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기부 “어머~ 향 좋다. 무슨 꽃이길래 이렇게 향이 좋아?” 봄비 내리는 오후, 습한 공기로 축 가라앉은 병동에 모처럼 생기가 돌았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더니 들뜬 표정으로 “혹시 나눠주는 거냐”고 물었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윤수아(28·플로리스트)씨가 “그렇다”며 “오늘 있었던 결혼식장에서 가져온 꽃”이라고 하자, 다시 한 번 “어머나!” 환호가 터졌다. 지난 3월 5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호스피스 병동이 분주했다. 결혼식 이후 남은 꽃을 재단장해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꽃 기부’ 프로젝트가 진행된 것. 이날 근처 결혼식장에서 수거된 꽃은 26개의 꽃병으로 재탄생해, 병원 곳곳에 전달됐다. ‘플리(FLRY·Flower Recycling)’는 웨딩꽃을 기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비영리단체다. 김미라(32) 플리 대표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된 계기를 자신의 결혼식이라고 소개했다. “결혼식 할 때 꽃에 얼마가 지출되는지 아세요? 결혼식이 끝난 이후에 다 버려지잖아요. 한 해 폐기되는 꽃이 4억2500만 송이라니, 짐작이나 가세요?” 찾아 보니 해외에서는 이미 ‘더 블룸 프로젝트(The bloom project)’라는 이름으로 결혼식 등에 쓰인 곳을 호스피스 시설에 보내 희망을 전하는 프로젝트가 확산 중이었다. “결혼식에 허례허식이 심한 우리나라에 꼭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낭비를 줄이고, 꽃이 가진 힘을 더 많은 분에게 전하면 좋잖아요. 1년에 30만쌍이 결혼하는데 0.1%면 1년에 300건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웃음).” 지난해 6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지인의 결혼식에 사용된 꽃을 화병 10개와 꽃다발 5개로 만들어 용산구립 노인요양원에 전달했다. 점차 소문을 타면서 꽃 기부나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졌다. 정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