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위안부 쉼터까지… ‘축복의 꽃’으로 행복 전해요”

꽃 기부   “어머~ 향 좋다. 무슨 꽃이길래 이렇게 향이 좋아?” 봄비 내리는 오후, 습한 공기로 축 가라앉은 병동에 모처럼 생기가 돌았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더니 들뜬 표정으로 “혹시 나눠주는 거냐”고 물었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윤수아(28·플로리스트)씨가 “그렇다”며 “오늘 있었던 결혼식장에서 가져온 꽃”이라고 하자, 다시 한 번 “어머나!” 환호가 터졌다. 지난 3월 5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호스피스 병동이 분주했다. 결혼식 이후 남은 꽃을 재단장해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꽃 기부’ 프로젝트가 진행된 것. 이날 근처 결혼식장에서 수거된 꽃은 26개의 꽃병으로 재탄생해, 병원 곳곳에 전달됐다. ‘플리(FLRY·Flower Recycling)’는 웨딩꽃을 기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비영리단체다. 김미라(32) 플리 대표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된 계기를 자신의 결혼식이라고 소개했다. “결혼식 할 때 꽃에 얼마가 지출되는지 아세요? 결혼식이 끝난 이후에 다 버려지잖아요. 한 해 폐기되는 꽃이 4억2500만 송이라니, 짐작이나 가세요?” 찾아 보니 해외에서는 이미 ‘더 블룸 프로젝트(The bloom project)’라는 이름으로 결혼식 등에 쓰인 곳을 호스피스 시설에 보내 희망을 전하는 프로젝트가 확산 중이었다. “결혼식에 허례허식이 심한 우리나라에 꼭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낭비를 줄이고, 꽃이 가진 힘을 더 많은 분에게 전하면 좋잖아요. 1년에 30만쌍이 결혼하는데 0.1%면 1년에 300건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웃음).” 지난해 6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지인의 결혼식에 사용된 꽃을 화병 10개와 꽃다발 5개로 만들어 용산구립 노인요양원에 전달했다. 점차 소문을 타면서 꽃 기부나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졌다. 정동

국내 최초 발달장애인 위한 ‘쉬운 책’… 글 읽는 즐거움 선물합니다

피치마켓 함의영 대표 “딱 봐도 재미없어 보이죠?” 샛노란 표지에 선명한 검은색 글씨로 쓰인 ‘O. 헨리 이야기’. 책을 훑어보는 기자에게 한마디가 날아왔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책이라고 표지에 크게 쓰면 누가 볼까요? 독자의 자존감을 위해 표지에 ‘장애인’ 용어 빼고 무조건 ‘재미없게 간다’가 원칙입니다.(웃음)” 올해 초 조금 특별한 책이 세상에 나왔다. 발달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춘 ‘쉬운 책’이 주인공. 표지는 일반 책과 다를 바 없지만, 읽는 이를 고려해 완전히 새롭게 쓰였다. 지난해 1월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달 23일, 국내 최초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책을 펴낸 함의영(35) 피치마켓 대표를 만났다.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혁신’ 2014년 초, 공익 프로젝트와 컨설팅을 진행하는 소셜벤처 ‘스위치랩’을 운영하던 함 대표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멤버의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발달장애인이었기 때문. “전문 지식도 없고 네트워크도 없었어요.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 ‘베어베터’를 찾아갔죠. 이진희 대표님과 이야기하면서 발달장애인들에게 정보 자체가 차단된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들에게 꼭 글 읽는 즐거움을 알려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도서 제작은 ‘피치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윤곽을 잡기 시작했다. 특수 교육 전문가와 출판업계, 삽화 디자이너 등 다방면의 전문가를 모으고 각색은 2013년 말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발표한 ‘발달장애인용 쉬운 책 개발’ 보고서를 참고했다. 그렇게 2014년 말, ‘세상에 없던’책이 빛을 봤다. 반향은 컸다. 무료 배포한다는 공지를 올리자마자 문의가 쏟아졌다. 처음 인쇄한 300부에 더해, 국립장애인도서관의 후원으로 300부가 추가로 배포됐다. ◇고된 이중

세상을 담는 그릇으로… 청세담 5기, 6개월의 대장정 시작

지난 4일 서울시 NPO지원센터 1층 ‘품다’ 대강당에서 현대해상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함께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소셜에디터스쿨 ‘청년, 세상을 담다(이하 청세담)’ 5기 입학식이 열렸다. 청세담은 영리와 비영리 분야에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춘 공익 분야의 저널리스트 및 소셜에디터(Social Editor·공익 콘텐츠 전문가)를 양성하는 아카데미로, 2014년 3월 1기를 시작으로 100여명에 달하는 수강생을 배출했다. 그중 40명이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언론사 취업 사관학교’로 점차 자리 매김하고 있다. 이번 청세담 5기 수강생 선발에는 모집 인원의 4배가 넘는 지원자가 몰리며 큰 관심을 받았다. 서류와 면접 전형을 거쳐 선발된 청세담 5기생 총 32명은 앞으로 6개월 동안 세상을 바꾸는 글쓰기를 배우게 된다. 1주차부터 9주차까지는 저널리즘 및 공익 이론 강의와 실습이 진행되고, 10~16주차에는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기자들과 ‘공익기자 실전과정’이 이어진다. 아이템 기획·현장 취재·기사 작성 등 실전 훈련과 동시에 공익 혁신가들의 특강을 듣는 시간도 마련됐다. 수강생들은 17~24주차에 직접 작성한 기사를 엮어 만든 E-book 과 책자를 제작하며 6개월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한편, 박란희 더나은미래 편집장은 환영사에서 “청세담은 기자로서의 소양뿐 아니라 세상을 담을 수 있는 ‘선한’ 그릇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배우는 프로그램”이라며 “6개월 동안의 어렵고 힘든 과정을 끝까지 잘 견뎌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입학식에 참석한 신대순 현대해상 상무는 격려사에서 “청세담을 통해 수강생 개개인이 크게 성장하고, 그 성장이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휠체어는 나의 날개” 말총머리 무용가 날다

휠체어 무용가 김용우 “넘으려던 장애 인정하고 나니 그제야 사회 보이기 시작해” 후회 없이 살기 위해 선택한 ‘춤’ 아시아 챔피언·세계선수권 등 장애·비장애 무용수 함께하는 ‘빛소리 친구들’ 창단하기도   “긴장을 늦추면 안 돼요. 에너지가 계속 연결되어야 합니다. 양팔을 길게 뻗어주세요. 손가락을 모으고 사선으로 펼치세요. 곡선 에너지가 남아 있을 때 선이 아름다워집니다.” ‘말총머리’ 무용수는 휠체어에 앉은 채 날렵하면서도 섬세한 몸짓을 선보였다. 김용우(45) ‘빛소리 친구들’ 단장이다. 올해로 15년 차. 2005년 홍콩 아시아 휠체어 댄스스포츠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4년 연속 아시아 챔피언을 거머쥐고, 2008 벨라루스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세계선수권대회 4위를 기록한 선수다. 무용가로까지 영역을 넓혀, 지난해 말에는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상 대상을 받았다. 무엇이 그를 지치지 않게 하는 것일까. 지난 7일 경기 고양시 자택에서 휠체어를 자신의 ‘날개’라 표현하는 남자, 김용우를 만났다. ◇사업가를 꿈꾸던 엉뚱하고 쾌활한 청년 “어린 시절요? 정말 평범한 아이였어요. 조금 특별한 게 있다면 우연히 명상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신선’이 되고 싶었죠(웃음).”  ‘신선’을 꿈꾸던 소년은 엉뚱한 행동을 많이 한 탓에 고등학교 3년 내내 ‘사이코’란 별명이 따라붙었다. 대학에서는 과 대표와 응원단을 도맡아 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유학 길에 올랐다. “아버지가 요식업을 크게 하셨어요.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죠. 영어를 배운 다음 중국에 가서 사업을 하려고 했어요.” 1997년 7월, 사업가의 꿈을 품은 26세 청년은 캐나다로 향했다. 캐나다에서도 영어만 배우기는 아쉬워 영어로 연극을 만들고 무대에 올리는 어학 연수 과정에

오토바이와 장애인 콜택시가 만났다… 외출하는 재미에 푹~ 빠진 베트남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베트남 사업   오전 11시, ‘부릉’ 소리가 고요한 주택가를 깨웠다. 오토바이가 멈춰 선 곳은 후인 탄 타오(Huynh Thanh Thao·31·지체장애)씨의 집. “준비되셨어요?” 타오씨와 그녀의 휠체어까지 오토바이에 싣고 난 후 운전사는 다시 오토바이 시동을 걸었다. 100㎝가 채 되지 않는 작은 키에 짧은 팔과 다리. 선천적으로 뼈와 근육이 성장하지 못하고, 작은 마찰에도 쉽게 뼈가 부러지는 장애를 지닌 그녀에게 요즘 꿈같은 일이 생겼다. 외출하는 재미에 푹 빠진 것이다. 일주일에 세 번은 영어학원에 다니고, 주기적으로 마트와 병원을 방문한다. 창업을 위한 직업훈련도 중요한 일과가 됐다. 모두 오토바이 택시 덕분이다. “이제야 비로소 제 인생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에요(웃음).” 타오씨는 개인 커피숍을 여는 꿈을 키우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 증진 경험 공유하고파” 집 안에만 머무르던 타오씨가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의 ODA 사업 덕분이다. 장애인 당사자 단체인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은 2011년 베트남 호찌민(Ho Chi Minh)의 장애인 단체인 DRD(Disabili ty Research & Capacity Develop ment)와 한-베 장애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장애인 이동권을 지금의 단계로 끌어올린 경험과 성과를 공유하자는 취지였다. 2012년에는 ‘장애인 이동지원센터’를 설립하고 2013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을 받으며 점차 오토바이 택시 사업의 윤곽을 잡기 시작했다. 박장우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차장은 “베트남 사람들의 주요 교통수단인 오토바이와 한국의 장애인 콜택시 모델을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현지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호찌민 내 장애인은 100만명 내외로 추산된다. 호찌민 전체 인구의 10%에 해당하지만 장애인 인식과 접근성 점수는 바닥이다. DRD가 호찌민 시내 식당, 공원,

청년의 色으로 담은 넓은 세상 속 숨은 이야기

청세담 4기 졸업식  “청세담 교육을 통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를 배웠습니다. 더 넓은 세상을 발로 뛰며 보고 듣고 전하겠습니다.”(조은총·청세담 4기 최우수 수료) 지난 1월 27일, 광화문 현대해상 사옥 10층 대강당은 아낌없는 박수와 웃음 소리로 가득 찼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주관하고 현대해상이 후원하는 소셜에디터스쿨 ‘청년, 세상을 담다’ 4기 수료식이 열린 것이다. 4기생들이 6개월 동안 누빈 현장은 다양했다. 미혼모, 고령 예술인, 중도 입국 자녀, 이주민 등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 이야기를 마주하고, 국내 최초의 자살 유가족 자조 모임인 ‘자작나무’, 결혼 이주 여성을 위한 다문화 방문 산후조리 서비스 ‘다누리맘’, 청각장애인을 위한 독서 프로그램 ‘손책누리’ 등 다양한 공익 현장을 발굴했다. 청년 100명을 대상으로 소셜벤처의 발전 방향을 묻는 설문이 진행되기도 했다. 청세담 4기생들이 쓴 기사는 ‘청년 세상을 담다 Vol.4’란 제목의 오프라인 책자와 이북(E-book)으로 만들어졌다. 교보문고, 반디앤루니스, 예스24, 알라딘, 리디북스 등 온라인 서점 다섯 곳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국내 최초의 공익 저널리즘 사관학교로 불리는 청세담은 지난 2년 동안 소셜에디터를 약 100명 배출해왔다. 현물 기부와 임직원 자원봉사 등 일차원적 사회공헌에 그치지 않고, ‘사람’에게 투자하는 인재 양성 사회공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언론사와 기업 등에서 청세담 수료생들의 스카우트 문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공익에 대한 이해와 글쓰기 훈련이 잘된 청년들’로 소문이 났기 때문. 실제 2014년 1기를 시작으로 지난 2년간 배출된 수강생 99명 중 35명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KBS, JTBC,

中企제품 80% 편성하고, 23% 최저 수수료 받고

공익성 강화된 홈쇼핑 채널   홈쇼핑업계의 ‘큰손’들이 동반 성장과 상생을 외치고 있지만, 문턱은 여전히 높다. 보다 공익성이 강화된 홈쇼핑은 없을까. 홈앤쇼핑은 2012년 1월 국내 6번째 홈쇼핑 채널로 개국했다. 전체 방송의 80% 이상을 중소기업 제품으로 편성해야 하는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이다. 지난해 7월 개국한 ‘공영홈쇼핑(채널명 아임쇼핑)’은 공익성이 더 짙다. 100% 중소기업 제품 및 농축수산물을 판매하고, 출자자를 ‘공공기관, 공익 목적을 위해 특별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법인 및 비영리법인’으로 제한했다. 중소기업유통센터(50%), 농협경제지주(45%), 수협중앙회(5%) 3개 기관이 주주로 참여했다. 출자자 배당 역시 금지한다. 운영 수익은 판매수수료 추가 인하, 중소기업 해외 진출 등 공영홈쇼핑의 설립 목적 달성을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 비교적 낮은 수수료도 이점이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발표한 ‘2015년도 백화점·TV홈쇼핑 판매 수수료율 등 분석 결과’에 따르면, 상위 4개 홈쇼핑 업체가 중소기업에 적용한 평균 수수료율은 35.7%. 현대홈쇼핑이 36.6%로 가장 높았고 롯데홈쇼핑 36.5%, CJ오쇼핑 35.9%, GS샵 33.8% 순으로 나타났다. 공영홈쇼핑은 23%, 홈앤쇼핑은 31.6%의 수수료율을 적용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홈앤쇼핑 수수료 관련 잡음도 있다. 상위 홈쇼핑 업체에 비해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큰 차이가 없다”는 것. 홈앤쇼핑은 설립 당시 판매 수수료율 20%대를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홈앤쇼핑 관계자는 “상품별로 수수료 기준이 다르게 책정되는데, 공정위에서 일률적으로 계산한 것 같다”며 “배송비가 제외된 수수료는 27~28%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다양한 상품을 발굴하기 위한 협력도 진행된다. 홈앤쇼핑은 2012년부터 중소기업중앙회 및 지자체와 손잡고 지역의 중소기업 상품과 특산물을 수수료

서비스하는 그들 모습 보면 당신의 편견, 바로 깨질 거예요

장애인 재활 숙박업소 ‘호텔엘린’ 제주공항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푸른색 빌딩 ‘호텔엘린’. 이 호텔은 일반적 호텔과 다르다. 사회적기업이자 국내 최초의 장애인 재활 숙박업소이기도 하다. 중증장애인직업재활시설인 ‘엘린’의 사업장인 호텔엘린에서 일하는 장애인은 13명. 또 다른 사업장인 청소 용역 업체 ‘엘린클린’의 37명까지 포함하면 장애인 50명이 일한다. 시각장애, 지체장애, 정신장애,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등 장애 유형도 다양하다. ‘서비스 직종에서 장애인들이 일하는 게 가능할까.’ 이곳에서 만난 장애인들은 편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비취색 원피스와 흰색 앞치마를 두른 양수민(가명·23·지적장애 1급)씨는 “침대 시트 가는 일이 제일 까다로워요” 하며 순식간에 침대를 고르게 매만졌다. 바쁘게 욕실로 발걸음을 옮기더니, 거울과 세면대, 바닥을 닦고 또 닦았다. “끝이에요?” 묻는 말에 “마무리요!” 크게 외치더니, 마른 걸레로 욕실 전체를 다시 닦고 휴지와 비품까지 꼼꼼히 확인한 후에야 “끝났다”고 나지막이 내뱉었다. 4년째 호텔엘린의 룸메이드로 일하는 수민씨는 “일하는 게 힘들지만 그래도 재미있다”며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청소기를 잡았다. “보통 중증 장애인 직업 재활 하면 김치, 비누, 쿠키 만들기처럼 단순 임가공 업무를 많이 떠올려요. 직업의 다양성이 없죠. 그런데 장애인들도 비장애인처럼 하고 싶은 분야가 분명히 있거든요. 제주도라는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고민하다가 서비스업을 떠올렸습니다.” 한봉금 엘린 원장이 입을 열었다. 호텔엘린의 장애인 직원은 객실 및 복도 청소, 프런트 객실 예약 등을 담당하고 엘린클린 직원들은 대리석, 계단, 유리창 등 건물 청소와 관리를 담당한다. 고객들을 응대해야 하는 서비스업이다 보니 사업 초기에는 어려움도 컸다. “장애인들이 청소하고 관리한다고

8년간 길거리 배회하던 아이, 못다 한 배움 이어가다

교육 소외 아동·청소년 돕는 금천교육복지센터 집 안엔 박스와 잡동사니가 가득해 발 디딜 공간이 없었다. 돌돌 말린 달력 뭉치를 하나씩 펼쳐보니, 덧셈과 뺄셈이 틀린 숫자들로 빼곡했다. 지난 10여년간 정신분열증을 앓던 어머니가 수입과 지출을 계산한 흔적이었다. 2년 전 3월, 송현주 금천교육복지센터 개인성장지원팀장이 만난 정한(가명·22)씨의 집 안 풍경이다. ◇8년 동안 거리를 배회하던 아이, 대학에 합격하다 정한씨가 기억하는 학교의 모습은 2005년 가을이 마지막이었다. 어머니의 정신분열 증세가 심해지면서 그는 학교 대신 거리로 나섰다. “팥죽, 나물 등 같은 음식을 몇 개월 동안 계속 먹어야 했어요. 매일 같은 옷만 입다보니 친구들이 놀려서 학교 생활이 힘들었어요. 엄마에게 학교 간다는 거짓말을 하고, 산으로, 골목으로 돌아다녔죠.” 그러기를 8년. 의미 없이 흐르던 무채색 정한씨의 삶에 변화가 생긴 것은 2013년 열아홉 살이 되어서였다. 우연히 아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어머니가 초등학교를 찾아가 항의하면서 아무도 몰랐던 그의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학교와 구청 복지정책과가 머리를 맞대고 인근 대안학교를 알아봤지만, ‘초등학교에서 책임지고 3년 안에 고등학교 과정까지 끝내라’는 어머니의 요구에 가로막혔다. 부모의 동의 없이 아무것도 진행할 수 없는 탓에 모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당시 학교 교감 선생님이 금천교육복지센터에 SOS를 쳤다. “한시가 급하고 심각한 상황이라서 저희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아이의 상태가 제일 중요했죠.” 송현주 팀장이 당시를 회상했다. 정한씨가 마음을 열 때까지 몇 번이고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다. 센터를 통해 정한씨의 이야기가 전해지자

활짝 열어주세요, ‘다름’ 향해 닫혀 있는 마음의 門

소외… 한국이 낯선 사람들 제3국서 출생한 ‘중도입국자녀’, 탈북 청소년으로도 분류 어려워 다른 인종·출생의 편견 없이 마음의 문 열고 다가와 줬으면 법무부가 발표한 ‘2014년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 연보’에 따르면 국내 출·입국자는 6000만명을 넘어섰고, 국내 체류 외국인은 179만7618명으로 전체 인구의 3.5%를 차지했다. 한국 사회에 터를 잡은 이주민들,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 사회는 어떠할까. 우리 주변 이웃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담았다. “저는 영화감독이 될 거예요.” 지난해 말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에서 만난 김화령(22)씨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로 ‘올리버 트위스트’를 꼽으며, “외로움, 고독, 죽음 등 인간 내면 깊숙한 부분의 감정과 상처를 매만지고 싶다”고 했다. 연신 밝은 표정으로 꿈을 이야기하던 그녀에게 새해 목표를 묻자 급격히 얼굴이 굳어지더니 이내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제가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영어도, 수학도 정말 어려웠는데, 포기하지 않고 만날 책을 붙잡고 살았어요.” 옷소매로 눈가를 매만지던 그녀가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지원한 대학 6곳에서 모두 낙방했기 때문. 그녀는 “남한 아이들과 실력 차이가 나는 걸 아니까 정말 죽도록 열심히 했건만, 도저히 경쟁이 안 되더라”고 했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걱정이다. 화령씨는 “새해에는 우리를 위한 제도가 나올까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탈북 학생들의 경우 특별전형으로 여러 개 대학에 합격하고 골라서 다닐 정도인데, 왜 화령씨는 등록금 지원은커녕 대학 문을 두드릴 기회조차 없었을까. ‘입국의 비밀’ 때문이다. 화령씨처럼 탈북 어머니를 따라 제3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아이들을 ‘제3국 출생 북한이탈주민자녀’

노하우·경험 共有로 오늘도 싱글맘 웃는다

‘해피맘’ 사업의 허브 동방사회복지회 아이 키우는 미혼모 증가하고 있지만 교육비 등 경제 부담 해소 어려워 협력 기반으로 만든 ‘자립 사업장’ 서로 벤치마킹해 독자 브랜드 구축 “라떼 두 잔, 아메리카노 두 잔 나왔습니다.” 낭랑한 목소리가 카페를 울렸다. 점심시간을 갓 넘긴 오후, 12평 규모의 작은 카페가 금세 사람들로 꽉 찼다. 검은색 옷에 금빛 배지를 단 ‘바리스타’ 세 명의 손길이 덩달아 바빠졌다. 요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는 이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지역본부 1층에 마련된 ‘카페 이스턴 LH점’이다. “여기 생긴 이후 다른 카페 안 간다”는 직원이 생길 정도로 LH 직원들을 ‘꽉’ 사로잡은 주인공은 바로 6명의 미혼양육모들. 하루 판매되는 커피는 400잔 이상, 평균 80만원의 매출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엄마들이 만든 수제 쿠키와 머핀도 금방 동난다. “맛있다고 자주 찾아주시니까 너무 기쁘죠. 더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연구 중입니다.” 정수영(가명·25·파티시에)씨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카페 이스턴 LH점은 미혼양육모 지원 사업인 ‘엄마가 행복한 해피맘(HAPPY MOM)’의 자립사업장으로 올해 10월 말 운영을 시작해 지난 15일 정식 오픈식을 가졌다. ◇늘어나는 미혼양육모, 가장 큰 과제는 ‘자립’ 혼자서라도 아이를 키우려는 미혼모들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미혼양육모의 비율은 1984년 5.8%에서 2005년에는 31.7%, 2009년에는 66.4%로 급증했다. 사회적 편견에 맞서는 엄마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여전히 난관은 존재한다. 엄마들이 호소한 가장 큰 고민은 바로 경제적 어려움. 63.1%의 미혼양육모가 ‘양육비·교육비 등의 비용 부담’을 꼽았다. 실제 미혼양육모들의 경제활동 참여 비율은 출산 전 75.9%에

지속 가능 성장… 환경에서 답을 찾다

테트라팩 사회공헌 “나무를 아끼는 방법 중에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재활용입니다. 오늘은 나무로 만들어지는 종이를 이용해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봅시다.” 최인선 생태문화교실 선임강사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의 입에서 ‘우와~’ 탄성이 나왔다. 믹서기에 종이팩 넣고 돌리자, 투명하고 걸쭉한 액체가 만들어졌다. 이를 촘촘한 네모 망에 걸러 물기를 쭉 빼니, 말캉거리는 종이 입자가 망 위에 엉겨붙었다. 흰 천 사이에 종이 입자를 넣고 다리미로 다리자 금세 빳빳한 종이 엽서가 탄생했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양주 율정초등학교에서 진행된 ‘다시 만나는 종이팩 친구’ 현장. 22명의 아이가 재활용 엽서 만들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강은규(11)군은 “매일 보던 종이팩이 새로운 모습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집에서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단짝인 김보민(11)양과 전아현(11)양은 “직접 만든 재활용 엽서라서 의미가 크다”며 엽서에 쓴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나눴다. ‘다시 만나는 종이팩 친구’는 두유, 우유 등 음료 용기 생산 전문 기업인 ‘테트라팩 코리아’와 한국생태관광협회가 함께하는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이다. 테트라팩은 ㈜정식품, 매일유업,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식·음료 업체의 종이 포장재를 만들고, 음료 생산·가공·포장까지의 전 과정에 필요한 설비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종이팩이 재생 가능한 자원임을 알리고 재활용에 대한 인식을 확대하기 위해 2011년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매일유업이 동참, 어린이집까지 확대돼 지금까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만 7500여명에 달한다. 테트라팩 코리아의 유별난 환경 사랑은 비단 사회공헌 프로그램뿐 아니라, 포장재 생산 및 유통 전 과정에 스며들어 있다. 2008년 조직 내부에 환경 전담직을 마련한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