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4일(일)
“회장님, 우리 얘기 들어보세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는 ‘막내들의 모임’이 있다

“입사 3년차에 회장님이랑 마주 앉은 거예요. 만나기 전에는 걱정이 많았어요. 어렵기만 할 줄 알았거든요. 막상 얘기를 해보니까 대화가 너무 잘 통했어요. 회장님도 이런 자리를 원하고 계셨더라고요.”

2019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하 재단)에 입사한 신하균(28)씨는 재단 내 ‘그린브릿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린브릿지는 만 35세, 7년차 이하 직원만 가입할 수 있는 주니어 모임으로, 대부분 구성원이 20대 중반~30대 초반이다. 재단 사업과 조직문화에 대한 젊은 층의 생각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정기적으로 경영진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가 하면, 기획 워크숍을 열어 각 부서에 통통 튀는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한다.

그린브릿지가 출범한 지 올해로 2년차지만 벌써 많은 것이 바뀌었다. 휴가 제도가 확대되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위한 규칙도 도입됐다. 주니어 직원들은 재단의 비전과 개인의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그린브릿지' 회원들이 지난달 말 국제개발본부가 신청한 워크숍에서 해외사업 홍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그린브릿지’ 회원들이 지난달 말 국제개발본부가 신청한 워크숍에서 해외사업 홍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30년차도 3년차에게 질문이 있다

지난달 21일 방문한 재단 본사에서는 ‘아이디어 기획 워크숍’이 한창이었다. 해외사업에 관한 이날 워크숍에는 그린브릿지 회원 약 15명이 참석했다. 세 시간 동안 재단의 해외사업이 성장하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한지, 2030 후원자에게는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국제개발본부 직원들이 빠르게 받아적기도 했다.

기획 워크숍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부서에서 신청하면 열린다. 이전에는 굿즈 개발, 기후변화와 관련된 복지 사업에 대한 워크숍이 열렸다. 그린브릿지 회원 임성원(26)씨는 “처음에는 ‘저연차에게 궁금한 게 있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워크숍 요청이 많이 들어왔고, 신청 부서에서 주니어 직원의 의견을 신뢰해줬다”고 말했다. 워크숍 후에는 그린브릿지 회원들의 의견이 어떻게 반영됐는지 반드시 피드백을 줘야 한다. “고심해서 전달한 아이디어인데 실제 사업에 얼마나, 어떻게 반영했는지 궁금하잖아요. 피드백은 더 열심히 일할 원동력이 돼요.”(신하균)

경영진도 이들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경영진과의 대화는 분기별로 진행된다. 대화를 통해 5년차 직원 대상 장기안식휴가 제도, 월 1회 문화의 날 등이 도입됐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은 경영진이 구체적인 근거를 대면서 설득한다. 경영진과 직원들이 서로 생각을 툭 터놓고 공유할 수 있어 모든 구성원의 만족도가 높다.

그린브릿지 활동으로 조직의 성장뿐 아니라 개인의 성장도 함께 이뤄진다. “저연차 직원이 조직에 대해 거시적으로 생각할 기회는 많지 않아요. 그린브릿지는 조직 전체를 보고 어떤 걸 더 고민해야 할지, 스스로 어떤 능력을 더 길러야 할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임성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그린브릿지'에서 활동하는 임성원(왼쪽)씨와 신하균씨.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그린브릿지’에서 활동하는 임성원(왼쪽)씨와 신하균씨. 신씨는 “주니어보드의 역할을 더 날카롭게 정립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MZ가 생각하는 ‘일 잘하는 법’

그린브릿지는 재단이 발전하려면 앞으로 우리 사회의 핵심층이 될 2030세대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이 모이면서 지난해 공식 출범했다. 송민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그린컬처팀장은 “그린브릿지를 꾸리기 전에는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기업 같은 영리 조직에는 이미 MZ세대 모임이나 태스크포스(TF·과제 목표 달성을 위해 만든 임시조직)가 활성화돼 있잖아요. 비영리 조직은 사정이 조금 달라요. 소중한 모금액으로 운영을 하다 보니 사업 하나, 투자 한 번 할 때도 보수적일 수밖에 없죠. 그린브릿지를 출범할 때도 그래서 고민이 많았어요. 직원의 ‘시간’이라는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거니까요. 그래도 시대 변화에 따라가려면 하향식 의사결정을 탈피하고, 세대 간의 소통을 더 늘려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출범 첫해에는 조직문화 개선에 집중했다. 주니어 직원들은 전국에 있는 기관의 조직문화가 제각각인 것을 지적했다. 다른 기관으로 발령을 받으면 새로운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졌기 때문이다. 신하균씨는 “동기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우리 조직에는 50가지 조직문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통일된 하나의 색깔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린브릿지 회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초일잘(초록우산 일 잘하는 방법)’ 십계명을 만들었다. ▲문제 해결은 범인 찾기가 아니다(일에 대한 비난보다는 해결책을 함께 논의하자) ▲어벤져스는 한명의 영웅으로 완성될 수 없다(모금 담당자가 모금만 생각하고 복지 담당자가 복지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소통하는 라떼가 필요하다(자신의 경험과 배경, 주장의 이유 등을 강요하지 않고 공유할 때 비로소 소통이 된다) ▲부먹과 찍먹은 둘 다 옳다(다름을 인정하는 문화에서 조화로운 합의를 추구하자) 등이다. 이 원칙은 재단의 모든 사업장에 붙어 있다.

임성원씨는 “비영리는 올바른 가치 실현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사람 사이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며 “그린브릿지에서 만들어 내는 변화가 비영리 업계 전반으로 확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민영 팀장은 “앞으로 그린브릿지 활동을 더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해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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