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LG 유플러스 다문화 가정 29가족의 베트남 방문

아내의 나라, 엄마의 문화를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로

한국-베트남 국제 결혼을 한 29가족이 탄 비행기가 인천을 출발한지 5시간 만에 하강을 시작하자 기내에는 설렘과 흥분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두 아들과 아내와 비행기 제일 뒷좌석에 앉은 김성철(40)씨는 “농사꾼이라 넉넉하지 못해 아내의 친정에 오기가 힘들다”며 “장인어른 돌아가시기 직전에 한 번 오고 못 왔는데 너무 설렌다”고 말했다.

올해 스물여섯인 팜티비퐁씨 역시 6세 아들을 데리고 고향에 가는 길이다. 19세에 베트남에서 남편을 만나 한국 땅으로 시집온 지 7년째. 그 시간 동안 그녀는 ‘최은서’라는 이름을 가진 한국인이 됐고, 6세 된 아들과 2세짜리 딸을 둔 엄마가 됐다.

호찌민에서 북동쪽으로 180㎞ 떨어진 동나이성이 고향인 은서씨의 집 부엌에는 한국산 밥통과 전자레인지가 있었다. 2남5녀 중 넷째인 그녀를 포함해 셋째 언니와 막내 여동생까지, 한국으로 시집 간 딸들이 보내온 물건이다. 그곳에서 은서씨의 큰언니는 요리를 하고, 아버지는 ‘사이공’ 맥주를 들고 나왔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 너무 좋아요”라고 말한 은서씨는 아버지께 맥주를 따라드리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베트남어 다섯 단어 할 줄 아는’ 6세 된 은서씨의 아들은 말은 잘 안 통했지만 외삼촌과 장난치며 집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방학 때마다 친정에 보내서 엄마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게 하고 싶어요.” 그녀는 행복하게 웃었다.

(위) LG유플러스의 한국₩베트남 국제결혼 가정의 베트남 친정집 방문 행사에 참가한 가족들이 붕따우 해변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 (아래)호찌민 벤탄시장에서 후안티탄란(사진 오 른쪽)씨가 시어머니(사진 가운데), 친정어머니와 베트남 전통모자를 고르고 있다.
(위) LG유플러스의 한국-베트남 국제결혼 가정의 베트남 친정집 방문 행사에 참가한 가족들이 붕따우 해변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 (아래)호찌민 벤탄시장에서 후안티탄란(사진 오 른쪽)씨가 시어머니(사진 가운데), 친정어머니와 베트남 전통모자를 고르고 있다.

법무부 외국인 정책본부에 따르면 2010년 국내 결혼이민자 수는 13만7000여명. 은서씨처럼 한국으로 귀화한 결혼이민자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기관이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고민하는 이유다.

여기에 한국의 대표적 통신 기업인 LG유플러스(LG U+)가 힘을 보탰다. LG유플러스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함께 다문화 가정 결혼생활 수기를 공모해, 베트남 친정집을 찾을 29가족을 선발했다. 은서씨는 남편인 최성문(43)씨가 직접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는지를 써서 당첨됐다. 지난달 27일부터 6박8일간 진행된 이 여행은 단순한 ‘친정 방문’을 넘어, 서로 다른 두 문화와 가족의 ‘소통’에 초점을 맞췄다. 이 때문에 부부뿐만 아니라 최대 가족 4명까지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결혼 10년차인 후안티탄란(40)씨는 직장생활을 하느라 시간 내기 어려운 남편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 대신 시어머니와 함께 친정을 방문했다.

시어머니인 김시자(69)씨는 호찌민 외곽에 있는 며느리의 친정에 머물며 메콩강과 베트남전쟁 때 베트남군이 머무르며 게릴라 활동을 했던 구찌(Cu Chi)터널 등을 둘러봤다. 그녀는 “호찌민 벤탄시장에서는 한국 친구들에게 줄 선물도 샀다”고 자랑했다. 모두 며느리의 친정 식구와 함께 한 일이다. “말은 안 통해도 같이 지내보니깐 비슷한 점도 많고 편안하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이틀 동안 베트남 가족들을 호찌민 시내 특급호텔로 초대해 함께 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호텔 만찬장에서 한국 가족과 베트남 가족은 함께 저녁을 먹고, 이튿날에는 시청과 노트르담 성당 등 시내 구경을 함께 했다. 이번 행사에 서포터즈로 동행한 박현숙(51)씨는 “다문화 가정이 늘면서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에서 하는 친정 방문행사가 여럿 있지만, 이번처럼 좋은 호텔에 머물고 관광지를 돌아보며 한국과 베트남 가족 모두를 배려하는 행사는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꿈’같은 휴양지로의 여행도 선물했다. 친정 방문이 모두 끝나고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날, 호찌민에서 남쪽으로 125㎞ 떨어진 해변휴양지 붕따우(Vung Tau)로 가족 모두를 데려간 것이다.

2006년 결혼하고 처음으로 처가를 방문했다는 정우현(44)씨는 해변가에 앉아 “베트남어를 꼭 배우겠다”고 말했다. “결혼하고서 아기 엄마한테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엄청 노력했어요. 그런데 여기 와보니까 제가 반대로 꿀먹은 벙어리가 됐네요. 아내가 한국어를 배우는 만큼, 저도 베트남어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습니다.”이 여행에 동행한 남편들은 “아내 나라 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LG유플러스 이상철(62) 부회장은 “베트남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쟁에 참여했던 아픈 역사를 가진 곳”이라며 “그곳의 여성들이 한국에 시집 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또 “글로벌 시대에는 다양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한국과 해외를 잇는 훌륭한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있도록 투자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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