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일(금)
유엔 인권대표 “美 낙태 금지법, 여성인권 후퇴 우려”

미국 내 낙태권 폐지 흐름에 대해 유엔 인권 최고대표가 “여성 인권의 후퇴”라며 우려를 표했다.

18일(현지 시각)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미첼 바첼렛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이날 블룸버그가 주최한 경제 포럼에서 “50년 이상 지속된 (여성의) 성과 재생산에 관한 권리를 되돌리는 결정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국제적인 인권 기준과 비교했을 때 여성 인권의 엄청난 후퇴”라고 말했다.

1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여성의 낙태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1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여성의 낙태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낙태권의 폐지는 특히 소수 인종과 저소득층 여성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낙태를 제한하는 법안이 임신중절을 감소시키지 않는다”며 “오히려 낙태 시술을 음지로 몰아넣어 (여성을) 더 안전하지 않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주 정부는 낙태에 관한 특정한 입장을 강요할 수 없다”며 “여성의 선택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에서 지난해부터 시작된 낙태 합법화 논쟁은 지난 2월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보도로 더 확산했다. 폴리티코는 미시시피주의 ‘임신 15주 이후 낙태 금지’ 법안에 대한 대법관 다수의견 초안을 입수해 보도했다. 대법관 다수가 미시시피주 법안을 합헌 판정해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임신 24주 이후에는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보고, 그전까지는 임신중절을 허용했다.

대법원의 공식 판결은 6~7월 중 발표된다. 예상대로 기존 판례를 뒤집는다면 각 주 정부와 의회에서 낙태권 존폐를 결정할 수 있다. 공화당 세력이 강세인 지역에서는 낙태가 금지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50개 주 중 31개 주에 낙태 금지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미국에서는 매년 86만 건의 낙태가 시행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거주 중인 주에서 낙태가 불법이 되면 임신중절을 원하는 여성은 낙태가 허용되는 지역으로 ‘원정’을 가야 한다. 미국 구트마허연구소에 따르면 루이지애나에 거주하는 여성은 최장 539마일(866km) 떨어진 주로 이동해야 한다. 플로리다 여성은 425마일(683km), 미시시피 여성은 401마일(645km)을 가야 한다. 시술비 외에도 교통비, 숙박비, 식비 등이 추가로 든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여성은 낙태를 결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케이틀린 마이어스 미들베리칼리지 경제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낙태를 원하는 여성의 4분의 1은 거리의 장벽을 넘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전역에서는 낙태권 폐지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NBC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시민의 60%가 여성의 낙태권은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답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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