답은 너무나 명확하다. 이들은 콘돔이 필요한 청소년을 위해 친환경 콘돔을 반값으로 판매하고, 수익금의 일부는 위기청소년의 성교육에 활용한다. 한 달에 두 개씩 청소년에게 콘돔을 무료로 나눠주는 이벤트(프렌치레터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28일 수유동 사무실에서 인스팅터스를 설립한 박진아 CMO와 성민현 CEO를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사랑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공동설립자인 김석중 COO는 군 복무 중인 관계로 인터뷰에 함께하지 못했다) ◇ 성에 관심 많던 고교 동창생, 콘돔과 사회적 기업을 연결하다 고등학교 동창인 이들은 사람은 어렸을 적부터 성에 관심이 많았다. 성은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것인데, 이를 터부시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분위기 탓에 미혼모, 낙태, 영아유기 등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폐쇄적인 성 문화 중에서도 특히 ‘약자’인 청소년이 눈에 띄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성적 자기결정권이 인정되는 나이는 만 13세부터다. 법이 정한 나이 기준을 넘어서, 청소년은 어린이가 성인이 되는 과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청소년이 제대로 된 성지식을 습득하기 전에 ‘방생’된다. 박 CMO는 “실제로 콘돔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피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한다”면서 “성인이 된 이후에는 성교육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청소년기에 건강한 성적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돕고, 이들의 성적 권리를 보호해주는 게 곧 성문화 전체가 건강해지는 방향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찍부터

“나는 크고 아름답다”…66100 김지양 편집장 인터뷰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프랑스의 정신의학자 라캉(J.Lacan, 1901~1981)의 말이다. 오늘날 청춘들은 살이 찔까봐 맛있는 음식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취업에 방해될까봐 캠퍼스의 낭만을 유예한다. 타인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진짜 자신은 소외된다. 여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당신도 괜찮다’고 말하는 잡지가 있다. 여성복 사이즈 66과 남성복 사이즈 100에서 이름을 딴 플러스사이즈 패션 독립잡지 ‘66100’이다. 잡지의 발행인은 2010년, 풀 피겨 패션위크 LA를 통해 데뷔한 대한민국 최초의 플러스사이즈 모델 김지양(30)씨다. 그는 어쩌다 독립잡지를 발행하게 됐을까. 지난 7월8일, 방배동에 위치한 66100 사무실에서 김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패션모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대학에서 외식조리학을 전공했어요. 졸업 후 관련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했는데 정규직 전환에 실패했죠. 시름에 잠겨있는데, 텔레비전에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Onstyle 채널에서 방영하는 서바이벌 슈퍼모델 오디션 프로그램)’ 지원자 모집 공고가 나오더라고요. ‘당신이 다음 주인공입니다’ 라는 문구를 보는데, ‘나는 언제 (내 삶의) 주인공이었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길로 원서를 제출했죠. 서류는 통과했는데 2차에서 떨어졌어요.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미국 LA에서 플러스사이즈 모델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LA로 날아갔어요. 그렇게 모델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독립잡지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미국에서 플러스사이즈 모델로 데뷔하고 한국에 돌아왔는데, 일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내가 모델로서 쓸모가 없나?’라는 생각까지 들었죠. 누군가 불러줄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델로서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그렇게 나온 게 66100 창간호(2014년 여름호)예요. 뉴욕에 가려고 모아둔 경비를 발행비로

[공감펀딩]거인병으로 쓰러진 나를 일으킨 건 ‘나눔’

前 국가대표 농구선수 김영희 인터뷰  “너무 커서 무섭죠?” 커다란 손이 불쑥 눈앞에 나타났다. 키 205㎝. 국내 최장신 여자 농구 선수이자 전 국가대표인 김영희(52·사진)씨가 악수를 청하며 건넨 첫 인사였다. “우리 동네에선 ‘거인 아줌마’로 불려요(웃음). 처음엔 아이들이 매일같이 저희 집 앞에 몰려와서 ‘거인, 나와라~’ 하고 놀려댔어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집으로 아이들을 불러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했죠. ‘아줌마 착한 사람이야. 농구선수 아줌마야. 아줌마 놀릴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 앞으로 아줌마 안 놀리면 나갈 때마다 맛있는 것 줄게’ 하고요. 그때부터 주머니 가득 사탕, 과자를 넣고 다녀요. 이젠 절 모르는 사람들이 ‘거인이다~ 남자야? 여자야?’ 하고 수군대면, 아이들이 먼저 나서서 ‘아니야, 마음씨 착한 거인 아줌마야. 농구선수 아줌마야’라고 말해줘요. 얼마나 예쁘고 고마운지 몰라요.” 김씨는 80년대 명실상부한 농구계 스타였다. 그녀가 세운 한 경기 최다 득점(52점) 기록은 깨지지 않는 전설로 남았고, 1984년 농구대잔치에선 득점왕·리바운드왕·자유투상·인기상·최우수상 등 5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코트 위를 주름잡았다. 구기 종목 최초로 우리나라가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1984년 LA 올림픽에도 출전해 은메달리스트가 됐다. ‘코끼리 센터’라 불리며 사랑받던 그녀의 삶은 그로부터 3년 뒤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거인병(말단비대증)’으로 쓰러져 선수 생활을 마감해야 했던 것. 그 후로 생사를 넘나드는 투병생활이 이어졌다. 거인병은 성장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돼 손·발·턱·코·귀·혀 등 인체의 말단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신체의 장기가 커지는 병이다. 한동안 ‘거인병을 앓는 농구선수’로 알려지면서 주변의 도움이 이어졌지만, 그 후로 10년 넘게 그녀의 이름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