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7일(목)

[미래 TALK] 담당인력 배치, 실행방안 마련…공기업에 ‘인권 경영’ 바람 부나

최근 국내 공기업에 인권 경영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2011년 공기업 경영평가에 사회공헌 항목이 포함된 데 이어, 올해 하반기 ‘인권 경영’ 항목이 추가될 조짐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방아쇠를 당긴 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권고였습니다. 지난해 9월, 인권위는 30개 공기업 대표와 87개 준정부기관장에게 권고문을 보냈습니다. 기업마다 인권 경영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것, 지난해 인권위가 제작한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자가 점검을 해보라는 권고였습니다. 자가 진단을 통해 기업별로 개선 방안을 제출하라는 요청도 덧붙였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공공기관들도 인권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자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월 인권위가 인권 경영 설명회를 개최하자 권고를 받은 공공기관 117곳 중 82%가 참석했고, 그중 115개 공공기관이 조직 내에 인권 경영을 담당할 부서 및 담당자 배치를 완료한 상태입니다. 올해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된 한국거래소, 기타 공공기관으로 변경된 한국예탁결제원을 제외한 권고를 받은 모든 공공기관이 인권 경영 이행계획서를 제출했습니다. 인권위 인권정책과 관계자는 “인권위 권고를 받은 기업 100%가 실행 방안을 보내온 경우는 정말 드문 일”이라면서 “공공기관의 인권 경영에 대한 국내 최초의 점검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귀띔했습니다.

선진 기업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자발적으로 인권 경영 지침을 만들어 이행하고 있습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팀버랜드(Timberland)’는 1998년부터 비영리단체와 협력해 모든 아웃소싱 공장의 인권 경영을 모니터링하고, 비밀 유지를 위해 NGO 대표들이 직접 팀버랜드 노동자들을 인터뷰합니다. NGO 지역 대표들은 약 1만명의 노동자와 소통했고, 그 결과를 수집해 팀버랜드 본사에 보고합니다.

휴렛팩커드(이하 HP)는 기업, 노조, NGO, 상공회의소와 상호 협력해 4단계에 걸친 윤리경영 고충처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멕시코 노동 NGO가 노동자, 공장 경영진과 직접 소통해 조사와 협상을 진행합니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3단계로 NGO가 사안을 멕시코 전자산업상공회의소에 가져가 중재하고,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4단계로 HP가 해당 공장에 대한 아웃소싱 파트너십 중지를 고려합니다.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공공기관이 인권위에 제출한 인권 경영 체크리스트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인권 존중을 다하겠다는 취지의 정책 선언을 했다’는 항목에 63%(72곳)가 ‘아니요’라고 답했습니다.

UN 등 국제사회에서 주목하는 ‘책임 있는 공급망 관리(협력 회사의 인권 보호 의무 이행 요구)’ 항목에서도 58개 공공기관(50.8%)이 ‘의무 이행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답변했습니다. 다행히 이 공공기관들은 앞으로 ‘협력 회사와 계약 시 인권 보호 준수 서약서를 받겠다’ ‘직원 인권 보호를 위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는 보완 계획을 밝혀왔습니다. 공공기관 115곳이 인권 경영 담당자를 적극 배치한 만큼, 이들 기업이 인권 경영을 계속 추진하도록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 인권 경영을 포함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겨져온 인권 경영 방침에 변화가 올지 주목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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