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4일(수)

기부 주도하는 ‘MZ세대’… 남녀노소 퍼지는 ‘팬덤 기부’

기부 주도하는 ‘MZ세대’… 남녀노소 퍼지는 ‘팬덤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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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기부 트렌드

기부 이끌던 40대 이상, 점차 줄어들어
코로나19 특별모금 중 38.2%가 MZ세대
기부자가 자발적으로 모금 캠페인 기획

기부자가 젊어진다. 국내 기부의 중심에 있던 40대 이상 기부자는 줄어들고, 이른바 ‘MZ세대’라는 20~30대 기부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그간 기부에 소극적이라고 여겨지던 청년 세대의 약진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일 국내 재난 모금 사상 최대를 기록한 코로나19 모금 현황을 중심으로 기부·모금 흐름을 분석한 보고서 ’2021 기부 트렌드’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주요 기부 트렌드로 ‘MZ세대의 부상(浮上)’과 ‘팬덤 기부의 대중화’ 등을 꼽았다.

MZ세대, 기부계 ‘큰손’으로

이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기부를 이끈 주된 동력은 MZ세대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준 지난해 코로나19 특별 모금에 참여한 기부자 가운데 MZ세대 비율은 38.2%에 이른다. 지난 2014년 세월호 특별 모금 당시 25.6%, 2019년 강원 산불 때 32.1% 등과 비교했을 때 청년 세대의 기부 참여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현상을 20대로 좁혀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세월호 모금에서 20대 기부자 비율은 1.8%(1751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9년 강원 산불 모금에서는 8.0%(7226명)로 급증했고, 2020년 코로나19 특별 모금에서는 12.1% (1만2855명)로 껑충 뛰었다. 박미희 사랑의열매 나눔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MZ세대의 기부 참여가 늘어난다는 전망은 있었지만 수치로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국내 기부 흐름을 주도하던 40대 이상 기부자들은 오히려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모금별 40대 기부자 비율을 따지면, 세월호 모금 당시 33.4%에서 강원 산불 때는 30.8%, 코로나19 모금에서는 28.5% 등으로 점차 줄어들었다. 50대 기부자 비율 역시 강원 산불 때 31.9%에서 코로나19 모금 당시 28.9%로 감소했다. 마찬가지로 60대 이상 기부자 비율도 세월호 모금 12.9%, 강원 산불 모금 5.1%, 코로나19 4.2%로 하락 추세다.

MZ세대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기부에 적극적인 참여자로 전환됐다.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 시민의 기부 행동을 분석한 노연희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때 기부액을 전년보다 늘린 비율은 20대가 23.8%로 가장 높았다. 이후 30대 19.9%, 40대 11.9%, 50대 11.8% 순이었다. 또 코로나 확산 시기에 기부를 중단한 비율은 50대(18.6%)와 60대(17.8%)에서 높게 나타났고, 20대가 9.7%로 가장 낮았다. 노연희 교수는 “2019년 기부 참여자를 분석해보면 연령의 영향이 거의 없었지만, 코로나19 기부자들에서는 청년 세대의 적극적 참여가 뚜렷하게 확인된다”면서 “MZ세대는 기부를 사회 이슈에 대한 지지와 관심, 소비·놀이, 관심 표명과 같은 삶의 일부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 폭발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부자가 직접 ‘판’ 짜는 모금

이번 코로나 기부에서는 기부자가 직접 모금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사례들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는 MZ세대가 있다. 청년들이 SNS상에서 자발적으로 기부를 독려한 ‘#1339 국민 성금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대구청년정책네트워크, 대구청년센터 등 아홉 단체가 공동 기획한 이 캠페인은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콜센터 번호 1339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1339원, 1만3390원, 13만3900원 등 1339를 연상할 수 있는 금액을 기부하도록 독려하는 방식이다. 또 1명이 지인 3명과 공유하면 3일간 9명이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도 담았다. 기부 참여자는 SNS 게시 글로 인증하고 해시태그로 지인을 지목했다. 대구 청년 단체에서 시작한 캠페인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지난해 3월부터 두 달간 5만8898명이 참여해 총 1억6880만원을 모았다.

대학생들이 커뮤니티 중심으로 모금 캠페인을 기획한 사례도 있다. 정식 캠페인명도 없는 이 캠페인은 ‘학교 이름으로 같이 기부할 사람’을 찾는 대학 커뮤니티의 한 게시 글에서 시작됐다. 이러한 현상은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국내 17대학에서 잇따라 진행됐고, 모금액은 약 2억6750만원에 이른다. 연구진은 “캠퍼스 모금 캠페인에서 모금 현황을 SNS 등으로 실시간 중계하고 최종 기부처도 채팅방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 결정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면서 “모금 기관이 요구받는 기부 투명성을 기부자들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기부·모금 현장의 주요 변화로 주목받던 팬덤 기부는 전 세대로 확산하는 추세다. 과거 팬클럽 기부가 아이돌 스타 중심이었다면 2020년에는 트로트 열풍으로 팬덤의 연령대가 전 세대로 확장됐고, 이들도 스타 이름으로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연구진은 지난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팬클럽이 기부한 사례를 최소 23건으로 집계했다. 팬클럽 기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용품 지원과, 대구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 지원, 피해가 집중된 대구 지역의 취약 계층 지원 등이 대부분이었다. 팬클럽에서 기부한 현금만 약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팬클럽 주도의 기부뿐 아니라 스타의 선행에 뒤따르는 개인 팬들의 기부도 새로운 트렌드로 지목됐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내부 전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스타의 선행 이후 팬들의 소액 기부 행렬로 모금된 금액은 약 8500만원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2월 29일 가수 박효신이 사랑의열매에 1억원을 기부한 후 팬들이 박효신의 뜻을 이어가고자 기부에 동참했고 총 411건 4444만1281원을 기부했다.

박미희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변화는 시민의 기부와 모금 활동 양상 역시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면서 “시민들이 요구하는 모금 기관의 투명성과 전문성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작은 비영리단체에도 기부금이 고르게 가야 하며, 현재 일부 대형 조직으로 기부금이 쏠리는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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