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1일(화)

탄소추적 나선 EPL 구단들… 직관 팬 교통수단부터 TV 시청 전력량까지 측정

“오늘 경기장에 올 때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셨나요? 시간은 얼마나 소요됐나요?”

영국의 프로축구 구단 맨체스터시티 FC(이하 맨시티)는 시즌 내 홈구장 에티하드 스타디움(Ethihad Stadium)을 방문한 홈·원정팬들에게 이용한 교통수단과 소요시간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한 경기당 평균 320명, 지난 2021-22 시즌에만 8000명이 설문에 응답했다. 구단에서는 관중들의 탄소발자국을 추산해 구단 운영 전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집계에 사용한다.

BBC스포츠와 UN은 매년 '스포츠포지티브(Sport Positive)'를 통해 친환경 구단 순위를 발표한다. 사진은 지난 28일(현지 시각) 토트넘과 리즈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해리 케인이 세 번째 골을 넣은 장면. /로이터 연합뉴스
BBC스포츠와 UN은 매년 ‘스포츠포지티브(Sport Positive)’를 통해 친환경 구단 순위를 발표한다. 사진은 지난 28일(현지 시각) 토트넘과 리즈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해리 케인이 세 번째 골을 넣은 장면.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축구계에도 ‘ESG 경영’ 바람이 불고 있다. BBC스포츠는 지난달 UN 지원으로 시행되고 있는 친환경 구단을 꼽는 ‘스포츠포지티브(Sport Positive)’ EPL 순위를 발표했다. ▲청정에너지 사용량 ▲에너지 효율성 ▲생물다양성 ▲폐기물 배출량 ▲지속가능한 이동수단 활용 등의 평가 항목을 측정해 구단별로 점수를 내고 순위를 매긴다. 2021-22 시즌 기준으로 토트넘은 스포츠포지티브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리버풀은 토트넘과 공동 1위에 올랐다. 상위권 팀의 공통점은 구단 운영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추적한다는 것이다.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속한 맨시티, 리버풀, 토트넘, 울버햄튼 등 네 구단은 구단 운영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인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하고 있다.

일례로 팬이 구장에 방문할 때 이용한 교통수단의 탄소배출량을 추적하고, 라이브 스트리밍·TV로 경기를 시청할 경우 소모된 전력 사용량을 집계한다. 기존에는 구장에서 사용된 에너지 규모, 배출된 폐기물량을 추정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구장 밖에서 발생하는 탄소량까지 측정하는 것이다. 탄소측정 결과값이 가장 높은 리버풀의 경우 2021-22시즌 기준 스코프1·2 배출량은 285tCO2e, 스코프3 배출량은 15만5253tCO2e였다. 스코프3는 구단 내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뿐 아니라 팬들의 이동, 소비 활동으로 인한 배출량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구단의 전체 배출량 가운데 큰 파이를 차지한다. 리버풀은 온라인으로 경기를 시청할 때 발생하는 탄소량까지 추적해 스코프3 배출량이 15만tCO2e를 넘어섰다.

구단들이 탄소추적에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구장을 방문하는 팬들의 탄소배출량이다. 팬이 경기 관람을 위해 구장에 방문하기까지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했고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등을 측정하는, 이른바 ‘팬트래블(Fan Travel)’로 불리는 항목이다. 한 경기에 수만명이 운집하면서 일으키는 탄소배출이 구단의 배출량 총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토트넘의 경우 2021-22 시즌 스코프3 배출량은 7만6698tCO2e로 집계됐는데, 이 중 팬트래블 비율은 51.9%(3만9794tCO2e)에 달했다.

토트넘 구단 관계자는 “구단이 한 시즌에 배출하는 전체 탄소량 중 80% 이상이 스코프3 영역”이라며 “토트넘은 지난 2021-22 시즌 총 8만221tCO2e의 탄소를 배출했는데, 이 중 95.6%가량(7만6698tCO2e)이 스코프3 영역에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토트넘이 집계한 스코프 1·2 영역 탄소배출량은 3253tCO2e에 불과했다.

토트넘은 자본재(Capital Good)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집계한다. 또 굿즈 사용부터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도 추적해 공개한다. 임직원이 출퇴근하면서 이용하는 교통수단에 따라 발생하는 탄소도 조사한다. 토트넘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캠페인 ‘레이스투제로(Race To Zero)’에 참여하면서 204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스코프3를 측정해야 어떤 부문에서 탄소가 가장 많이 나오는지, 어떤 식으로 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리버풀은 온라인으로 경기를 시청할 경우 사용되는 에너지양을 측정한다. 리버풀에 따르면, 콘텐츠 하나를 한 시간 시청할 경우 탄소 55g이 배출된다. 구단은 “온라인 같은 가상공간에서 발생하는 탄소량도 측정할 필요가 있다”며 “웹으로 경기를 시청하는 팬들이 많기 때문에 더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안에 대해 고려 중”이라고 했다.

맨시티는 건설·공사 작업 시 발생하는 탄소량과 경기 당일 구장에서 경호를 서는 경찰관 수, 경찰차량 등이 배출한 탄소량도 추적한다. 울버햄튼은 수자원 사용 시 배출된 탄소량을 계산한다.

아스널 FC, 아스톤빌라 FC 등도 향후 밸류체인 전체 탄소배출량을 공개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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