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 이상이 ‘경제적 빈곤층’을 인권침해와 차별에 가장 취약한 사람으로 꼽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1일 발간한 ‘2020 국가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누가 인권침해나 차별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2.5%가 ‘경제적 빈곤층’이라고 답했다. ‘장애인'(50.1%), ‘학력·학벌이 낮은 사람'(28.9%), ‘여성'(26.7%)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 1년간 차별 경험에 대한 물음에는 응답자의 29.5%가 ‘어떤 이유로든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차별 경험 이유로는 ‘경제적 지위’가 13%로 가장 높았으며, ‘나이’가 12.9%, ‘성별’이 11.8%를 차지했다.
가구 소득이 낮을수록 인권침해나 차별에 대한 대처방안을 모르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인권침해·차별에 대한 대처방안을 ‘전혀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은 월평균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 중 12%에 달했으나 100만~200만원 소득 가구에서는 6.7%로 줄었고 그 이상 소득 가구에서는 3% 안팎을 유지했다.
이웃이 되는 것에 불편함을 갖는 사회적 소수자 집단은 성소수자(47.9%), 난민(44.9%), 북한이탈주민(25.5%), 이주노동자(21.6%), 장애인(9.6%), 결혼이주민(9.5%)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한이탈주민과 성소수자에 대한 거리감은 지난 2019년 조사결과 대비 각각 5.2%p, 3.1%p 증가했다.
인권침해나 차별이 발생하기 쉬운 취약 상황으로는 검찰이나 경찰의 조사나 수사를 받을 때(43.1%)와 구직 및 취업을 포함한 직장생활(33.8%)을 응답한 시민이 많았다. 보호시설(23.2%), 민원 등 공무원의 업무 처리(20.8%), 재판(18.1%)이 뒤를 이었다.
‘혐오표현을 보거나 들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53.4%로 과반에 달하고, 이 중 ‘자주 있다’는 응답은 25.9%를 차지했다. 혐오표현의 대상이 되는 집단은 정치인(47.7%), 특정 종교인(42.8%), 여성(41.5%), 성소수자(40%) 등이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8~9월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만4525명을 대상으로 방문면접조사와 인터넷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강태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kit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