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의무가 있는 사립대학 학교법인과 교육부처가 의무고용률 미달로 고용부담금을 지난 5년간 2700억원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강선우 의원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수진 의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종합하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장애인의무고용률을 달성하지 못해 사립대학 학교법인 148곳이 부담금을 1720억2000만원,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이 1006억480만원을 냈다.
사립대학 학교법인의 경우 연세대학교, 한림대학교, 한양대학교 등 장애인고용부담금 납부액 기준 상위 10곳이 5년간 낸 부담금은 930억2200만원으로 전체 납부액의 절반이 넘는 54%를 차지했다. 학교별로는 ▲연세대학교(241억원) ▲한림대학교(123억원) ▲한양대학교(91억원) ▲고려대학교(87억원) ▲건국대학교(66억원) ▲가톨릭대학교(64억원) ▲동국대학교(64억원) ▲울산대학교(57억원) ▲인제대학교(45억원) ▲인하대학교(40억원) 순이었다.
국가기관으로 분류되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상황도 다르지 않다. 2021년 장애인 고용부담금 납부액 상위 공공기관 50개소 중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10곳이 이름을 올렸다. 고용부담금 납부액 기준으로 경기교육청(117억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서울교육청(39억원) ▲인천교육청(27억원) ▲교육부(27억원) ▲경남교육청(26억원) ▲경북교육청(26억원) ▲전남교육청(23억원) ▲부산교육청(20억원) ▲충남교육청(20억원) ▲강원교육청(17억원) ▲충북교육청(15억원) 순이었다.
교육기관들은 장애인 교원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장애인 고용을 미루고 있다. 박성준 경기교육청 지방공무원인사과 주무관은 “일반 행정직의 경우 정원의 4%를 장애인으로 고용해 법정 의무비율(3.6%)을 넘겼지만, 교원 등이 포함된 특정직은 장애인 지원자 수 자체가 적다”고 말했다. 경기교육청의 지난해 기준 전체 근로자 10만3322명이다. 이 중 교원은 9만287명으로 전체의 87.3%다. 일반직(행정)의 경우 1만3035명 중 장애인 근로자는 554명으로 4.25%의 고용률을 달성했지만, 특정직(교원)의 경우 전체근로자 9만287명 중 장애인 근로자는 1094명으로 1.2%에 불과했다.
A대학 관계자는 “대부분 상시근로자의 90%가 교원이라 장애인 직원 확보가 쉽지 않다”라며 “부속병원이 있는 학교법인의 경우 의사나 간호사 등 전문자격증이 필요한 직군에서 특히 장애인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법이 없는 건 아니다. 일부 사립대학 학교법인은 직원 구성의 대다수인 교수나 의료인을 장애인으로 채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세워 장애인 일자리를 제공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학교법인 중 자회사로 장애인표준사업장을 설치한 곳은 이화여대, 건국대, 한국외대 등 7곳이다.
이화여대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인 이수매니지먼트는 지난해 3월 설립됐다. 현재 발달장애를 가진 중증장애인 4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대학병원의 휠체어 관리, 검체 이송, 사무보조 업무부터 제과제빵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박애영 이수매니지먼트 대표는 “사립학교 안에는 꼭 교원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단순 반복 업무들이 무궁무진하다”며 “학교 차원에서 장애인고용 필요성을 공감하고 장애 유형에 맞는 직무를 개발한다면 충분히 의무고용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원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육부처도 장애인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선택지가 최근 생겼다. 정부는 지난 15일 ‘제6차 장애인고용촉진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존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하던 ‘연계고용 부담금 감면제도’를 국가·지자체·교육청 등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시도교육청도 장애인표준사업장과 도급계약을 맺으면 장애인을 고용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병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소통협력실 차장은 “정부의 ‘제6차 장애인 고용촉진 기본계획’으로 이전에는 어려웠던 교육부처의 장애인 근로자 채용이 확대될 것”이라며 “연계고용을 통해 단순 제품 구매뿐 아니라 문화예술분야 등 용역 분야의 연계고용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