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세계 불평등 수준 100년 전과 비슷하다” 자산 상위 10%가 전체 76% 차지

세계불평등보고서 2022

전 세계 상위 10%의 부자가 전체 자산의 7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하위 50%의 소유 자산은 전체의 2%에 불과했다. 불평등은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심해졌으며, 서구 제국주의의 정점이었던 20세기 초반과 비슷한 수준이다.

7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경제대학의 세계불평등연구소(WIL)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세계불평등보고서 2022’를 발표했다.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교수 등이 소속된 이 연구소에서는 지난 4년 동안 주요 통계 기관, 세무 당국, 대학, 국제기구와 협력해 데이터를 수집, 분석했다. 보고서는 서문에서 “경제 성장에 관한 수치는 매년 전 세계 정부가 발표하지만, 경제 정책으로부터 누가 이득이나 손해를 보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며 “(불평등 관련)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세계불평등보고서 2022.
세계불평등보고서 2022. /세계불평등연구소 제공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의 평균 소득은 올해 1월 기준 1만6700유로(약 2223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상위 10%의 평균 소득은 8만7200유로(약 1억1604만원)다. 전 세계 소득의 52%에 해당한다. 하위 50%의 평균 소득은 연간 2800유로(약 373만원)로 전체의 8%였다.

이 같은 불평등은 서구 제국주의가 절정을 이뤘던 20세기 초반과 비슷한 수준이다. 1820년 소득 상위 10%는 전 세계 소득의 50%를 차지했다. 1910년에 60%로 올랐다가 이후 50~60%를 유지하고 있다. 하위 50%가 차지하는 비율은 1820년 14%였다가 1910년 7%로 줄었다. 최근까지도 하위 50%의 소득 비중은 7~8% 대에 머물고 있다.

부의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보다 심각하다. 자산 상위 10%가 전체 부의 76%를 차지하고 있지만 하위 50%가 가진 비중은 2%뿐이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더욱 악화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는 세계 억만장자의 재산 점유율이 역사상 가장 가파르게 증가한 시기로 꼽힌다.

올해 1월 기준 전 세계 상위 10%가 차지하는 소득 비중은 52%다. 하위 50%의 소득은 전체의 8%에 불과하다. 1820년 이후 상위 10%는 전 세계 소득의 50~60%를 가졌으나 하위 50%의 소유는 1820년(14%) 이후 7~8%에 머물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전 세계 상위 10%가 차지하는 소득 비중은 52%다. 하위 50%의 소득은 전체의 8%에 불과하다. 1820년 이후 상위 10%는 전 세계 소득의 50~60%를 가졌으나 하위 50%의 소유는 1820년(14%) 이후 7~8%에 머물고 있다. /세계불평등연구소 제공

최근 20년 동안 국가 간 불평등은 감소했다. 가장 부유한 10% 국가의 국민 평균 소득과 가장 가난한 50% 국가의 차이는 1980년 53배에서 2020년 38배로 줄었다. 다만 국가 내 불평등은 크게 증가했다. 국가 내 소득 상위 10%와 하위 50%의 평균 소득 격차는 8.5배에서 15배로 거의 두 배 늘었다. 신흥국이 빠르게 경제적으로 성장했으나, 국가 내 불평등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국가별로는 유럽 국가의 불평등 수준이 낮았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는 가장 불평등했다. 유럽에서는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이 약 36%였으나, 중동·북아프리카에서는 58%에 달했다. 동아시아에서는 43%, 라틴아메리카에서는 55%였다. 국가 소득 수준과 불평등 정도가 상관관계가 있는 건 아니었다. 고소득 국가 중에서도 미국은 매우 불평등했으나 스웨덴은 상대적으로 평등했다.

중간·저소득 국가에서도 관련성이 없었다. 브라질·인도 등은 불평등이 극심했지만 중국은 다소 높은 수준이었고, 말레이시아·우루과이는 상대적으로 불평등 수준이 낮았다. 보고서는 1980년대 이후 국가마다 다른 자유주의 정책을 편 것을 지적하며, “이 같은 불평등 현상은 정치적 선택일 뿐 필연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누진세’를 불평등 해소 방안으로 꼽았다. “자산 100만 달러 이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실효세율을 1%p 올리면 세계 소득의 1.6%를 확보할 수 있다”며 “이를 교육, 보건, 생태보호를 위해 재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득과 부를 재분배하지 않으면 21세기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