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기후소송 청구인 기자회견
“정부는 기후대응을 하는 이미지만을 연출합니다. 실제 그 안에 평범한 사람의 삶, 일상이 유지되기 위해 고려해야할 부분들은 배제되어 있고, ‘어떻게 하면 산업계의 감축 부담을 줄일 수 있을까’ 논의만이 반복됩니다.”
한제아(12)양은 정부의 기후대응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한 양은 2년 전 ‘아기기후소송’ 청구인단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당사자다. 미래세대를 대표해 발언을 한 한 양은 한 손에 ‘메리골드’ 종이꽃을 쥐고 있었다. 메리골드의 꽃말은 ‘반드시 행복은 오고야 만다’다.
5월 21일 기후 헌법소원 마지막 공개변론을 앞두고 청소년기후소송·시민기후소송·아기기후소송·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참여자들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 및 대응이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어겼다’며 기후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2018년 대비 40% 감축’을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로 정했다. NDC란 파리기후변화 협정에서 참가국들이 스스로 세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다. 하지만 해당 계획으로는 국제 사회가 정한 목표(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1.5도 미만 상승)를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청구인들의 주장이다.
재판 대리인을 맡은 이치선 변호사는 정부가 지구온난화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파리협정의 원칙을 자의적으로 곡해한다”며 “정부는 파리협정 온도 목표에 상응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하고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희 변호사는 “공개 변론에서 청구인에게 최후 진술 기회를 준 것은 그만큼 헌법재판소가 기후 소송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는 것”이라며 “기후 위기 심각성에 비추어 가능한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아기기후소송 청구인 보호자이자 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참여자인 김덕정 씨는 양육자로서 멸종을 떠올리는 어린이와 불안을 안고 살지 않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김 씨는 “기후정책에 의견을 내고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누구라도 이 죄책감과 불안을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기후소송 지지자 윤다영(22)씨는 스스로를 기후위기 세대라고 소개했다. 윤 씨는 “아마 죽을 때까지 기후위기와 함께할 것”이라며 “이런 미래가 남아 있다면 그저 순응하고 싶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구인들은 한국의 기후위기 정책은 국제 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흐름에 적당히 편승하는 것이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는 지난 첫 공개변론을 통해 기후 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개인에게 모든 책임과 위험을 떠넘겨온 한국의 처참한 재난 대응 역량으로는 기후위기 시대를 버텨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결을 통해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자리에 모인 참가자들은 “이제는 위기가 아닌 판결의 시간”이라며 함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열린 헌법 소원 공개 변론은 지난 4월 23일 첫 공개 변론에 이은 두 번째 공개 변론이자 마지막 변론이다. 이는 아시아 최초의 기후 소송 공개 변론이기도 하다. 청구인들은 OECD 국가에 비해 ‘2018년 대비 40% 감축’이라는 목표치가 낮고, 2030년이라는 이행 시점도 늦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는 이는 충분한 목표이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공개변론이 마무리되면 이르면 오는 9월, 헌법재판소는 합의를 거쳐 결론을 낼 예정이다.
한편 이번 공개변론의 청구인은 225명에 달한다. 이번 소송은 ▲2020년 청소년기후행동의 ‘청소년 기후소송’ ▲2021년 ‘시민기후소송’ ▲2022년 영유아들이 참여한 ‘아기 기후소송’ ▲2023년 ‘탄소중립기본계획 소송’ 4건을 병합해 진행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