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17일(금)

[더나미 책꽂이] ‘관부재판’ ‘뉴 맵’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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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부재판
1992년 12월, 부산에 거주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근로정신대’ 피해자 10명이 일본 야마구치 지방재판소 시모노세키 지부에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은 증언을 위해 피해자들이 시모노세키(關)와 부산(釜)을 오가면서 이른바 ‘관부재판(關釜裁判)’으로 불렸다. 1심은 6년에 걸쳐 공판만 23회 열렸고, ‘위안부’ 피해자가 일부 승소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2심과 최종심에는 패소하고 말았다. 영화 ‘허스토리’의 배경이기도 한 관부재판이 진행되기까지는 곁에서 도움을 준 조력자가 있었다. 일본의 ‘관부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을 조직한 하나후사 부부다. 부부는 소송을 위해 일본에 온 피해자들을 집에서 재워주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그 이후 28년간 하나후사 부부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근로정신대’와 ‘위안부’ 생존자들의 존엄성 회복, 전후 보상 등을 요구하는 시민운동을 펼쳤다. 저자는 ‘허스토리’에 없는 뒷이야기를 풀어내며 한국인들에게 일본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메시지를 전한다.
하나후사 도시오·하나후사 에미코 지음, 고향옥 옮김, 도토리숲, 1만5000원

뉴 맵
영화 ‘서바이벌패밀리’에서는 모든 활동의 근간 에너지인 전기가 사라지면서 혼란에 빠진 세계를 묘사한다. 불이 꺼지고, 식수가 끊기고, 식사마저 불가능해진다. 지구는 말 그대로 초토화된다. 에너지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고 경제 활동을 좌지우지할만큼 세계 패권을 쥘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그만큼 에너지 권력을 쥐기 위한 알력 다툼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저자는 미국의 제조업과 멕시코 국경 문제, 러시아와 유럽의 갈등, 중국의 남중국해 분쟁, 중동의 IS(이슬람국가)까지 에너지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한다. 책의 종착점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다. 화석에서 신재생으로 전환하면서 권력의 ‘새로운 지도’가 그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에너지의 미래에 대한 거시적인 예측을 원한다면 권하고 싶은 책이다.
대니얼 예긴 지음, 우진하 옮김, 리더스북, 2만9000원

당신을 이어 말한다
농인 부모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학살을 다룬 영화 ‘기억의 전쟁’을 연출한 저자의 첫 사회비평집이 나왔다. 책은 장애와 여성에 대한 일상의 경험과 사회 문제를 다룬다.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혼자 동남아 여행을 떠난다. 그러자 주변 사람들로부터 ‘네가 부모를 돌봐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듣게 된다. 세상이 장애를 무언가 모자라고 비정상인 것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도움을 주지 말고 권리를 주자”며 ‘장애해방’을 주장한다. 동시에 저자는 여성이자 청년인 본인의 정체성을 통해 낙태와 청년 주거 문제 등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들도 털어놓는다.
이길보라 지음, 동아시아, 1만5000원

돌봄선언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돌봄 체계의 부족함을 깨닫게 했다. 학교에 가지 못한 아동 돌봄 공백은 방임 학대 증가로 이어졌고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시설은 감옥으로 비유됐다. 지금까지 위태로운 상태였지만 애써 외면했던 돌봄 문제가 전염병으로 한 번에 곪아 터졌다. 지난 2017년부터 각기 다른 분야의 학자 다섯명이 모여 돌봄에 대해 연구했다. 돌봄 문제의 원인은 신자유주의.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국가는 이익을 위해 복지 정책을 줄여왔고 기업들은 돌봄마저 셀프케어라는 명목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돈에만 집중하는 사회는 ‘자기 것 챙기기’에 바빴고 남에게 더 이상 관심을 주지 않았다. 무관심은 돌봄의 부재로, 다시 인종차별과 생태계 파괴, 기후위기로 이어졌다. 저자들은 무관심의 기저에 깔려있는 ‘연결’에서 해결책을 찾는다. 관심 있는 ‘자기 것’에서 출발해 한 단계씩 연결을 확장해나가면 세상 모두와 연결될 수 있다고 말하며 ‘보편적 돌봄’을 제안한다.
더 케어 컬렉티브 지음, 정소영 옮김, 니케북스, 1만3800원

지구를 살린 위대한 판결
미국의 공익 변호사 조 멘델슨은 단신으로 미국 환경보호청에 무작정 청원했다. 세계적인 온실가스 배출 국가인 미국이 탄소 배출 감축에 힘써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청원은 묵살당했다. 소식을 들은 미국 각지 환경단체와 변호사들이 멘델슨을 찾아왔다. 그렇게 ‘이산화탄소 전사들’이 결성됐다. 시기상조라는 환경단체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환경보호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기후변화 대응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메사추세스 대 환경보호국 사건’의 시작이었다. 전사들은 1심과 2심에서 패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2007년 대법원은 “기후변화는 진짜이며, 책임은 인류에게 있다”며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저자는 판결로 인해 미국 환경 규제에 가속을 더하고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세계 각국에서 기후위기 소송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뒤돌아 볼만한 사건이다.
리처드 J. 라자루스 지음, 김승진 옮김, 메디치미디어, 1만8000원

김지강 더나은미래 기자 riv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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