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에 집중하는 홍보 넘어 대중과 소통하는 창구 돼야”

비영리 리더를 위한 원데이 네트워킹 포럼 “이제 진짜 홍보는 ‘위기관리’다.” 국내 34개 비영리단체 홍보 담당자들이 꼽은 2016년 화두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동그라미재단이 주최한 ‘비영리 리더를 위한 원데이(one day) 네트워킹 포럼’에 참석, 지난해 단체 홍보와 관련해 겪은 어려움과 올해 홍보 방향을 이야기했다. ◇대중과 인식 차 커… 단체 활동 교육·소통 강화 필요 최근 언론에서 비영리단체의 공시 현황을 두고, 신뢰성과 투명성 평가를 내놓은 것에 대해 단체들은 저마다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직원 수가 많은 대형 단체의 홍보팀장들은 “사회복지사만 수 백 명이 넘는데 모두 인건비로 상정돼 기부금이 사업비보다 운영비에 몰린다고 안 좋게 보는 인식이 생겨, 이를 어떻게 후원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해나갈지가 과제”라고 했다. 한 공익분야 전문 지원기관의 홍보부장은 “사업의 대부분이 컨설팅이어서 인건비를 모두 사업비로 책정했다”며 “직원들 모두 퇴사하고 외부 자문료를 주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하는 건지 무엇이 진짜 투명한 건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 사업을 하지 않는 글로벌 단체의 경우, 국내 단체와 동일 잣대로 투명성과 효율성을 평가받는 것에 대해 난감한 입장이었다. 한 저개발국 지원 단체 홍보팀장은 “사업을 국내에서는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공시할 내용이 별로 없는데, 정보 공개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도돼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단체별 규모나 활동 등 특성이 다른데도, 재무 보고서의 사업비나 인건비, 마케팅비 등 간접비의 단순 금액만으로 NGO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평가돼 힘들다” 등의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기부 통한 변화 보여주는

‘장애’를 ‘기회’로… “꿈꾸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장애인 CEO 3人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송오용 대표 “우리 제품 덕에 시각장애인 사시 합격도” 김진현 대표 “드론으로 장애인에게 ‘희망의 날개’ 달아” 박원진 이사장 “청각장애인, 자막 있으면 배움 쉬워요” “내가 태어난 건 팔다리 없는 나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엇 때문이다.” 유명 베스트셀러 ‘오체불만족’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씨의 말이다. ‘장애’를 자신만의 ‘기회’로 삼은 장애인 CEO들이 있다. 한국 시각장애인계의 ‘빌게이츠’라는 송오용 ㈜엑스비전테크놀로지 대표, 드론으로 방송계를 평정한 김진현 스카이블루버드 대표(1급 지체장애), 청각장애인으로 교육 환경을 바꾸기 위해 직접 나선 박원진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30년 독학, 시각장애인용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 “제 컴퓨터는 30년째 꺼진 날이 없습니다. 컴퓨터만큼 재밌는 건 없으니까요(웃음). 앞이 안 보이는 저에게 컴퓨터는 세상 ‘전부’입니다.” 시각장애인용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 회사 ‘㈜엑스비전테크놀로지’를 14년째 운영 중인 송오용(44·시각장애 1급) 대표의 말이다. 지난 15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사무실을 찾았을 때 송 대표는 인기척도 알아채지 못한 채 컴퓨터에 몰두하고 있었다. 모니터는 까만 상태. 그는 헤드폰을 쓰고 스크린 리더(화면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프로그램) 설명에 집중해 키보드 위에서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이런 신세계가 있나’ 싶더라고요.” 송 대표가 컴퓨터를 처음 접한 건 1986년 서울맹학교 중학부 때였다. ‘새로운 눈’을 뜬 것 같았다고 한다. “아홉 살 때 그네에서 떨어져 시력을 잃었죠. 다니던 학교, 놀던 친구들과 더 이상 어울릴 수 없게 됐어요. 서울맹학교로 전학 오고 외로운 유년기를 보냈는데, 컴퓨터는 가장 친한 친구가 돼주었죠.”

“공익 분야 다양해지고 1인 활동가 늘어날 것”

공익활동가의 미래 연구해보니 ‘2025년, 공익 분야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19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10년 뒤 공익 분야와 공익 활동가들이 갖춰야 할 미래 역량들을 내다본 연구 보고서가 발표됐다. 중소 비영리단체(10인 안팎) 활동가 191명에게 자신의 조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미래 요소를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60%가량이 양극화나 청년 실업 등 ‘저소득, 고비용, 저성장’의 경제 문제를 꼽았다. 2순위로는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사회문제'(56%)를 택했고, 이 외에 ‘기술 역량의 중요성 증대’ ‘세대 전환’ ‘영역 간 경계 모호’ 등을 거론했다. 공익 활동가들은 경기 불황으로 시민 단체가 축소되거나 ‘귀농’이나 ‘대안 기술’ 등 새로운 삶의 방식에 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에 따라 ‘변화 관리 역량’과 혁신적 대안을 기획, 실행하는 ‘문화 창조 역량’이 요구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사회문제가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공익 활동 분야는 더 다양해지고 1인 활동가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존 조직 간에는 협력이 ‘일상화’될 것으로도 그려졌다. 공익 분야가 전문화, 세분화되면서 공익 활동가들이 ‘동기 부여 역량’, ‘협력적 해결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 외에 대중과 소통 방식이 다양해지고, 공익 활동가들에게는 온·오프라인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능력과 ‘IT 활용 역량’ ‘스토리텔링 역량’이 더욱 중요시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비영리 전문 컨설팅기관 ‘진저티프로젝트’ 최영희 대표는 “이미 해외 공익 주체들은 미래를 내다보고 전략을 수립해 결과를 내고 있다”며 “우리도 이젠 시점을 ‘미래’로 돌려 봐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더 자세한 미래 시나리오와 7가지 미래 변화

나눔은 ‘나’를 위해… 혼자 행복한 건 외롭고 재미없죠

‘봉사하는 청춘’을 만나다 탈북 대학생 엄에스더… ‘신개념 꽃거지’ 한영준 ‘수저론’이 한창인 대한민국, 그러나 어떤 곳에선 수저조차 못 물고 태어나는 이들이 있다. 가장 가까운 곳 ‘북한’과 지구 반대편 남미 볼리비아의 빈민촌 ‘뽀꼬뽀꼬’다. 그들에게 ‘나눔’을 보여주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있다. 바로 대학생 통일 봉사단을 만든 탈북자 엄에스더(33)씨, 7년째 ‘100원의 후원금 구걸’을 하는 ‘꽃거지’ 한영준(32)씨 이야기다. ◇봉사를 통해 남한에서 새로운 삶을 발견한 탈북자, 엄에스더 2010년, 엄에스더(33·한국외대 중어중문학과 4)씨는 두 번 탈북한 끝에 남한 땅을 밟았다. 봉사를 시작한 건 정착 후 한 달도 되지 않아서였다. 그 이후 지금까지 장애인 시설,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 노숙인 무료 급식 봉사 등을 빼놓지 않는다. 왜 그럴까. 엄씨는 중국 옌지(延吉)에서 도피하던 시절을 이야기하다 울먹였다. “어머니와 여동생이 눈앞에서 공안에 잡혀가고, 도움을 청할 곳도 없어 삶을 포기하다시피 했어요. 그때 길에서 사지(四肢) 없는 노인이 입에 붓을 물고 글을 써서 파는 걸 보면서, 제 모습이 부끄러워 용기를 냈어요. 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싶은 마음에 장애인 시설로 무작정 가 돕고 싶다니까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하더군요. ‘숨어 사는 사람은 좋은 일도 못 하는구나’ 싶어 서러웠죠.” 엄씨는 남한에 도착한 후, 지인에게 소개받은 장애인 시설 ‘엔젤스헤이븐(구 은평천사원)’부터 찾았다. 봉사의 시작이었다. 토요일 새벽부터 일어나 장애인들을 씻기고, 시설 곳곳을 쓸고 닦았다. 주6일 학교생활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하루 4시간도 못 자는 고된 일상 속에서도 토요일 봉사는 빼먹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봉사는 남한

어른들은 알까요, 우리도 ‘평범한 꿈’ 꾼다는 것을

불안… 위기에 몰린 미래세대 가정 폭력·학교 따돌림 벗어나도 가출로 인한 또 다른 위기 생겨 소년원 출원자·미혼모 청소년 등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돼야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비단 노래 가사만이 아니다. 사회에서 낙인찍히고 배제된 소년원 출원자, 미혼모 청소년, 탈학교 비활동 청소년, 수감자 자녀들. 이들을 위기로 내몰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어른들의 잘못일지 모른다. 기성세대는 무엇을 놓친 걸까. 위기에 놓인 미래세대에게 직접 물어봤다. “소년원은 또 다른 ‘무법천지’죠.” 정현성(가명·17)군은 6년 전 가출 후 세 번이나 소년원에 갔다 왔다. 양아버지의 잦은 폭행을 피해 가출한 것이 방황의 시작이었다. 양아버지는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건 예사고 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야구 방망이로 구타했다. “쇄골이 골절되기도 하고 몸에 멍이 없어질 날이 없었죠. 경찰에 여러 번 신고도 해봤지만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도망치는 게 최선이었죠.” 아버지의 폭력과 어머니의 잔소리에서 벗어난 건 좋았지만, 길거리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또래 아이들과 끊임없이 도둑질을 저질렀다. 결국 경찰에 덜미가 잡혀 2010년 소년원에 처음으로 수감됐다. 하지만 소년원에서 갈수록 폭력성만 커졌다. 고참 문화 때문이었다. “한방을 쓰는 열다섯 명가량 사이에는 철저히 상하 계급이 나뉘었죠. 심지어 옷깃으로 신분을 표시했어요. 대장은 감시와 CCTV에서 벗어난 사각지대에서 이유 없이 가혹한 폭행을 하거나 시키죠. 그러면 당한 애들이 새로 들어온 애한테 복수를 하면서 폭력이 계속 되풀이됐죠.” 그는 소년원 내에서 말썽을 피워 3개월 동안 이송됐던 한길정보산업학교(제주소년원)에서 “진짜 정신을 차렸다”고 했다. “엄마의 편지도 거기서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기쁜 기부, 해피플’ 캠페인] ⑩·끝 6개월간 전국서 1억3514만원 마음 모여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초록우산어린이재단 ‘기쁜 기부, 해피플 캠페인’] (10·끝) “1년에 한 번뿐인 특별한 날, 이제 선물보다 ‘나눔’을 먼저 생각합니다.” ‘기쁜 기부, 해피플 캠페인’ 참여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낀 변화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지난 6월부터 생일·결혼·출산 등 기념일 혹은 특별한 날 기부를 통해 의미 있는 하루를 만들자는 ‘기쁜 기부, 해피플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기부의 일상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기획된 이번 캠페인에는 서울 및 인천·경기 지역뿐만 아니라 광주·순천·울산·부산 등 전국 각 지역에서 참여가 이뤄졌다. 6개월간 온·오프라인 창구를 통해 개인들이 낸 기부금은 총 1억3514만원(12월 21일 기준)에 달한다. 기부금은 후원자의 지정에 따라 국내 또는 해외 아동 지원 사업비로 사용될 예정이다. 참여자들 중에는 아이의 첫돌을 맞아 기부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9월 첫 출산을 한 이한나(40)씨는 올해 아이의 첫돌에 맞춰 에티오피아 아동 한 명과 결연을 맺었다. 이씨는 “임신 중 지하철에서 쓰러졌을 때 주위 승객들 덕분에 아이를 지킬 수 있었다”며 “그 도움의 손길을 다시 돌려주기 위해 정기후원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권택종(68)씨는 첫 손자의 첫 생일을 기념해 허례허식에 돈을 쓰기보다, 어려운 환경의 또래 아이들을 돕자고 제안했다. 아들 권익재(35)씨는 “아버지께서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오랜 후원자”라고 소개하며, “손자에게 혼자 크는 것보다 더불어 사는 걸 알려주고 싶어 내린 결정이라고 하시더라” 전했다. 참여자들은 기념일을 정기 후원 약정일로 정했고, 일시 후원을 신청한 경우 중 정기 후원 전환 계획 비율이 3명 중 2명꼴이었다. 손혜영(58)씨는 “올해 9월 19일 자녀가 결혼해 91만9000원을 맞춰 기부했다”며

“소원 이룰 때, 그 찰나의 행복… 풍경 사진? 비교도 안 돼요”

인천국제공항공사, 특별한 사내 봉사활동 지난 10일 오전 8시, 인천국제공항공사 건물 5층 중회의실은 이른 시간부터 시끌시끌했다. 직원 서넛은 풍선을 불고, 한쪽에서는 기타 연습이 한창이었다. 이들은 모두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이하 메이크어위시재단)(Make a Wish Foundation)과 난치병 아이들의 소원을 이뤄주고 있는 사내 봉사단 ‘위시팸’. 분주하게 움직인 덕분에 업무 시작 전 삭막하던 회의실은 근사한 파티장이 됐다. 점심시간, 부모님과 위시팸 아저씨들을 만나러 온 줄만 알았던 윤주(가명·15)양은 회의실에 들어서자 어리둥절해했다. 잠시 후, 직원들이 건넨 선물 상자를 열어보고 환하게 웃었다. 소원이었던 노트북이었다. 오전 내내 긴장하던 위시팸 회원들은 윤주양과 식구들의 웃음을 보고서야 표정이 밝아졌다. ◇팀 구성부터 실행까지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사내 봉사단 ‘위시팸’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들은 자율적으로 팀을 꾸려 메이크어위시재단과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내 재단 봉사단인 위시팸만 총 6개로, 직원 30여명이 활동 중이다. 홍기민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회공헌팀 담당자는 “단순히 회사가 재단에 기금만 후원하는 경우와 직원들 스스로 봉사에 참여하는 경우를 비교해보면, 사내 ‘나눔 문화’의 깊이와 지속성이 차이가 난다”며 “이 때문에 지난해 재단 후원과 봉사단 구성을 동시에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팀을 이루고, 환아들의 소원 성취를 위해 기획부터 실행까지 모두 스스로 만들어가니 자원 봉사 참여도 더 적극적이다. 정승욱 법무팀장이 속한 위시팸 역시 윤주양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한 달 가까이 머리를 맞댔다. 그러면서 윤주양 가족 사정도 더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정 팀장은 “윤주양 중심으로 가정환경이 돌아가다 보니, 동생이 충분한 관심을 받기 어려워 항상 소외감을 느끼더라”고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기쁜 기부, 해피플’ 캠페인] ⑨ 2000명 후원자 만든 30년 나눔 球歷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초록우산어린이재단 ‘기쁜 기부, 해피플’ 캠페인 (9) 후원금 1억원, 봉사시간 2만시간… 헌혈 독려로 ‘흡혈귀’ 별칭 붙기도… “어려울수록 쪼개 베푸는 것이 나눔” “스리랑카에서 북한까지, 가난하고 어려운 아이들을 만나봤지만 우리나라 아이들이 가장 어두워요. 더 많은 어른이 나서야죠. 성인 다섯 중 한 명이 나눔을 실천하도록 하는 게 제 인생의 목표입니다.” 지난달 27일, ‘나눔왕’으로 꼽히는 송화태(56·사진) 한전 광주전남본부 순천전력처 급전부소 과장을 만난 곳은 광주의 한 영세아파트 놀이터였다. 정글짐 등 최신 놀이기구와 쿠션매트로 새 단장을 한 놀이터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감격이 서렸다. 녹슨 그네 하나뿐이던 낡은 놀이터를 주차장으로 개조하려는 어른들과 맞선 지 반 년. 그는 한전 직원들과 십시일반 모은 850여만원을 후원금으로 내놓았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하 어린이재단) 및 지역 교육 관계자들과 함께 놀이터를 지키는 데 힘을 모았다. 놀이터 완공식이 진행되는 이날도 근무시간을 주말로 바꿔가면서 순천에서 광주로 한걸음에 달려왔다. 혹시 아이들에게 부족한 것이 없을지 염려됐기 때문이다. “나눔이란 남는 돈, 남는 시간을 나누는 게 아니에요. 없는 것을 쪼개서 베푸는 것이지.” 영하(零下)의 날씨, 세 시간 넘게 아이들을 지켜보느라 꽁꽁 언 그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송씨의 나눔 구력(球歷)은 30년이 넘는다. 어린이재단에 기부한 후원금만 1억원, 봉사한 시간은 2만 시간을 훌쩍 넘는다. 속옷 살 돈까지 아끼고, 봉사를 하기 위해 야간 근무를 자처하며 이어온 헌신이다. ◇IMF 때 오히려 후원금 늘려… 매일 1004원씩 기부하는 ‘1004 캠페인’ 기획 송씨와 어린이재단과의 인연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난

서울·경주·부산까지… 어둡던 골목길에 가로등 불밝혔네요

한국수력원자력 사회 공헌 “가로등이 하나도 없었어요. 밤에는 아예 본관과 의과대학 사이를 오가지 않는 게 학생들 사이에 ‘불문율’이었죠.” (이정민·25· 동국대 영문학과3) 경북 경주시 석장동에 위치한 동국대 경주 캠퍼스는 본관 등 주요 건물들과 1㎞ 떨어진 의과대학 및 대학병원 부지 사이에 차도가 3개나 있다. 그중 본관 캠퍼스와 가장 가까운 ‘석장길’은 일방통행의 좁은 갓길이다. 신호등도, CCTV도 없어 대부분의 차들이 규정 속도를 위반한 채 빠르게 달린다. 하지만 본관 쪽에 원룸들이 몰려있어 많은 학생은 어쩔 수 없이 어둠 속에서도 길을 건너다녀야 했다. 이곳에 지난 16일 저녁 6시 반, 눈부시게 밝은 가로등이 하나씩 켜지기 시작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지역 사정을 듣고 태양광가로등 66개를 설치지원한 것이다. 임정은(21· 간호학과3년)씨는 “가로등이 생긴 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차도와 인도가 구별돼, 마치 새 길을 다니는 기분”이라며 “이젠 밤에도 걱정 없이 다닐 수 있게 됐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어두운 밤길을 개선하기 위한 한수원의 사회공헌이 확대되고 있다. 전력을 생산하는 업(業)의 특성을 살려 가로등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안전위험구역에 태양광가로등을 설치,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안심 가로등 사업’을 전국에 실시하고 있는 것. 지난해 시범적으로 서울 홍제동 개미마을에 3억원을 들여 가로등 37개를 설치해 시공 기술과 운영 방식을 터득했다. 올해부터 밀알복지재단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함께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 6월부터 이달까지 경북 영덕·전북·고창·경북·경주 등 4개 지역에 가로등 192개를 설치 완료했다. 전혜수 한수원 사회공헌팀장은 “우선 시급히 가로등 설치가 필요한 지역을 선정하기 위해 특히 고심했다”며 “전문가로

나눔 문화 확산시킨 ‘숨은 영웅’ 추천받습니다

2016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   영화인들이 뽑고 수여해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상으로 통하는 ‘아카데미상’. 비영리 영역에도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직접 선출·시상하는 상이 있다. 바로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APA·Asia Philanthropy Awards·위원장 김성수)’이다. 비영리 전문가 100명이 아시아의 ‘숨은 영웅’을 발굴하기 위해 직접 만든 상이다. 내년 4월 열리는 ‘2016 APA 시상식’을 앞두고, 이달 15일부터 후보자 공모 접수가 시작됐다. APA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과 정부의 재정 후원을 받지 않는다는 것. 대신 조직위원들과 심사위원들이 ‘십시일반’ 자발적으로 기금을 조성해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총 5단계의 심사 과정과 시상식 준비도 이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진다. 이 취지에 공감해 벌써 100여 명에 달하는 비영리 종사자가 지원 의사를 밝혔다. ‘올해의 NPO’ 심사위원장을 맡은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단체가 10~20년이 넘으면 ‘공무원 조직화’ 되기 쉽기 때문에, 풀뿌리 민주주의 역할을 하는 비영리단체 가운데 투명하면서, 혁신을 계속해 노력하는 단체들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수상 단체는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학생 재능기부 NPO인 ‘드림터치포올’이었다. ‘올해의 펀드레이저’ 심사위원장인 비케이안 한국기부문화연구소 소장은 “아시아는 기부가 늘고 있지만 모금가들의 일하는 환경은 열악하다”며 “모금가들을 격려하고 롤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모금가의 역할을 단순한 생계형이 아니라, 소명의식을 가지고 하는지를 특히 주의 깊게 심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올해의 여성 필란트로피스트’ 심사위원장인 박기남 한국여성재단 사무총장은 “이 상을 통해 비영리 분야에서 여성의 역할을 가정과 지역 사회에 대한 봉사로 한정 짓던 고정관념을 깨고, 세계 시민으로 사명과 책임을

[Cover Story] 샘킴, 나의 요리 나의 나눔

요리와 음악 통해 즐거운 기부 이끌다…‘소울푸드 콘서트’로 환아 돕는 셰프 샘킴 “요리로 도울 수 있는 일 뭐든 하고 싶어”… 특정 단체 홍보대사 안 맡는 이유 “즐기면서 좋은 일 하실 준비 되셨죠?” 평소 방송에선 말이 없던 샘킴(38) 셰프가 앞치마를 벗고, ‘소울푸드(Soul Food) 콘서트’의 MC로 무대에 나섰다. 150명의 관객이 내지르는 환호성이 터질 듯했다. 지난 13일 저녁,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보나세라’. 드라마 ‘파스타’의 촬영지이자 샘킴 셰프가 총주방장인 식당이다. 한 달 전 식사 예약을 해야 하는 이 ‘핫(hot)’한 식당은 이날 모든 영업을 접었다. 대신 요리와 음악, 기부를 공유하는 ‘나눔의 장(場)’으로 변신했다. ‘소울푸드 콘서트’는 초대 손님이 추억의 음식(일명 소울푸드)을 재현하면, 이를 샘킴 셰프와 보나세라 요리사들이 따라 하면서 수백 인분의 요리를 완성해 관객들과 나눠 가지고, 초대 가수들의 공연도 감상할 수 있는 콘서트다. 관객은 그에 상응하는 기부로 답한다. 입장료(6만5000원) 이외에 음식·음료 값을 레스토랑 곳곳에 둔 모금함에 원하는 만큼 지불하는 것.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난해 9월, 첫 공연엔 120장의 표가 이틀 만에 매진됐고 올해엔 정원을 30명 늘렸는데도 하루 만에 신청이 마감됐다. 행사 당일에는 장대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 식당 앞엔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우산을 쓴 채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들이 긴 행렬을 이뤘다. 이날 150명의 관객에게 다섯 가지 메뉴를 선보이느라, 주방에선 쉴 새 없이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칼질 소리가 그칠 줄 몰랐다. “2분 남았다”는 신호에, 주방 요리사들은 모두

비닐하우스 지붕 빗물로 年160만t 물 아낄수 있어요

K-water 대국민 사회공헌 공모전 일상 속 물 절약… 분교 40t 물후원도 “우리가 모은 빗물이 스프링클러를 통해 사방으로 뿌려지는 순간, ‘우리 아이디어가 진짜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전율을 느꼈죠. 적정 기술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꿈에 확신이 생겼습니다.”(안희석·26·한국항공대 소프트웨어학과3) 지난달 29일, 한국수자원공사 수도권지역본부에서 열린 ‘K-water 대국민 사회공헌 공모전’ 시상식 현장. 올해 처음 개최된 이번 행사는 물에 관한 사회 문제에 새로운 대안을 찾고자 마련됐다. 137건의 응모작 중 최우수상을 받은 ‘는개’ 팀의 안희석씨가 수상 소감을 발표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공동 최우수상에 오른 소셜벤처 ‘워터팜’의 배선혜(25)씨는 볼리비아 식수 지원을 위해 현지에 간 팀원들이 어렵게 보내온 메시지를 전했다. “저희는 지금 볼리비아 포코포코 마을에 와 있습니다. 저희 프로젝트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국내외로 확산되도록 할 것입니다.” 대체 무엇이 젊은이들을 이토록 ‘물’에 빠지게 했을까. 참가자들은 “머릿속에 갇혀 있던 아이디어를 세상에 끄집어내 실현시킨 경험이 가장 특별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공모전은 공익적인 가치가 높은 아이디어를 1차 선발, 실행을 지원해 성과를 평가했다. 대학생 IT 소셜벤처 창업 동아리에서 만나 ‘는개’팀을 결성한 4명의 대학생은 비닐하우스에 IT 기술을 접목했다. 국내 수자원의 50%가 농가에서 쓰이는 만큼, 농촌의 안정적인 물 공급이 절실하다는 생각에서다. 이들은 비닐하우스 지붕 양쪽에 빗물받이 처마를 붙여 빗물이 지붕에서 흘러내리면 처마를 따라 물탱크에 저장되게 했다. 물탱크가 비닐하우스에 설치된 ICT 전용 미니 컴퓨터(시가 30만원)와 연결돼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 앱으로 습도를 유지하고 농작물을 관리할 수도 있다. “8월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