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송현의 르완다 봉사기_ 마호로를 만나다 “친구와 함께 걷고 있어요.” 손을 잡고 걸으며 어디에 가느냐고 물었더니 아이는 신비로운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우리의 첫 만남. 아이의 이름은 키냐르완다어로 ‘평화’를 뜻하는 단어 ‘마호로’라고 했다. 굿네이버스와 함께 떠나게 된 르완다. 떠나기 전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 이름을 생소해했다. 오로지 미디어를 통해서 보아 온 아프리카 대륙. 그 안에 대한민국 면적 4분의 1 크기의 작은 나라. 1994년 민족 간의 내전으로 수백만의 피와 눈물이 서린 땅에서 나는 내 마음을 뛰게 하는 소녀를 만났다. 마호로 가족은 삼대째 토기를 만들고 있다. 마호로는 물레도 없이 돌 받침대를 손으로 돌리며 금세 하나를 완성했다. 토기를 만들기에 적합한 진흙을 캐기 위해 아이는 왕복 네 시간을 걸었다. 열한 살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50㎝ 이상의 긴 칼과 마대를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손을 꼭 쥐었다. 마호로는 평소에 자주 부르는 노래를 들려주었다. 마호로가 불러주는 노래를 들으며,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감동과 먹먹함이 동시에 차올랐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귀하게 기억하고 싶은 욕심에 아이에게 부탁해서 휴대 전화기에 노래를 녹음했다. 마호로는 목적지에 도착하자 전문가처럼 눈을 빛내며 좋은 진흙을 찾아 이곳저곳을 관찰했다. 열한 살 아이가 들어갔다 다시 빠져나오기엔 다소 깊어 보이는 흙구덩이에도 마호로는 용감하게 뛰어들어서 가지고 온 긴 칼로 토질을 살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인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땅으로부터 분리된 흙들을 마대에 담아 넣는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