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그 후] 한강에 나무를 심어 푸르게 푸르게

서울환경운동연합의 한강 나무심기 프로젝트   뜨거웠던 지난 여름을 기억하세요? ‘북극곰’의 일만 같았던 기후변화나 지구 온난화, 이제는 피부로 느껴질 만큼 성큼 다가왔습니다. 서울의 온도는 지난 80년간 꾸준히 상승세라고 하네요. 언제부턴가 미세먼지로 하늘도 말썽입니다. 화창한 날에도 파란 하늘 보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 입니다. 대기는 답답하고 온도는 오르기만 하는 지금, 도시에 사는 우리에게는 더 많은 ‘숲’이 필요합니다. 왜 숲일까요. 숲은 ‘공기청정기’ 입니다. 이산화항, 이산화질소, 오존이나 미세먼지는 흡수합니다. 이산화탄소는 흡수하고, 산소는 뿜어내죠. 기후도 적절하게 조절하는 역할도 합니다. 그런데 꼭 이런 수치 때문만은 아닙니다. 숲을 한번이라도 거닐었던 분들이라면, 숲 사이를 거니는 그 느낌, 잘 아실 겁니다. 특유의 피톤치트 향이 나고, 나무 사이로 파란 바람을 맞는 기분. 스트레스에도, 정서적으로도 숲 만한 치료제가 없답니다. 그런데, 갈 길은 멉니다. 우리나라, 인구 대부분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숲은 ‘너무도 먼 그대’ 입니다. 대한민국 평균 도시 숲 면적은 7.0㎡.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인 9.0㎡에도 못 미칩니다. 서울의 경우, 인구 1인당 도시 숲 면적은 4.0㎡에 불과합니다. 파리 13㎡, 뉴욕 23㎡, 런던 27㎡ 에 비하면 턱 없이 적은 면적이죠. ‘빌딩 숲’ 속에서 숨이 턱턱 막히는 이유입니다.   ◇“2012년부터 4만 그루, 이제 작은 숲으로 변화”   서울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연합), 도시에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기로 합니다. 2011년부터 녹지 조성 사업을 시작해 2012년부터는 시민, 기업과 함께 한강의 공터에 나무를 심었습니다. 매년 약 1000명의 시민들이 나무 심기에 참여한다고 하네요. 환경연합이

심리상담 해주는 앱이 있다고요? ‘트로스트’ 김동현 대표

국내 최초 심리상담 앱 ‘트로스트’   470만 명. 우리나라 성인 중 정신질환 경험을 가진 사람의 숫자다.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겪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 중 전문가와 상의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10명 중 1명꼴이다. 거꾸로 말하면, 9명의 ‘시한폭탄’이 멀쩡한 것처럼 사회생활을 한다는 뜻이다. 국내 최초 심리상담 앱 ‘트로스트’를 세상에 내놓은 휴마트컴퍼니의 김동현(27·사진) 대표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 문제였다. ‘왜 사람들은 심리 상담 받기를 꺼리는 걸까.’  ‘누구나 부담 없이 상담을 받도록 할 방법은 없을까.’ 2014년, 지인의 사고를 경험한 이후 우울증세가 찾아온 김 대표는 국민대 내 심리상담센터를 찾아갔다. 한 번도 이야기한 적 없는 자신의 삶을 털어놓았다. 대학교 상담센터와 일반 심리상담센터 등 10개월간의 상담 끝에 마침내 우울증세를 극복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났다. 좋은 것은 나누고 싶어서였을까. 김 대표는 주변 친구들에게 심리 상담을 적극 추천했다. “대부분 상담 받기를 거부하더라고요.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크고, 직접 만나서 대면(對面) 상담을 해야 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의료 기록이 남는 것도 불편하고요. 50분 상담에 10만원이라는 비싼 가격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김동현 대표는 심리 상담에 대한 바로 이 거부감이 대중화의 장애물이라 판단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모바일, 온라인 상담 플랫폼을 구상했고, 이것이 오늘날 트로스트가 됐다.   ◇마음이 멍든 사회…당신의 마음은 건강 합니까   작년 1월, 국민대 컴퓨터공학부 출신인 김 대표는 지인들 중에서 개발자,

에코 없는 ‘에코보틀’, 이대로 괜찮을까?

직장인 박지연(26)씨는 요즘 부엌 찬장만 보면 근심이 가득하다. 하나 둘씩 늘어난 에코보틀이 어느새 찬장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박씨는 “처음엔 환경보호란 취지에 공감해 에코보틀을 선호하게 됐지만, 막상 집에 쓰지 않는 보틀만 늘어가 처치곤란”이라면서 “멀쩡한 제품을 버리자니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 같아 이도 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윤리적 소비의 대표주자로 꼽혔던 에코보틀이 집안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에코보틀이 홍보마케팅을 위한 판촉물로 사용되면서 본래 취지가 퇴색되고 있는 것. 에코보틀의 핵심은 하나를 구매해 계속 사용하는 것인데, 국내에서는 ‘재사용’은 커녕 ‘재구매’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홍보 판촉물로 전락해버린 에코보틀  에코보틀(eco-bottle)은 플라스틱 물병으로, 무게가 70~80g로 가볍고 재사용이 가능하다.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일 수 있어, 저탄소·친환경을 지향하는 소비자에게 주목받았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디자인도 특징이다. 내용물로 개성을 표현할 수도 있어 젊은 층에서는 패션아이템으로 인기를 끌었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에코보틀 마케팅을 펼치는 업종은 뷰티 및 식음료업계다. 제품 구매 시 보틀을 무료 증정하거나, 저가로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CJ올리브영은 4월 지구의 달을 맞아 일정금액(3만5000원) 이상 구매하면, 친환경 에코보틀(350ml)과 에코파우치 등을 포함한 ‘그린 액션 키트’를 증정했다. 커피빈도 지난 3월 음료 구매 시 보틀을 100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했고, 투썸플레이스는 올초 콜드브루커피 구매 시 보틀을 무료 증정했다. 이밖에도 마이쥬스 등 주문 시 매번 보틀을 무료 증정하는 신규브랜드도 생겨났다.   대학가에도 홍보용 에코보틀 열풍은 거세다. 입시설명회나 교내 캠페인을 위한 홍보물로 에코보틀을 제작하는 학교가 늘고있다. 동아리 홍보를 위해

[기부 그 후] 지적·자폐성장애아동의 맛있는~도전! “키즈쉐프”

늦은 저녁, ‘달그락’ 소리에 거실로 나온 엄마는 깜짝 놀랐습니다. 승주(가명·10세)가 부엌에서 혼자 ‘잼’을 만들고 있었던 겁니다. 승주의 꿈은 요리사. 아이는 ‘귤 잼’을 만들어보겠다며 한껏 집중한 얼굴로 귤껍질을 벗겼습니다.   잼 만들기에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30분. 눌어붙지 않게 계속 저어줘야 하는 저어줘야 합니다.”엄마가 해줄까” 물어도 승주는 꿋꿋이 국자를 젓는 데만 집중했습니다. 마침내 완성된 잼을 들고 아이는 말했습니다.  “엄마, 요리사는 이렇게 힘든 요리도 할 줄 알아야 한대.”   ◇요리를 통해 배우는 사회성과 협동심   *자폐를 앓는 승주가 요리사라는 꿈을 키우게 된 건 충현복지관의 ‘키즈셰프’ 프로그램 덕분입니다. 키즈셰프는 지적·자폐성 장애 아동이 직접 요리를 배우고 만들어보는 방과 후 활동입니다. 자폐 아동들은 직접 당근이나 오이 등 천연 식재료를 만지고 다듬어봅니다. 이렇게 자연스레 오감을 자극받습니다. 재료나 음식 이름, 요리하는 과정 하나하나 기억하면서 언어발달도 촉진되지요. 플라스틱 칼과 같은 요리 도구를 쓰면서 계속 손을 움직이다 보니, 소근육 기능도 향상됩니다. 부족했던 사회성과 협동심도, 친구들과 재밌게 놀이하듯 음식을 만들며 배워갑니다.  *자폐: 사회 기술, 언어, 의사소통 발달 등에 있어서 지연되거나 또는 비정상적인 기능을 보이는 발달 장애  흔히 자폐 아동은 집중력이 부족하고 산만하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키즈셰프에서만은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집니다. 아이들은 열심히 요리 과정을 외우고 노트에도 적습니다. 다음 수업에 배울 식단을 미리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오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면 요리를 하는 엄마 옆에서 “내가 파 썰어볼게”, “내가 계란 프라이 뒤집어 볼게”하며 엄마를 귀찮게 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변화를 선생님도 느낍니다.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배운 아이들이 2시간 30분의 요리 수업 내내 눈을 반짝입니다. 평소엔 1시간도 앉아있기 힘들어하던 것과 다른 모습입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만들고 먹을 수 있도록   지적,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하루 종일 바쁩니다. 어린 나이부터 학교 수업과 상담치료실을 돌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다보니 스트레스도 쌓여갑니다. 지난 2016년 1월, 충현복지관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만들고 먹을 수 있도록 키즈셰프 프로그램을 16회기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복지관은 아동요리 전문가 강사비와 재료비를 충당하기 위한 해피빈 모금함을 열었습니다. 신한은행 임직원들과 네티즌 여러분이 십시일반 모아주신 따뜻한 손길로, 총 433만 6100원의 후원이 모였습니다.  여러분의 후원 덕분에, 작년 한 해 25명의 지적, 자폐성 장애 아동들이 16회기의 키즈셰프 수업을 잘 마쳤습니다. 재료비 지원으로 4차례 추가적인 수업도 진행됐고, 아이들은 스시, 치킨버거 등 좋아하는 음식도 마음껏 먹을 수 있었습니다. 키즈셰프를 거쳐 청소년이 된 아이들은 요리뿐 아니라 장보기, 빨래도 척척해내고 있답니다. 능숙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죠. 충현복지관의 아이들이 앞으로도 꾸준한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보내주세요.    ▼ 충현복지관의 2017년 활동을 응원해주세요  http://happybean.naver.com/donations/H000000138518

시각장애인 일러스트레이터 ‘미긍주혜’, 희망을 그리다

뇌병변·시각장애 딛고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로 걸림돌을 디딤돌로···‘미긍주혜’의 희망 메시지   “뺨을 스치던 바람까지 생생해요. 그날 만난 친구는 제가 사라지는 꿈을 꿨다고 했어요. 집을 바로 앞에 두고 큰 길을 건너고 있었는데, 그 이후 기억이 사라졌어요.” 의상디자이너를 꿈꾸던 여대생이 25살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음주차량에 치여 8미터를 날았다. 의사는 살아날 확률이 5%라고 했다. 뇌사상태였다. 산소호흡기로 간신히 수명을 연장한 지 26일째 되던 날, 그녀는 깨어났다. 그리곤 뇌병변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엎친데 덮친격 뇌 손상으로 인한 시각장애도 나타났다. 모든 사물이 5도 기울어진 상태로 겹쳐보였다. “처음엔 입술만 꼬물꼬물 거렸대요. 엄마가 몇 살이냐고 물으니 ‘3살’이라고 답했대요. 목소리도, 지능도 전부 아기에 머물렀어요. 사람들이 절 보면서 울던 게 기억나요. 하루에 약을 한 주먹씩 다섯 번 먹었는데, 싫어도 열심히 삼켰어요. 아기는 세상을 ‘긍정’하잖아요. 약을 잘 먹으면 주변에서 박수치며 칭찬해주니 마냥 좋아서 웃었다네요. 여기저기 인공뼈와 철심을 박았어요. 수차례 수술을 받고 1년 반 후 퇴원했어요. 서서히 본래 나이의 지능으로 회복되고 나니, 현실이 참 끔찍했습니다.”     강주혜(37) 작가는 검은색 백팩에 가득 담은 작품들을 하나 둘 꺼내들었다. 볼펜으로 그린 일러스트 속엔 14년 전 사고 당일부터, 병원을 퇴원하던 날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그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내 눈에 보이는 세상”이라며 꺼내든 작품 속엔 두 개의 달이 있었다. 모든 상이 2개로 맺히는 그녀가 달을 보고 직접 그린 일러스트였다. 그림 옆엔 짧은 시가 적혀있었다.  강씨는 ‘미긍(美肯·아름다운 긍정)’이란 필명으로

[기부 그 후] 부족하고 서툴지만 발달장애인 스스로 가꾼 텃밭

-꿈더하기지원센터의 텃밭 가꾸기 프로젝트   “우리가 키운 배추로 김치를 담궜어요!” 지난해 12월 서울 영등포구 꿈더하기지원센터(이하 꿈더하기) 프로그램실에서는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발달장애 친구들이 직접 기른 무와 배추, 고추 등을 수확해 김장을 한 것이지요. 30여 명의 발달장애 친구들과 부모님 그리고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지역 주민이 함께 김치를 만들었습니다. 같은 해 가을엔 영등포구청 앞마당에서 열리는 장터에 나가 수확한 농산물들을 내다 팔기도 했습니다. 그날 일일 장사꾼으로 변신한 김가희(19∙가명) 양은 어깨가 으쓱합니다. “우리가 키운 상추와 고추를 사 가는 사람이 있다니 정말 신기했어요. 앞으로도 직접 기른 채소를 시장에서 팔고 싶어요.”     ◇ 텃밭 가꾸기로 흥미 더하고 꿈은 쑥쑥   꿈더하기지원센터는 2013년 설립됐습니다. 이곳에는 발달장애, 지적장애, 경계성장애 등이 있는 친구들이 와서 사회화 교육, 심리 치유, 직업 훈련 등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합니다. 바리스타 및 제빵 교육을 받은 친구들이 만든 빵과 커피는 꿈더하기 베이커리와 카페에서 팔리지요. 지역민들 사이에선 맛이 아주 좋다고 소문이 났답니다. 지난해 여름, 봄에 심었던 씨앗이 싹을 틔었다. 새싹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는 꿈더하기 친구들. ⓒ꿈더하기지원센터 그러던 어느 날, 채민정(46) 꿈더하기지원센터 센터장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냅니다. ‘직접 텃밭을 가꾸고 관리하면 친구들의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2015년 채 센터장은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을 모았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텃밭을 가꿔봅시다!” 2015년 텃밭 가꾸기 시행 첫 해에는 서울고용노동청 지원으로 농작물을 무사히 길러냈습니다. 친구들은 씨앗, 묘목 등을

[기부 그 후]엄마 아빠가 없다는 현실을 감당할 수 있겠죠?

현수(가명·5세)는 손님이 떠난 모텔 방 안에서 발견됐습니다. 태어난 지 일주일도 안 된 갓난아기였습니다. 남겨진 것은 메모 한 장. 졸지에 고아가 된 현수는 아동복지시설 구세군서울후생원으로 보내졌습니다. 뒤늦게 찾아낸 부모는 한국 국적도 없는 중국인. 그들은 언젠가 아이를 데리러 오겠다는 말과 함께, 또다시 연락이 끊겼습니다. 현수는 말 배우는 속도가 더뎠습니다. 다섯 살이 될 때까지 혀 짧은 발음을 내기도 했죠. 부모와 일대일로 주고받는 애정 욕구가 충분히 채워지지 않아서일까요. 발달 검사 결과, 현수는 또래보다 언어발달이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아이들은 세상과는 다른 출발점에 섭니다.   ◇ 부모와의 이른 헤어짐… 애정이 모자라는 아이들   현재 후생원에 머무는 아이들은 총 75명. 그 중 약 20명이 현수처럼 부모와 헤어지거나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된 유기아동들입니다. 아이들은 늘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합니다. 선생님에게 서로 안아달라 떼를 쓰거나, 또래 친구를 깨물고 괴롭히기도 하지요. “엄마 가지 마요”하며 퇴근하는 선생님을 붙잡고 한참 우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후생원에서는 선생님 한 명이 현수 같은 아이 다섯을 돌봅니다. 아이들 모두에게 필요한 만큼의 사랑을 주지 못하는 선생님들도 마음이 아픕니다. “애정을 가지고 보살피는데, 아이한테는 부족할 거예요.” 애정 결핍과 정서적 불안정을 겪는 아이들은 언어 발달이 늦거나 지능발달 면에서 뒤쳐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아이들의 아픈 마음을 보듬고, 언어 발달도 돌봐줄 치료가 필요했습니다. 지난해 11월, 후생원은 아이들의 꾸준한 언어치료와 주기적인 나들이를 지원하기 위한 해피빈 모금함을 개설했습니다. 750명에 달하는 네티즌과 웰라이프 직원들의 따뜻한 손길로, 3주

[기부 그 후] 꼬부랑 할머니의 생애 첫번째 졸업식을 응원해주세요  

  “내 자식들 배 안 곯게 하려고 별별일을 다 해봤제. 넘들 다 가는 핵꾜도 한번 못 다녀보고…” 우리 어르신들의 인생사는 한 편의 영화같습니다. 일제 시대, 한국 전쟁, 보릿 고개 등 근현대사를 온 몸으로 살아낸 어르신들의 고단한 삶 자체가 역사지요. 어르신들은 고생만 하고 살았어도, “그래도 살아 있으니까 이렇게 좋은 세상도 보는 것 아니겠냐”고 합니다. 하지만 한평생 열심히 일해온 어르신들에게도 풀지 못한 한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바로 ‘못 배운 한’, ‘학교 문턱도 못 넘어 본 한’이지요. 그래서 지난해 12월 30일 전남 전남 영광군 묘량면 여민동락 공동체 노인복지센터(이하 여민동락 노인복지센터)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빛나는 졸업장과 꽃다발을 안겨 드리는 일을 말입니다. 이날 학사모와 졸업가운을 처음 입어 본 어르신들은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졸업의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 “그대의 삶이 곧 교훈,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지난해 여민동락 노인복지센터는 노인성질환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모아 케어하는 주간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어르신들은 센터에서 한글 쓰기 등 교육도 받고 그림 그리기와 같은 취미 활동 시간도 가집니다. 일종의 ‘노인 학교’이지요. 센터에 오시는 어르신들 대부분이 평생 학교 문턱을 넘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민동락 노인복지센터는 1년 동안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어르신들에게 평생 기억에 남는 추억을 만들어 드리기 위해 졸업식을 열기로 했습니다.  “비록 정식 졸업장은 아니지만 학사모를 쓰고 졸업장을 받는 그 자체만으로 어르신들이 기뻐하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이민희 여민동락 노인복지센터 사회복지사·43)  

[기부 그 후] 낯선 언어, 문화 속에 있는 중도입국청소년들의 고민

태어나 한평생 살던 곳을 떠나,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나라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어떨까요? 모든 것이 낯설고 막막하지 않을까요? 한국에도 그런 친구들이 있습니다. 외국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들어온 ‘중도입국 청소년’입니다.   ◇ 중도입국청소년을 아시나요?  중도입국청소년은 부모의 재혼 또는 취업으로 한국에 오게 된 미성년 자녀들을 말합니다. 국제 결혼 자녀나 이주노동자 가정의 자녀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태어난 나라에서 어느 정도 성장한 뒤 한국에 들어 온 아이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한국말이 서투르다보니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국내 교육을 못따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불안정한 환경은 중도입국청소년들을 정서적으로도 취약하게 만듭니다. 부모를 따라 온 아이들은 아빠나 엄마가 한국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2~3년간 친척집을 전전합니다. 그러다보니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하고 방어적인 성격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한국에 들어온 후에도 적응하긴 쉽지 않습니다. 관광 비자를 받은 아이들은 3개월에 한 번씩 본국에 다녀와야 하고, 낯선 한국인 계부나 이복형제들 때문에 가정내에서 정을 붙이기 힘들어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 불안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삶 꿈꾸는 아이들 그래서 대부분의 중도입국청소년들은 ‘국적 취득(귀화)’을 준비합니다. 한국 국적을 얻으면 국내에서 대학을 가거나 정식 취업을 하는 등 보다 안정된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국적을 취득하려면 법무부 주관의 귀화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시험은 한국어 능력, 대한민국의 역사와 풍습, 애국가 등 국민으로서의 기본적인 소양을 평가하는데, 통과하기가 만만치 않은 편입니다. 이에 국제구호개발기관인 사단법인 글로벌비전은 인천 중도입국청소년들의 한국어 공부와 국적 취득을 위한 공부 전반을 돕고

[기부 그 후] 빗물이 마실 물로 바뀌는 기적

필리핀 힐루퉁안 섬에서는 물이 아주 귀합니다. 건기에는 비가 아주 조금 내리고, 우기에 모인 빗물은 금세 오염이 돼 먹을 수 없습니다. 지하수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산호초로 이루어진 힐루퉁안 섬은 빗물이 고이지 않고 땅으로 스며드는데다 땅을 파도 짜디짠 바닷물만 나오기 때문입니다. 1500여 명의 주민들은 물이 부족할 때면 10페소짜리(약 220원) 수돗물을 사기 위해 한 시간 동안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야 합니다. 물을 구하는 것은 대부분 어린아이들의 몫입니다. 아이들은 6~7살이 되면 일하러 간 부모님을 대신해 약 20kg이나 되는 무거운 물통을 두 개씩 들고 나섭니다. 물을 구하러 가느라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도 많습니다. 이것도 경제 사정이 좋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힐루퉁안의 각 가정의 한 달 수입은 약 2000페소(4만4000원). 건기가 되면 물 값은 4~5배 정도 오르기 때문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집은 양동이나 그릇에 빗물을 받아 사용합니다. 그런데 그릇에 모인 빗물은 쉽게 오염됩니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끼가 끼어있거나 벌레가 있는 오염된 물을 마시고 수인성 질병, 감염 등으로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최재봉(41) 전국재해구호협회 희망브릿지 과장은 지난해 초 필리핀 협력 업체 직원을 통해 이 ‘비극’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소식을 접하자마자 필리핀으로 날아갔지요. 힐루퉁안 섬을 직접 가 본 최 과장은 섬의 비극적 상황에 매우 가슴이 아팠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힐루퉁안 섬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지난해 전국재해구호협회에서 빗물 저장 시설을 섬에 설치하기로 한 것이죠. 토질 환경을 진단해보니 우물을

[기부 그 후] 콩 한쪽, 닭 한 마리가 일으킨 아프간 여성들의 삶

  저는 두 딸과 아들 하나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남편은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족의 생계를 혼자 책임지는 하루하루의 삶이 고통의 연속입니다. 저는 아프가니스탄 카불(Kabul)주의 콸리 슘자이(Qaly Shumlzai) 마을에 살고 있어요. 우리 마을엔 저와 같은 여성들이 200명이 넘습니다. 마당에서 키우는 암탉 몇 마리가 유일한 생계원입니다. 닭을 살 돈조차 없는 이웃들에 비해선 그나마 나은 편이죠. 하지만 아침마다 알 수확량이 넉넉하진 않습니다. 닭을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꾸준히 알을 낳게 하려면 뭐가 필요한지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죠. 배고픔보다 더 힘든건 아프간의 문화적 관습입니다. 아프간 여성들은 집 밖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없습니다. 대부분 남편의 허락 없인 혼자 일을 하거나 회사에 다니는 등 경제활동을 할 수도 없죠. 생계를 위해서는 오로지 남편이나 아들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남편마저 잃은 과부들은 아이들과 함께 거리를 전전하며 구걸을 해서 먹고 삽니다.    우리도 비슷합니다. 우리 가족의 생계는 오로지 어린 아들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한창 학교 다닐 나이인데도 아들은 매일 거리에 나가 돈을 벌었죠. 온 가족이 아들의 수입에 의존했습니다. 저도 밖에 나가 일을 하고 싶었지만, 여성인 제게 허락된 일자리는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절망 그 자체였죠.  시골인 우리 마을에서는 많은 산모들이 아이를 낳다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고기나 달걀처럼 단백질이 든 음식을 먹지 못해 다들 영양결핍 상태이기 때문이죠. 특히 닭고기나 달걀은 그림의 떡입니다. 닭을 키울 수는 있어요. 하지만 닭을 살 돈도, 닭을 키울 수 있는

[청년, 사회공헌을 만나다-①] 사랑으로 인성을 싹 틔우는 ‘틔움교실’

아동보호시설 아동들을 위한 인성 교육 프로그램, ‘틔움교실’ 틔움교실 조인경, 김정희 교사 인터뷰   “선생님 이것 좀 봐주세요!” 윤성(가명)이는 화가 많은 아이였다. 저학년 동생들보다 덩치가 작았지만 누구보다 목소리가 컸다. 아이는 수업 시간마다 다른 친구를 방해하고 흥분해 고성을 질렀다. 하지만 틔움교실 선생님은 윤성이를 혼내지 않았다. 대신 아이의 옆에 앉아 눈을 맞추고 억센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러자 윤성이가 변하기 시작했다. 불쑥 화를 낸 뒤엔 선생님을 쫓아와 ‘죄송하다’고 말했다. 수업도 제대로 안 듣던 아이가 직접 만든 책을 봐 달라며 조르기도 했다. 꾸준한 관심과 사랑의 결과였다.   ◇관심과 사랑에서 시작하는 인성교육 “인성교육은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에서 시작해요.” 지난 17일, 경복궁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조인경(55), 김정희(49) 틔움교실 교사가 입을 모아 말했다. 틔움교실은 보육원 등 아동보호시설 아동들을 대상으로 1년간 진행되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현대해상과 사단법인 밝은청소년이 매년 양육시설 세 곳을 선정해 직접 교육을 진행한다. 두 교사는 밝은청소년 소속으로 틔움교실이 문을 연 2003년부터 5년째 한 팀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특별히 보호시설 아동에게 인성교육을 하는 이유는 뭘까. 조 교사는 “가족 와해나 해체로 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기본 예절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틔움’이란 이름도 아이들이 언 땅에서 어려움을 딛고 싹을 ‘틔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붙여졌다.   ◇실생활에서 배우는 배려와 책임 “두 아이가 길을 가다 3만원을 주웠는데, 둘이서 생활관 선생님께 말도 없이 나눠 써버린 거예요. 그럴 때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