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3일(월)

“해외봉사·인턴·대학원 마쳤지만 또 비정규직… 참 힘드네요”

국제개발 꿈꾸는 청년들 이야기
현지 봉사단 체험 좋지만 인턴끼리 교류 기회 적고
건의 사항 반영 어려워 중간 교육·사후관리 필요

조선일보 DB
조선일보 DB

“눈앞이 캄캄합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인데, 미래가 보이질 않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지난 2월 5일 늦은 저녁, 국제개발 전문가의 꿈을 품은 청년 세 명을 만났다. 같은 비전을 가진 이들이 모이자, 가슴 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평균 연령 28세.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국제구호개발 NPO에 취업하기’였다. 이들은 “익명 인터뷰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학교 때 캄보디아로 2주짜리 단기 봉사를 다녀왔어요. 그 후 장기 봉사단으로 1년 동안 아프리카에 있었고요. 현지에 가보니,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온 분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개발협력 NPO에서 일하려면 국내 대학원은 ‘필수’, 외국 대학원은 ‘선택’이라더군요. 설마 했는데, 귀국 후 그 말을 실감하게 됐습니다”(강혜지, 가명·28).

현장 경험 1년이 무색해질 만큼, 취업의 벽은 높았다. 특히 NPO의 국제개발팀은 정규직 채용이 거의 없었다. 계약직조차 석사 학위 정도는 있어야 경쟁이 가능했다. 거듭된 실패로 좌절할 무렵, 강씨는 지난해 코이카가 인건비를 지원하는 ‘ODA 인턴’에 합격했다. 1년 동안 개발협력 NPO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지만,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지인이 ODA 인턴을 마친 후에도, 3개월, 6개월짜리 단기 인턴으로만 일했다고 해요. 하도 취업이 안 돼서, 빚을 내고 대학원 진학을 준비한다더군요.”

노희민(가명·26)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매년 겨울마다 개도국에서 단기봉사를 하던 노씨는 대형 NPO 후원관리팀에 들어갔다. 후원자 명단을 정리하는 6개월짜리 아르바이트였다. 그 후엔 세계시민교육 강사를 6개월, 소형 NPO에서 1년간 ODA 인턴으로 일했다. 노씨는 “최근 한 NPO 봉사단 채용 공고를 보고 원서를 넣었는데, 경쟁률이 7대1이었다”면서 관련 에피소드를 전했다. “면접 당일, 필리핀에서 ODA 인턴을 하고 있는 대학생이 봉사단 면접 보려고, 새벽 비행기 타고 와서 밤 비행기로 돌아가더군요. 제 옆에서 면접 본 사람은 국제대학원 졸업생인데 ‘NPO 간사도 하늘의 별 따기’라며, 현장 경험이 부족한 것 같아 봉사단에 지원했다고 했습니다.”

노씨의 이야기를 듣던 정다나(가명·29)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저는 이번 달, 국제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있어요. 대학원 동기 30명 중에 정규직으로 NPO에 취직한 친구들이 거의 없습니다. 대학원 선배들도 졸업 후 취업에 성공한 분들이 15% 정도에 불과하고요.”

벌써 취업 준비 3~5년차에 접어든 이들. 마음고생도 심하다. 강씨는 ODA 인턴 급여로 세금을 제하면 110만원을 받는다. 월세 40만원에 교통비, 휴대폰비, 식비, 관리비까지 내고 나면, 책 한 권 살 돈도 안 남는다. 노씨는 “졸업 후 계속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인턴으로만 채용되니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신다”면서 “하도 반대하셔서 3일간 ‘단식투쟁’을 한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모두 ODA 인턴을 경험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진로 결정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물었다. 노씨는 “NPO가 어떤 일을 하고, 현지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정씨는 “ODA 인턴들끼리 네트워킹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다”면서 “코이카에 1년 내내 건의했는데, 어떠한 피드백도 받질 못했다”고 밝혔다. 노씨는 “코이카가 ODA 인턴 급여를 주는 것 외에도, 취업하기 전까지 중간 교육이나 장기적인 사후 관리를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국제개발 전문가를 꿈꾸는 세 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본인의 비전에 대한 확신이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이들은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몸이 고단하고, 급여가 적어도 상관없단다. “현지 주민을 도울 수 있는 삶이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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