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공공기관·기업 대상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 살펴보니
10년 연속 ‘고용율 0%’ 모두 외국계
명단공표 기업 중 외국계 비중 28%
프라다코리아는 이탈리아 법인인 프라다에스피에이(Prada S.p.A)가 100% 소유한 외국 기업이다. 국내에는 1995년 진출해 작년에만 연매출 4927억원, 영업이익 30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약 16.9%, 영업이익은 3배 이상 상승했다. 2021년 기준으로 상시근로자는 649명. 민간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률(3.1%)에 따라 20명을 장애인 직원으로 둬야 하지만,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지난 10년 동안 매년 수천억 매출을 올렸지만, 장애인 고용 의무는 다하지 않은 것이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기업들이 매년 조단위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장애인 고용과 같은 의무에는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외국인투자기업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법인세·소득세, 취득세·재산세 등을 감면받을 수 있다.
31일 더나은미래가 고용노동부의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기관·기업 명단공표’를 분석한 결과, 다수의 외국계기업이 장애인 고용을 외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의무고용률(3.1%)의 절반인 1.55%에 미치지 못한 기업 중 고용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기업명단을 매해 공표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0년(2012~2021년) 연속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으로 명단공표된 기업은 74곳이었다. 이 가운데 21곳(약 28.3%)이 외국계기업으로 확인됐다. 주로 데상트·헨켈·페라가모 등 해외 유명 브랜드 기업들이 이름을 올렸다.
프라다코리아처럼 한국요꼬가와전기주식회사, 엘코잉크한국지점 등 외국계기업도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연속으로 장애인 고용율 0%를 기록했다. 한국요꼬가와전기주식회사는 일본 최대 산업기기 전문기업 요꼬가와전기가 100% 지분을 투자한 한국법인으로 연간 매출액은 1628억5800만원이다. 엘코잉크한국지점은 미국의 화장품·패션 기업 ‘에스티로더컴퍼니즈’ 아시아 지역 면세사업부의 한국지사다.
이들 외국계기업은 장애인 근로자를 한 명도 고용하지 않아 미고용 인원당 최저임금 100% 수준(약 201만원)의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납부한다. 프라다코리아의 경우 현행 고용부담금제도에 따라 ‘월별 미고용 인원수’에 ‘최저임금액’을 곱하면 지난 2021년 12월에만 약 4020만원을 부담금으로 납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연 단위로 계산하면, 연간 4억8240만원가량을 부담금으로 낸 셈이다. 같은해 매출액 4213억원의 0.1% 수준이다. 프라다코리아와 상시근로자 수가 비슷한 엘코잉크한국지점도 비슷한 수준의 부담금을 냈을 것으로 분석된다.
까르띠에·몽블랑·피아제 등 주얼리와 시계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스위스의 리치몬트그룹의 국내 법인인 ‘리치몬트코리아’는 10년간 장애인을 3명 고용했다. 리치몬트코리아가 의무 고용해야 하는 장애인 근로자는 35명으로, 장애인 고용률은 0.26%에 불과했다.
아시아 전역에 명품 브랜드를 유통하는 부루벨그룹의 한국지사인 부루벨코리아는 장애인 60명을 고용해야 하지만 9명을 채용하는 데 그쳤다. 장애인 고용률은 0.46%다.
지난 2021년 한 해를 기준으로 장애인을 한명도 고용하지 않은 기업은 총 41곳으로 확인됐다. 자라리테일코리아주식회사, 테슬라코리아, 스와로브스키, 발렌시아가코리아 등 대부분 해외 명품 브랜드였다.
이진희 베어베터 공동대표는 “외국계기업의 한국 지사는 본사의 허가가 있어야만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설립하거나 연계고용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부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한국에 진출한 에르메스,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은 장기간에 걸쳐 본사를 설득하고 논의의 과정을 거쳐 현재 연계고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외국계기업의 장애인 고용은 의지의 문제이기 때문에 10년간 장애인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았다는 건 장애인을 고용할 노력조차 일절 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에트로·구찌·루이비통·몽클레르 등 명품 브랜드를 포함해 하이네켄코리아, 네슬레코리아, 아마존웹서비시즈코리아 등이 발달장애인 고용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기업 ‘베어베터’와 협약을 맺고 연계고용을 진행 중이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