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청년들에 한국의 청년 정책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청년재단이 5일 서울시글로벌센터에서 개최한 ‘제2회 한일청년교류회’다. 행사에서는 공병훈 고용노동부 청년보좌역과 박함윗 국토교통부 청년보좌역, 김윤희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이하 서울청정넷) 위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날 일본 류코쿠대 정책학부 학생 13명과 청년재단에서 ‘청년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청년 15명이 참여했다.
‘청년보좌역’이란 윤석열 정부가 지난 2022년 9월에 도입한 제도다. 기획재정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 9개 부처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24개 부처로 확대됐다. 정부의 주요 정책 수립·시행 시 청년세대의 요구를 기관장에게 직접 전달하고, 2030자문단을 운영하는 것 등이 주요 업무다.
서울청정넷은 지난 2013년부터 운영 중인 청년참여기구다. 서울시의 문제를 청년의 시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책발굴 및 제안, 캠페인, 공론장 개최 등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에서 거주 및 활동하는 만 19~39세 청년 500명이 모여있다.
―자기소개 및 부처에서의 역할 소개해달라.
공병훈=올해 2월부터 고용노동부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장관 및 실·국장 주재 주요 간부 회의에 참석해 정책 현안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을 전달하고 있다. 또한 2030자문단장으로서 4개 분과위원회(고용, 노동, 산업안전, 조직문화)를 구성하고 분과별 신규 정책 과제를 소관부서와 협의해 추진하고 있다.
박함윗=국토교통부에서 지난해 11월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부처 내에서 청년 소통 창구 역할, 청년 관련 프로젝트 기획 및 참여, 정책 검토 및 개선 제안을 하고 있다. 특히 2030자문단장으로서 각 청년 관련 일정에 참석해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김윤희=2022년부터 서울청정넷에서 근무하고 있다. 서울청정넷 역할 중 3인 이상의 청년이 모여 하나의 정책을 제안하는 ‘제안팀’에서 일하고 있다. 각 정책마다 제안서를 작성하고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 주무관들과 만나 제안서를 제출하는 일을 하고 있다.
―각각 청년보좌역과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위원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공병훈=4년 간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면서 정부가 수립한 정책들이 사회 여러 분야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크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느꼈다. 이후 국제정책대학원에 다니면서 정책 수립 과정에 직접 참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중소기업부터 대기업, 공무원 등을 거쳐 다양한 노동환경을 경험했다는 점이 고용노동부와 적합하다고 생각해 지원했다.
박함윗 = 청년들이 실제로 느끼는 어려움을 정책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으로 청년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청년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결혼, 주거, 출산 문제에서 국토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중앙부처에서 공무원 신분으로 부처에 잘 융화되면서도, 청년의 입장에서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을 찾아서 일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김윤희=행정학과를 재학하며 ‘정책’에 재미를 느꼈다. 서울청정넷에서 직접 정책을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흥미로운 마음으로 지원했다. 실제로 정책을 제안하다 보니 좋은 정책이라는 것은 정책 대상자에게 직접 관심을 갖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나온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여러 명이 함께 정책을 제안하는 것에 가치를 느끼고 있다.
―정책 참여 과정에서 실질적인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공병훈=지난해에 지역 니트(NEET·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무직자) 청년을 위한 간담회와 청년을 대상으로 한 집단 면접(FGI)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구직단념에 접어든 청년들 대다수가 ‘첫 직장에서 상처받고 퇴사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고용노동부에 ‘잠재 니트 청년 사전 발굴’과 ‘중소기업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청년 문화 사전 교육’, 또 ‘온보딩 프로그램(신입 직원의 회사 적응을 돕는 교육)’을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올해부터 고용노동부와 전국 44개의 자치단체가 함께 ‘청년카페’라는 공간을 조성해 ‘청년성장프로젝트’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박함윗=공공임대주택 면적제한에 관련한 실무간담회를 개최했었다. 이때 2030자문단과 함께 면적제한은 1인 가구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아직 공식 발표가 나오진 않았지만, 추후엔 평수 자체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HUG와 LH에서 운영하는 안심전세앱과 마이홈 앱 기능에 대한 자문활동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안심전세앱은 자문을 바탕으로 ‘등기 결제 전 해당 주소지 확인 팝업 기능’, ‘용어 사전 검색창 추가’ 등의 기능이 추가 됐다. 세부적으로는 ‘어려운 용어에 밑줄 그어 설명 보강’, ‘영상 속 어려운 용어 자막 설명 추가’ 등이 보완됐다.
김윤희=올해 정책 제안팀에 속해 있는데, 구성원들이 대부분 부모와 조부모 등을 돌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가족돌봄청년에 관심이 많다. 이에 ‘가족돌봄청년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두고 고민하다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올해 7월에 기존 서울시 청년 인턴 제도에 가족돌봄청년을 위한 모집 유형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해당 정책안은 채택이 되어 오는 10월 말, 서울시의회 의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정책을 제안했었는데, 당시에는 ‘가족돌봄청년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에 서울시에서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를 실시했고, 전담 기구도 생겼다. 이러한 과정에 함께하는 데 뿌듯함을 느낀다.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청년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공병훈=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편이라고 생각한다. 청년들은 유연한 노동 환경에서 일한 만큼 받는 것을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행 근로시간 제도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로 출근하고 퇴근하는 전통적인 공장형 노동 방식이다. 기업과 근로자가 자유롭게 합의하여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만큼 근무하는 노동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
박함윗=저출산 문제가 시급하다. 저출산 관련해서 늘 제시되는 대책으로는 주거 안정 등을 통한 경제적 부담 완화, 육아휴직 등으로 일과 삶의 균형 지원 등이 있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저출산 대책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왔기 때문에 이를 참고해 청년이 청원 활동 등에 참여하며 주도적으로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윤희=지역소멸 문제다. 지역소멸로 인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발생하고,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수도권으로 올라오며, 그러다 보면 지역 격차는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또한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면 집값 상승으로 인한 주거 문제도 발생한다. 이 모든 원인에 지역소멸에 있기 때문에 시급하다고 여겨진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oil_lin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