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뒤늦은 재생에너지 도입, 반도체 산업 위협한다

한국의 더딘 재생에너지 도입이 빠르게 성장하는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산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공급망에서 ESG가 점점 중요해지는 만큼 세계와의 재생에너지 격차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세계 평균, OECD, 아시아와 비교했을 때 크게 뒤떨어지는 편이다. /IEEFA 보고서 갈무리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 연구소(IEEFA)는 1일 보고서 ‘전 세계 재생에너지 전환에서 소외될 위험에 처한 한국 경제(South Korea’s Economy Risks Missing Out on Global Transition to Renewables)’을 발간했다.

보고서 저자인 김채원(Michelle Chaewon Kim) 연구위원은 “글로벌 반도체 구매자들은 공급망의 탄소 집약도에 대해 우려하며 탄소 발자국 줄이기에 적극적인 제조업체를 찾고 있다”며 “반도체가 한국 총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재생에너지 도입은 국가 경제 경쟁력을 보호하고 미래의 공급자와 고객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연합의 넷제로 산업법(NZIA)은 재생에너지 개발 투자의 동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의 지속가능성 기준, RE100과 같은 엄격한 배출 규제는 한국 기업과 경제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체 발전량의 9.6%에 불과하다. 반면 세계 평균은 30.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33.5%에 달한다.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030년까지 21.6%, 2038년까지는 32.9%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김채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수준은 다른 나라들보다 최소 15년 이상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줄지 않는 액화천연가스(LNG) 의존도 또한 문제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LNG 발전 비중을 2036까지 9.3%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11차 계획에서는 목표를 11.1%로 완화했다. 이에 보고서는 가스 발전을 단계적으로 중단해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핵심은 반도체다. 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7년부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시설의 전력을 SK E&S의 LNG 열병합 발전소에서 조달할 계획이지만 이는 위험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김채원 연구위원은 “화석 연료인 LNG로 운영되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SK하이닉스의 RE100 목표와 시장 경쟁력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를 두고 SK하이닉스는 “LNG 열병합 발전소에서 전력이 아닌 공장 가동에 필요한 스팀만 공급받을 계획이다”며 더나은미래에 입장을 밝혔다. 다른 기업이 LNG 발전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 있는데 함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로 묶였다는 것이다.

반도체 수출 기업에 RE100 달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2023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428개의 기업이 RE100에 가입했으며, 미국에서만 98개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보고서는 SK하이닉스의 RE100 달성률은 30%에 불과하며, 세계 평균인 50%에 뒤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를 충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세 배로 늘려야만 수요 증가를 충족하고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공약을 이행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세 배로 늘리면 11만 3434 GWh의 순 증가분을 달성할 수 있으며 이는 예상 전력 수요 증가치인 5만 3168GWh를 넘는다.

동시에 보고서는 한국이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 위해 제정한 여러 법률과 정책들이 서로 중복되며 통합적인 접근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국가와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합적으로 고려한 포괄적인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채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지정학적 영향력, 국가 안보, 산업 선도, 자금 조달 접근성, 그리고 국민의 복지를 보호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국가는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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