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주4일제, 기후위기 해법?

교통량·전기 사용 줄어 온실가스 ‘뚝’
늘어난 휴일 ‘저탄소 활동’ 대신할 것

주4일 근무제가 ‘기후위기’ 해결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지난달 30일 영국 환경단체 ‘플랫폼런던’이 발표한 보고서 ‘시간을 멈춰라 -노동시간 단축의 환경 혜택’(Stop the clock The Environmental Benefits of A Short Working Week report)에 따르면, 영국이 주4일제로 전환할 경우 오는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연간 1억2700만t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1.3%에 해당하는 수치다.

플랫폼런던은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출퇴근 교통량 감소를 제시했다. 런던은 직장인의 약 3분의 1이 승용차로 출퇴근하고 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의 경우 노동자 2600만여 명 중 약 63%가 자동차로 출퇴근한다. 주4일제를 통해 차량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만 줄이더라도 엄청난 양을 감축할 수 있다는 게 플랫폼런던의 분석이다. 또 주목할 점은 전력 소비량이다. 주4일제 근무로 근무 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사업장의 전기 사용량도 줄어든다. 보고서는 늘어난 휴일에 운동, 휴식, 커뮤니티 활동 등 ‘저탄소 활동’을 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실현하려면 선행돼야 할 과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먼저 주 4일제가 자리 잡는 과정에서 소비 패턴의 변화가 일어나야 하고, 이를 정부 차원에서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런던은 보고서를 통해 “휴일이 늘어난다면 지역 수준에서, 공공 차원에서 저탄소 레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통근을 줄이는 것을 기본으로 자전거와 장애 기반 시설 등 대중교통에 투자를 늘리는 등 생활양식도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리 멈펠럿 플랫폼런던 책임연구원은 “공정한 임금 체계를 유지하면서 주4일제로 전환하면 여가 시간 확대로 인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도 바꿀 수 있다”며 “주4일제 전환은 인적 자본에 대한 중요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역시 이러한 분석에 동의했다. 홍 소장은 “주4일제는 생활 패턴은 물론 소비 행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단순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넘어 지속 가능한 소비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준혁 더나은미래 기자 pressc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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