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3일(월)

화장품 기업 강점 살린 재능 나눔… 여성 암환우 7500명 미소 되찾아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캠페인 5년 총정리
“여성 암환우 외모 가꿔 자신감 되찾아 주자”
아모레퍼시픽 직원 모여 친환경 화장품 만들고메이크업 교육 진행
캠페인 후 엽서 전달해 피드백 받고 다음해 반영 작년부터 중국에도 확대

“항상 칙칙하던 얼굴이 정말 화사해졌어요. 신기해요.”

거울을 들고 이리저리 얼굴을 살펴보던 김경옥(54)씨가 미소를 지었다. 지난 5월 16일, 유방암 수술을 한 뒤로 처음 해보는 화장이다. 가슴에 붉은 반점이 생겨서 피부과에 갔다가, 암 진단을 받게 된 김씨는 “건강한 사람들을 보면 너무 부러워서 눈물이 났다”고 한다. 20년 가까이 식당일을 하느라 화장을 모르고 살던 그녀에게 오늘은 특별한 하루다. “얼굴에 생기가 생겨서인지, 병이 금방 나을 것처럼 마음이 가벼워졌다”며 행사가 끝날 때까지 김씨의 웃음은 그칠 줄 몰랐다.

㈜아모레퍼시픽은 기업의 강점을 사회공헌 영역으로 확 대해‘메이크업 유어 라이프’캠페인을 5년째 지속해오고 있다. 재능 나눔에 참여하고 수혜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들의‘진정성’은 여성 암환우 7500여명이 웃음을 되찾았다.
㈜아모레퍼시픽은 기업의 강점을 사회공헌 영역으로 확 대해‘메이크업 유어 라이프’캠페인을 5년째 지속해오고 있다. 재능 나눔에 참여하고 수혜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들의‘진정성’은 여성 암환우 7500여명이 웃음을 되찾았다.

지난 14일 오후 1시, 한양대병원에서 ㈜아모레퍼시픽의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Make up your life)’ 캠페인이 진행됐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이 여성 암환우를 위해 진행하는 외모 가꾸기 교육 프로그램이다. 지난 5년 동안 진행된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을 통해 총 7500여명의 여성 암 환우가 메이크업, 피부관리, 헤어 연출법을 배웠다. 순수 캠페인 예산도 2008년 대비 250%나 증가했다. 이윤아 아모레퍼시픽 홍보팀 부장은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피부색이 검게 변하고, 건조해져서 화장하기 어렵다”면서 “타인의 시선과 편견 때문에 병원 치료도 안 나가던 분들이 캠페인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밝아졌다”고 말했다.

◇강점을 살리고, 진심을 더하다

5년 전, ㈜아모레퍼시픽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1945년 창립 이래 꾸준한 사회공헌활동을 해왔지만, 그동안 국내 화장품 시장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기업으로서 좀 더 많은 이들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싶었다. 모든 임직원이 머리를 맞댔다. 화장품, 메이크업 아티스트, 교육 강사 등이 함께 여성 암환우들의 외모를 가꾸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아모레퍼시픽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자, 자신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내 공모를 통해 캠페인 명이 정해지자, 회사 내 모든 부서가 바빠졌다. 디자인팀은 캠페인 취지를 담은 로고, 포스터, 핑크색 스카프를 제작했다. 사회공헌팀에서는 캠페인에 참여한 환우들이 집에 돌아가서도 메이크업을 따라 할 수 있도록, 책자와 영상물을 제작했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은 여성 암환우들의 피부 자극을 최소화한 화장품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고 올해, ㈜아모레퍼시픽의 발아식물 화장품 브랜드 프리메라를 통해 암환우만을 위한 친환경 화장품이 만들어졌다. 이는 시중에 판매되지 않고, 현재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에 참가한 여성 암환우들에게만 무료로 보급되고 있다.

◇재능 나눔으로 직원들 역량과 만족도 껑충

지난 2008년, 서울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에 참여한 여성 암환우 수는 110여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3년 만에 캠페인 규모는 4배로 확대됐고, 매년 전국에서 2000여명의 환우가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 51개 병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비결이 무엇일까. 양현미 아모레퍼시픽 사회공헌팀 담당자는 “아모레퍼시픽의 카운셀러(방문판매원)와 내부 교육강사분들의 재능 나눔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1963년, 전쟁 미망인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자, ㈜아모레퍼시픽은 이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아모레 카운셀러를 모집, 양성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탄생한 아모레 카운셀러 중에서 올해까지 총 2000명이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에 참여, 피부 관리와 메이크업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캠페인이 평일에 진행되기 때문에 영업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도, 신청자가 많아 경쟁률이 치열하다. 4~5년씩 캠페인에 참여해 재능 나눔을 지속하는 카운셀러도 상당수다. 2009년부터 메이크업 강사로 4년간 참여해온 채정희(33)씨는 “아모레퍼시픽에서 일하면서 쌓아온 내 재능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뿌듯하다”면서 “화장을 받고 나서 많은 환우 분들이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네시는데, 그 따뜻한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했다. 아모레 카운셀러들의 봉사는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밖으로도 확대됐다. 이윤아 부장은 “아모레 카운셀러분들이 자발적으로 자원봉사단을 꾸려 활동하고 있다”면서 “이분들의 나눔 활동만 모아도 사회공헌백서 한 권이 나온다”고 귀띔했다.

◇지속적인 피드백으로 프로그램 완성도 높여

2시간에 걸친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이 끝날 때쯤, 꽃이 달린 분홍색 엽서가 모두에게 전달됐다. 암 치료 중 생겨난 고민, 캠페인에 바라는 점을 적는 엽서다. 이렇게 모인 피드백은 다음해 캠페인에 모두 반영된다. 캠페인을 환우뿐만 아니라 해당 가족에게까지 확대한 것도, 피드백의 결과물이다. 이윤아 부장은 “환우 분들과 가족들이 캠페인을 통해 서로 교감하고, 암을 함께 이겨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캠페인 장소를 제공하는 병원 관계자분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인다. 신뢰가 쌓이니 홍보가 저절로 이뤄졌다. 병원에서 환우들에게 직접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고, 캠페인 홍보지를 우편물에 넣어 발송해주고 있는 것. 의사들의 신뢰 있는 한 마디에 환우들의 참여율이 높아졌다. 피드백을 통해 완성도를 높인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는 지난해부터 중국으로 확대됐다. 상해의 푸단대학병원을 시작으로 2년간 10번 캠페인이 진행됐고, 총 213명의 환우가 참여했다. ㈜아모레퍼시픽 중국 지사에서 활동하는 카운셀러 자원봉사단도 62명에 이른다.

기업의 강점을 사회공헌 영역으로 확대, 이를 꾸준히 발전시키는 것. 직원이 자발적으로 재능 나눔에 참여하고, 수혜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진정성’은 5년째 이어온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의 성장 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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