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성평등 위해 노력하는 기업, 비즈니스 성과도 좋다”

“성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은 궁극적으로 인재들이 더 노력하고 싶어하는 기업, 투자자들이 투자하고 싶어하는 기업, 소비자가 더 이용하고 싶은 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영업 이익의 상승으로도 이어집니다.”

20일 국내 기업·기관 관계자 70여명이 모인 가운데 박미화 유엔여성기구 WEPs 프로그램 글로벌 코디네이터가 말했다. 이날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 루비홀에서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여성역량강화원칙(Women Empowerment Principles·WEPs) 한국 워크숍’이 열렸다.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와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가 개최한 행사로, 국내 기업에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미화 코디네이터를 비롯한 주요 연사들은 “성평등을 위한 기업의 노력은 기업 역량을 강화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여성역량강화원칙(WEPs) 한국 워크숍’이 열렸다. 국내 기업 관계자 약 70명이 참석했다.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2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여성역량강화원칙(WEPs) 한국 워크숍’이 열렸다. 국내 기업 관계자 약 70명이 참석했다.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WEPs는 2010년 유엔여성기구와 유엔글로벌콤팩트가 공동 발족한 이니셔티브다. ‘성평등을 위한 노력은 더 좋은 기업을 만듭니다(Gender Equality Means Better Business)’라는 슬로건을 아래 기업이 성평등과 여성의 역량 강화를 촉진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공한다. 2023년 4월 기준 전 세계 150개 넘는 국가에서 약 8000개 기업이 서명했다. 국내에서도 ESG 흐름에 따라 가입 기업이 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유한킴벌리, 아모레퍼시픽 등 약 50개 기업이 가입했다.

이날 행사는 WEPs의 7가지 원칙을 소개하고, 성평등한 조직 문화를 만든 글로벌 기업의 모범 사례를 다뤘다. WEPs의 7가지 원칙은 ▲성평등을 위한 고위급 리더십 구축 ▲직장 내 여성차별 철폐, 인권 존중 및 동등한 기회 제공 ▲모든 근로자의 보건 및 안전, 복지 보장 ▲여성인력 개발, 교육 및 훈련 강화 ▲여성역량강화를 위한 기업개발 및 공급망, 마케팅 전략 구축 ▲지역사회 이니셔티브와 양성평등 확보 정책 공조 ▲양성평등 달성 과정 측정 및 공시 등 투명성 강화 등이다.

안나 팔스 유엔여성기구 WEPs 글로벌 사무국장은 “성평등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과 기업,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성평등은 기업의 역량 강화와 재무적 성과 향상, 국가 소득 불평등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여성을 노동시장에 고용하고, 여성 기업에 투자하고, 광고와 마케팅에서 성별 고정관념을 제거하는 활동은 오직 민간 부문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미화 유엔여성기구 WEPs 프로그램 글로벌 코디네이터는 국내 ESG 이슈에서 성평등 주제가 크게 다뤄지지 않은 현실을 언급했다. 성평등을 위해서는 남성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코디네이터는 “성평등이 궁극적으로는 남성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리고 성평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꿔야 한다”면서 “남성 직원에게 젠더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고, 이들이 다른 남성들과 젠더에 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은 여성역량강화원칙을 적용한 사례를 공유했다. 750개 모바일 운영사업자로 구성된 글로벌 네트워크 GSMA의 타마라 단체바 국제관계 선임 매니저는 경영진과 직원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아만다 게르베이 마스터카드 아시아태평양 지사 인사 및 역량 부사장은 남녀 임금 평등을 달성한 마스터카드의 사례를 소개했다. 동일한 일을 하는 경우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는 원칙이다. 마스터카드에서는 매년 성별 임금격차가 발생하는지 모니터링하고, 격차가 확인되면 바로 조처를 한다. 임금격차와 관련된 불만을 익명으로 보고할 수 있는 채널도 별도 운영한다. 게르베이 부사장은 “직원과 고용주가 소통함으로써 전 세계 마스터카드 직원은 평등을 누리고 있다”면서 “경영진의 업적 평가에서도 양성평등은 중요한 KPI로 다뤄진다”고 말했다.

회계·세무·컨설팅 기업 120곳이 가입한 글로벌 네트워크인 RSM 인터내셔널의 캔디스 이튼 골 글로벌 다양성·포용성 리더는 “WEPs에 가입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인정하지 않는 양성평등 문제를 가시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성평등을 위한 기업의 노력은 단순히 법적 의무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유능한 직원을 지키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며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뉼루퍼 데미어콜 네슬레 글로벌 다양성 및 포용성 책임자는 공급망에서 양성평등을 강화하기 위한 네슬레의 노력을 소개했다.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는 지난해 11월 국내에 설립됐다. ▲여성에 대한 폭력 종식 ▲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리더십 ▲개발협력과 성별 ▲여성, 평화 및 안보 등 여러 주제에 대한 교육, 연구 및 파트너십 활동을 수행한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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