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일(토)

“장애인의 입이 되어주는 AAC 보조공학기기, 아시나요?”

정유선 조지메이슨대 특수교육학과 교수
사람들과 대화 어려움 있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기기 특수 타자기에 문장 입력
대화 상대에 전송하도록 해
음성으로 단어 읽어주는 무료 애플리케이션 개발도

미상_사진_장애인_정유선교수_2013

“2004년 박사 학위를 받았을 때 인터뷰 요청이 많았는데, 그때는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특수교육을 전공하던 한 언니가 ‘너의 이야기가 단 한 사람에게 희망이 된다면 성공한 인생이다’고 하더라. 이제는 보조공학기기에 대해 많이 알리고 싶어 대중매체 인터뷰 요청에 가끔 응한다. 말이 불편하면 지능이 떨어진다는 사람들의 편견도 바꾸고 싶다.”

지난 8월 24일 자택에서 만난 정유선 조지메이슨대 특수교육학과 교수(43·사진)의 말이다. 그녀는 국내 뇌병변 여성 장애인 최초로 해외에서 특수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지난해 조지메이슨대 최고 교수에 선정됐다. 정 교수는 현재 보조공학기기라고 불리는 AAC(AAC·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를 연구하고 있다.

―AAC 보조공학기기란 무엇인가.

“중증 신체장애인이나 정신지체장애인은 사람들과 대화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이 쉽게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발된 보조공학기기를 AAC라고 한다. AAC의 종류는 간단한 제스처와 수화부터 컴퓨터를 활용한 보조공학기기까지 다양하다. 대표적인 AAC는 텔레타이프라이터(TTY·Teletypewriter)다. 청각장애인은 특수 제작된 타자기에 문장을 입력해 상대에게 전송한다. 상대방이 응답하면 그 내용이 타자기 상단 화면에 뜬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사용하는 볼 근육과 눈동자의 움직임을 감지해 단어를 입력하는 장비도 AAC의 일종이다.”

―AAC 지원 현황은 어떤가.

“미국은 1988년 국가가 장애인에게 보조공학기기 서비스 제공을 의무화하는 공학관련보조법(Technology-Related Assistance for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Act)을 제정했다. 현재 유치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AAC 기기를 무상으로 빌려주고 있다. AAC 기기 구입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노트북에 글을 입력하면 프로그램이 단어와 문장을 분석해 음성으로 읽어주는 이지키스(EZkeys)라는 소프트웨어는 가격이 약 1400달러(약 153만원)이며, 외장 스피커까지 구입할 경우 2200달러(약 240만원)에 이른다.”

―쉽게 AAC 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는가.

“최근 단어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됐다. 스피크잇(Speakit), 프롤로큐오투고(Proloquo2go) 등의 애플리케이션은 입력한 단어를 읽어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자주 쓰는 단어들이나 문구가 따로 저장돼 있다. 단어나 문구를 누르기만 하면 음성이 흘러나온다. 저장된 단어를 연결해 문장을 만들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보다 빠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가격도 저렴하다. 프롤로큐오투고의 가격은 이지키스의 10분의 1 정도며, 무료 배포되는 애플리케이션도 많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있으면 누구나 저렴한 가격에 AAC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한국에 AAC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시는가.

“AAC를 사람들에게 홍보하는 활동이 중요하다. 한국에서도 AAC 개발이 한창이지만 아직까지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이다. 미국의 헬렌켈러인간장애연구소에서는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장애인 커뮤니티를 방문해 보조기기 시연행사를 가지고 있다.”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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