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30일(금)

스페인은 시범 사업, 일본은 추진 선언… 한국도 논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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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는 ‘주4일제’ 공부 중]

코로나19·4차산업의 ‘대전환 시대’
세계 곳곳 ‘주4일제’ 정책 도입 논의
국내에선 1인 정당 시대전환이 제안

스페인 1인 정당 ‘마스 파이스’의 이니고 에레혼 대표. 그는 주4일제 도입을 촉구하는 대표 정치인이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이를 수용해 올가을부터 전국적인 주4일제 실험에 나선다. /에레혼 페이스북

상상만 했던 ‘월화수목토토일’의 삶이 다가온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등이 확산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4일 근무제’ (이하 ‘주4일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가장 앞서가는 나라는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올가을부터 중앙정부 차원에서 주4일제 실험에 나선다. 오는 10월에는 주4일제를 추진하는 각국 정당들이 스페인 발렌시아에 모여 국제 콘퍼런스를 갖는다. 정보도 교환하고 토론도 벌인다는 계획이다. 일본의 집권여당도 최근 주4일제 추진을 선언했다.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도 지난해부터 주4일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서구 국가들보다 반세기 늦게 주5일 근무제를 도입했지만 주4일제 도입은 늦지 않게 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주4일제, 주5일제 도입 과정과 비슷해

주4일제가 논의되는 상황을 보면 과거 주 5일제가 도입되던 과정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5일제는 1920년대 처음 논의되기 시작했다. 1926년 미국 포드 자동차를 창업한 헨리 포드가 현재와 같은 주5일제를 기업에 최초로 도입했다. 포드는 주6일 48시간 근무제를 폐지하고 주5일 40시간 근무제를 전면 도입했지만 당시에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주5일제는 대공황을 거치면서 전 세계에 보편화됐다. 가장 적극적으로 주5일제 도입에 나선 나라는 미국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1938년 대공황으로 실업자가 양산되자 치솟는 실업률을 해결하기 위해 주5일제 카드를 꺼냈다. 루스벨트는 공정근로기준법(FLSA)을 제정, 근로 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줄였다.

한국에서는 2004년부터 주5일제가 단계적으로 도입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전부터 몇몇 기업을 중심으로 주5일제 이야기가 나왔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경기가 회복된 이후인 2000년대 초반 시작됐다. 당시 한국 사회에서는 주5일제에 대한 극렬한 반대 여론이 일었다. 재계에서는 근로 시간이 줄면 그 자체로 13.6%의 임금 인상 효과가 있어 중소기업이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2003년 8월 29일 주5일 근무제를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현대·기아차를 시작으로 정부와 공공기관 등으로 주5일제가 확산했다.

서구에서 주5일제가 도입된 지 한 세기 만에 세상은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대공황 당시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주5일제를 도입한 것처럼, 2010년 전후 유럽에서 실업률을 떨어뜨리기 위한 해결책으로 주4일제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로 재택근무, 탄력근무제가 도입되면서 반강제적으로 주4일제를 위한 실험이 진행됐고, 실제로 주4일제 근무를 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게 됐다. 2019년 미국 인사관리협회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7%에 해당하는 기업이 주4일제를 도입했다.

스페인, 1인 정당이 던지고 중앙정부가 받아

스페인은 올가을부터 주4일제를 희망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3년간 근무시간 축소에 따른 비용을 지원해주는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 ▲사업 첫해에는 전액 ▲둘째 해에는 50% ▲마지막 해엔 33%를 정부가 지원해준다. 총 사업비는 5000만유로(약 676억원)로 책정했다. 현재 약 200업체 3000~6000명의 노동자가 주4일제 실험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 사례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에서 주4일제 논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의석수 1석의 ‘마스 파이스’가 줄곧 주4일제 도입을 촉구해왔다. 이 제안을 스페인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주4일제 이슈를 가장 먼저 꺼낸 정당은 조정훈 의원이 활동 중인 시대전환으로, 시대전환 역시 원내 의석수 1석의 정당이다.

일본은 집권여당인 자유민주당 산하 ‘1억 총 활약 추진본부’를 중심으로 주4일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추진본부의 수장은 이노구치 구니코 자민당 참의원이다. 1억 총 활약은 2015년 아베 내각 시절 등장한 정책 의제로, 50년 뒤에도 일본의 인구를 1억명으로 유지한다는 게 핵심이다. 일본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인구가 최소한 1억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민당은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기업과 각 단체 관계자, 학자들을 불러 지난해 11월부터 주4일제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도 공청회에 참석했다. 추진본부는 ▲일본 사회 유지를 위한 개인 역량 강화 ▲저출생 고령화 문제 해결 ▲코로나19로 인한 주4일제 환경 조성 등을 근거로 주4일제 도입을 밀어붙이는 입장이다.

수요일에 쉴까, 금요일에 쉴까

국내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에서 이미 주4일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만큼 한국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88만원 세대’의 저자로 유명한 우석훈 성결대 교수는 “시기가 문제일 뿐 우리나라도 결국은 주4일제를 도입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수요일에 쉬는 주4일제가 될지, 금요일에 쉬는 주4일제가 될지를 놓고 의견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주4일제 논의의 핵심은 ‘생산성’”이라며 “고용도 높이고 생산성도 높이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지게 된다면 수요일에 휴식하는 주4일제가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금 삭감 없는 주4일제’를 주장해온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영국 켄트대학교와 함께 주4일제를 주제로 하는 토론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총 5회차에 걸쳐 주4일제가 불러올 사회 변화를 여성과 청년, 환경과 정치 등 다각도에서 살펴봤다. 같은 달 ‘주4일제 도입위원회’를 만들었고 지난 8일에는 대중과 주4일제 논의를 이어가기 위한 자체 플랫폼을 론칭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으로 대전환을 맞고 있는 지금 새로운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주4일제가 그 대안적 성격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근면 성실함 하나로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면서 “한국도 국제사회와 발 맞춰 주4일제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조준혁 더나은미래 기자 pressc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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