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집안 곳곳, 따뜻한 손길로 칠한 희망

희망브리지 ‘집수리 로드’ 수해 피해 및 독거 노인가구 65명 자원봉사자가 수리 곰팡이 핀 벽 도배하고 장수사진 찍어드려 “열흘 넘게 집 못 들어가고 컨테이너에서 자도 좋아… 달라진 어르신 집 보면 도움됐다는 생각에 뿌듯” 평균 낮 기온이 35도인 지난달 29일 찾은 경북 울진군 원남면사무소 앞마당에는 7.5t짜리 대형 트럭이 ‘윙~위이잉’ 소리를 내고 있었다. 세탁봉사를 맡은 서주은(20)씨가 트럭 안으로 안내했다. 18㎏ 대형 세탁기 3대와 23㎏ 건조기 3대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김삼렬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 구호사업팀 과장은 “태풍이나 폭우가 휩쓸고 간 수해 현장이면 세탁차와 봉사자가 출동해 이불 빨래 봉사를 한다”고 말했다. 희망브리지 ‘집수리로드’에 참여한 65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지난달 19일부터 전북 부안, 전남 강진, 경남 사천을 돌며 수해 피해 가정 및 독거 노인이 거주하는 80여가구의 집 구석구석을 고쳤다. ◇베테랑 봉사자들과 함께한 도배봉사 컨테이너 숙소에서 새벽 6시에 기상, 1시간 30분을 달려 강릉으로 향했다. 기자가 합류한 집수리팀은 8개조 중에서 1조. 파란색 슬레이트 지붕의 전형적인 시골집이다. 안방 문을 열자 퀴퀴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천장과 벽면 구석구석에 시커먼 곰팡이가 방사형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1조 조장인 김용성(24)씨가 방문을 하나하나 열고 꼼꼼하게 살펴본다. “자, 기자님은 방습지를 발라보시지요.” 용성씨가 능숙하게 ‘할 일’을 정해줬다. 방습지(防濕紙)는 습기가 스며들지 못하게 만든 종이다. “방습지는 곰팡이가 많이 핀 곳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도배를 하기 전에 발라줘야 합니다. 단, 찢어지면 안 됩니다.” 긴장감에 어깨가 무거워졌다. 팩으로 된 본드를 방습지 위에 짜고,

컨설팅은 방향제시 해결사가 아닙니다

업그레이드 필요한 사회적기업 컨설팅 사회적기업의 辯 사업설명만 1시간… 컨설턴트도 자주 바뀌어 대기업 방식 제시해 우리완 맞지 않더라고요 컨설턴트의 辯 경영관련 지식이 없어 컨설팅 진행이 안 됐어요 브로셔 제작·홈페이지 구성만 물어와 당황했죠 #1. 2009년, 교육관련 사회적기업 ‘공신’은 한 프로보노(Probono·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식이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 단체로부터 온라인서비스 관련 컨설팅을 받았다. 1~2주에 한 번씩, 몇 개월 동안 주말에 시간을 내어 프로보노 단체를 찾아갔지만 진전은 없었다. 강성태 대표는 “전문가를 만나 실질적인 도움을 얻으려고 했지만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매번 1시간씩 설명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며 “담당 컨설턴트도 종종 바뀌는 등 아쉬움이 많았다”고 했다. 환경분야 예비사회적기업의 H대표는 “컨설턴트 중 상당수가 한 번 정도 현장에 방문해 30분 상담을 진행한 후 보고서 하나만 제출하면 컨설팅이 끝”이라며 “제시하는 전략도 인력·자본이 적은 사회적기업엔 적용하기 힘들거나 방향성이 맞지 않은 대기업 방식이라 실효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2. 국내의 한 대기업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사회적기업을 대상으로 재무·세무·회계 등의 전문컨설팅을 진행했다. 2주 동안 지방을 돌아다니며 경영컨설팅을 진행했던 K담당자는 “폐지를 주워 내다 파는 사업을 하는 한 노부부가 있었는데 차변, 대변 등 재무제표 보는 방법도 모르는 등 경영관련 지식이 전무해 전문컨설팅을 전혀 진행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 컨설팅지원사업에 참여 중인 L컨설턴트는 “브로셔를 만들어 달라, 홈페이지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등 컨설팅업체가 모든 걸 다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인 줄 안다”면서 “컨설팅은 방향이나 전략을 도출하는 것이 주된

비영리단체, 돈 없이도 광고를?

숨어있는 홍보대사를 찾아라 지난 5월 초, 해비타트 홍보팀 신예은 과장은 SBS 주말드라마 ‘출생의 비밀’ 3회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드라마 여주인공인 성유리씨의 대사를 통해 해비타트의 활동이 브라운관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정황을 알아보니 올해 초, 제작사 측에서 집짓기 봉사활동 장소를 촬영현장으로 쓰고 싶다는 문의가 왔었던 것. 신 과장은 “드라마 제작 일정과 봉사 시즌(6~11월)이 맞지 않아 기관 차원에서는 도움을 준 바가 없다”면서 “해비타트 로고가 새겨진 안전모, 봉사요원들의 조끼 등 세밀하게 묘사된 소품들과 활동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서술한 대사에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평균 시청률 22%를 기록하며 인기리에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 마지막회에도 굿네이버스의 해외아동 결연사업이 간접적으로 소개됐다. 결연한 아동의 신상정보가 적힌 카드, 감사편지 등도 촬영소품으로 사용됐다. 굿네이버스 미디어팀 황성주 팀장은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모금방송 작가분의 소개로 요청을 받아 도움을 줬는데, 방송 다음 날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다른 주에 비해 월등히 높아지는 등 대중적인 인지도 제고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홍보 담당자들은 “영리기업의 간접광고(Product Placement·이하 PPL) 전쟁과 다르게 비영리단체의 PPL은 대부분 작가나 제작진, 홍보대사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모금액이 느는 효과도 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교육문화국 이현우 국장은 “홍보대사인 이보영씨가 본인이 직접 구매한 곰 인형 유니세프 열쇠고리를 소품으로 활용해 MBC 드라마 ‘애정만만세’에서 한 장면을 촬영한 적이 있다”면서 “방송 노출 후 열쇠고리 판매량이 30%가량 늘었다”고 했다. 배우 김석훈씨도 2011년, MBC 드라마 ‘반짝반짝빛나는’ 촬영을 할

브라우니·뽀로로·곤… 인기 많은 너희들, 선행도 부탁해

캐릭터 홍보대사 아이들 위한 캐릭터로 친근하게 부담 없이 접근 어린이 대상으로 하는 나눔교육 등에서 활약 캐릭터 로열티 안 받고 파트너십 유지하며 활동 “자~ 여러분. 뽀로로가 동전을 들고 있는 모습 보이죠? 옆에 있는 주황색 우물처럼 생긴 저금통 안에 동전을 넣으면 물이 필요한 아프리카 친구들에게 우물을 만들어 줄 수 있답니다.” 기아대책 모금개발팀 이영민 간사의 말에, 아이들이 하나, 둘 고사리 같은 손을 내밀어 동전을 넣는다. 이 간사는 “아이들이 뽀로로 기아(飢餓)지도에 도와주고 싶은 나라와 식량·학교·의료 등 구호분야를 선택해 스티커를 붙이면 긴급구호활동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이집·유치원을 다니면서 뽀로로 영상을 통해 위생교육, 편식예방교육 등 ‘건강나눔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1년 동안 300곳을 넘게 다닐 정도로 호응이 높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캐릭터·라이선싱 페어 2013(이하 캐릭터 페어)’ 행사에는 150여개의 캐릭터·엔터테인먼트·게임 업체 등이 참여했다. 5일간의 행사기간 동안 어린이들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뽀로로’, KBS 개그콘서트의 유명인사 ‘브라우니’, 대원미디어의 대표 캐릭터 ‘곤(Gon)’ 등 인기 캐릭터들이 총출동했다. 특히 올해는 뽀로로 소속사인 아이코닉스와 대원미디어가 행사장 부스의 한 공간을 기아대책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에 제공했다. 그 이유는 바로 뽀로로와 곤이 이 두 단체의 홍보대사이기 때문. 비영리단체(NGO) 중에는 이처럼 인기 캐릭터를 홍보대사로 임명하는 경우도 많다. 뽀로로는 기아대책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하 어린이재단), 브라우니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모금회), 곤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의 홍보대사다. 비영리단체들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나눔교육을 진행할 때 특히 캐릭터 홍보대사들이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입을 모았다.

1살 기부 여든까지… 벌써 1000번째 아이가 참여했어요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생애첫기부’ 캠페인 벌인 지 5년째 돌잔치 대신 기부하니 총 6억1500만원 모여 기부자의 재능기부로 기념사진 찍어줬더니 SNS로 퍼져 참여 늘고 자연스레 나눔 계속해 지난 13일, 서울시 명동 가톨릭회관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열렸다. 아이의 돌·생일잔치 대신 기부를 선택하는 ‘생애첫기부’ 캠페인에 참여한 1000번째 가족 탄생을 축하하는 기념식이었다. 임지환(36)·민지혜(36) 부부가 첫째 딸 서연(4)의 생일을 맞이해 백혈병·희귀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또래 아이들에게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한 것. 부부는 지난해 12월, 순산한 둘째 아들 진욱군의 이름으로도 ‘생애첫기부’를 결정했다. 민지혜씨는 “임신한 후 계속된 출혈, 유산될지도 모른다는 통보 등 힘든 과정을 거쳤다”면서 “난치병을 앓고 있는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이 공감되어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생애첫기부’ 운동을 벌인 지 5년째. 지금까지 1000가족이 참여하면서 기부금이 총 6억1500만원 모였다. 한 부인이 아이의 돌반지 7개를 내밀며 좋은 곳에 써달라고 요청한 게 계기였다. 2008년 14가족이 2040만원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엔 33가족(3138만원), 2010년엔 55가족(4388만원), 지난해에는 400가족이 2억1971만원을 기탁하는 등 매년 약 2배가량 성장세를 보였다. 캠페인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캠페인에 참여하는 부부들의 니즈(needs)를 잘 살핀 것이다. 먼저, 돌잔치 대신 기부를 하다 보니 정작 아이들은 변변한 돌사진조차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무실 한편 공간에 사방으로 스크린을 4개 설치해 사진 촬영 시, 간편하게 스튜디오로 변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모금팀 정문선 간사는 “처음엔 기록 차원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최대한 멋지게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생애첫기부’ 기념사진이 부모들의

[더나은미래·위즈돔 공동 캠페인] ③ 최재호 현대자동차그룹 사회문화팀 차장

“2017년까지 청년창업 500개, 일자리 2500개 만들 것” 사회공헌의 주요 방향은 파트너십과 지속성 청년사회적기업가 위한 H-온드림 오디션으로 사업 자금도 지원해 글로벌 리더 양성 위해 17개국에 5000명 청년 봉사단 해외파견 “많은 기업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진행하잖아요. 혜택을 못 받는 틈새시장이 없을까 고민하다 68만명의 군인이 생각났습니다. 강연기획 전문 (예비) 사회적기업인 마이크임팩트와 함께 ‘군인의 품격’이라는 토크콘서트를 기획했습니다. 혜민 스님, 김난도 교수 등을 모셨고 행사 9번을 성공적으로 치렀습니다. 처음엔 사회적기업과 함께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았는데, 이젠 회사 내부적으로 마이크임팩트의 역량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사회문화팀 최재호 차장은 “청년 사회적기업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회공헌 사업을 맡고 있는데, 이들이 사업 파트너로서 성장하는 걸 볼 때 개인적으로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3일 저녁, 서울 성수동의 카페 그랜드마고에서 열린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의 세 번째 행사 현장. 이날에는 대학생, 비영리단체·소셜벤처 종사자 등 청년 30명이 공간을 가득 메우면서 열기를 더했다. 조주형(21·건국대 경영학과)씨는 “첫 번째 참여한 행사에서는 일병이었지만 이번엔 상병으로 진급하면서 휴가를 받아 또 참석하게 되었다”며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현대차그룹에서 사회공헌을 진행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두 가지는 ‘탄탄한 파트너십’과 ‘지속적인 사업’이다. 최재호 차장은 현대차그룹이 풀고자 하는 향후 5년의 과제를 창업·일자리 지원, 청년 리더 양성, 양극화 해소라고 꼽았다. 현대차그룹은 “2017년까지 창업을 500개 지원하고, 일자리를 2500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주로 청년 사회적기업가 양성을 통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현대차그룹은 ‘H-온드림 오디션’을

5000억 매출 명품 브랜드, 사회책임의 품격은?

명품 브랜드들의 ‘알뜰한’ 기부 사회공헌 양극화 현상 루이비통, 내역 공개 거부 구찌는 기부 4배 늘려 오메가·페라가모 불가리·펜디 등 4곳 작년 기부금 0원 국내에선 공헌 안 하면서 해외에선 우수 CSR로 인정받는 브랜드도 있어 ‘명품의 두 얼굴. 한국인은 봉인가 VIP인가(2012년 8월)”외국계기업 나눔엔 짠 손…(2012년 11월)’ 지난해 해외 명품 브랜드 업체의 기부실태를 고발하는 기사는 연일 화제였다. 1년이 지난 지금, 과연 명품 브랜드 업체의 사회적 책임은 얼마나 향상됐을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기부금 내역 및 명품 브랜드 업체의 사회공헌 활동 실태를 알아봤다. 취재 결과, 명품 브랜드 업체의 사회공헌 활동에는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었다. ◇사회책임 회피하는 루이비통 VS. 장기적인 국내 사회공헌 벌이는 구찌 작년 11월 13일, 루이비통코리아는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조직을 변경했다. 유한회사는 공개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하지 않기에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시의무’가 없다. 재무제표를 공개할 필요도 없고, 회계 감사 또한 의무사항이 아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루이비통코리아의 연매출과 수익, 주요 주주의 배당금, 기부금 내역 등은 아예 확인이 불가능하다. 루이비통코리아는 2011년 기준 4974억원 매출과 575억원의 영업이익, 44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기부금은 2억1100만원이었다. 그해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루이비통코리아는 프랑스 본사인 루이비통-모에 헤네시(LVMH) 그룹에 당기순이익의 약 89%인 400억원을 중간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루이비통코리아 관계자는 유한회사로 전환하게 된 이유에 대해 “글로벌 본사에서 지침이 내려왔다”고 답했다. 작년 기부금 내역 공개 및 국내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한편 구찌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2825억으로 전년도에 비해 약 130억원 줄었음에도

성년후견제 실시 반갑지만 가정형편 어려우면 ‘그림의 떡’

7월 1일부터 우리나라도 성년후견제 실시 지적장애 3급인 홍수희(가명·23)씨는 2년 전, 이웃집 아저씨로부터 “휴대폰 명의만 빌려주면 요금은 알아서 내겠다”는 부탁을 받았다. 하지만 몇 달 동안 연체된 요금이 160만원에 달했다. 강진숙 성민복지관 사회복지사는 “기초생활수급비를 휴대폰 요금 갚는 데 다 쓰고도 모자라 신용불량자가 됐다”고 말했다. 통신사에 문의해도 “성인이 본인 명의로 계약한 것이기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아직 85만원의 빚이 남았다. 부모 없이 친척 할아버지(85)와 사는 홍씨는 성민성년후견지원센터에서 후견인양성교육을 수료한 자원봉사자를 ‘특정 후견인’으로 신청했다. 후견인은 진료 관련 사무, 계약 관련 사항, 통장 개설 및 관리(처분권한 없음) 등을 2년 동안 맡게 된다. 후견인 선임 비용(청구 절차 50만원, 활동비 월 10만원 정도)은 홍씨가 출석하고 있는 순복음노원교회에서 후원하기로 했다. “성년후견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홍씨는 “저처럼 엄마·아빠가 없는 친구들을 도와주는 또 다른 ‘착한 사람’이 생기는 것”이라고 답했다. 7월 1일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성년후견제가 실시됐다. 종래의 금치산·한정치산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도입한 성년후견제란 장애나 질병, 노령 등으로 인해 정신적 제약을 가진 사람들이 후견인을 둠으로써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를 지원받도록 한 제도다. 발달장애인(13만8000명), 정신장애인(9만4000명), 치매노인(57만6000명) 등 총 80만8000명이 주된 이용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존의 금치산·한정치산제도는 본인의 의사나 잔존능력(잠재력)을 배제한 반면, 성년후견제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리를 인정한 제도”라고 밝혔다.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은 이를 대폭 반기고 있다. 지적장애인 3급 아들을 둔 이승세(51)씨는 “사고를 당하거나 세상을 떠난 후, 아들이 혼자 제대로 살 수 있을까가 최대 고민인데, 성년후견제 실시가

‘착한 은행’ 트리오도스 성장 비결은

공익·수익 잡은 해외 임팩트 투자 “인간과 환경, 경제의 균형을 목표로 하는 은행업종이 10년 내 세계 인류의 6분의 1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윤리적 목적을 추구하는 은행 국제연합(Global Alliance for Banking on Values·이하 GABV)’의 공동 설립자인 페테르 블롬 트리오도스(Triodos) 은행장의 말이다. GABV에 소속되어 있는 24곳의 금융기관은 이윤 증대 외에 투자할 대상의 윤리와 공익을 따진다. 실물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하며, 지역사회 기반 기업에 대한 금융이나 마이크로파이낸스 등 사회적 금융(Social Finance)을 제공한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네덜란드 트리오도스, 독일 GLS은행을 비롯한 GABV 소속 은행들은 당기순이익이 772만달러( 약 89억원)에서 1663만달러(약 190억원)로 2배가량 늘었다. 지속 가능성에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트리오도스은행(Triodos Bank)은 세계금융 위기가 터진 다음 해인 2009년 영국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와 국제금융공사(IFC·International Finance Corporation)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지속 가능한 은행’으로 선정됐다. 자산이 겨우 43억유로(약 6조3214억원) 수준인 트리오도스은행의 지난 10년간의 성과는 놀랍다. 2010년 순이익(178억원)은 전년 대비 20% 늘었고, 대표 상품인 지속 가능자산 펀드의 연간 수익률은 12%에 이른다. 이 조그만 은행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트리오도스은행 수익의 약 80%는 예금 상품 및 사업 자금 대출에서 나온다. 중요한 것은 융자 심의를 할 때 사업을 통해 창출되는 사회적 부가가치를 먼저 본다는 점이다. 일명 ‘임팩트 투자(impact in vestment)’다. 융자 대상 산업 중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것이 신재생에너지, 유기농 사업 등 환경을 이롭게 하는 사업이다. 전체 융자액의 30% 정도는 사회적기업이나 비영리단체의 몫이다. 최근 트리오도스은행은 네덜란드

“1년에 한 번뿐인 생일, 기부로 영웅 한번 되보실래요?”

생일모금하는 소셜벤처 ‘비카인드’ 유명인사·시민들과 함께 지킬 수 있는 약속 만드는 ‘착한 약속’ 캠페인 벌여 “살 빼면 100만원 기부등 재밌게 자선에 참여하는 모금 트렌드 만들래요” “1년에 한 번뿐인 생일,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돕는다면 당신도 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중순부터, 김동준(27)·최준우(27)씨는 수퍼맨과 배트맨 옷을 입고 거리로 나섰다. 두 청년은 술집 아르바이트생도, 이벤트업체 직원도 아니다. 사람들에게 ‘생일모금’을 알리기 위해서다. 지난달 14일 홍대입구 근처에도, 두 청년은 어김없이 나타났다. 강남역, 명동 등지로 거리캠페인을 나선 게 벌써 스무 번째다. “6월이 생일인 사람!” 수퍼맨 분장을 한 최준우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여고생 5명이 까르르 웃으며 한 친구를 떠민다. “야, 너 생일이잖아!” 배트맨 옷을 입은 김동준씨가 말을 건넸다. “이름이 뭐야?” “다희요.”. 수퍼맨과 배트맨은 케이스에서 이벤트용 안경을 꺼내, 주인공의 얼굴에 씌웠다. “하나, 둘, 셋! 생일 축하합니다.” 갑작스러운 생일 축하 노래가 홍대 거리에 울려 퍼지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이번 생일에는 친구들에게 선물 대신 기부를 부탁하는 것은 어떨까요?” 이들이 한국의 자선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김동준씨는 나무 심기 게임을 통해 기부를 실천하는 애플리케이션 ‘트리플래닛’의 설립 초기 멤버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그는 창업을 위해 휴학을 결정하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후 ‘트리플래닛’이 소셜벤처로 유명세를 타자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이슈까지 해결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며 두 번째 창업을 결심한 것. 김씨는 “미국은 걸스카우트가 쿠키를 팔아 기금을 마련하는 등 일상의 펀드레이징이 활발한 편이지만 한국에서는

[Cover Story] 해외선 각광받는 ‘임팩트 투자’<사회적 가치 고려하는 금융거래방식> 한국에선 투자처 찾기 어렵다

[Cover Story] 임팩트 투자에 희비 엇갈리는 사회적기업 생태계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회·환경가치 고려하는 금융거래 방식이지만 실제 투자받는 기업 적어 벤처, 임팩트 투자자들 “복지 위주의 사회적기업 투자하기 어렵다” 토로 사회적기업도 명분 외에 신재생에너지·태양광 등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비즈니스 기회 잡아야 임팩트 투자 받을 수 있어 집을 공유해 같이 쓰는 ‘셰어하우스(Sharehouse)’ 사업을 벌이는 소셜벤처 ‘프로젝트옥’은 최근 스페인과 일본 등 해외로부터 투자문의를 받았다. ‘프로젝트옥’은 방치된 공간이나 공공기관의 유휴공간 등을 빌려 리모델링한 후, 제삼자에게 재임대해주는 사업을 벌인다. 보증금 없이 3~4명이 평균 30~35만원의 월세만으로 살 수 있어 ‘반값 주거비’를 실현할 수 있다. 1호점의 경쟁률이 15대 1이 넘는 등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4개월 만에 7호점 오픈을 준비 중이다. ‘프로젝트옥’은 사업자금을 임팩트 투자 및 컨설팅 업체인 미스크(MYSC)로부터 투자받기도 했다.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사회·환경적 가치를 따져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는 최근 몇 년 사이 해외에서 화제의 중심에 있다. 지난달 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G8 사회적 임팩트 투자 콘퍼런스’에 참석한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영국 총리는 “빈곤·에너지문제·금융양극화 등 세계가 당면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팩트 투자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올해 초 JP모건이 전 세계의 99개 임팩트 투자자 그룹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임팩트 투자 시장 규모는 90억달러(약 9조5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임팩트 투자기금은 늘어나는데, 마땅히 투자할 사회적기업은 없어 하지만 임팩트 투자 기금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에 비해, 현실은 아직

“본드에 중독돼 방황하던 아이들 이젠 무대 오르는 게 더 좋다네요”

음악으로 위기 청소년 보듬은 명성진 목사 위기 청소년 공동체 ‘세상을품은아이들’ 6년 전, 부천 예수마을교회 명성진(44) 목사는 거리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다. 트럭 밑에서 두 아이가 잠을 자고 있었다. “차 떠나면 어떡할 거야?”, “죽을 거야?” 한 명을 설득해 교회로 데리고 왔다. 밥을 먹이고, 몸을 씻기고, 옷을 입혔다. 며칠이 지난 후 아이와 함께 학교에 갔다. “아버지세요? 오면 뭐해. 또 나갈 건데.” 체육 교사의 말에 명 목사는 화가 났고, 실망했다. “괜찮아. 너희 그릇이 특별해서 학교가 담질 못하는 거야.” 그렇게 진무(18·가명)는 예배당 한편에서 보금자리를 찾았다. “또 가출하더라도 잠은 여기서 자.” 위기 청소년 공동체인 ‘세상을품은아이들’의 시작이었다. “애들이 진무를 독립군이라고 불러요. 워낙 가출을 자주 해서 생긴 별명이에요. 진무 친구들이 줄줄이 들어왔습니다. 하도 지갑을 털어가서 장발장이란 별명을 가진 애도 오고…. 부천 지역의 잘나가는 ‘양아치’ 30여명이 다 모였습니다.” 처음엔 고민이었다. 지난 2005년, 명 목사가 만든 ‘세상을품은아이들’ 공동체는 위기 청소년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모범생 청소년들이 대상이었다. ‘여행을 통해 세상을 품은 미래 지도자들을 길러내겠다’는 생각에 몽골·캄보디아 등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주된 활동이었다. 진무를 비롯한 비행 청소년들이 한둘씩 공동체로 몰려들자 기존 청소년들의 발걸음은 뚝 끊겼다. 전혀 의도치 않은 변화였다. 밥 먹듯 가출 일삼고 본드 흡입하던 청소년들 명 목사가 음악 가르쳐주자 달라지기 시작해 2008년 가을부터 ‘세상을품은아이들’은 위기 청소년들의 보금자리로 완전히 전환됐다. 교회의 소예배실을 주거공간으로 개조했다. 처음엔 교인을 비롯한 자원봉사자 10여명이 공부·음악·미술·스포츠 각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